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대만을 대표하는 증류소, 카발란(KAVALAN) 위스키 5종 시음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2. 11.

가지고 있는 카발란(Kavalan) 위스키 다섯 종을 이틀에 걸쳐 시음했다. 아는 분들께 바이알 나눔을 해서 보틀 별로 1/5 정도만 남아 있지만 맛을 보는 것은 처음.

 

 

세계적인 증류소가 된 대만 증류소, 카발란(KAVALAN)

어쩌다 보니 모으게 된 카발란(KAVALAN) 5종. 솔리스트(Solist) 시리즈 네 병중 750ml 세 병은 2년 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1L 한 병은 대만 타오위안 공항 면세점에서, 그리고 셀렉트(Select)는 와인앤모

wineys.tistory.com

카발란 증류소의 역사와 특징에 대한 소개는 위 포스팅 참고.

 

 

기본급이라고 할 수 있는 알코올 함량 40% 짜리 셀렉트(Select) 1종과 하나의 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물로 희석하지 않고 병입하는 싱글 캐스크 스트렝쓰(Single Cask Strength) 시리즈인 솔리스트(Solist) 4종.

 

 

셀렉트는 와인앤모어에서 구입했고, 솔리스트 시리즈인 포트 캐스크(Port Cask), 익스 버번 캐스크(ex-Bourbon Cask),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Oloroso Sherry Cask)는 인천공항 면세점, 비노 바리끄(Vinho Barrique)는 대만 타오위안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했다. 최근 해외여행 가기가 어려워지면서 제주 면세점에서 카발란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 테이스팅을 해 보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응형

 

첫날은 기본급인 셀렉트와 비노 바리크 2종. 각 15ml씩 시음했다.

 

 

카발란 디스틸러리 셀렉트(Kavalan Distillery Select). 기본급이니만큼 글렌캐런 잔에 마셨다.

 

 

2018년 12월 5일에 병입한 보틀이다. 현재 홈페이지에는 셀렉트가 1과 2로 구분돼 있는데 내가 구입한 보틀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아마도 구분되기 전 출시한 셀렉트 원조(?) 보틀인 듯. 홈페이지에는 숙성기간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없으나 전 마스터 디스틸러가 세미나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주로 세컨드 필 캐스크에서 4년 정도 숙성한다고 한다.

 

 

KAVALAN, Single Malt Whisky Select
카발란 셀렉트, 알코올 40%, 

 

밝은 앰버 골드 컬러. 코를 대면 향나무같이 부드러운 침엽수와 바닐라의 탑 노트. 뒤이어 톡 쏘는 스파이스와 노란 과일, 열대 과일 캔디 같은 향. 입에 넣으면 살짝 날카로우면서도 가벼운 첫인상. 짭조름한 미감과 달콤한 버터스카치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조금은 익숙한 느낌의 편하게 마시기 좋은 위스키. 나쁘진 않지만 와인앤모어 구입가(할인해서 8.5만 원)를 생각하면 다른 대안이 많아 보인다.

 

 

카발란 케이스 뒷면에는 증류소와 위스키에 대한 소개가 적혀 있다. 

 

 

솔리스트 비노 바리끄(Solist Vinho Barrique). 솔리스트 시리즈는 케이스부터 묵지근하다. 어찌 보면 촌스럽지만 이런 게 또 눈길을 잡아끄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안쪽에는 셀렉트와 마찬가지로 증류소와 위스키 소개. 다른 솔리스트 시리즈들도 동일하다.

 

 

바리크에서 숙성을 시작한 날은 14년 1월 22일. 보틀링 넘버는 153병 중 22번. 병입을 2019년 11월 25일에 했으니 5년 10개월 정도 숙성한 셈이다.

 

 

사용한 잔은 리델 퍼포먼스 스피릿 글라스.

 

KAVALAN, Single Malt Whisky Vinho Barrique Solist Single Cask Strength (1000ml)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 바리크 알코올 57.1%, 통입 20140122 → 병입 20191125 (5년 10개월 숙성)

 

붉은빛이 진하게 감도는 짙은 브라운 앰버 컬러. 잘 익은 자두, 캔디드 체리, 감초 향이 알코올을 타고 강하게 치고 올라온다. 조심스럽게 입에 머금으면 부드러운 바닐라 오크와 말린 검은 베리 풍미, 크리미한 질감이 마치 와인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뒤이어 달달한 흑설탕 힌트와 너티 피니시. 강건한 구조감과 묵직하고 중후한 인상. 시간이 지나며 토스티에서 스파이시, 플로럴까지 다층적으로 변화하는 향도 마음에 든다. 솔리스트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비노 바리끄에는 WWW(World Whiskies Awards)의 수상 내역이 담긴 인증서가 동봉돼 있다. 역사가 짧은 만큼 이런 국제 대회에서의 수상 실적이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을 듯.

