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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Terlan, Sauvignon Winkl 2018 / 테를란 소비뇽 빙클 2018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8. 1.

알토 아디제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인 칸티나 테를란(Cantina Terlan). 그들의 와인을 벌써 여러 병 마셨는데 기록을 남겨 놓은 것이 거의 없다. 안타깝게도 항상 신나게 퍼마시는 자리에서 오픈했기 때문인데, 이 녀석도 그런 운명에 빠질 뻔했다. 

 

 

회사 와인 모임에서 마셨는데 사진 배경은 배달 피자...-_-;; 모임에서 마실 때 사진 찍는 걸 잊었... 는데 다행히 예전에 피자랑 먹으려다가 마음을 바꿨을 때 찍어 놓은 사진이 있었다.

 

와이너리 홈페이지에서 퍼온 보틀 쉐입. 확실히 마시기 전에 와인병 사진부터 찍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Cantina Terlan, Winkl Sauvignon 2018 Alto Adige / 칸티나 테를란 빙클 소비뇽 2018 알토 아디제

 

풋풋한 풀 향기에 백후추 같은 스파이스가 은은하게 묻어난다. 흰 자두 과육, 레몬 라임 시트러스, 감귤, 그리고 연기 같기도 하고 시냇물 같기도 한 미네랄리티. 입에서는 비교적 부드러운 입맛에 둥근 질감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뉴질랜드 소비뇽의 날 선 느낌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이 와인은 신맛이 예쁘게 살아있으면서도 온화하고 원만한 인상이랄까. 미디엄(풀) 정도의 바디에 구조감이 느껴지며, 잔잔한 여운이 비교적 길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와인이다. 블라인드로 마신다면 프랑스 루아르의 소비뇽이라고 생각할지도.

 

손 수확한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해서 자연적으로 정제한 후 온도가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천천히 발효한다. 효모 찌꺼기와 함께 8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0%는 커다란 나무통에서 7-8개월 간 숙성 후 병입한다. 

 

 

이 와인을 '윙클'이라고 읽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수입사의 공식적인 발음은 '빙클'이다. 알토 아디제는 오스트리아/스위스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으로 독일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식 발음하는 게 맞아 보인다. DOC 명도 쉬드티롤(Südtirol)이라고 병기할 정도니까.

 

칸티나 테를란은 이탈리아 동북부 알토 아디제 지역에 1893년 설립된 와이너리다. 24명의 혁신적인 양조자들이 독일 라인가우에서 품종 별 포도밭 관리법과 와인 양조법을 배워왔고, 포도밭 주인의 영향에서 벗어난 자율적인 양조를 위해 공동으로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알토 아디제의 기후가 화이트 와인에 더욱 잘 맞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들은 레드 와인 중심이던 식재 비율을 화이트:레드=8:2의 비율로 재편했다. 최근까지도 그 비율은 7:3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고.

 

현재는 140여 명의 생산자가 모여 170ha의 포도밭에서 연간 150만 병 정도의 와인을 생산한다. 협동조합 형태이지만 양적 생산을 중시하는 일반적인 협동조합과는 달리 설립 초기부터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퀄리티 와인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매 빈티지마다 500병의 와인을 기술 및 품질 개선 연구를 위해 따로 보관한다. 이렇게 따로 보관하는 와인이 10만 병에 이르며, 그중에는 설립 초기인 1893년 빈티지도 있다니 대단한 전통이다. 엔트리급인 트래디션(Tradition)부터 모든 와인을 믿고 구매할 만한 생산자.

 

 

마신 장소는 요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제법 핫 플레이스가 된 서강대 부근 요수정.

 

'뿌세계 와인'을 비롯해 넷이서 다섯 병의 와인을 마셨는데 사진은 왜 이것밖에 없는 걸까...

 

 

마신 와인들의 인상만 간단히 적어 보면,

 

샤토 메종 블랑슈(Chateau Maison Blanche)는 매콤한 스파이스와 커런트, 검붉은 베리 풍미가 제법 밀도 있게 드러난다. 명확한 과일 풍미와 가볍게 곁들여지는 오크 뉘앙스에 드라이한 입맛이 스타일을 잘 살린 보르도 와인이다. 크뤼 부르주아 받을 만한 듯. 부부의 세계 덕에 나오자 첫 물량은 풀리자마자 완판 되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래서인지 가격은 살짝 비싼 듯싶다. 내가 들었던 구입가라면 다른 대안이 많이 있다. 난 뿌세계 팬이 아니니까.

 

공크 시비 피노(Gonc Sivi Pinot)는 명색이 오렌지 와인인데 너무 단순하고 특징이 덜 드러나는 것 같아 좀 아쉬웠다. 하지만 입문자에게는 외려 적절할 수 있을 듯. 주방에서 요리에 매진하시느라 땀을 흘리며 나오신 셰프님께 한 잔 드리니 너무나 맛있게 꿀꺽꿀꺽 하시더라는. (달지는 않지만) 사탕 같은 인상에 레이블도 예쁘고, 트위스트 캡이라 오픈도 편하니 피크닉용으로 지참하기 딱 좋을 듯.

 

실레니 플라토 그랜드 리저브 피노 누아(Sileni Plateau Grand Reserve Pinot Noir)를 마셔 보니 역시 내 입맛에는 엔트리급인 셀라 셀렉션(Cellar Selection)이 더 잘 맞는 듯. 예전에도 요 와인을 몇 번 마셔봤는데 너무 두툼하고 검은 느낌이 강해서 피노 특유의 섬세한 붉은 과실 느낌이 덜 산달까. 그냥 괜찮은 와인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나에게 괜찮은 '피노'는 아니다. 실레니의 최상급 피노는 좀 다르려나ㅋㅋ

 

오랜만에 마신 트라피체 이스카이(Trapiche Iscay)도 좋았음. 여전히 오크와 과일의 밸런스, 풍미의 구조감, 바디, 여운 모두 훌륭. 대형 생산자들의 상급 와인들도 잘 묵혀서 마시면 더욱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듯. 가정집에서 그렇게 보관할 만한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는 게 문제지만.

 

 

오마카세로 제공되는 요수정의 코스 요리들도 모두 굿. 확실히 술 마시기 좋은 곳이다.

 

멜론 위에 하몽.

 

 

꽃처럼 쌓인 농어회.

 

 

바질 페스토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가리비 관자.

 

 

고기 질감 훌륭한 미트볼.

 

 

크림소스를 곁들인 치킨.

 

어떤 분이 크림소스를 바닥 보일 때까지 박박 긁어 드시던데 ㅋㅋㅋㅋ

 

 

버섯 리소토.

 

 

봉골레 파스타.

 

 

디저트로 3가지 종류의 발로나 초코를 쓴 케익. 고기 없이 풀바디 레드인 이스카이가 그대로 남아서 당황했는데, 다행히 요 초코 케익이 상당히 괜찮은 조합을 보였다.

 

 

요수정, 모임하기 참 좋은 곳이다. 요리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다. 오래오래 단골 삼아야지ㅋ

 

 

20200731@요수정(광흥창역-대흥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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