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연재하는 와인21 도슨트. 한국 음식에도, 한국 입맛에도 제법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조지아 와인이 좀 더 널리 알려주기를 바라며 쓴 글이다. 특히 화이트 와인들과 사페라비 품종은 꼭 마셔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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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21 도슨트] 조지아 와인
와인의 발상지 조지아(Georgia). 무려 8천 년 이상의 와인 전통을 자랑하는 국가다. 하지만 조지아 하면 와인을 떠올리기보다는 외려 커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코카콜라에서 생산하는 전 세계 점유율 1위 캔커피 이름이 조지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캔커피의 이름은 코카콜라 본사가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따온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나라 조지아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조지아는 냉전 시대엔 소련의 일부로 '그루지야'라고 불렸다. 그루지야는 조지아의 러시아식 발음이다. 그래서 독립 이후엔 영어식 발음인 '조지아'로 불리길 원한다며, 세계 각국에 공식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이 세계적으로는 코리아(Korea)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식 국호는 사카르트벨로(Sakartvelo)다.

조지아는 지금까지 고유의 와인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무려 8천 년 동안 동일한 방식으로 와인을 양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와인 양조법과 달리, 조지아에서는 크베브리(Qvevri)라는 토기 항아리를 이용해 독특한 와인을 만든다. 레드 와인뿐만 아니라 화이트 와인도 껍질 등 포도 잔여물을 포도즙에 길게 침용한다. 덕분에 은근한 타닌이 느껴지고 구조감이 명확한 와인이 나온다. 물론 현대적인 방식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나 오크통을 사용해 양조하는 경우도 있다.

조지아는 국토 전역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생산지는 크게 열 곳으로 나뉘는데, 동쪽 끝 카헤티(Kakheti)에 전체 면적의 절반을 훌쩍 넘는 포도밭이 있다. 포도 품종은 밝혀진 토착 품종만 520 종이 넘는다.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만 추려도 100종 이상이다. 샤르도네(Chardonnay)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같은 국제 품종으로도 와인을 만들지만, 조지아 와인이라면 우선 토착 품종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와인21 도슨트에서도 르카치텔리(Rkatsiteli), 키시(Kisi), 므츠바네(Mtsvane), 사페라비(Saperavi) 등 조지아 대표 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소개할 르카치텔리(Rkatsiteli)는 조지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청포도 품종이다. 신맛을 유지하며 포도를 완숙시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생산자들이 선호한다. 다른 품종과 블렌딩하기도 좋다. 크베브리로 양조한 르카치텔리는 오렌지 껍질 같은 향신료, 꿀 같이 달콤한 뉘앙스, 살구 등 핵과 풍미가 폭넓게 드러난다. 현대적 방식으로 만들면 은은한 꽃향기, 시트러스, 사과 등의 아로마가 깔끔하다. 어느 쪽이든 매력적인 스타일임에 틀림없다.
또 다른 청포도 품종 므츠바네(Mtsvane)는 다양한 변종이 존재하는데, 카헤티에서 유래한 므츠바네 카후리(Mtsvane Kakhuri)가 대표적이다. 환경에 민감해 재배가 까다롭지만, 높은 당도와 상큼한 신맛을 겸비한 와인을 얻을 수 있어 사랑받는 품종이다. 크베브리로 양조하면 살구, 복숭아 등 핵과 풍미가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풍성하게 드러난다. 신맛은 부드럽게 드러나며 가벼운 타닌을 느낄 수 있다. 현대적 방식으로 양조하면 향긋한 꽃향기와 명확한 자몽 아로마와 열대과일, 은근한 미네랄이 느껴진다. 므츠바네는 산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현대적 방식으로 양조할 땐 산소를 완벽히 차단해야 그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
키시(Kisi)는 카헤티의 토착 청포도 품종이다. 키시는 아주 뛰어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이지만 재배가 까다로워 거의 멸종 위기였다. 그런데 세계 와인 시장에서 조지아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발음하기 쉬운 키시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2000년대 이후 부활해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현대적으로 양조한 키시는 향긋한 플로럴 아로마가 강하고, 시트러스와 서양배 풍미가 좋다. 크베브리로 만든 키시는 톡 쏘는 허브 스파이스 뉘앙스가 일품이며, 살구 같은 핵과 풍미와 시트러스 산미, 호두 같은 견과 힌트가 드러난다. 풍미의 밀도가 높으면서도 미묘한 여운을 지녔다. 주목할 만한 품종으로 강력 추천한다.

