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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303. 메를로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2. 17.

매월 연재하는 Wine21's PICK 11월호. 불쌍한 품종(?) 메를로를 소개했다. 메를로를 소개하는 기사인데 처음부터 메를로 안티가 주인공인 영화를 소개한 이유는 현재 메를로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위(?)로는 카베르네 소비뇽에 치이고, 아래는 피노 누아나 내추럴 와인 같이 좀 더 가볍고 편안한 와인들에 치이고 있달까.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과 차별적인 메를로의 개성을 일반 소비자들이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마세토 같은 프리미엄 메를로들은 지나치게 비싸고. 하지만 메를로는 분명 마셔볼 만한 가치가 있는 품종이다. 처음에는 이태리 북부나 보르도 우안 블렌딩 와인부터 마셔 보는 걸 추천.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Wine21's PICK] 메를로

[ 출처 : 영화 <사이드웨이> ]

“난 빌어먹을 메를로 따위는 마시지 않아!(I am NOT drinking any f**king Merlot!)” 유명한 와인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의 주인공 마일즈(Miles)가 외친 대사다. 이 대사 때문인지 영화 개봉 이후 미국에서 메를로(Merlot) 와인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한다. <사이드웨이>는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 제6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다 보니 와인 업계에 미친 영향도 제법 컸던 모양이다. 그런데 영화 말미 전처의 결혼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마일즈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아껴둔 와인을 몰래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와인은 바로 샤토 슈발 블랑 1962(Chateau Cheval Blanc 1962). 메를로를 혐오하는 마일즈가 메를로가 주 품종인 생테밀리옹(Saint-Emilion)의 대표 와인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은 다소 모순적이다. 그가 싫어한 메를로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 출처 : Wine Australia / Ian Routledge ]

메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함께 보르도(Bordeaux)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이다. 세 품종은 가족관계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모두 카베르네 프랑의 교배종이기 때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사이에서 나왔다면, 메를로는 카베르네 프랑과 막들렌 데 샤랑트(Magdelaine des Charente)라는 다소 생소한 품종 사이에서 탄생했다. 1784년 보르도 우안 리부르네(Libournais)에서 처음 재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메를로는 보르도 우안의 점토질 토양에 잘 적응했다. 현재도 좌안보다 우안에서 더욱 농축된 풍미를 드러낸다. 보르도 우안의 생테밀리옹과 포므롤(Pomerol)은 최고의 메를로 생산 지역이며, 페트뤼스(Petrus) 등 최상급 와인들은 수십 년의 숙성 잠재력이 있다. 

보르도 좌안에서 메를로를 재배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 즈음 이탈리아로의 전파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탈리아의 메를로 재배 면적은 2만 헥타르 이상이다. 그중 상당수는 토스카나(Toscana)에서 슈퍼 투스칸(Super Tuscan)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특히 볼게리(Bolgheri) 지역에서 메를로 100%로 양조하는 마세토(Masseto)는 메를로 품종을 넘어 최고의 슈퍼 투스칸 와인으로 꼽힌다. 이외에 키안티(Chianti) 혹은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마렘마(Maremma) 등에서는 메를로를 산지오베제(Sangiovese)의 신맛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블렌딩 파트너로 사용한다. 프리울리(Friuli), 베네토(Veneto), 알토 아디제(Alto-Adige), 움브리아(Umbria) 등에서는 메를로를 사용해 가볍고 신선한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아래 소개하는 리비오 펠루가 메를로(Livio Felluga Merlot)가 바로 그런 스타일의 와인이다.

미국과 호주, 칠레, 뉴질랜드 등에서도 메를로를 널리 재배하고 있다. 미국은 1960년대 말부터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메를로 단독, 혹은 보르도 블렌딩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메를로는 20세기말까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인기가 식으면서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래도 나파(Napa)와 소노마(Sonoma)를 중심으로 여전히 수준급 메를로 와인을 생산한다. 198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워싱턴주 메를로는 저렴한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좋은 품질로 정평이 나 있다. 콜롬비아 크레스트(Columbia Crest)나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의 메를로는 와인을 잘 모르는 초보자라도 맛있게 마실 만하다. 칠레에서는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등을 중심으로 양질의 메를로를 생산한다. 뉴질랜드는 남섬 북섬 가릴 것 없이 양질의 메를로가 나온다. 신선하고 음식 친화적인 스타일로, 생산량은 적지만 주목할 만하다.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 맥라렌 베일(McLaren Vale) 등 남호주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 혹은 쉬라즈(Shiraz)와 블렌딩 하거나 단독으로 메를로 와인을 만든다. 아래 소개하는 히킨보탐 리바이벌리스트(Hickinbotham Revivalist)처럼 빼어난 테루아에서 나오는 메를로는 발군이다. 서호주에서는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 와인을 위해 메를로를 재배한다. 이외에 스페인,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메를로를 많이 재배한다.  

