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짬을 내서 급하게 다녀온 취재였는데, 와인도 음식도, 설명도 너무나 좋았다. 타라파카는 개인적으로는 칠레 와인 중에도 리즈너블한 가격에 품격을 갖춘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라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테루아와 중기후를 지닌 넓은 포도밭을 보유한 것이 그 기반이다. 칠레 와인을 좋아한다면, 묵직하고 구조감 있는 레드를 선호한다면 꼭 마셔 볼 만한 와인. 개인적으로는 화이트 와인들도 참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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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을 이어 온 칠레 와인의 전통과 역사, 비냐 타라파카

1874년 칠레 최고의 와인 산지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 설립한 와이너리 비냐 타라파카(Viña Tarapaca)가 창립 150주년을 맞았다. 타라파카라는 이름은 칠레의 대통령을 두 번이나 역임한 돈 아르투로 알레싼드리(Don Arturo Alessandri)의 별명인 '타라파카의 사자'에서 따왔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와이너리다. 한국을 찾은 비냐 타라파카의 수석 와인메이커 세바스티앙 루이즈(Sebastian Ruiz)와 함께 비냐 타라파카의 주요 와인들을 마시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먼저 루이즈 수석 와인메이커는 비냐 타라파카를 지탱하는 '세 기둥'에 대해 언급했다, 첫 번째는 150년에 이르는 역사와 전통이다.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로, 칠레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의 전통을 이끌어 왔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도 칠레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전 세계 50여 개국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다. 두 번째는 독특한 테루아(terroir), 세 번째는 지속 가능한 와인 양조(sustainable winemaking)다. 그는 특히 독특한 테루아와 지속 가능한 와인 양조를 설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마이포 밸리의 심장부에 위치한 비냐 타라파카는 놀라울 정도록 독특한 테루아를 보유하고 있다. 위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 포도밭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조성돼 있다. 그들은 이를 내추럴 클로(Natural Clos)라고 부른다. 클로(clos)는 프랑스 와인 산지에서 담으로 둘러싸인 최고의 포도밭에 사용하는 표현이다. 주변의 산이 돌담처럼 포도밭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클로를 연상시킨다며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토양은 화산토, 화강암, 그리고 석회질 등 세 가지가 주를 이룬다. 위쪽으로 보이는 안데스 산맥에는 화산토, 왼쪽의 마이포 강 주변에는 화강암, 아래 부근에는 석회암 토양이 주로 분포한다. 세부 구획의 토양을 좀 더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오랜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를 위해 파내려 간 구덩이만 해도 373개에 이른다. 이를 통해 토양 타입을 크게 일곱 가지로 분류했다. 그중 다섯 가지 토양에서 재배한 포도는 그랑 리제르바(Gran Reserva)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포도밭의 경사도와 일조량 또한 다양하다. 같은 토양이라도 5% 경사도와 20% 경사도에서 생산하는 포도는 그 풍미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루이즈 수석 와인메이커는 이러한 테루아의 차이가 타닌, 구조감 등 입에서 느끼는 질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후의 차이는 코에서 느끼는 향미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비냐 타라파카의 포도밭은 한류가 흐르는 해안으로부터의 영향, 그리고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전반적으로 생생한 과일 풍미와 자연스러운 신맛을 지닌 포도가 나온다. 또한 200m에서 500m에 이르는 고도와 다양한 지형이 어우러져 구획별로 독특한 중기후(mesoclimate)를 형성한다. 예컨대 좀 더 서늘한 구획에서는 신선한 허브 뉘앙스를 지닌 포도를, 좀 더 온화한 구획에서는 완숙한 과일 풍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나는 포도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마이포 밸리에 조성된 2,600헥타르의 거대한 포도밭에서는 주로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포도밭은 조금 더 서늘한 기후인 해안 지역에 있다. 레이다 밸리(Leyda Valley)에 140 헥타르,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에 110헥타르가 있는데 이렇게 큰 규모의 포도밭은 양질의 와인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는 기반이 된다.
