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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와랑 모임 @레트루아(Les Trois)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8. 3. 16.



간만에 와인 모임. 



모두 예쁘게 빠진 아름다운 라인업이지만,



단연 주인공은 이 녀석. Domaine Edmond Vatan, Sancerre "Clos La Neore" 2007. 장박님이 미국에서 공수해 온 녀석인데 그 샵에도 요 빈티지는 딱 한병 남아 있었단다. 07은 에드몽 바탕의 손길이 닿은 마지막 빈티지. 이 빈티지를 마지막으로 딸 Anne에게 양조(경영?)을 넘긴 후 완전히 은퇴했다고.




어쨌거나 먹고 마시는 데 집중했으므로 메모를 중심으로 간단히 인상만.



Domaine Rolet Pere & Fils, Cremant du Jura Brut 2012

자리에 앉자 마자 정신 없는 사이에 쥐라 크레망 한 잔. 내추럴 생산자라는데 그런 뉘앙스가 강하진 않았고, 달콤한 핵과 풍미에 어우러지는 가벼운 이스트 뉘앙스. 비교적 두툼한 바디와 부드러운 질감. 맛있었음. 사고 싶다.





Alex Gambal, Saint-Aubin 1er Cru En Remilly 2015

좋은 오크를 쓴 듯, 달콤한 바닐라와 열대 과일 같이 향긋한 뉘앙스, 스모키 커피 힌트가 매력적인 첫 인상을 선사한다. 코에서는 완숙한 과일 아로마가 드러나는가 싶더니, 입에선 상큼한 시트러스 산미가 산뜻한 미네랄과 함께 적절하게 터진다. 미디엄풀 바디에 여운이 비교적 짧아서 아쉬웠지만 정갈한 기운이 마음에 든다. 이 와인의 현 상태에서의 미덕은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향. 좀 더 익으면 어떻게 될 지 궁금.





Domaine Edmond & Anne Vatan, Sancerre "Clos La Neore" 2007

오늘의 주인공.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첫 느낌에 코르키 같은 뉘앙스가 살짝 감돌았다. 미세 코르키이거나, 혹은 내가 디텍팅을 잘 못했거나;;; 어쨌거나 향과 풍미가 완전히 가려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피어나는 상황도 아니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화함, 그리고 매콤한 인상이 향기를 좌우하는 반면 코에서부터 입으로 이어지는 유자, 금귤 같은 시트러스 풍미는 의외로 섬세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은근한 플레인요거트/치즈 뉘앙스가 추가되고 완숙한 자두와 파인애플이 연상되는 과일 풍미 또한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느껴지는 미네랄리티...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화속인가. 안 좋은 컨디션임에도 온도가 변화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만나보고 싶은 와인이다.



무슨 사이다 병 처럼 생긴 보틀에 이런 엄청난 와인이 담겨 있다니. 디디에 다그노, 니콜라 졸리 등 루아르의 명성 높은 생산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생산자로 꼽는 사람이 에드몽 바탕이라더니 명불허전. 할많하않. 




이 와인을 마시는 게 너무나 감격스러웠던 나머지 자료까지 정성껏 작성해 온 W수입사의 최과장님 감사ㅋㅋㅋㅋ





Domaine Saurigny, Plexus ??

뿌연데 묘하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다홍빛이다. 석류 등 레드 베리의 향은 상큼 알싸하다. 입에서의 산미는 적당하고 나무의 수렴성이 가볍게 느껴진다. 요즘 핫한 내추럴 와인 수입사 뱅베에서 수입한다는데 상당히 괜찮다. 레드와 화이트 품종을 섞어서 양조했다는데 세부 내용은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ㅋㅋㅋ 소뮈르 지역에서 만든 듯 하지만 등급은 당근 Vin de France. 물론 등급은 아~무 상관 없다. 맛있다.





