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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01. 주정강화와인: (5)마르살라[Marsala]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12. 16.

마저 쓰는 주정 강화 시리즈. 마르살라는 정말 한국에서 존재감이 부족한 편. 정보도 많지 않았고, 괜히 많이 써 봐야 헷갈리기만 할 것 같아 간단하게 썼다. 일단 수입되는 마르살라가 대부분 요리용. 요리용이 아닌 녀석은 아래 소개하는 산 펠레그리노의 상급 라인업 정도다. 음, 국산 와인도 주정강화 스타일로 생산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인데... 호불호가 좀 갈리긴 해도 외려 와인 애호가가 아닌 사람들도 많이들 좋아하는 등 확장성이 있어 보인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주정강화와인: (5)마르살라[Marsala]

겨울이다. 올해는 좀 늦게 찾아오나 했더니 11월 마지막 날 서울의 수온주는 여지없이 0도 아래를 찍었다.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와인은 역시 주정강화 와인이다. 몸을 덥혀 주는 높은 알코올과 움츠러든 기분을 부드럽게 보듬어주는 복합적인 풍미는 긴긴 겨울밤의 동반자로 안성맞춤이다. 개인적으로는 올 겨울 내내 마실 주정강화 와인을 종류 별로 갖추어 놓았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쯤엔 주정강화 와인을 네 번에 걸쳐 소개했었다.

 

주정강화와인: (1)누구냐, 너

주정강화와인: (2)마데이라[Madeira]

주정강화와인: (3)포트[Port]

주정강화와인: (4)셰리[Sherry]

 

올 겨울 주정강화 와인의 활용도는 훨씬 높아질 듯싶다. 보통 오픈 후에도 한 달 이상 즐길 수 있는 주정강화 와인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홈술족이 늘어나는 현재 트렌드에 딱 어울린다.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과 소규모로 즐기는 홈파티에서 칵테일 재료로 활용하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이트 캡으로 한 잔 즐기기도 제격이다. 파네토네, 슈톨렌 등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즐기는 디저트와도 궁합이 좋다.

 

마르살라의 역사

이번에 소개할 주정강화 와인은 바로 마르살라(Marsala)다. 요리 재료로 많이 사용하다 보니 와인 애호가보다는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더 익숙한 술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에는 마데이라, 포트, 셰리와 함께 대표적인 주정강화 와인으로 사랑받았다. 마르살라 애호가였던 영국의 넬슨 제독이 영국 함대와 왕실을 위해 매년 마르살라 500통을 구매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마르살라는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거치며 침체의 길을 걸었다. 하락한 품질과 드라이 레드 와인을 선호하는 추세는 마르살라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1969년 에트나(Etna)에 이어 시칠리아에서 가장 먼저 DOC로 지정된 이래 1980년대부터 일부 생산자들을 중심으로 고품질 마르살라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품질 혹은 규모 면에서 유명한 생산자는 플로리오(Florio), 마르코 데 바르톨리(Marco de Bartoli), 펠레그리노(Pellegrino) 등인데, 펠레그리노는 한국에도 수입돼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마르살라 석양 사진

 

마르살라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인 시칠리아 서쪽 끝에 위치한 같은 이름의 도시에서 유래했다. 1770년대 마르살라에 도착한 영국인 존 우드하우스(John Woodhouse)는 이 지역의 와인이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포트나 셰리 등 주정강화 와인들과 풍미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시험 삼아 50통의 와인을 영국 시장으로 보냈는데, 운송 과정에서의 변질을 막기 위해 브랜디를 첨가했다. 예상대로 마르살라 와인은 영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우드하우스는 마르살라 지역에서 포도밭을 매입하고 양조장과 항만 시설을 건립하는 등 본격적으로 마르살라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여러 영국인들이 마르살라 생산에 뛰어들었고, 1830년대부터는 현지인들도 활발히 참여하면서 마르살라는 한 때 이탈리아에서 수출량이 가장 많은 와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마르살라의 종류

