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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바이주·중국술

우란산주창, 정품 이과두 백주 15년 진량 / 牛栏山酒厂, 精品 二锅头 白酒 15年 陈酿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8. 2. 20.


육중한 사각 병에 든 백주.




천으로 싼 마감이 참... 고풍스럽다고 하기엔 너무 촌스럽다. 하지만 뭐 내용물만 훌륭하다면야.




지난 번에 마신 백년 우란산 5년 진량과 같은 우란산주창에서 만든 이과두주다. 


이과두주는 그야말로 두 번째 솥(锅)의 술을 말하는 것으로 증류시 불순물이 많은 첫번째 솥과 순도가 낮은 세 번째 솥을 제외하고 가장 양질의 두 번째 솥의 술을 사용해 만든 술이라는 의미다. 위스키로 치면 헤드(head)와 테일(tail)을 제거하고 미들컷(middle cut)만 사용하는 것에 견줄 수 있으려나. 이과두주는 양질의 바이수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마오쩌뚱의 명령에 의해 만들어진 술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저 진량(陈酿)이라는 표기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다. 사전적 의미는 '오래 묵혀 진하고 향긋한 술'인데 그렇다고 위스키처럼 블렌딩 최저 숙성 연한을 표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외려 사용된 술 중 최고 숙성 연한을 표기하는 건지, 혹은 다른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 구글링으로도 잘 안 나오니 답답할 뿐이다. 한국에서 백주 공부할 수 있는 책은 없을까.



알코올 52%, 향형은 청향형(淸香型). 질량등급(质量等级) 우급(优级). 


청향형은 바이주를 분류하는 (기타형을 제외한) 네 가지 향형 중 하나다. 깨끗하고 산뜻한 맛이 특징으로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시원하게 한다. 흔히 보이는 농향형에 비해 단맛이 미세하고 자극적이며 쓴 맛이 강하다. 질량등급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검색해도 중국쪽 문서만 나옴ㅠㅠ 진량, 질량등급... 알려주세오;;;





재료는 정제수와 고량만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병울 열려고 보니 병마개가 병과 일체형(?!)이다. 손으로 돌려 딸 수도 없고, T캡처럼 위로 뽕 딸 수도 없는 형태. 자기(도기?) 형태의 몸체와 뚜껑이 완전히 붙어 있어서 사람 힘으로 열기는 힘들어 보인달까. 그렇다고 오픈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난감해하다가... 




병 목에 걸려 있는 요 녀석에 눈길이 갔음. (사진은 이미 오픈한 후에 찍어서... 뚜껑이 붙어 있는 상태로 사진을 찍었어야 이해가 더 쉬울 텐데ㅠㅠ) 


 


뒷면엔 복 밖으라고 복 복(福)자가 써 있는데... 이렇게 사람 난감하게 해 놓고 복자 딸랑 써 놓으면 다냐.. (버럭!) 어쨌거나 짧은 열쇠처럼 생긴 저 금속을 이리 저리 넣어 보고 두드려 보고 하다가... 사진에 보이는 병목의 틈새(흰 부분과 흰 부분 사이의 공간)에 넣고, 지렛대의 원리를 생각하며 힘껏 눌렀더니,




요렇게 뚜껑이 똑, 떨어졌음. 사진으로도 보이지만 틈이 있다고는 해도 붙어 있는 부분이 더 많고, 제법 야물게 붙어 있어서(아니, 정확히는 애초부터 몸체와 뚜껑이 함께 양생되어 있어서) 힘 약한 사람은 못 열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름 위조방지 캡인 것 같긴 하지만... 우리 이러지 말자. 술 한잔 먹는데 이렇게 힘들게 해서야 쓰나-_-;;;



어쨌거나 술 맛은, 괜찮았음.



우란산주창, 정품 이과두 백주 15년 진량 / 牛栏山酒厂, 精品 二锅头 白酒 15年 陈酿 

처음엔 높은 알코올과 함께 쎄- 한 느낌이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느낌. 게다가 톡 쏘는 스파이스와 화한 허브 뉘앙스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음, 외려 동네 중국집에서 마시는 125ml 짜리 저렴한 이과두주보다 넘기기가 훨씬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 녀석은 독하긴 해도 최소한 슥 넘어가긴 하는데... 이 녀석은 독한 것이 풍미의 밀도만 높아서 부담스럽기만 하달까. 어쩔 수 없이 고기 안주에 조금씩 홀짝거리는데 어라 이 녀석, 시간이 지날 수록 상쾌하고 시원하게 느껴지며 제법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빈 잔에서는 달콤한 과일향이 강하진 않지만 가볍게 드러나고 약간의 숙성 뉘앙스 또한 괜찮은 여운을 남긴다. 정리하면 기본적으로 깔끔하고 청량한 인상에 달콤한 배 같은 힌트, 그리고 복합적인 피니시가 살짝. 괜찮군. 양장피 먹을 때 마시면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이. 


그나저나 청향형의 대표주자라는 분주를 마셔 보고 싶구만.





이렇게 또 따뜻한 햇살 아래 남도에서의 연휴가 흘러가고.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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