 

[메를로 이름의 기원이 된 티티새]

메를로의 이름은 '티티새(Merle)'라는 프랑스어, 더 정확히는 'Merle'의 보르도 사투리인 'Merlau'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조생종이라 다른 품종보다 빨리 익는 메를로를 티티새가 먹이로 삼았기 때문이다. 메를로는 일반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 알은 크고 껍질은 얇으며, 잠재 알코올은 높고 산도는 낮다. 때문에 더 풍만하고 관능적인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잘 만든 메를로는 딸기, 라즈베리, 검은 체리, 블랙베리, 블루베리, 블랙커런트, 자두, 프룬, 무화과 등 다양한 과일 풍미를 드러낸다. 시나몬과 정향, 삼나무, 버섯, 담뱃잎, 감초 등 다양한 허브와 스파이스 뉘앙스가 복합미를 더한다. 실키한 타닌의 부드러운 질감 또한 일품이다. 진정 우아하고 온화한 품종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메를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11월 7일은 국제 메를로의 날(International Merlot Day)이었다. 메를로의 날은 지나 버렸지만, 11월에는 맛있는 메를로를 한 병 즐겨 보면 어떨까? 추운 날씨에도 잘 어울리는 와인이니 말이다. 

 

샤토 마르소  Chateau Marsau

싱싱한 블루베리, 블랙베리, 자두 등 과일 아로마, 정향과 트러플 힌트, 젖은 흙의 미네랄 터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깊은 풍미와 함께 활기찬 신맛이 느껴지며, 부드러운 타닌과 적절히 녹아든 오크 뉘앙스가 과일 풍미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견고한 구조를 지닌 빼어난 보르도 와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가 '코트 드 프랑의 페트뤼스(the Petrus of the cotes de Francs)'라고 극찬했다. 샤토 마르소는 보르도의 우안 생테밀리옹 동쪽 코트 드 프랑의 부티크 샤토로, 연간 생산량 7만 병에 불과하다. 깔끔하고 순도 높은 과일 풍미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샤토 피가노  Chateau Piganeau

잘 익은 검은 과일, 잘 익은 딸기의 강렬한 아로마에 은은한 민트 향이 신선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입에서는 드라이한 미감에 실키한 타닌의 부드러운 질감, 깔끔한 신맛이 탁월한 밸런스를 이룬다. 목 넘김 후의 긴 여운이 아름다운, 생테밀리옹의 전형을 보여 주는 와인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주일 알코올 발효, 2주일 침용, 2개월 젖산 발효를 진행한다. 숙성은 새 오크와 1~2회 사용된 오크에서 12개월 진행한다. 부드럽고 우아한 스타일로 바로 즐겨도 좋지만 15년 정도 숙성 잠재력이 있다. 샤토 피가노의 생테밀리옹 포도밭은 비슷한 비율의 자갈과 모래가 섞여 있다. 가까이 있는 강의 영향으로 온화한 미세 기후가 생성돼 포므롤(Pomerol)처럼 이른 수확을 한다.

 

길버트 & 가이야르, 테레 소비지 메를로  Gilbert & Gaillard, Terre Sauvage Merlot

신선한 붉은 베리와 검은 체리, 달콤한 자두 풍미에 향신료, 커피 힌트가 가볍게 올라앉는다. 입에 넣으면 기분 좋은 신맛과 약간의 잔당감, 타닌이 부드럽게 어우러져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스테이크, 바비큐, 훈제 오리, 불고기, 갈비찜 등 다양한 육류 요리와 곁들여 마시기 좋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포도를 사용하고 저온 침용 후 일주일 동안 발효해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길버트 앤 가이야르는 와인 비평가 필립 가이야르(Philippe Gaillard)와 프랑수아 길베르(François Gilbert)가 랑그독(Langedoc)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빈티지와 떼루아를 온전히 표현하는 와인을 추구한다.