이어진 이야기는 지속 가능 농법. 그 중심에는 생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있다. 점점 심해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는 포도밭뿐만 아니라 환경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냐 타라파카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양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물 다양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생태 통로 확보다. 안데스 산맥과 마이포 강 사이에 다양한 생태 통로를 만들어 생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순환을 유도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단순히 동식물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의 다양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양성이 확보되고 다양한 동물이 번성하는 것은 좋지만 포도를 먹는 등 포도밭에 피해가 가지 않느냐고 질문했더니, 그에 대해서는 일종의 '핀셋 요법'으로 스마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포도를 따 먹는 새들의 천적인 매를 키워서 새의 수를 제어하는 식이다. 또한 질병이 발생할 경우 포도밭 전체에 농약을 도포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발생한 지역에만 해당 질병에 꼭 필요한 약품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몸에 상처가 나면 그 부위에 최소한의 연고만 바르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되, 꼭 필요한 처치는 하며 건강한 생태계와 포도밭을 가꾸고 있는 셈이다.

세바스티안 루이즈 총괄 와인메이커는 특히 입에서 느껴지는 풍미와 질감이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코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풍미도 중요하지만 입에서의 질감과 생기 있는 신맛을 강조했다. 레드 와인의 경우는 양질의 타닌이 와인의 생동감과 구조감, 숙성 잠재력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적당한 오크 풍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과한 오크 풍미가 포도 본연의 과일 풍미를 덮으면 절대로 안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인지 그와 함께 시음한 비냐 타라파카의 와인들은 전반적으로 밀도 높은 과일 풍미와 개별 와인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라파카, 소비뇽 블랑 레제르바 2022 Tarapaca, Sauvignon Blanc Reserva 2022
신선한 시트러스와 가벼운 허브 향기, 완숙 핵과 아로마. 입에서는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패션 프루트 같은 열대 과일과 레몬 커드 같은 풍미가 주를 이루며 세이버리 뉘앙스가 스친다. 서늘한 카사블랑카 밸리의 모래질 토양에서 재배한 소비뇽 블랑으로 양조해 신선함이 살아 있다. 이런 생생한 과일 풍미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밤에 수확해 빠르게 압착한 후 저온에서 발효한다. 오크 숙성을 하지 않으며, 효모 잔여물(lees)과 함께 3개월 숙성한다.
타라파카, 샤르도네 그랑 레제르바 Tarapaca, Chardonnay Gran Reserva 2023
독특하게 정향과 시나몬 같은 허브 뉘앙스가 감돈 후 오렌지 필, 자몽, 백도, 열대과일 풍미가 온화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상큼한 풋레몬 같은 신맛이 신선하게 드러나며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2022년 빈티지까지는 레이다 밸리의 포도를 사용했으나 2023년부터는 아콩카구아 밸리(Aconcagua Valley)의 포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해 완숙 복숭아, 파인애플 같은 과일 풍미가 조금 더 드러난다. 60%는 재사용 프렌치 오크에서, 40%는 스테인리스 스틸 혹은 콘크리트 탱크에서 양조하며 일부 젖산발효를 진행한다. 풍부한 과일 풍미와 함께 은은한 오크 뉘앙스, 부드러운 질감과 버터리 힌트를 겸비한 와인이다.
