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까르보나라 만들기. 크림을 쓰지 않고, 계란 노른자로만.
만들 결심을 한 것은 이 동영상을 본 후. 안토니오 까를루초(Antonio Carluccio)라는 이 할아버지는 요리를 참 느긋하게 시전하시는데 꼭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데 동영상 하단을 보니 돌아가신 것 같아 구글링을 해보니 올해 11월 7일에 명을 달리하셨다.... RIP.
재료는 매우 간단하다. 스파게티 면과 주재료라고 할 수 있는 판체타(Pancetta), 달걀 4개(처음에 3개 하려다가 너무 적어서 4개로 늘렸다)에서 노른자만, 그라노 파다노(혹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로마에서는 페코리노) 치즈, (베제카 처럼) 좋은 올리브 오일, 후추, 그리고 소금.
판체타는 일종의 이탈리아식 베이컨이라는데 (시중에서 파는) 베이컨과는 좀 다른 느낌이고 독특한 향이 있다. 원래 까르보나라를 만들때 쓰는 건 판체타 보다는 관찰레(Guanciale)라는 돼지 뽈살(과 목살)로 만든 햄이다. 동영상의 까를루초 할아버지도 관찰레를 쓰고 있는데 나야 뭐 관찰레를 구하기 어려우니... 내가 빠넬로의 셰프님처럼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없고;;;; 소금집의 판체타를 샀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움.
일단 물에 소금을 넣고 끓이면서 밑준비를 한다. 1리터당 10g의 소금을 넣어야 한다고. 난 말 안듣고 3리터는 돼 보이는 물에 1티스푼만 넣었는데... 다음엔 꼭 시키는 대로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_-;;;
그리고 120g의 판체타를 1~1.5cm 너비로 큼직하게 썰었다. 처음엔 4인용으로 좀 부족한가 했는데 전혀 그렇진 않았다. 다만, 요건 까를루초 할아버지 말 듣지 말고 좀 더 가늘게 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말 잘 듣겠다고 한 지 5초 지났는데...
후라이판에 노릇하게 굽는다. 생각보다 좀 더 빨리 노릇해졌다. 다음엔 조금 약한 불에 바삭하게 구울 생각.
그리고 재빨리 계란 노른자에 갈아 놓은 치즈를 투하한 후 후추를 잔뜩 갈아넣고 휘저었다. 계란은 노른자만 네 개를 썼는데, 다음에는 까를루초 할아버지처럼 계란 2개에 노른자 하나만 추가할 생각.
팬에 흥건한 기름을 조금만 남기고 덜어낸 후 적당히 식은 팬에 면을 넣어서,
계란 소스를 넣고 잘 섞는다. 계란의 양이 적어 보였는데 의외로 고루 잘 섞인다. 판체타 기름과 노오란 계란으로 코팅된 면에서 고소한 향이 올라와 군침이 절로 삼켜지는 부분.
가볍게 플레이팅. 애들이 안 먹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먹는다. 럭키♥
만들어보니 과정이 간단하다. 다만 개선 포인트가 몇 가지 있었음.
1. 일단 팬의 온도를 너무 떨어뜨리지 말 것. 너무 높으면 계란이 익어서 스크램블드 에그처럼 된다는 경고를 많이 들어서 조심했더니 플레이팅 후 면이 너무 빨리 식어 뻣뻣해졌다. 기름을 적당히 덜어낸 다음 면을 넣어 기름 코팅을 하면서 적당히 식힌 후 계란 소스를 풀면서 섞어주면 온도 손실도 줄이고 계란이 익지도 않을 것 같다.
2. 접시를 미리 덥혀 놓으면 좀더 오래 따뜻한 상태로 즐길 수 있을 듯. 특히 겨울엔.
3. 한국 판체타는 비교적 싱겁기 때문에 계란 소스에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춰 놓아야 한다. 계란은 흰자까지 다 쓰고 노른자 하나만 더 추가하자.
다음엔 제이미 올리버 레시피대로 해 봐야겠다.
이 아저씨는 물을 좀 많이 섞어 소스를 묽게 하는구만. 옵션으로 마늘을 쓰고.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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