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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2.81회 증류 위스키?? 모틀락 16년(Mortlach Aged 16 Years)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0. 29.

최근 모 샵에서 초특가로 저렴하게 구입한 모틀락 16년(Mortlach Aged 16 Years).

 

모틀락은 스카치 위스키의 성지 스페이사이드(Speyside) 중에서도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더프타운(Dufftown)에 위치한 증류소다. 게일어로 '절구 모양의 계곡'이라는 뜻이라고.

스페이사이드는 가볍고 향긋한 과일 풍미가 매력적인 스타일의 몰트 위스키로 잘 알려져 있는 지역이다. 물론 최근에는 다양한 증류소에서 지역 스타일에 상관없이 독특한 풍미의 위스키들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지역 별 전형적인 스타일이 어느 정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모틀락은 오래전부터 이런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나 있던 위스키였다. 황과 고기의 뉘앙스가 드러나며 오랜 숙성이 필요한 묵직한 스타일의 위스키를 만들었던 것.   

 

모틀락의 위스키는 대부분 블렌디드 위스키에 사용됐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조니 워커 블랙(Johnny Walker Black)이다. 모틀락 16년은 1992년에야 플로라 & 파우나(Flora & Fauna) 시리즈의 일부로 출시되었다가 단종되었고, 2018년 재출시되었다.

 

공식 테이스팅 노트. 피트는 없으며 셰리 오크에서만 숙성해 달콤하면서도 스파이시한 향이 특징. 풍미의 밀도가 높고 농밀하며, 정향, 넛멕 힌트와 함께 달콤한 다크 베리 풍미 길게 이어지지만 드라이한 피니시를 남긴다.

  

그런데 박스에 미스터리 한 문구가 있다. 'The Beast of Dufftown' 같은 문구야 마케팅적 수사라고 해도, 2.81 Distilled는 무엇?! 

 

모틀락 증류소는 19세기 초반까지 불법으로 운영되다가 1823년 제임스 핀들레이터(James Findlater)에 의해 더프타운 최초의 합법적 증류소가 되었다. 나중에 글렌피딕(Glenfiddich)을 설립하는 윌리엄 그랜트(William Grant)가 20년 동안 일하며 꿈을 키운 증류소로도 알려져 있다.

한동안 여러 소유주를 거치던 모틀락은 1852년 설비를 보강한 후 1853년 오랜 기간 철도업에 종사했던 조지 코위(George Cowie)의 소유가 된다. 바로 박스 하단 사인의 주인공이다. 이후 모틀락은 미국 등 세계 시장에도 수출하는 등 인기를 얻었다. 1896년 조지 코위가 세상을 떠나자 의사였던 아들 알렉산더(Alexander)가 증류소를 이어받았으며, 이듬해 더프타운역까지 사설 철로를 연결하고 증류소를 대대적으로 증축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알렉산더는 원래 있던 4개의 증류기보다 규모가 큰 2개의 새로운 증류기를 추가하고 모틀락 특유의 2.81 증류 공정을 도입한다. 나왔다! 2.81 증류!!

 

이 프로세스는 'The Way'라고 불리는데, 자기들 생각에도 기괴하고 복잡한가 보다. 하지만 다른 증류소에는 없는 이런 특별한 공정이 차별적인 개성을 만들어 내는 거겠지.

 

이 그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해석하는 데 한참 걸렸다. 일단 규모가 큰 3번 워시 스틸과 3번 스피릿 스틸은 일반적인 2회 증류해 숙성한다. 그런데 1번과 2번 워시 스틸에서 증류한 로우 와인(low wine, 1차 증류 후 얻은 원액)의 일부는 2번 스피릿 스틸에서 2차 증류 후 숙성하고, 일부는 위 위치(Wee Witchie)라고 부르는 1번 스피릿 스틸에서 2차, 3차 증류한다. 이렇게 다양하게 진행하는 증류의 평균 횟수를 계산하면 2.81회가 되는 것이다.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 증류기의 크기가 저마다 다르다. 때문에 증류기마다 다양한 성격의 원액이 생산되고, 이것들을 블렌딩해 모틀락 특유의 풍미와 무게감을 갖춘 위스키가 탄생하는 것이다.

 

박스 오픈. 병 모양은 사실 선호하는 타입이 아닌데, 보다 보니 응근 멋진 것 같기도 하다.

 

나무 손잡이가 붙은 된 코르크 마개는 매우 좋아함^^;;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더프타운의 괴물'이라는 표현도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알코올 도수는 43.4%.

 

헤비한 원액과 ex-셰리 캐스크의 결합이 어떤 풍미를 만들었을지 매우 궁금하다.

 

다른 모틀락 위스키의 보틀은 더욱 멋진 듯. 모틀락을 함 모아 봐야 하려나...

 

일단 이 녀석을 마셔 보고 결정하자.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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