 

리비오 펠루가 메를로  Livio Felluga Merlot

맑은 루비 레드 컬러. 작은 붉은 베리, 블랙체리 등 다양한 베리 풍미와 카네이션, 난초 등 향긋한 플로랄 아로마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크랜베리 같은 붉은 과일의 싱그러운 풍미와 생기 넘치는 신맛이 입맛을 돋운다. 타닌은 가볍고 섬세하며 피니시가 비교적 길게 이어진다. 엄선된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해 온도 조절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3주 정도 발효 및 침용한 후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한다. 리비오 펠루가는 1956년 설립 이래 프리울리 지역의 와인 발전을 선도해 온 와이너리다. 테루아 대해 절대적으로 헌신하며, 그들의 아름다운 레이블 또한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다.

 

브레드 앤 버터 메를로  Bread & Butter Merlot

블랙베리 등 검은 베리, 잘 익은 체리, 말린 자두 등 풍성한 과일 풍미에 오크 숙성을 통한 초콜릿, 바닐라 향이 더해진다. 정제된 신맛, 부드러운 과일 풍미와 실키한 타닌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낄 수 있다. 프렌치 오크통에서 8개월 숙성했다. 브레드 앤 버터는 좋은 일과 좋은 와인은 복잡하지 않다는 의미의 “Don't Overthink it”을 슬로건으로 내건 와인이다. 육류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과 두루 어울리며 편하게 마실 수 있다.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영 어덜트 메를로  Young Adult Merlot

자두 같은 과일 풍미와 함께 바이올렛 향기, 다양한 허브, 초콜릿, 가죽, 흙 내음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풍성한 과일 풍미와 견과, 구수한 빵, 세이지, 홍차, 계피, 후추, 삼나무 뉘앙스가 다층적으로 피어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2013 빈티지는 10년의 숙성을 거쳐 부드러운 타닌이 우아하게 드러난다. 나파 밸리(Napa Valley)의 동남쪽 끝에 위치한 화이트 호스 밸리(White Horse Valley)에서 재배한 메를로를 5일 동안 침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한 후 프렌치 오크(40% new)에서 2년 동안 숙성한다. 영 어덜트는 'young flavor, adult personality'라는 의미를 담은 브랜드로, 젊은이의 톡톡 튀는 매력과 에너지와 어른의 세련되고 정교한 매력을 모두 갖춘 와인이다.

 

히킨보탐, 리바이벌리스트 메를로  Hickinbotham, Revivalist Merlot 

코를 대면 은은한 담뱃잎과 부엽토, 잘 익은 씨간장 같은 세이버리 뉘앙스가 고혹적으로 드러난다. 입에서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잘 익은 검은 베리, 프룬 풍미가 편안하다. 월계수, 감초, 검은 올리브, 초콜릿 뉘앙스가 긴 여운을 남긴다. 아로마틱 하면서도 입 안에서 집중도가 느껴지는 최상급 메를로. 빈티지 상황에 따라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품종을 일부 섞어 타닌과 구조감을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손 수확한 포도의 줄기를 제거하고 부드럽게 파쇄한 후 프리런 주스와 바스켓 프레스로 가볍게 압착한 주스만 사용한다. 효모 첨가 없이 21일간 침용 및 발효한 후 보르도에서 만든 배럴(25% new)에서 15개월 숙성한다.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는 호주의 가장 역사적인 포도원 중 하나다. 양조는 마운틴 맨(mountain man)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와인메이커 크리스 카펜터(Chris Carpenter)가 맡았다. 

 

 

[Wine21's PICK] 메를로 - 와인21닷컴

메를로의 이름은 '티티새(Merle)'라는 프랑스어, 더 정확히는 Merle의 보르도 사투리인 Merlau에서 유래했다. 조생종이라 다른 품종보다 빨리 익는 메를로를 티티새가 먹이로 삼았기 때문이다. 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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