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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

전동킥보드(이브이패스)로 제주 공항에서 서귀포까지!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7. 14.

지난 주말 1박 2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먼저 내려간 친구를 만나 가볍게 한 잔 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주요 목적은 바로 요거! 킥보드를 타고 제주도를 일주해 보고 싶었다. 서울에서도 한 번 안 타본 킥보드를 갑자기 왜 타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급하게 즉흥적으로 내려간 거라 어떤 킥보드를 이용할지 전날부터 가볍게 검색해 봤는데, 이브이패스(EVPASS)라는 업체가 눈에 띄었다. 제주 전체에 스테이션을 잘 깔아놓은 것 같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을 깔아서 확인해 보면 이렇게 해안도로를 따라 엄청나게 많은 스마트 모빌리티 존이 검색된다. 검색 당시엔 '스마트 모빌리티 존 = 대여/반납 가능'이라고 쉽게 받아들였다. 이 정도로 존이 많이 깔려있으면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용하면서 그게 아닌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재앙이 시작되었... ㅠㅠ

어쨌거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름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아니 그 이상 고생도 많이 했다-_-;;;

 

일단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스마트 모빌리티를 빌리는 것부터 난관. 지도에 표시된 공간에 킥보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킥보드가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위 지도의 '10'이라고 표시된 공간으로 가 봤는데, 거기에 존이 마련돼 있고 모든 킥보드가 거기에 모여 있었다;;; 아니 이럴 거면 표시를 그 공간에 해 놔야지.... 투덜거려봐야 하소연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살짝 짜증이 났지만 일단 렌탈을 했다. 일단 여기서 30분 허비.

스마트 모빌리티 존은 제주공항 1번 게이트 옆이니 이용하실 분들은 참고.

 

이용권은 5분권부터 시작해 5일권까지 다양하다. 근데, 2일권 2번 사는 것보다 4일권이 더 비싼 아이러니... 가격 정책이 왜 이런 거죠-_-?? 어쨌거나 나는 서귀포까지 내려가야 하니 당일권을 샀다. 앱에서 카드 결제하면 바로 이용 가능하다.

 

아, 여기서 주의할 점.

  1.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면허증을 등록해 두어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이상을 보유한 사람만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
  2. 이용권 구매를 위한 신용카드도 미리 등록해 두는 것이 좋다.
  3. 헬멧도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데, 헬멧은 전동 킥보드에 걸려 있으므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
  4. 스마트폰 거치대는 전동 킥보드에 달려 있지 않으니 필요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주로 자전거 도로를 타고 이동할 생각이었지만, 어쨌거나 세부적인 길을 보려면 자전거 전용 핸드폰 내비를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미리 거치대를 준비해 갔다. 실제로 대안 도로를 검색하거나 편의점을 찾을 때 아주 유용했다. 

 

렌트는 이브이패스 앱으로 위 QR코드를 찍으면 끝. 사용법도 본체에 적혀 있는 대로만 따라 하면 매우 쉽다. 

 

제주 공항을 출발해 공항 뒤편의 한산한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유명한 이호테우 등대 쪽 해안 도로와 만난다. 이호테우 해수욕장은 이미 개장해 서퍼 등 제법 많은 사람들이 레저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애월로 나가는 길이 영 순탄치 않았다. 인도 위로 붉게 칠해진 자전거 도로는 파손도 많은 데다 기본적으로 편안하지가 않아서, 충격이 고스란히 머리로 온다-_-;;; 앞-뒤 바퀴 모두 흔히 쇼바라고 부르는 서스펜션이 없기 때문. 처음엔 머리가 드드드드- 떨려서 멀미를 했을 정도. 그래서 일부 구간은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 옆으로 갓길 주행을 했다.

 

하지만 애월로 빠지는 메인 도로부터 차도 옆에 아스팔트가 깔린 자전거 전용 도로가 나오는데, 승차감이 아주 좋다. 이때부터는 길은 큰 문제가 없었음. 다른 문제가 많았지;;;;

 

10km쯤 이동하니 킥보드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경치도 아주 좋아서 제대로 드라이브하는 기분. 렌터카를 탈 때와는 보이는 풍경이 미묘하게 다르다. 

 

중간중간 여유롭게 쉬면서 경치도 구경하고... 이런 게 여행의 묘미지.

