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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Upright Brewing & Cascade Brewing Tasting / 업라이트 브루잉 & 캐스케이드 브루잉 시음회 @ 와인&모어(한남점)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4. 22.


오랜만에 찾은 Wine & More 한남점. 오늘은 와인 시음이 아닌 크래프트 비어 시음.


와인&모어 청담점과 한남점 카톡플친 등록을 하면 무료 시음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참가비도 없는데 엄청난 와인/맥주/위스키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 핵이득 테이스팅이니 '와/맥/위덕'이라면 필히 등록하도록 하자.





오늘의 맥주는 업라이트 브루잉(Upright Brewing)과 캐스케이드 브루잉(Cascade Brewing). 둘 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 주 포틀랜드(Portland)에 위치한 양조장이다. 와인맥덕들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포틀랜드는 인구 60만의 작은 도시인데 맥주 양조장은 80여개나 있다. 80년대 양조장에서도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크래프트 비어가 융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요 부근이 맥주의 재료가 되는 홉과 보리의 주산지라는 점도 큰 이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아,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의 경계에 있는 요 지역은 와인 산지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조금만 북으로 올라가면 시애틀이니 질좋은 커피까지 즐길 수 있다. 맥주, 와인, 커피까지 원샷(?)에 해결.


음... 언젠가 꼭 가 보아야 할 동네다.




어쨌거나 테이스팅 시작.


업라이트 브루잉(Upright Brewing)은 2009년 알렉스 가넘(Alex Ganum)이 설립했다. '업라이트'라는 이름은 유명한 재즈 뮤지션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의 악기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세종(Saison) 스타일에 기반을 둔 팜하우스 에일(farmhouse ale)을 생산하는데, 자유로운 찰스 밍거스의 음악처럼 다양한 실험을 통해 북미의 스타일을 더하고 있다. 업라이트 브루잉은 '일반적인 세종의 화려한 스타일에서는 조금 벗어난 차분한 생산자'라는 게 퐁당 대표님의 평가. 예전에 신사동 퐁당에서 다른 라인업들을 시음한 것이 나와의 첫 만남이었다.




Upright Brewing, Saison Vert / 업라이트 브루잉 세종 베르트
밝은 금빛에 잔잔한 기포. 이름 때문인지 그리니(greeny)한 인상이 느껴진달까. 화사한 허브티와 정향 뉘앙스, 잘 끓인 보리차 같은 맥아의 구수한 단맛. 입에서는 생각보다 드라이하며 핵과와 라임 등 가벼운 과실 풍미와 함께 이스트 풍미와 농가향이 감돈다. 가벼운 쌉썰함과 알싸한 스파이스의 여운이 비교적 편안한 에일. 시간이 지나 온도가 올라가면 농가 뉘앙스가 좀더 명학하게 드러난다. 팜하우스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너무 차게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말린 블랙 라임과 밀이 첨가되었으며 세 가지 세정 효모를 블렌딩한 하우스 이스트를 사용했다. 오픈 뱃(open vat)에서 발효하며 보틀 컨디셔닝(bottle conditioning), 그러니까 병에서도 2차 발효가 된다. 시간을 두고 숙성하면 계속해서 다른 매력을 보여줄 스타일. 알코올 4.75%




Upright Brewing, Supercool IPA / 업라이트 브루잉 슈퍼쿨 아이피에이
처음 코를 대면 American IPA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홉 향이 가장 먼저 드러난다. 입에서도 마찬가지. 소나무(송진), 화한 허브, 자몽, 시트러스 속껍질. 온도를 올리며 슬슬 스월링을 하면 복합적인 농가향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앞의 맥주보다는 확실히 구조감이 좋고 강한 쌉쌀함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세종의 풍미 보다는 IPA 쪽에 방점이 찍힌 스타일.

'슈퍼쿨'은 초저온 발효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정확한 온도는 밝히지 않는다고). 온도가 매우 낮으면 발효가 어렵기 때문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할 듯. 블렌딩한 세종 하우스 이스트를 사용해 IPA 스타일로 양조했다. 사용한 홉은 치눅(chinook), 캐스케이드(cascade), 크리스탈(crystal), exp. 7270, exp. 331 등 다섯 가지. 알코올 6.5%




Upright Brewing, Saison Burge / 업라이트 브루잉 세종 브루지 (다크)
콜라 같은 컬러에 베이지 헤드가 제법.. 기포가 풍성하다. 은근한 토양 향에 블랙커런트, 검은 베리 등 과일 풍미. 입에 넣으면 비율 높은 카카오의 드라이함이 느껴지며 이스티함이 마치 신나(thinner)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뭔가 아로마키트(le Nez de Vin)에서 맡았던 향들의 집합체 같은 느낌이랄까. 시간이 지날 수록 카카오와 약배전 원두 같은 스모키한 구수함이 강해진다.