타라파카, 카베르네 소비뇽 그랑 레제르바 Tarapaca, Cabernet Sauvignon Gran Reserva 2021
라즈베리,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등 진한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며 버베나 같이 향긋한 허브 뉘앙스가 은은하게 감돈다. 입에서는 진한 과일 풍미가 부드러운 타닌의 질감을 타고 편안하게 느껴지며 스파이시 힌트가 재미를 더한다. 마이포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루이스 총괄 와인메이커는 2021년이 자신이 겪었던 빈티지 중 최고라고 단언했다. 일교차가 커 과일이 완숙했으면서도 신맛과 스파이시 캐릭터까지 잘 살아있는 데다 생산량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마이포 밸리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해 프렌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했다. 오크 뉘앙스보다는 신선한 과일 캐릭터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타라파카, 까르메네르 그랑 레제르바 에티케타 네그라 Tarapaca, Carmenere Gran Reserva Etiqueta Negra 2022
톡 쏘는 스파이스와 루바브 같이 개성 있는 허브, 파프리카와 후추 등 매콤한 뉘앙스가 카르메네르의 개성을 드러낸다. 입에서는 자두, 블랙베리, 블랙체리 등 복합적인 과일 풍미가 느껴지며, 허브 스파이스 힌트와 진한 초콜릿 뉘앙스가 피니시를 장식한다. 에티케타 네그라는 단일 품종만 사용해 테루아의 특성과 품종의 개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와인이다. 화이트 레이블의 경우 한 품종만 표기돼 있어도 다른 품종들을 법적으로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일부 블렌딩하는 경우가 있지만, 에티케타 네그라는 100% 단일 품종으로 양조한다. 그렇기에 칠레 카르메네르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와인. 카르미네르는 보르도가 원산지이지만 보르도에서는 필록세라 이후 거의 사라져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칠레에서 1994년 재발견된 이후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이 되었다. 최고의 구획에서 수확한 카르미네르로 양조해 프렌치 바리크 70%, 가볍게 토스트 한 프렌치 푸드르 30%에서 12개월 숙성한다.
타라파카, 레드 블렌드 그랑 레제르바 에티케타 아줄 Tarapaca, Red Blend Gran Reserva Etiqueta Azul 2021
향긋한 바이올렛 향기와 함께 은은한 후추와 정향 스파이스, 블랙 체리, 검붉은 베리, 가벼운 바닐라 오크 뉘앙스가 느껴진다. 입에 넣으면 실크 같은 타닌, 싱그러운 신맛이 균형을 이루며 복합적인 풍미와 초콜릿 힌트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우아하고 품격 넘치면서도 편안한 와인. 마이포 밸리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78%, 쁘띠 베르도 13%, 말벡 4%, 메를로 4%, 카베르네 프랑 1%를 블렌딩했다. 1%는 굳이 왜 넣느냐는 질문에 루이즈 총괄 와인메이커는 '소금을 넣느냐 안 넣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바뀌듯, 1%의 카베르네 프랑이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프렌치 바리크(20% new)에서 16개월 숙성했다.

타라파카, 레드 블렌드 그랑 레제르바 150주년 기념 에디션 Tarapaca, Red Blend Gran Reserva 150th Anniversary Edition 2022
은은한 붉은 꽃 아로마, 신선한 허브 뉘앙스, 미네랄 힌트, 검붉은 베리와 블랙커런트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아직 어린 와인임에도 그 자체로 복합적인 스타일을 드러낸다. 입에 넣으면 벨벳 같은 질감이 풍성한 과일 풍미를 부드럽게 드러내며, 톡 쏘는 후추 스파이스 뉘앙스가 은은하게 남는다. 입에서의 인상이 특히 빼어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변화하는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1991년부터 비냐 타라파카에서 근무해 타라파카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루이즈 총괄 와인메이커는 150주년 기념 와인을 3년 전부터 기획했다고 한다. 콘셉트는 우아하고 복합적이면서도 응집된 풍미의 와인. 이를 위해 타라파카 포도밭 중 가장 오래된 구획들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했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68%, 시라 30%, 카베르네 프랑 2%. 손 수확한 포도를 발효 전 침용해 풍미와 컬러를 충분히 뽑아낸다. 숙성은 프렌치 바리크 80%, 커다란 프렌치 푸드르 20%에서 14개월 진행한다.
150년을 이어 온 칠레 와인의 전통과 역사, 비냐 타라파카 - 와인21닷컴
루이즈 수석 와인메이커는 비냐 타라파카를 지탱하는 '세 기둥'에 대해 언급했다, 첫 번째는 150년에 이르는 역사와 전통이다.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로, 칠레 포도 재배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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