 

 

당연한 결과겠지만 비노 바리끄의 압승. 천천히 아껴 마셔야겠다.

 

 

둘째 날은 솔리스트 시리즈 3종 시음. 

 

 

잔도 종류별로 준비했다. 왼쪽부터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애니버서리 다이제스티브,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애니버서리 크리스탈 위스키, 리델 비늄 싱글 몰트 글라스. 같은 잔에 마셔야 잔에 의한 베리에이션이 없어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어차피 집에서 여흥으로 하는 테이스팅이니까... 오래간만에 다양한 글라스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안주도 준비했다. 친구가 정성껏 만들어 준 금귤정과와 오랑제리인데 간단한 위스키 안주로 제격이다.

 

 

케이스는 같은 모양에 컬러만 다르다. 포트 캐스크에만 수상 인증서가 들어있다.

 

 

막상 마시려고 보니 남은 량이 너무 적다. 괜히 바이알 나눔을 했나 후회가...

 

 

어차피 많이 따라봐야 나중엔 코와 입이 피로해서 다 마시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각 10ml 만 따랐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음... 나에게 캐스크 스트렝쓰의 정량은 1회 합계 30ml인 듯. 

 

 

솔리스트 포트 캐스크(Solist Port Cask). 통입일은 10년 9월 29일, 병입일은 2018년 12월 5일로 약 8년 2개월 숙성했다. 카발란 치고는 상당히 긴 숙성기간. 201병 중 67번.

 

 

KAVALAN, Single Malt Whisky Port Cask Solist Single Cask Strength
카발란 솔리스트 포트 캐스크, 알코올 57.8%, 숙성 20100929 → 병입 20181205 

 

붉은 기운이 살짝 감도는 구릿빛 앰버 컬러. 비노 바리끄와 비교해 보니 붉은색이 덜한 편이다. 코를 대면 달콤한 캐러멜과 너티함이 즉각적으로 느껴진다. 구수한 마지팬, 바닐라 오크, 감초, 가볍게 톡 쏘는 스파이스와 휘발성 뉘앙스. 입에서도 역시  졸인 과일 같은 달큰한 풍미가 느껴진다. 토니 포트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 아마 토니 계열의 포트를 숙성한 캐스크를 사용한 게 아닐까 싶다. 강한 알코올에도 불구하고 벽난로 옆에 쌓인 장작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참 좋다. 개인적으로 다섯 종의 카발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위스키.

 

 

포트 캐스크는 ISC(International Spirits Challenge)와 IWSC(International Wine and Spirit Competition)에서 트로피를 받았다. 충분히 높은 성적을 올릴 만한 자격이 있는 위스키. 

 

 

솔리스트 익스 버번 캐스크(ex-Bourbon Cask). 2012년 1월 6일 통입해서 2017년 10월 17일에 병입했다. 숙성기간은 5년 9개월. 181병 중 49번. 숙성기간이 포트 캐스크보다 짧은데 병입한 보틀 수는 더 적다. 캐스크가 작은 건지, 아니면 일부는 다른 용도로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KAVALAN, Single Malt Whisky ex-Bourbon Cask Solist Single Cask Strength
카발란 솔리스트 익스 버번 캐스크 알코올 58.6%, 숙성 20120106 → 병입 20171017 

 

밝은 골드 앰버 컬러. 달콤한 말린 파인애플, 설탕을 입힌 말린 살구, 잉어 사탕, 말린 코코넛 과육, 오크 바닐라. 입에서는 가볍게 떠오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밝고 산뜻하며 섬세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우아한 오크 스파이스와 크리미한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지며 피니시까지 개운한 인상을 남긴다. 예전에는 버번 통 숙성 위스키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 매력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Solist Oloroso Sherry Cask). 2012년 6월 22일 통입, 2018년 6월 27일 병입했다. 숙성 기간은 만 6년 정도. 551병 중 94번째 보틀. 비교적 커다란 캐스크인가 보다. 오크의 영향은 그만큼 적을 가능성이 높다.

 

 

KAVALAN, Single Malt Whisky Oloroso Sherry Cask Solist Single Cask Strength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알코올 58.6%, 숙성 20120622 → 병입 20180627 

 

밝은 브라운 앰버 컬러. 특징적인 감초, 바닐라, 우디한 캐릭터와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아몬드와 땅콩 같은 너티함이 살아난다. 입에서는 달콤한 말린 베리 풍미가 스친 후 다른 솔리스트보다 순간적으로 수렴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게 독특하다. 날카로움과 원만함을 겸비한 모순적인 스타일로 짭쪼롬한 미감과 드라이한 인상이 돋보인다. 이 역시 매력적인 위스키.

 

 

다섯 종을 모두 시음하고 나니 왜 카발란이 이렇게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됐는지 알 것 같다. 더운 지방에서는 고품질 위스키 생산이 어려울 거라는 편견을 한 방에 날려버린 카발란에 건배를.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