 

그런데, 한창 가다 보니 뭔가 속도가 줄어들고 힘이 없는 느낌이었다. 배터리 잔량을 보니 아직은 한 칸이 남아 있었는데... 갑자가 줄어들더니 완전히 서 버렸다. 금능에 완충된 킥보드가 한 대 있는 걸 확인한 터라 거기서 교체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터리가 훅 나가버리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리막도 아닌 완전 평지라 발로 밀면서 갈 수도 없고...

금능까지는 아직 6km 정도 남아있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근처에 빌릴 수 있는 킥보드는 없단다. 근처 스마트 모빌리티 존에 킥보드를 반납한 후 금능으로 이동하거나, 혹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 그런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시간 이상 소요된다고-_-;; 그래서 일단 가장 가까운 700m 거리 대수 포구 모빌리티 존에 킥보드를 반납하고 금능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반납은 아무데서나 할 수 없고 지정된 스마트 모빌리티 존에서만 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 모빌리티 존은 일종의 가상공간일 뿐, 특별한 거치대나 표시판 같은 건 없다. 그러니 대충 근처에 도착하면 앱의 안내에 따라 QR코드를 찍고 정면/측면 사진을 찍은 다음 반납하면 된다. 처음엔 특별한 공간이 구성돼 있는 줄 알고 한 5분 헤맸음;;;

 

어쨌거나 금능 해수욕장까지 버스로 도착해서 배터리 100% 완충인 킥보드를 대여하는 데 성공! 이 정도면 최소 송악산 넘어 서귀포시 근처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킥보드의 디스플레이 전원이 켜지질 않는다. 당연히 시동도 걸리지 않고.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뭔가 에러가 난 것 같다고;;; 결국 옆에 있던 배터리 40% 짜리 킥보드를 울며 겨자먹기로 대여해서 일단 출발하려 했는데... 

 

내가 가는 방향의 스마트 모빌리티 존을 검색해 보니, 배터리 유무를 떠나 빌릴 수 있는 킥보드 자체가 하나도 없었다. 다시 상담사와 통화했더니, 원래 협재/금능부터 중문까지는 킥보드를 배치하지 않는다고;;;; 아니 근데 존은 왜 이리 많이 뚫어놓은 겨!!!! 그래서 결국 내가 가는 방향으로 갈아탈 모빌리티를 배달해 주기로 했다. 일단 나는 출발하고, 뒤로 배송 트럭이 쫓아오는 형국... 트럭 도착 전 배터리 아웃은 자명한 상황...

그래도 응대해 주신 남자 상담사분이 너무 친절하고 최대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 주셔서 그닥 화는 나지 않았다. 어차피 놀러 온 거고, 이것도 다 경험인데 뭐 ㅋㅋㅋㅋㅋ

 

일부러 중간에 여러 번 쉬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풍차 해안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갔지만... 마지막엔 한 30분 이상 전기 오링 난 킥보드를 질질 끌고 이동한 듯ㅠㅠ 그냥 큰 길가라 편의점도 없고 카페도 없고...ㅠㅠ

 

마침내 배달 트럭 도착했을 땐 얼마나 반갑던지... 피곤함이 싸악 사라지더라. 담당자 분도 상당히 친절했고, 완충된 킥보드를 받으니 마음이 든든해짐. 그리고 혹시 모르니 진로 방향의 스마트 모빌리티 존 두 곳에 추가 킥보드를 배치하고 가신다고. 넘나 감사한 것... 일단 물 마시러 근처 편의점으로 ㄱㄱㅅ~

 

나의 주요 이동 상황을 지도에 표시하면 위와 같다. 결국 약속시간 때문에 목적지까지는 가지 못하고 산방산 부근에서 킥보드 운행을 포기했다. 저만큼 이동하는데 5시간 조금 넘게 걸렸으니 시간만 생각하면 버스가 훨씬 효율적이다. 만약 문제 없이 스무스하게 연결됐다면 4시간 조금 넘게 걸려 목적지까지 들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아직 나처럼 킥보드를 끌고 제주 공항에서 서귀포까지 가는 또라이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관광지 근처에서 잠깐 타다가 반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 하지만 잘만 홍보하면 렌터카 없는 뚜벅이족의 괜찮은 이동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쨌거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정리하면 1시간 이상의 장거리 주행은 (아직은) 안 하는 게 낫다. 제주시, 서귀포시, 협재 등 길이 잘 닦이고 킥보드가 종종 보이는 관광지에서 재미 삼아 타거나 5km 이내의 근거리 이동용으로 사용하는 게 좋을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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