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국에 수입됐던 미셸 피카르(Michel Picard)의 딸 프란신 피카르가 꼬뜨 드 본의 좋은 포도밭만을 골라 만드는 와인, 오 피에 뒤 몽 쇼브. '몽라셰 산의 발치'라는 와이너리의 이름처럼 몽라셰 부근의 포도밭들이 주력이다. 맛은... 직접 사서 확인하시라.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와인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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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라셰의 기슭에서 탄생한 최고의 와인, 오 피에 뒤 몽 쇼브(Au Pied du Mont Chauve)
명실상부 부르고뉴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몽라셰(Montrachet). 이 그랑 크뤼의 명성이 얼마나 높은지 밭을 둘러싼 샤샤뉴(Chassane)와 쀨리니(Puligny) 두 마을은 이름 뒤에 몽라셰를 하이픈으로 이어 붙였다. 몽라셰 그랑 크뤼 동쪽에는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몽라셰 산의 별명은 몽 쇼브(Mont Chauve)인데, 대머리 산이라는 뜻이다. 아마 석회석이 드러나 민둥한 모습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 이 척박한 산을 둘러싼 샤샤뉴 몽라셰와 쀨리니 몽라셰, 그리고 생 토방(Saint-Aubin) 세 마을이 모두 빼어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순수한 과일 풍미와 영롱한 미네랄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매혹하는 와인이다. 오 피에 뒤 몽 쇼브(Au Pied du Mont Chauve)는 바로 이 세 마을의 빼어난 테루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설립한 도멘이다. 좋은 와인을 고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에노테카코리아에서 수입한다.
오 피에 뒤 몽 쇼브의 와인을 알리기 위해 와인메이커 프란신 피카르(Francine Picard)가 한국을 찾았다. 피카르는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에게 제법 익숙한 가문이다. 1951년 루이 펠릭스 피카르(Louis Félix Picard)가 2헥타르의 포도밭으로 와인 사업을 시작한 이래 부르고뉴의 핵심적인 와인 생산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58년 루이 펠릭스의 아들 미셀 피카르(Michel Picard)가 어린 나이에 가업에 참여하며 사업이 급격히 성장했다. 초기엔 작은 오토바이와 트럭을 몰고 다니며 와인을 팔아야 했을 정도로 열악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1986년 샤토 드 다브네(Château de Davenay)를 시작으로 1998년 샤토 드 샤샤뉴 몽라셰(Château de Chassagne-Montrachet)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의 도멘을 구입하며 140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한 대규모 생산자로 발돋움했다. 이외에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 등 남부 론에도 보도밭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냑 등 고품질 증류주도 생산한다. 증류주 사업은 프란신 피카르의 오빠가 담당하며, 프란신은 오 피에 드 몽 쇼브와 같은 가문의 프리미엄 와인들을 총괄한다.
프란신 피카르가 와인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운동을 좋아한 그는 첫 직장으로 나이키를 선택해 3년 동안 근무했다. 글로벌 대기업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1999년 부르고뉴로 돌아왔다. 몇 년간 경험을 쌓은 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족 사업에 합류했는데, 특히 메르퀴레(Mercurey)의 포도 재배자이자 와인메이커 브루노 로렌종(Bruno Lorenzon)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브루노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전통을 존중하며 최소한의 개입으로 농사를 짓고 테루아를 드러내는 와인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그는 부르고뉴 와인 생산을 총괄하게 된 2007년부터 유기농법을 도입해 2019년 전체 포도밭에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또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도 도입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적용 중이다.
