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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최초의 싱글 배럴 버번, 블랑톤(Blanton's)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0. 27.

생동감 넘치는 기수. BGM으로 '말달리자'라도 틀어줘야 할 것 같다ㅋ 

 

블랑톤 더 오리지널 싱글 배럴 버번 위스키(Blanton's The Original Single Barrel Bourbon Whiskey).

 

이 위스키가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수류탄 같이 생긴 독특한 병 모양과 함께 코르크 위에 올라앉은 기수 때문이다.

 

출처 : www.blantonsbourbon.com

게다가 이 기수의 모양은 서 있는 모습부터 달리다가 속도를 줄이는 모습까지 단계 별로 여덟 가지가 있다. 말 뒷다리 쪽에 알파벳이 적혀 있는데, 다 모으면 B.L.A.N.T.O.N.S.다! 같은 위스키이지만 다른 모양의 기수를 모두 모으려고 여덟 병을 사는 애호가도 있다고.

그래서 블랑톤 공식 몰에서 이런 디스플레이용 패널까지 판다ㅋㅋㅋ  웃었지만 사고 싶다;;;;

 

하지만 블랑톤의 가치는 단지 기수로 장식된 코르크에만 있지 않다. "The Original Single Barrel Bourbon Whiskey"라는 문구가 의미하듯, 블랑톤은 시작된 최초의 싱글 배럴 버번 위스키다.

당시에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위스키는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고 제품 별로 표준적인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배럴에 숙성하던 원액을 블렌딩해 출시한다. 이건 코냑이나 와인 등 오크 숙성을 하는 다른 주류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저장소라고 하더라도 배럴 자체의 특성이나 보관 위치 등에 따라 숙성한 원액의 풍미가 달라지기 때문인데, 결국 오크통 별로 우열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전체적인 맛과 품질을 균등하게 하고자 블렌딩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 특별하게 우수한 배럴만 쏙 빼내서 병입하면 다른 위스키와는 다른 개성의, 고품질의 특별한 위스키가 된다. 그게 바로 '싱글 배럴 위스키'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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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요즘의 트렌드에 맞추어 최근엔 다양한 버번 메이커에서 싱글 배럴 위스키를 생산하며, 심지어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들도 종종 싱글 배럴 버전을 출시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애호가들이 아예 통 하나를 사서 싱글 배럴로 병입하는 공구도 종종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 구매한 글렌알라키 싱글 캐스크(GlenAllachie Single Cask)도 그런 것 중 하나.

 

출처: www.blantonsbourbon.com

블랑톤의 이름은 알버트 B. 블랜튼(Albert B. Blanton) 대령으로부터 유래했다. 어릴 적부터 증류소 관련 일을 했던 그는 1921년 조지 T 스택(George T. Stagg) 증류소의 사장이 된다. 그런데 그때는 바로 금주법이 막 시행된 시절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의료용 주류 제조 허가를 받아 증류소를 유지했으며, 심지어는 금주법 이후 경제 대공황 시기에도 수요 증가를 예측하고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했다.

 

출처: www.blantonsbourbon.com

그때 지은 보관소가 바로 웨어하우스 H(Warehouse H)다. 이 보관소는 건설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철제 패널을 사용했는데, 그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철제 패널은 전도율이 좋기 때문에 외부의 기후 변화가 그대로 창고 안까지 전해졌고, 온도 변화가 심했다. 이는 숙성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동시에 위치에 따른 오크 통 별 차이 또한 크게 만들었다.

블랜튼 대령은 이 저장고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는 중요한 손님이 올 때면 웨어하우스 H에 들어가 숙성이 잘 된 맛있는 배럴, 영어 표현으로도 '꿀 배럴(honey barrels)'을 골라 병입한 후 선물했다고 한다. 1940년대부터 그와 함께 일했던 마스터 디스틸러 엘머 T. 리(Elmer T. Lee)가 그 기억을 떠올려 1984년 최고의 배럴만을 골라 출시한 싱글 배럴 위스키가 바로 블랑톤이다.

1992년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에서 조지 T 스택 증류소를 인수했고 증류소 이름도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로 변경했다. 따라서 블랑톤을 만드는 것은 버팔로 트레이스. 그런데 블랑톤 브랜드는 에이지 인터네셔널(Age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일본 다카라 홀딩스(Takara Holdings)의 자회사다-_-;;; 살짝 복잡하지만, 단순무식하게 정리하면 버팔로 트레이스에서 만드는 프리미엄 싱글 배럴 버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병 뒤쪽으로 봉인한 밀랍을 제거하기 위한 태그를 달아두었다. 하긴, 저 태그가 없으면 어떻게 뚜껑을 열어야 할 지도 난감할 것 같긴 하다. 밀랍 봉인은 물론 레이블 부착도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레이블의 번호 표기도 모두 수기다. 이 보틀의 넘버는 117번.

 

보틀 넘버뿐만 아니라 병입 년월과 배럴 넘버, 선반 번호가 모두 수기로 적혀 있다. 모두 변경되는 것이지만 보관소 이름은 당연하게도 언제나 H다. 알코올도 언제나 93 프루프(proof).

  • 병입 년월(dumped on) : 21년 1월 21일
  • 배럴 번호(Barrel No.) : 100
  • 선반 번호(Rick No.) : 3

 

특별한 풍미와 부케, 캐릭터를 담은 최고의 보틀이란다.

사실 블랑톤은 일본 시장 독점 판매용이었다. 이 위스키를 개발한 80년대는 일본이 초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으니, 일본 시장 공략용으로 슈퍼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를 기획한 것. 8가지 말 모양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병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싱글 배럴 컨셉도 그렇고, 한정판을 선호하는 일본의 감성에 아주 딱 들어맞는다. 발음도 사실 '블랜튼'에 가까운데, 일본 전용으로 들어갔다가 넘어온 영향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식 발음인 '블랑톤'으로 굳어졌다.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는지 이런저런 영화나 드라마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건 영화 존 윅(John Wick)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블랑톤을 마시는 장면.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에서도 볼 수 있다.

 

공식 테이스팅 노트. 바닐라와 캐러멜, 버터스카치, 정향, 넛멕, 시나몬, 그리고 시트러스 & 오크.

Taken from the center-cut or middle sections of the famous Warehouse H, Blanton’s Original Single Barrel was once designated for ambassadors, dignitaries, and Colonel Blanton’s family and friends. Today, everyone has access to the world’s first single barrel bourbon. The taste profile is sweet, with notes of citrus and oak. The creamy vanilla nose is teased with caramel and butterscotch, all underscored by familiar baking spices such as clove, nutmeg, or cinnamon. Blanton’s Original set the standard for single barrel bourbons in 1984. Best served neat or on the rocks. Bottled at 46.5% alcohol by volume.

 

어쨌거나 한국에서는 보기 어렵고, 마실 차례가 오려면 한참 남은 것 같으니 당분간은 굴비 신세.

 

드링킹 순서는 함께 산 와일드 터키 13년에게 먼저 돌아올 것 같다. 이 녀석 역시 일본 한정판으로 출시된 녀석. 왜 다들 일본으로만, 심지어 대만으로만 가는 거냐!!! 엉엉엉...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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