겨울에만 출시되는 시즈널 제품으로 Meridian Cacao의 카카오 닙스가 첨가된 다크 세종. 다크 세종이라는 장르 자체가 쉽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풍미 또한 오묘해 다크 비어 러버라면 경험해 볼 만 하다. 알코올 7.0%




캐스케이드 브루잉(Cascade Brewing)은 1988년 오너인 아트 라랑스(Art Larrance)와 브루마스터 론 갱스버그(Gansberg)가 그들의 40년 경험을 쏟아부어 설립한 와이너리다. 그들은 홉 풍미만을 부각하는 맥주에 피로감을 느끼고 다른 감각적 즐거움을 주는 맥주를 만들고 싶었다. 그 결과 그들이 만들게 된 것이 바로 배럴 에이지드 사우어 에일(oak-aged sour ale). 2006년 1년에 걸친 연구 끝에 베이스 맥주를 만들어냈고 현재는 포틀랜드의 사우어를 대표하는 강자로 우뚝 섰다. 앞서 소개한 업라이트 브루잉의 경우 벨기에/프랑스 세종 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캐스케이드는 의식적으로 벨기에/프랑스 스타일과는 거리를 둔다. 캐스케이드는 정해진 레시피보다는 그들의 직관과 감성을 기반으로 맥주를 만든다. 또한 주변 지역에서 생산하는 풍부한 과일과 주변 와이너리에서 사용한 오크 배럴들을 양조에 활용한다. 




Cascade Brewing, The Vine Northwest Style Saur Ale 2015 / 캐스케이드 브루잉 더 바인 2015
오묘한 형광 연두 노랑색에 기포는 부드럽고 잔잔하다. 향긋하고 화사한 꽃과 머스키한 청포도, 열대과일의 달콤 시큼한 뉘앙스. 입에 넣으면 정신이 확 나는 산미와 함께 알싸한 시트러스와 농가 뉘앙스가 느껴진다. 미감은 드라이하지만 드라이하지 않다(?). 이름처럼 와인 같은 풍미.

화이트 와인 배럴에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포도를 넣고 16개월 이상 숙성시킨 사우어 윗과 블론드 에일을 블렌딩한 맥주. 2015년은 기온이 높아 리치, 열대과일, 청포도의 진한 향과 스파이시한 여운이 잘 느껴진다고. 알코올 10.1%




Cascade Brewing, Elderberry Northwest Style Saur Ale 2015 / 캐스케이드 브루잉 엘더베리 2015
반질반질한 질감, 아주 밝은 콜라색에 오렌지 빛이 감돈다. 코를 대면 마치 젖갈을 넣은 익은 김치 같은 발효 힌트(정말 힌트다, 전체를 주도하는 게 아니니 오해하면 안됨), 가죽과 동물성 숙성향, 검붉은 과일, 라즈베리, 화한 허브, 시나몬과 정향. 시큼하면서도 깔끔한 산미는 이날 마신 맥주들 중 가장 강한 듯. 나중에 마지막 남은 효모 찌꺼기가 많은 것을 받으니 막된장 같은 풍미도 느껴지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맥주.

레드 와인 배럴에 12-24개월 숙성시킨 맥주에 말린 엘더베리, 향신료 등을 넣고 5-12개월 추가 숙성한 맥주. 알코올 7.0% 


 

Cascade Brewing, Sang Royal Northwest Style Sour Ale 2013 / 캐스케이드 브루잉 상 로얄 2013
가넷 컬러에 밝은 림, 반짝이는 질감. 요건 탄산이 진짜 적어서 완전 와인 같다. 폭시한 포도와 은근한 나무 향, 바이올렛, 정향&시나몬 힌트. 입에서는 자두, 매실, 검은 체리 등의 과실 풍미가 잔잔하게 드러난다. 정제된 인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힘이 느껴진다. 바디는 두툼하고 구조감이 좋으며 피니시에 남는 신맛까지 진정 와인 같다.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배럴과 포트 와인 배럴에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넣고 30개월 동안 숙성한 레드 에일. 알코올 10.12%. 와인 동호회에 가져가면 어떤 반응일 지 궁금하다.


캐스케이드의 맥주들은 전반적으로 맥주라기보다는 와인 같은 인상을 주는 에일들이었다. 와인 러버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하지만 문제는 가격.



참고로 사우어 에일들은 발효 과정에서 신맛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발효 전 매싱 과정에서 원하는 산도를 이끌어낸다(sour mashing). 쉽게 말해 유산균을 넣어 원하는 정도로 시큼하게 만든 후 발효한다는 얘기. 사우어 에일과 함께 즐기는 안주들은 주로 클램 차우더 같은 스튜나 스프(속이 아리니까), 혹은 와인 안주로도 자주 제공되는 햄(콜드 컷츠)&치즈 등이다. 이열치열 식으로 피클 같은 신 음식을 매칭하는 경우도 많은데 퐁당 대표님은 현지 양조장에서 김치랑 매칭하는 것도 봤다고 한다!!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맥주들 덕분에 즐거운 자리였음. 물론 이후의 2,3차는 더욱 즐....






20170417 @ 와인앤모어(한남점)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맥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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