오 피에 드 몽 쇼브는 테루아에 천착한 와인이다. 피카르 가문의 포도밭 중 샤샤뉴 몽라셰, 생 토방, 쀨리니 몽라셰 세 마을의 빼어난 포도밭 중에서도 최상의 구획들을 선별했다. 전체 포도밭 면적은 35헥타르이며, 그중 30헥타르는 2010년부터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했다. 꽤 넓은 포도밭에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기술적으로는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최대한 대비하고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이라며, 결국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테루아와 빈티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부르고뉴는 인접한 구획들끼리도 포도나무가 자란 형태나 잎사귀의 색깔 등이 각기 다르다. 이는 각 구획별로 다른 농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나무의 모습뿐만 아니라 포도의 맛과 품질 또한 적용하는 농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수확시기가 빨라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개화부터 수확까지 100일 정도 걸렸다면 요즘은 90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 피에 뒤 몽 쇼브는 수확 한 달 전부터 포도의 상태를 파악하며 정확한 수확일자를 조율한다. 중요 고려 요소는 당도뿐만 아니라 산도와 생리적 성숙이다. 포도가 과숙하지 않도록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과학적인 분석은 물론 주기적으로 포도를 따서 맛을 본다. 오랜 경험과 판단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와인 양조 또한 전통적인 방식을 지향한다. 손 수확한 포도를 엄격히 선별해 줄기를 제거한 후 사용하는데, 빈티지에 따라 줄기를 제거하지 않은 전체 포도송이를 일부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발효 시 인위적인 보당 등은 절대 하지 않는다. 숙성에는 다양한 크기의 오크통을 사용하는데, 새 오크와 재사용 오크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해 테루아와 빈티지의 특성을 살린다. 화이트 와인들은 신선함을 살리고 지나친 무게감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바토나주를 하지 않는다. 덕분에 아삭한 신맛과 신선한 풍미, 산뜻한 질감이 확실히 살아있는 와인이 된다.
레이블에 그려진 곡선들은 몽라셰 산의 등고선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상의 레이블은 각 와인의 인상에 따라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레이블까지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자연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고민한다. 물과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한다. 와인병의 무게 또한 일반적인 병보다 훨씬 가벼운 것을 사용해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발생을 줄이고 있다. 포도밭을 보호함은 물론 자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다.
몽라셰의 기슭에서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오 피에 뒤 몽 쇼브. 그 아름다운 와인들을 꼭 접해 보길 바란다.
오 피에 뒤 몽 쇼브, 부르고뉴 오뜨 꼬뜨 드 본 루즈 Au Pied du Mont Chauve, Bourgogne Haute Cotes de Beaune Rouge 2019
농익은 체리와 레드 베리 풍미가 정향, 시나몬, 스모키 미네랄 힌트와 함께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부드럽고 우아한 타닌과 생생한 산미는 견고한 구조감을 형성하며 제법 긴 여운을 선사한다. 풍미의 밀도가 높으면서도 섬세함과 신선한 느낌이 살아 있어 마실 수록 다음 잔을 부른다. 오 피에 뒤 몽 쇼브는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레드 와인 또한 그에 못지않은 품격을 갖췄음을 알려주는 와인. 2019년은 덥고 건조한 빈티지로 포도의 품질이 좋은 반면 수확량은 적었다. 피노 누아가 매우 잘 익어 농밀한 풍미를 드러낸다. 마랑주(Maranges) 마을의 모래가 많은 규산질 토양에 1960년대 식재한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했다. 100% 줄기를 제거해 오픈 탱크에서 5, 6일 정도 저온 침용한 후 오크통에서 12개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3개월 숙성한다. 필터링만 가볍게 진행해 병입한다.
오 피에 뒤 몽 쇼브, 부르고뉴 샤르도네 Au Pied du Mont Chauve, Bourgogne Chardonnay 2019
은은한 유산향이 감돌며 구아바 같은 열대 과일 풍미와 상쾌한 허브, 숲 속의 시냇물 같은 미네랄리티가 오묘하게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은근한 신맛과 함께 자두 사탕 같은 달콤한 뉘앙스와 짭조름한 미감이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풍부한 과일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으로 직관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와인. 레지오날 급 부르고뉴 샤르도네 중에는 발군의 품질이다. 대부분 1980년대 샤샤뉴 몽라셰와 퓔리니 몽라셰,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의 점토 석회질 토양에 심은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다. 양조 방식은 빌라주급 와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오크 숙성 기간이 조금 더 짧고 새 오크를 쓰지 않는 것만 다르다.