G. D. Vajra, Barolo Bricco delle Viole 2008

(특별히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님에도 이탈리아 여행의 추억과 함께)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생산자와 와인. 브리코 델레 비올레는 바롤로 마을의 손꼽히는 크뤼 중 하나이기도. 나무향과 함께 블랙커런트, 매콤한 스파이스, 바이올렛, 타르 미네랄이 밀도 높게 올라온다. 입에 넣으니 검붉은 과일 풍미와 함께 감초, 민트 같이 화한 느낌도 일부 드러나는 듯. 약간은 투박한 듯 하지만 넘치는 생동감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좀 더 익으면 좀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을 듯. 같은 빈이 셀러에 있는데 좀 더 묵혀야겠구만 ㅋㅋㅋㅋ 이 와인 좋아하는 줄 알고 특별히 챙겨 준 최과장님, 감사합니다 :)





Chateau Giscours 2008 Margaux

마고의 그랑크뤼 클라세 3등급, 샤토 지스쿠르. 등급에 비해서는 저평가되고 있고, 그 덕에 가격은 비교적 접근 가능하지만, 그렇기에 또 (그랑 크뤼 클라쎄 중에) 가성비는 좋다는 평가를 받는 아이러니한 와인 ㅋㅋㅋㅋ 진한 검은 베리 풍미에 커런트, 모카, 감초 등 전반적으로 검은 계열의 풍미에 매콤한 캡시컴과 후추가 양념을 뿌린다. 입에서는 제법 탄닌감이 느껴지지만 질감은 부드러워 그야말로 벨벳 같다. 피어난다. 직관적이다. 절정이다. 요 얼마 전에 마셨던 브라네르 뒤크뤼 08은 좀 아쉬웠는데 이 녀석은 진정.... 엑설런트!





Nicolas Catena Zapata 2010 Mendoza

처음 만나는 카테나 자파타의 아이콘 와인,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 멘도자 하면 말벡이 연상되지만 이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75%를 중심으로 말벡 25%를 블렌딩했다. 블렌딩 비율은 매해 미세하게 조정되지만 카베르네가 중심인 건 맞는 듯. 처음 코를 대면 솔과 민트 허브의 화함이 느껴지며 감초 등의 약재와 가죽 힌트도 가볍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마치 밀크티 처럼 벨베티한 질감의 풀 바디. 강한 인상이지만 어딘가 온화하며 부드럽고 검붉은 베리의 진한 풍미 속에 향긋한 꽃 향기가 감돈다. 와, 진정 매력적인 와인인데... 마지막 와인이라 즐길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게 아쉬울 뿐.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봤으면 좋으련만. 딸넴 빈티지인데 이런 걸 묵혀 볼까♥




같이 먹은 음식들.



비주얼은 불고기 굽기 전을 연상시키지만 상당히 맛있었다. 두 개 먹고 더 먹음 ㅋㅋㅋㅋ




역시 중간에 들어 있는 뱅어포가 정겹다. 추억 돋는 플레이팅.




실시간 해장 홍합.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파스타1(이거 소스가 뭐였더라......)과,




와인을 쓴 라구 소스로 만든 파스타2.




고기는 언제나 옳다.




남은 와인을 위한 안주로 내어 주신 올리브와 토마토, 그리고 견과류 등등.





이쁜 잔에 남긴 티는 남은 와인 마시느라 다 마시지도 못하고 입가심만 했음.



그러고 보니 모인 날이 역사적인 그네님 탄핵 1주년 이브였음. 게다가 모임 장소가 '코드명 길라임'으로 유명한 차움의 3층 레스토랑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일 때문에 레트로아의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어쩔ㅠㅠ 그래서 요즘 콜키지 프리 행사도 상시 진행하신다고.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으니 자주 이용하고 싶네. 





아름다운 라인업. 그리고 슬쩍 드러난 냥이의 모습;;;


조만간 또.




20180309 @ 레 트루아(Les Trois)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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