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역 부근 만주양꼬치에서 위스키/코냑 모임.
지하철 노량진역 5번 출구에서 5분도 안 걸린다. 공식적인 콜키지 제도는 없지만 대충 맥주 몇 병 마시면 콜키지 프리 해 주시는 듯. 물론 처음 갈 때는 사전 문의를 하고 가는 게 좋겠고, 응대가 깔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주인 아주머니 츤데레 스타일임.
양꼬치를 떼다 파시는 게 아니라 직접 작업하시는 듯. 그냥 양꼬치도 괜찮지만 위 사진의 양갈비살 꼬치가 더 맛있다.
탄이 아니라 참숯을 쓰시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들었음.
고기가 실하게 차 있는 가지 튀김도 아주 맛있다. 강추.
부추&고기소가 잘 어우러지는 찐만두도 역시.
첫 잔은 모 카페에서 공구했었던 Gelas Bas-Armagnac 18 Ans.
정보와 시음기를 별도로 포스팅했다.
Larsen Napoleon Grande Fine Cognac
확실히 옅은 컬러에 부드럽고 온화한 탑 노트. 입에서는 부드럽고 순한 질감을 타고 후추 같은 핫 스파이스와 삼나무 오크 풍미가 제법 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향긋한 과일과 꽃 향기가 뒷단을 받치고 있어 균형이 심하게 무너지지는 않은 편. 일단 마시기 편해서 술술 넘어가는 데다 로즈메리 허브와 침엽수 잎사귀 향기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져 상당히 매력적이다.
장기 보관한 코냑의 매력이 이런 건가 싶은 생각도. 오래전에 만든 코냑은 만드는 프로세스가 달랐다는 얘기도 있는 것 같고.
병입년월이 1981년 1월인 듯ㄷㄷㄷ 하긴, 내가 가진 증류주 보틀들도 위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Wild Turkey, Rare Breed
배럴 프루프라서 살짝 긴장했는데 바닐라와 완숙 핵과의 달콤한 향이 가장 먼저 맞아주는 게 상당히 편안하다. 입에 넣었을 때의 질감도 부드럽고 알코올도 강하게 튀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편. 물론 몇 개월 전에 오픈한 보틀이라 에어레이션이 상당히 진행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송진이나 정향(+시나몬?)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와 오크 뉘앙스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배럴 프루프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멜로함으로 부드럽게 쓱 넘어가는데, 시간이 갈수록 포스가 느껴지는 스타일. 맛을 보았으니 집에 사 둔 녀석은 천천히 오픈해도 되겠다.
Armagnac de Castelfort XO
참석자 분 중 한 분이 비교용으로 대용량 바이알에 담아 오신 아르마냑. 젤라스와 같이 바-자르마냑에서 만든 것인데 XO등급이나 최소 10년 숙성이다. 그냥 보기에도 컬러는 젤라스보다 짙은 듯.
코를 대면 약간 과숙해서 시큼해진 자두 같은 풍미와 새콤한 레드 베리 풍미가 섞여 있다. 가볍게 톡 쏘는 아세트산 뉘앙스가 드러나는 게 살짝 거슬렸지만, 코어에 있는 풍미는 나쁘지 않았고 부드러운 질감 또한 괜찮았다.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풍미는 아르마냑의 문제가 아닐 수도.
중간에 옥수수 온면으로 입가심. 나 같은 알쓰에게는 딱 좋은 타이밍이다.
생각보다 맵지 않고 면발이 탱글해서 좋다. 이게 5천 원이라니 넘나 개꿀 아닌가.
Glen Burgie Distillery 13 Years Old CS (for Whisky Navi)
위스키 내비라는 유튜브에서 공구한 보틀인데, 이게 퍼스트 필 셰리 캐스크 숙성이 맞냐는 걸로 크게 이슈가 됐었다. 대세는 이'게 퍼필 셰리일 리가 없다, 아마 샘플과 다른 캐스크로 사기를 강한 게 아닐까'하는 의심인 것 같다. 나야 위린이니까 이런 논란에 발을 담그기는 어렵고, 주관적인 느낌만 가볍게.
일단 잔에 따랐을 때의 컬러는 붉은 기운이 거의 없는, 녹색이 아주 살짝 감도는 듯한 밝은 금빛이다. 병에서는 적갈색이 살짝 드러나는 듯도 한데 따랐을 때는 훨씬 옅은 느낌이랄까. 코를 대면 향긋한 베르가못 같은 시트러스 & 플로럴 아로마와 잔디나 갓 벤 풀 같은 그린 노트를 중심으로 솔/침엽수 힌트가 가볍게 더해진다. 일반적으로 (올로로소) 퍼필 셰리에서 주로 느껴지는 꾸덕한 과일 풍미는 잘 느껴지지 않고, 톡 쏘는 스파이스와 함께 가볍게 떠오르는 섬세하고 신선한 향이 대세다. 혹시 피노 셰리(Fino Sherry) 캐스크에서 숙성한 게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들었는데, 레이블에 붉은 글씨로 명확하게 1st Fill Oloroso Sherry Butt이라고 적혀 있다. 흠... 진실은 과연 어디에.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싫지 않은, 그렇다고 막 선호하지도 않는 스타일이다. 딱 한 잔이면 족한 느낌.
적당히 잘 튀겨진 꿔바로우. 좀 많이 달게 느껴진 소스도 새콤한 맛과 어우러져 나름 잘 어울린다.
Ardbec Scorch
2021년 아일라 축제(Feis Ile) 한정판으로 출시된 아드벡 스코치(Ardbeg Scorch). 커미티 전용은 아니고 일반 유통용이다. 백후추와 회향, 베이컨 같은 육류와 스모키 & 토스티 향이 동시에 드러난다. 생각보다 풍미의 밀도가 가볍고 피트와 정향 뉘앙스 또한 진하지 않다. 다들 달다고 표현하시던데, 버번 오크의 노란 과일 풍미 때문일까. 개인적으로는 달다는 표현보다는 '부드럽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쨌거나 밝은 골드 컬러와 어울리는 무겁지 않고 산뜻한 위스키.
'용의 숨결 같은 풍미"라며 겁을 잔뜩 주더니, 실제로는 귀여운 아기 용이 애교를 부리는 정도의 수준이다. 나 같은 핏찔이도 편하게 마실 수준의 피티함이랄까. 제주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했는데 조만간 솔드 아웃될 것 같다. 어쩌면 이미 되었을 지도.
Morrison and MacKay (Tobermory) Aged 11 Years in Sherry Hogshead
마지막으로 마신 위스키인데 알코올이 무려 69.2%다. 셰리 혹스헤드에서 11년 숙성한 CS인데 밝은 페일 골드 컬러에 베리베리베리 스파이시하다. 입에 넣으니 화한 민트 향이 살짝 드러나며 미원 같은 감칠맛(?)과 세이버리함이 마구 피어나서 마치 데킬라 같은 느낌이다. 앞의 글렌버기와 유사한 풍미의 스펙트럼도 일부 있는 것 같기도. 아마 퍼필이 아닌 셰리 혹스헤드 숙성이 아닐까 싶다. 역시 바이알에 담아오신 것.
바이알을 제외한 떼샷. 6시에 만나 9시까지 깔끔하게 마시고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 다음 날 숙취도 전혀 없었을 정도로 가뿐했다. 다음에 또....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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