사페라비(Saperavi)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적포도 품종이다. 그 품격과 범용성은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국제 품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일반적으로 잉크처럼 진한 검보라색이며, 진한 컬러에 걸맞은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다크 체리, 자두 등 다양한 과일 풍미에 감초, 담뱃잎, 초콜릿, 토양 내음과 구운 고기 힌트가 어우러져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산미가 높고 타닌 또한 풍부해 장기 숙성에도 유리하다. 크베브리에서 전통 방식으로 양조한 사페라비도, 오크통에서 숙성한 모던한 사페라비도 모두 훌륭하다. 조지아 와인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진한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조지아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와인을 즐긴다. 한국에서 밥과 국을 함께 먹듯 음식에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다. 수프라(supra)라는 조지아식 만찬은 전통 문양으로 장식한 천을 테이블에 깔고 그 위에 다양한 음식들을 푸짐하게 차린다. 한국의 한상차림 문화와 비슷하다. 태생적으로 조지아 와인은 다양한 음식과 두루 어울릴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예를 들어 화이트 와인들은 일상에서 자주 즐기는 피자나 치킨 등은 물론 저녁 식탁의 한식 반찬들과도 무난히 어울린다. 사페라비 같은 레드 와인은 삼겹살, 제육볶음, 불고기, 갈비찜, 직화구이 등 육류 요리들과 안성맞춤이다. 조지아 와인을 만난다면 부담 없이 시도해 보자. 아마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샤토 부에라, 르카치텔리 Chateau Buera, Rkatsiteli
옅은 볏짚색. 청사과, 백도 등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은은한 허브 뉘앙스와 함께 잔잔히 드러난다. 입에서는 가벼운 바디, 우아한 질감과 함께 신선한 신맛을 선사한다. 작은 지역에서 재배한 르카치텔리를 엄선해 크베브리를 사용하지 않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양조해 품종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토끼, 닭, 칠면조와 같은 가금류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리며, 샐러드에 곁들여도 좋다. 샤토 부에라는 코카서스 산맥 아래 카헤티에 위치한 가족경영 와이너리다. 지속 가능 농법을 적용해 포도밭을 관리하며, 현대적인 양조법과 크베브리를 사용한 전통적인 양조법을 둘 다 사용해 와인을 만든다.

도레미, 므츠바네 DoReMi, Mtsvane
특징적인 오렌지 앰버 컬러. 코를 대면 조지아의 허브 스파이스와 말린 사과, 살구 풍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입에서는 은근한 타닌과 신맛이 탄탄한 구조를 형성하는 에너지 넘치는 와인이다. 태국이나 베트남 등 스파이시한 아시안 푸드와 잘 어울리며, 치킨이나 훈제 오리, 갈비찜 같은 다양한 육류 요리에 곁들이기도 좋다. 카헤티에서 재배해 손 수확한 포도로 양조해 크베브리에서 껍질 등과 함께 6개월 침용 및 숙성해 전통 방식으로 완성했다. 도레미는 와인을 사랑하는 두 친구가 설립한 와이너리다. 2014년부터 조지아 여러 지역의 유기능 포도를 사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양조한다. 대부분 껍질과 함께 발효하고 크베브리에서 숙성한다.