마르살라는 보통 15-20% 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으며, 컬러, 당도, 숙성기간 등에 따라 구분한다. 각각의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품종과 제조방법이 다르다. 우선 컬러에 따라 오로(Oro, 금색), 암브라(Ambra, 호박색), 루비노(Rubino, 루비색) 세 가지로 구분한다. 오로와 암브라는 그릴로(Grillo), 카타라토(Catarratto), 인졸리아(Inzolia) 등 화이트 품종으로 양조한다. 루비노는 페리코네(Perricone, 현지에서는 Pignatello라고도 함), 네로 다볼라(Nero d'Avola),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등 레드 품종을 중심으로 양조하며, 30%까지 화이트 품종을 블렌딩 할 수 있다. 당도 또한 세코(secco, 드라이), 세미 세코(semi secco, 미디엄 드라이), 돌체(dolce, 스위트) 세 가지로 구분한다. 세코는 리터 당 당분 함유량 40g 이하, 세미 세코는 40-100g, 돌체는 100g 이상이다. 숙성 기간에 따른 분류는 다섯 종류다. 피네(Fine)는 1년, 수페리오레(Superiore) 2년, 수페리오레 리제르바(Superiore Riserva)는 4년 이상 숙성한다. 베르지네(Vergine) 혹은 솔레라스(Soleras)는 5년, 베르지네 스트라베키오(Vergine Stravecchio) 혹은 베르지네 리제르바(Vergine Riserva)는 10년 이상 숙성한다.

 

펠레그리노 베르지네 리제르바

 

스타일에 따라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마르살라에는 가열한 포도즙이라는 의미의 모스토 꼬또(Mosto Cotto)와 과숙시켜 당도를 응축한 인졸리아 포도즙에 주정을 첨가해 만든 미스텔라(Mistella)를 섞는다. 이를 통해 복합적인 풍미나 컬러를 더하는 것이다. 그러나 베르지네부터는 모스토 꼬또와 미스텔라를 사용하지 않고 브랜디 혹은 중성적인 주정만 섞는다. 그만큼 베이스 와인의 품질이 높아야 한다는 의미다. 브랜디나 주정 또한 보통 인근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것을 사용한다. 상급 마르살라의 경우 셰리와 유사한 솔레라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레이블에 '솔레라스'라고 표기된 것이 그것이다.

 

어떻게 즐길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르살라는 요리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보통 티라미수, 이탈리아식 커스터드 디저트인 자바이오네(Zabaione) 등의 디저트를 만들 때는 달콤한 마르살라를, 쇠고기나 버섯 요리 등에 캐러멜라이즈된 풍미를 더할 때는 드라이 마르살라를 사용한다. 단, 요리에 사용할 마르살라는 피네와 같은 낮은 등급이면 충분하다. 더 높은 등급의 마르살라는 요리에 사용하기보다는 요리와 함께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린 과일부터 허브와 스파이스까지 개성적이고 다양한 풍미를 드러내는 마르살라는 견과류와 건과일을 사용한 디저트나 블루 치즈, 초콜릿 등과 아주 잘 어울린다. 혹은 아스파라거스 등의 풋풋한 채소류와도 좋은 궁합을 보이니 시도해 보자. 상온에서 마셔도 괜찮지만 조금 차게 해서 섭씨 12도 정도로 마실 것을 권장한다. 오픈 후엔 시원한 곳에서 보관하면 한 달 정도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팬데믹으로 우울한 연말, 나에게 주는 선물로 마르살라 한 병 어떨까. 긴긴 겨울밤을 위해, 건배.

 

 

 

주정강화와인: (5)마르살라[Marsala]

이번에 소개할 주정강화 와인은 바로 마르살라(Marsala)다. 요리 재료로 많이 사용하다 보니 와인 애호가보다는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더 익숙한 술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에는 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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