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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09. 다채로운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의 세계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7. 23.

키안티 클라시코 협회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기획 기사. 키안티 클라시코에는 공식적인 하위 지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괄하는 지역이 워낙 넓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이 존재하며, 테루아를 기준으로 세부 지역을 나누려는 논의 또한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현재 키안티 클라시코를 구성하는 지역 별 특징을 살펴보고,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한 글.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다채로운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의 세계

 

[키안티 지역 포도밭의 풍경, 사진: 키안티 클라시코 협회]

검은 수탉에는 신성한 제우스의 피가 흐른다. 키안티 클라시코에는 '제우스의 피(Sangue di Giove)'라는 말에서 이름을 딴 산지오베제(Sangiovese) 품종이 80% 이상 사용되어야 하니까.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에서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품종이지만 그 본령은 토스카나(Toscana), 그중에서도 단연코 키안티 클라시코에 있다. 제우스는 우락부락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탄탄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나 보다. 그 피를 이어받은 키안티 클라시코 또한 미디엄 바디에 견고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니까. 지나치게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밸런스가 잘 잡힌 와인이다. 영롱한 루비 컬러가 매력적인 키안티 클라시코는 붉은 꽃과 베리, 찻잎과 허브 같은 싱그럽고 향긋한 아로마와 은은한 토양이나 버섯, 가죽 같이 부드럽고 고혹적인 뉘앙스를 겸비하고 있다. 깔끔한 신맛과 촘촘한 타닌 또한 일품이다. 이렇게 산지오베제가 키안티 클라시코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20% 이내로 허용된 블렌딩은 다양성을 부여하는 요소다. 블렌딩이 허용된 레드 품종 중 토착 품종인 카나이올로(Canaiolo)는 부드러운 살집을 만들어주며, 콜로리노(Colorino)는 진한 컬러를 더해 준다.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메를로(Merlot)와 시라(Syrah)를 블렌딩해 좀 더 모던하고 강건한 스타일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물론 산지오베제만 100% 사용해 그 특성을 완연히 살리는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키안티'와는 달리 화이트 품종의 블렌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할 포인트. 이렇게 발현되는 명확하면서도 다양한 스타일은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언덕과 삼림지대를 만나 더욱 복합적으로 변모한다. 

 

지역 별 테루아가 만들어내는 다양성, 그리고 개성

키안티 클라시코의 총면적은 70,000 헥타르로 서울시보다 크며, 포도밭 넓이만 해도 7,200 헥타르에 이른다. 이 지역은 크고 작은 언덕이 많은 삼림지대인데, 키안티 클라시코 포도밭은 해발 200~250m에서 높게는 700m대까지 분포돼 있다. 고도가 높은 데다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고 건조하다. 일교차가 큰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수많은 언덕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악 지형의 특성상 지역 별로 다른 미세 기후를 보인다. 큰 틀에서 보자면 키안티 클라시코 중앙부는 고도가 더 높아 더 서늘하기 때문에 좀 더 향긋하고 우아한 와인이 생산되는 반면, 서쪽 지역은 지중해의 영향을 받아 좀 더 바디감이 있고 과일 풍미가 명확한 와인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토양은 편암(schist)과 점토(clay)질이 많은 갈레스트로(Galestro)와 석회질이 많은 알베레제(Alberese), 이회토(marl), 사암(sandstone), 석회암(limestone) 등이 주로 발견된다. 각 지역마다 그 토양이 다르기 때문에 키안티 클라시코의 전형적인 토양을 명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들 또한 키안티 클라시코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8개 지역]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지는 총 8개 지역(Municipality)으로 구분된다. 그중 산 카시아노 인 발 디 페사(San Casciano in Val di Pesa), 바르베리노 타바르넬레(Barberino Tavarnelle),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 등 북쪽 3개 지역은 피렌체에, 나머지 포지본시(Poggibonsi), 카스텔리나 인 키안티(Castellina in Chianti), 라다 인 키안티(Radda in Chianti), 가이올레 인 키안티(Gaiole in Chianti),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Castelnuovo Berardenga) 등은 시에나에 속한다. 