샤토 부에라, 키시 크베브리 리저브 Chateau Buera, Kisi Qvevri Reserve
밝게 빛나는 오렌지 골드 컬러. 노란 꽃향기가 밀도 높게 피어나며 톡 쏘는 레몬 껍질과 달콤한 배 풍미, 구수한 견과 뉘앙스가 어우러져 복합적인 인상을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둥근 질감이 입안을 감싸며, 상큼한 시트러스 신맛과 영롱한 미네랄이 우아하게 드러난다. 단단한 구조와 진한 풍미를 겸비한 와인으로, 숙성 치즈는 물론 쇠고기나 양고기 등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 직접 포도밭에서 수확한 키시를 전통 방식으로 양조해 크베브리에서 6개월 숙성한 후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2개월, 병입 후 12개월 추가 숙성했다. 전통 방식과 현대적 기술을 접목해 더욱 복합적이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었다.

트빌비노, 이베리울리 사페라비 Tbilvino, Iveriuli Saperavi
체리, 석류, 오디 등 검붉은 베리와 포도 본연의 풍미가 신선하게 드러나며 은은한 바닐라 뉘앙스가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완숙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며 은은한 오크 뉘앙스가 뒤를 받친다. 촘촘하지만 부드럽고 우아한 타닌과 정제된 신맛이 조화를 이루며 고급스러운 피니시가 긴 여운을 남긴다. 크베브리를 사용하지 않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양조한 와인으로, 사페라비를 4일 동안 침용한 후 압착해 탱크에서 1차 발효하고, 25~27℃에서 2차 젖산발효한다. 맛과 품질이 파인 다이닝의 메인 요리에 곁들이기 손색없고, 여느 국제 품종 프리미엄 레드 와인에 뒤처지지 않는다. 트빌비노는 1962년 설립이래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조지아의 선두적 와이너리다. 현대적 설비를 완벽하게 갖춰 크베브리를 사용한 전통적 와인뿐만 아니라 현대적 스타일의 와인 또한 잘 만든다.

샤토 부에라, 사페라비 크베브리 Chateau Buera, Saperavi Qvevri
검은빛 감도는 짙은 루비 컬러. 영롱한 붉은 베리와 특징적인 블랙커런트, 검붉은 체리 아로마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촘촘한 타닌과 적절한 신맛이 균형을 이루며, 밀도 높은 과일 풍미와 함께 감초 같은 스파이스 뉘앙스가 긴 여운을 선사한다. 스테이크나 바비큐, 훈제 오리, 갈비나 불고기 등 다양한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 카헤티에서 재배한 사페라비를 목까지 땅에 뭍은 크베브리에서 4개월 발효 및 침용한 뒤 병입해 6개월 숙성한다. 크베브리를 사용해 전통적으로 양조한 사페라비의 전형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와인이다.

바이아스 와인, 그반차스 치츠카 펫낫 Baia's Wine, Gvantsa's Tsitska Pet-Nat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펫낫 중에도 주목할 만한 조지아 와인이 있다. 신선한 허브 아로마, 상큼한 시트러스, 달콤한 열대과일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톡 쏘는 신맛과 신선한 과일 풍미가 잔잔한 버블을 타고 기분 좋게 드러난다. 일반적인 저녁 식탁에 편안하게 곁들여도 좋을 와인으로,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 손 수확해 압착한 포도즙을 포도껍질, 줄기, 씨 등과 함께 크베브리에 넣어 발효하다가 발효가 끝나기 전 병입하여 자연스러운 버블을 얻었다. 치츠카는 '치스헤(Tsitskhe) 또는 치티스키우리(Tsitiskiuri) 마을의 작은 포도'라는 뜻으로, 이메레티(Imereti) 지역 북부와 중부 전역에서 재배되는 청포도 품종이다. 바이아스 와인은 조지아 서부 이메레티(Imereti)에서 3대째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작은 가족 와이너리다. 토착 품종을 유기농으로 재배해 질 좋은 와인들을 생산한다.
[와인21 도슨트] 조지아 와인 - 와인21닷컴
조지아는 국토 전역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포도 품종은 밝혀진 토착 품종만 520 종이 넘는다.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만 추려도 100종 이상이다. 샤르도네나 카베르네 소비뇽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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