오 피에 뒤 몽 쇼브, 생 토방 프리미에 크뤼 르 샤르므와 Au Pied du Mont Chauve, Saint-Aubin 1er Cru Le Charmois 2017
은은한 허브 뉘앙스가 산뜻한 첫인상을 선사하며 살구, 복숭아 같은 핵과 풍미와 레몬 필 같이 톡 쏘는 상큼함이 뒤를 받친다. 입에 넣으면 섬세한 산미와 함께 사과, 백도, 배, 흰 자두 같은 과일 풍미와 연기 같은 미네랄이 야리야리하게 이어진다. 클래식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와인이다. 2017년은 클래식한 빈티지로 화이트, 특히 우아하고 밸런스가 좋은 화이트 와인이 많이 나왔다. 자갈이 섞인 갈색 석회질 토양에 1970년대 심은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다. 12~14개월 오크통 숙성 포함 18개월 동안 이스트 잔여물과 함께 숙성한다.
오 피에 뒤 몽 쇼브, 샤샤뉴 몽라셰 엉 피몽 Au Pied du Mont Chauve, Chassagne-Montrachet En Pimont 2020
은은한 흰 꽃 향기에 즙이 많은 백도, 서양배 등 흰 과일 아로마가 농밀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끼 낀 냇물 같은 영롱한 미네랄과 깔끔한 신맛이 섬세한 인상과 함께 긴 여운을 선사한다. 시간이 지나며 살구, 모과 등 과일 풍미와 갓 구운 빵 같이 구수한 이스트 뉘앙스가 더해진다. 우아함과 온화함을 갖춘 와인으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전용기에서 꾸준히 사용할 정도로 품격을 인정받았다. 2020년은 적은 강수량과 한여름 더위로 유난히 조숙한 빈티지다. 세심한 선별 수확을 통해 과일 풍미가 좋고 신맛 또한 잘 갖춘 샤르도네를 얻을 수 있었다. 커다란 자갈이 섞인 갈색 석회질 토양에 1970년대 심은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다. 12~14개월 오크통 숙성 포함 18개월 동안 이스트 잔여물과 함께 숙성한다.
위 점선 위에 있는 샤샤뉴 몽라셰 엉 피몽과 생 토방 프리미에 크뤼 르 샤르므와는 몽라셰 언덕 해발 250m 부근에 나란히 붙어 있는 밭이다. 유사한 테루아지만 채석장에 바로 옆에 있는 엉 피몽 쪽의 자갈들이 훨씬 크고 많은 편이다. 그 때문인지 엉 피몽의 와인에서 영롱한 미네랄리티가 좀 더 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위에 시음한 두 와인의 경우 2017년은 클래식한 빈티지인 데다 조금 더 숙성한 반면, 2020년은 과일 풍미가 도드라지는 더운 빈티지라 그런지 유사한 수준의 미네랄리티를 드러내는 것 같다.
오 피에 뒤 몽 쇼브, 샤샤뉴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 클로 생 장 Au Pied du Mont Chauve, Chassagne-Montrachet 1er Cru Clos Saint-Jean 2017
잘 익은 사과, 복숭아, 서양배, 청포도 등 복합적인 과일 풍미가 은은한 바닐라 오크 뉘앙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상쾌한 허브와 이국적인 스파이스 힌트 또한 가볍게 드러나는 듯하다. 입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신맛과 우아하고 편안한 질감, 부드러운 유산향과 영롱한 미네랄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묵직하진 않지만 굵은 선을 지닌 대범한 와인으로, 중장기 숙성에 걸맞은 스타일이다. 포도밭은 샤샤뉴 마을 시가지 바로 위 일조량이 풍부한 남동향 언덕에 있다. 철분이 많아 붉은빛을 띠는 석회 점토질 토양 포도밭에서 풍미가 짙은 포도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숙성 시 사용하는 새 오크 비율을 5~10% 정도로 낮게 유지해 과일 본연의 풍미를 최대한 살리고 밸런스 또한 유지한다. 빈티지에 따라 1천 병에서 3천 병 정도만 생산하는 희소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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