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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맥주

Zahringer Hefeweizen / 체링거 헤페바이젠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10. 9.



정말 오랜만에 헤페바이젠 한잔! 제링거 헤페바이젠(Zähringer Hefeweizen). 


오래 전에 읽다가 던져 두었던 <맥주의 모든것:맥주의 탄생부터 크래프트 맥주의 세계까지>를 다시 읽다가 바이젠이 너무 땡겨서. 저자 조슈아 M. 번스타인(Joshua M. Bernstein)은 헤페바이스비어의 팬임에 틀림 없다. 사실 나도 몇 년 전 까지는 국내에 들어온 주요 바이스비어의 전용잔까지 모두 모았을 만큼 즐겨 마셨지만, 어느 순간 정이 뚝 떨어지면서 마시지 않았었다. 구매한 건 거의 6년 만인가.





그런데 왜 밀맥에 맥주 순수령 문구(gebraut nach dem deutschen Reinheitsgebot)가 적혀 있을까? 이 맥주 말고도 상당수의 바이젠에 저 문구가 적혀 있는 걸 봤는데.


1516년 바이에른 공작이었던 비텔스바흐 왕가의 빌헬름 4세가 물, 보리맥아, 홉만을 사용해 맥주를 양조해야 함을 공표한 것이 맥주순수령이다. 이는 당시 제빵을 위한 밀이 부족해지는 것을 막아 식량을 원활히 공급하는 동시에 왕가에서 밀맥주 독점권을 확보하여 제정을 확충하려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밀맥주는 맥주순수령 이후에도 생산되었는데 독점권이 데겐베르거 가문에게 부여되었다가 1602년 마지막 후계자가 사망하자 비텔스바흐 왕가로 귀속되었다. 17~18세기 바이에른에서는 외려 왕가의 비호를 받아 밀맥주 스타일이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다고. 이후 바이젠의 인기가 시들해져 거의 사장되던 무렵, 1855년 게오르그 슈나이더(그러니까 슈나이더 바이세의 그 슈나이더)가 뮌헨의 바이세 호프브로이하우스를 임대하여 밀맥주의 부활을 시도했다. 1872년 왕가에서 가지고 있던 밀맥주 독점권을 양도받아 민간에서 바이스비어를 만들게 되었고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지금과 같은 인기를 회복하게 되었단다. 


이런 역사로 보면 왕가에서 보유하고 있었던 밀맥 양조권 또한 맥주 순수령의 테두리 내에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어쨌거나 원리 상으로만 보면 저 문구를 쓰기에는 애매한 것 아닌가...? 효모처럼 나중에 개정하면서 추가된 것일까?



어쨌거나 마셔 보자.





슈피겔라우 아메리칸 윗 비어(american wheat beer) 글라스에 서빙. 원래 요건 벨지언 스타일 윗 비어 전용잔이지만 집에 트로피 모양의 바이젠 전용잔이 없으므로. 확실히 바이젠 전용잔 모양이 예쁜데... 아쉽.



간만에 만난 바이젠.. 역시 풍성한 거품에 컬러는 생각보다는 짙은 편인데 맛은 어떨까?





Zähringer Hefeweizen / 재링거 헤페바이젠

달싹한 노란 과일향이 가볍게 드러나며 정향과 강냉이 껍질 뉘앙스가 감돈다. 입에 넣으면 약간 심심한 인상. 곡물 풍미의 밀도가 낮고 질감이 어중간하며 물 같이 가볍다. 시큼털털한 피니시는 깔끔하지도 않은 데다 여운 또한 짧은 편. 예전에 즐겨 마시던 에딩어나 바이엔슈태판, 파울라너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아쉬운 수준이다. 


간만의 헤페인데 아쉽군. 어짜피 자주 마시지도 않는 헤페바이젠인데 앞으론 검증된 녀석들로 마셔야 할 듯. 





개인적으로는 헤페를 마실 때마다 떠오르는 건 정향이나 바나나보다는 뻥튀기 강냉이의 노란 껍질과 사카린의 달싹한 뉘앙스다. 그래서 뻥튀기랑 매칭을 해 봤는데 역시 잘 어울림. 근데 의외로 뻥튀기의 풍미가 맥주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헤페는 '효모', '바이젠'은 밀이라는 뜻이니 그대로 효모가 살아있는 밀맥주다. 밀맥아가 최소 곡물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특유의 질감과 몽글몽글한 헤드에 일조한다. 그러나 풍미를 좌우하는 것은 효모. 토룰라스포라 델브루에키(Torulaspora delbrueckii)라는 효모는 바이젠 특유의 과일, 정향, 향신료 풍미를 드러낸다. 효모를 거르지 않고 병입(캔입)하기 때문에 바이젠을 따를 때는 맥주를 조금 남긴 후 잘 흔들어서 바닥에 가라않은 효모를 함께 따라내야 한다. 물론 탁한 효모를 원하지 않는다면 마지막 부분을 따르지 않으면 된다. 혹은 크리스탈 바이젠(kristal Weizen)이라고 하는 여과한 밀맥을 마시는 방법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탈 바이젠도 좋아하는 편. 그럴 거면 그냥 라거나 쾰쉬를 마시라는 핀잔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닼ㅋㅋㅋ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맥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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