북서쪽 끝에 위치한 산 카시아노 인 발 디 페사는 이회토가 많으며 온화한 지중해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생산자 중 하나인 프린시페 코르시니-빌라 레 코르티(Principe Corsini-Villa Le Corti)는 선이 굵지만 지나치게 부담스럽지 않은 와인을 만든다. 오랜 역사의 안티노리(Antinori) 가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생산자다. 그 바로 남쪽에 있는 바르베리노 타바르넬레는 2019년 1월 바르베리노 발 델사(Barberino Val d’Elsa)와 타바르넬레 발 디 페사(Tavarnelle Val di Pesa)를 통합해 하나가 된 지역이다. 전반적으로 돌이 많이 섞인 토양에 온화한 기후를 보인다. 특히 주목할 생산자가 둘 있다. 안티노리 가문이 소유한 바디아 아 파시냐노(Badia a Passignano)는 북쪽의 자갈 섞인 점토질 토양에서 비교적 강건하고 묵직한 와인을 만든다. 남쪽의 카스텔로 디 몬산토(Castello di Monsanto)는 1968년 처음으로 싱글 빈야드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만으로 키안티 클라시코를 만든 혁명적인 생산자다. (당시엔 산지오베제 100% 사용은 규정 위반이었다.) 북동쪽으로 넓게 펼쳐진 그레베 인 키안티는 넓은 만큼 생산량도 많고 스타일도 다양하다. 여기엔 유명한 마을이 두 곳 있다. 그레베 강 동쪽의 라몰레(Lamole)는 모래질 토양에서 섬세하고 향긋한 붉은 과일 풍미가 매력적인 와인을 만들며, 반대편 판자노(Panzano)는 암석과 점토-편암질 토양에서 검붉은 과일의 짙은 풍미가 인상적인 와인을 생산한다. 

바르베리노 타바르넬레 서쪽에 인접한 포지본시는 생산량이 키안티 클라시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지역이다. 반면 남서쪽에 자리 잡은 카스텔리나 인 키안티는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 포도밭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전체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남서쪽으로 갈수록 온화한 기후가 두드러지며 찬 성질의 척박한 토양이 균형을 이룬다. 라다 인 키안티는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바위가 많은 척박하고 거친 경사지가 대부분이다. 높은 고도로 인해 일교차가 크며 포도밭을 둘러싼 숲의 영향으로 서늘한 기후가 형성되기 때문에 풍미의 밀도가 높고 견고한 와인이 생산된다. 하지만 라다 마을을 둘러싼 사암 토양에서는 과일 풍미가 두드러지는 편안한 스타일의 와인이 나오기도 한다. 남동쪽의 가이올레 인 키안티와 그 남쪽에 면해 있는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는 서로 얽혀 있다. 가이올레 인 키안티 정중앙에서 남쪽으로 뾰족하게 뻗어 있는 지역이 나비 모양의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를 둘로 갈라놓기 때문이다. 이 뾰족한 지역의 토양에는 다공질의 돌(tufa)이 많이 섞여 있어 빨리 데워지기 때문에 색이 짙고 과일 풍미가 진한 와인이 나온다. 북쪽의 가이올레 마을 부근에서는 석회질 토양과 높은 고도의 영향으로 산미가 살아있고 선명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최남단에 위치한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는 날개를 편 나비 모양이다. 동쪽으로 뻗은 날개 지역은 고도가 더 높아 섬세하고 다층적인 풍미의 와인을, 서쪽 날개 지역은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아 좀 더 선이 굵은 와인을 만든다. 남쪽 경계 지역은 몬탈치노(Montalcino)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인지 유사한 스타일의 와인이 나온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지역 별 생산자들의 특징과 와인 스타일을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즉각적인 즐거움, 그리고 품격과 잠재력

기본적으로 키안티 클라시코는 출시 직후 바로 마셔도 아주 맛있는 와인이다. 특히 구운 육류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인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 쉽게 말해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에 일반적으로 곁들이는 와인이 바로 키안티 클라시코라는 사실을 알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우 구이와 키안티 클라시코를 곁들이는 것을 대단히 좋아한다. 이외에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에 곁들여도 좋다. (병에 그려진 검은 수탉을 생각해 보라!) 다양한 치즈나 피자, 파스타 같은 대중적인 이탈리아 요리는 말할 필요도 없다. 아나타(Annata)라고 하는 기본급 키안티 클라시코의 경우 심지어 연어회나 참치회, 초밥, 구운 생선 등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싱싱한 산미 덕분일 것이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산미는 촘촘한 타닌과 함께 숙성 잠재력에도 크게 기여한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7년에서 길게는 15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꼭 리제르바(Riserva)나 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 등급이 아니라도 10년 이상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결혼이나 자녀의 입학 같은 의미 있는 빈티지의 키안티 클라시코를 한 박스 사서 매 해 변화하는 모습을 음미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주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소중한 분을 위한 선물을 고민한다면 키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가 제격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키안티 클라시코의 정수가 담긴 와인이니 선물의 의미와 품격을 한껏 높여 줄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키안티 클라시코의 세계. 그 즉각적인 즐거움과 잠재력을 꼭 느껴 보길 권한다. 

 

다채로운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의 세계 - 와인21닷컴

키안티 클라시코는 출시 직후 바로 마셔도 아주 맛있는 와인이다. 특히 구운 육류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인다.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나 다양한 치즈, 피자, 파스타 같은 대중적인 이탈리아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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