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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슈퍼 프리미엄 크래프트 진, 몽키 47(Monkey 47)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5. 24.

슈퍼 프리미엄 진, 몽키 47(Monkey 47). 국내에 유통되는 진 중 가장 비싼 진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레이블의 원숭이가 레알 잔망스러워 보인다. 

 

어쨌거나 몽키 47은 독일 북부에 위치한 검은 숲에서 만들어진다.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가 바로 검은 숲이라는 뜻. 47은 사용한 보태니컬(botanicals) 수이며, 알코올 함량 또한 47%로 맞췄다. handcrafted, unfiltered라는 표현 또한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

 

하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가격이다. GS25 스마트오더(와인25+), 이마트 스마트오더, 와인앤모어 등에서 99,000원에 팔린다. 보통 저렴한 진은 1~2만 원대, 프리미엄 진이라고 해도 3~5만 원 정도가 일반적인데, 몽키 47은 9.9만 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용량이 500ml라는 거다. 일반적인 진의 용량은 700ml니까, 700ml 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몽키 47의 가격은 138,600원이 된다.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물론 오크 숙성하는 위스키나 코냑이라면 저 가격이라도 망설임 없이 구매하겠지만, 화이트 스피릿인 진이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니 솔직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보통 진 토닉을 만들 때 45ml의 진을 사용한다고 치면, 잔당 가격은 8,910원이 된다. 여기에 피버-트리 토닉 워터와 라임 한 조각을 사용하면 집에서 마시는 진 토닉 한 잔의 원가가 12,000원에 육박한다. 와, 집에서 마시는 칵테일 한 잔 값으로는 확실히 좀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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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궁금하잖아.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가격이 이렇게 비싼 거지? 그래서 와인25+에서 15% 할인 쿠폰을 주길래, 그걸로 구매해 봤다. 그래서 84,150원.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공식적인 루트로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구입 시점은 '22년 4월이다. 최근에는 15만 원 이상 구매 시 3만 원 할인 쿠폰도 있어서 5만 원 정도의 다른 술과 함께 구매하면 대략 8만 원 정도 가격에 살 수 있다.)

 

몽키 47은 영국 드라이 진의 정통성, 인도의 이국적인 풍미, 슈바르츠발트의 깨끗함을 한 병에 담았다고 한다. 사용한 47개의 보태니컬(botanicals) 중 1/3 정도는 검은 숲에서 채취했다. 47가지 재료 중 상당수는 다른 진에서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재료라는데, 무엇을 사용했는지 속 시원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다.

 

 

Home | Monkey 47 – Schwarzwald Dry Gin

Admittedly, it appears somewhat eccentric to claim that a recipe of gin has the power to unite great British traditions, the spices of India, and the rich landscape of the Black Forest.

monkey47.com

하지만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홈페이지의 보태니컬 메뉴를 보면 27가지의 허브와 열매, 향신료 등이 소개돼 있는데, 아마도 이것들이 사용되는 47가지 허브 중 일부가 아닐까 싶다.

 

백 레이블에도 유사한 설명이 간략하게 적혀 있다.

 

하지만 설명보다 더 눈을 잦아 끄는 건 각종 숫자들. 병입 년월과 디스틸러, 배치 넘버와 보틀 넘버가 적혀 있다. 역시 프리미엄 진이다 보니 몇 번째 배치의 몇 번째 보틀인지 명확히 표시하는 듯.

 

최고의 진을 만들기 위해 증류기부터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증류기가 상당히 뻑적지근해 보인다.

 

마개는 T형 오크다. 손잡이 부분과 병에 들어가는 부분을 접합한 형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통짜다.

 

독특한 것은 병마개 중간에 반지같이 생긴 금속 링이 걸려 있다는 것, 쉽게 빠지기 때문에 사이즈만 맞으면 진짜 반지처럼 착용할 수도 있다. 혹은 목걸이에 걸어도 제법 예쁠 듯. 알중인증 액세서리 되시겠다ㅋㅋㅋ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링에 적인 EX PLURIBUS UNUM은 'one out of many'라는 뜻이다. 47종류나 되는 보태니컬로 하나의 진을 완성했다는 자부심의 표현인 듯. 참고로 Ex Pluribus Unum은 미국의 모토이기도 하다고.

 

이제 맛을 볼 차례. 언제나처럼 화이트 스피릿은 리델 비눔 스피릿 글라스로 맛본다.

 

마개를 열자 잔에 따르기도 전에 진 특유의 시원한 향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온다. 잔에 따라 살짝 코를 대니 향긋한, 신선한, 깔끔한, 풋풋하고 싱그러운... 등 각종 긍정적인 형용사들이 쏟아진다. 주니퍼베리 특유의 향에 오이 같은 물이 많으면서도 싱그러운 느낌도 있다. 입에 넣으면 후추, 카다멈 등 가볍게 톡 쏘면서 복합적인 풍미의 스파이스가 강하게 드러나며, 상큼하면서도 살짝 쌉쌀한 시트러스 필 같은 뉘앙스가 뒤를 받친다. 슬슬 돌려가며 맛을 보는데 의외로 해초(?!) 같은 요오드 힌트도 거슬림 없이 묻어나는 듯. 

전반적으로 대단히 복합적인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는 품격 높은 진인 건 확실하다.

 

이번에는 진토닉으로 즐길 차례. 보통은 라임 주스를 5ml 정도 넣는 편이지만, 처음이니만큼 생략하고 라임 슬라이스 한 조각만 넣었다. 토닉 워터는 피버 트리 라이트 토닉(Fever-Tree Light Tonic)을 사용.  

토닉을 섞으니 기존의 풍미와 함께 향긋한 흰 꽃 향기와 포도 같은 녹색, 노란색 과일 풍미가 더욱 예쁘게 살아난다. 와, 진토닉으로도 진짜 맛있구나... 역시 손에 꼽을 만한 진이다.  

 

하지만 역시 할인해도 8만 원 언저리라는 비싼 가격은 부담이다. 그 가격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마틴 밀러 진(Martin Miller's Gin)이나 텐커레이 넘버 텐(Tanqueray No. 10)을 살 것 같다. 두 병을 함께 사도 마틴 밀러 진 한 병 값이랑 비슷하거나 더 싸니까. 

좋은 경험 했다. 나중에 갑자기 땡기면 한 병쯤은 더 사게 될 지도.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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