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연재하는 Wine21's PICK. 7월에는 애정하는 스파클링 와인, 젝트에 대해 썼다. 젝트 하면 보통 독일 스파클링 와인을 생각하지만,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범 독일권 스파클링 와인을 아우르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말 좋은 와인들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실제 이 기사에 소개할 와인을 접수받았는데, 응모한 수입사가 많지 않았다. 수입사들조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시장이란 얘기.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하는 만큼, 젝트의 품질을 알아볼 날 또한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자주 마셔야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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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21's PICK] 젝트(Sekt)
올여름, 역대급 더위일 거라는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느낌이다. 이런 날씨에는 피서고 자시고 없다. 그냥 실내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놓고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이나 마시는 게 최고다. 얼음 가득 담긴 아이스 버킷에 담긴 보틀만 봐도 일단 무더위가 날아가는 것 같다. 기다란 잔에서 피어오르는 버블은 기분까지 청량하게 만들어 준다. 물론 휴가 갈 때 가져가도 좋다. 휴가지의 다양한 특산물과 곁들이기도 좋은 와인이 스파클링 와인이니까. 이래저래 더운 여름엔 스파클링 와인이 구세주다.
이왕이면 조금 특별한 스파클링 와인을 즐겨 보면 어떨까. 바로 젝트(Sekt)다. 젝트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 국가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거품을 뜻하는 샤움(Schaum)에 와인이라는 뜻의 바인(Wein)을 더해 샤움바인(Schaumwein)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젝트가 훨씬 일반적이다. 탄산가스의 압력이 3 기압 이상으로, 1~2.5 기압 사이의 약발포성 와인 페를바인(Perlwein)과 구별된다. 풍성한 탄산이 신선한 과일 풍미를 피워내 기분 좋은 상쾌함을 선사한다. 고급 샴페인(Champagne)이나 가성비 끝판왕 카바(Cava)도 좋지만 가격과 품질, 개성까지 모두 잡은 젝트를 마셔 보길 강력 추천한다.
독일 젝트
독일은 세계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가격대에서 괜찮은 품질의 젝트를 생산한다. 때문에 젝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레이블에 그냥 '젝트'라고만 적혀 있으면 베이스 와인이 독일산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2차 발효 및 숙성 또한 보통 병에서만 진행하는 전통 방식이 아니라 탱크를 사용하는 샤르마(charmat) 방식이나 트랜스퍼 방식으로 진행한다. 반면 도이처 젝트(Deutscher Sekt)라고 표기된 것은 독일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뮐러 투르가우(Müller-Thurgau), 실바너(Silvaner) 같이 재배하기 쉬운 품종을 사용해 샤르마 방식이나 트랜스퍼 방식으로 양조한다.
조금 더 고급 젝트를 마시고 싶다면 도이처 젝트 b.A.(Deutscher Sekt b.A.)를 찾으면 된다. 독일의 13개 와인 산지에서 생산한 포도로 양조한 것이다. 크발리테츠바인(Qualitätswein)의 예전 표기인 QbA를 떠올리면 쉽다. 레이블에 라인가우(Rheingau), 라인헤센(Rheinhessen), 모젤(Mosel) 같은 지역 이름을 함께 표시한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경우엔 클라시쉐 플라쉔개룽(klassische Flaschengärung), 트라디치오넬레스 페어파렌(traditionelles Verfahren) 등을 병기한다. 유추할 수 있다시피 클라시쉐는 영어로 'classic', 트라디치오넬레스는 'traditional'을 뜻한다. 크레망(Crémant)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기본적으로 도이처 젝트 b.A. 규정은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손 수확한 포도로 양조하며, 병입 후 효모 잔여물(lees)과 함께 최소 9개월 이상 숙성해야 한다.
독일 젝트의 최고봉은 빈쩌젝트(Winzersekt)다. 빈쩌는 와인메이커라는 뜻으로 와인메이커의 젝트라는 의미다. 생산자가 직접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양조해야 한다. 사용한 포도 품종과 빈티지 또한 레이블에 명기한다. 가장 독일적인 젝트이기 때문인지 독일을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 리슬링(Riesling)을 주로 사용한다. 물론 샴페인 양조에 사용하는 샤르도네(Chardonnay)나 피노 누아(Pinot Noir), 혹은 피노 그리(Pinot Gris)나 피노 블랑(Pinot Blanc)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것이든 제법 놀랄 만한 품질을 지닌 경우가 많으니 꼭 마셔 보길 바란다.
에스엠더블유, 디히터트라움 리슬링 젝트 브뤼 SMW, Dichtertraum Riesling Sekt Brut
살구와 복숭아 아로마에 연기 같은 미네랄이 잔잔히 깔린다. 입에서는 적절히 익은 핵과 풍미와 가벼운 꿀 뉘앙스가 감돌며, 시간이 지날수록 새콤한 자몽과 유자, 레몬 등의 시트러스 풍미가 예쁘게 살아난다. 부드러운 버블과 함께 은은하게 곁들여지는 상쾌한 허브 뉘앙스와 쌉쌀한 여운이 가볍게 남는 피니시 또한 매력적이다. 식전주로도 좋지만 회나 각종 해산물, 닭고기, 돼지고기 등 다양한 음식들과 두루 잘 어울린다. 디히터트라움(Dichtertraum)은 시인의 꿈이라는 뜻이다. 레이블에는 괴테가 그린 그림을 사용했다. 세계평화조약이 맺어진 쉥겐 지역을 그린 것으로, 괴테가 꿈꾸던 유럽의 평화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모젤 지역의 리슬링을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양조한 빈쩌젝트(Winzersekt)다.
에스엠더블유, 모젤 리슬링 리저브 젝트 브뤼 SMW, Mosel Riesling Reserve Sekt Brut 2012
프레시 라임, 청량한 미네랄과 함께 버터 빵과 같은 달콤한 토스티함, 이스트 뉘앙스가 우아한 버블을 타고 매혹적으로 드러난다. 10년 숙성한 젝트라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는 생생함이다. 입에서는 잘 익은 핵과 풍미와 레몬 같은 신맛, 그리고 아주 가볍게 드러나는 단맛이 편안하게 균형을 이룬다. 바로 마셔도 맛있지만, 10년 이상 숙성해 즐기면 더욱 복합적인 풍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SMW의 아돌프 슈미트(Adolf Schmitt) 회장은 “병입 후 효모 잔여물(lees)과 함께 장기 숙성하면 와인이 지닌 모든 속성들이 강하게 표현된다. 만약 품질이 좋지 않은 와인을 오래 숙성하면 나쁜 성격 또한 증폭된다”고 설명했다. 무조건적인 병입 장기 숙성이 고급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이 와인은 최고급 빈쩌젝트의 품격을 완벽히 갖췄다고 단언할 수 있다. 베이스 와인의 품질이 어땠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레이블 그림은 트리어 대학의 교수이자 화가인 아돌프 쿠폰(Adolf Kuborn) 교수의 작품이다. 왼쪽의 여인은 1900년대 유행한 예술 양식 유겐트슈틸(Jugendstil, 아르 누보의 독일식 표현)에서 주로 묘사되던 여인의 모습이다. 오른쪽 건물은 트리에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SMW의 와이너리다.
헨켈 트로켄 Henkell Trocken
신선한 감귤의 향과 황도, 열대 과일을 연상시키는 완숙 과일 풍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힘찬 버블이 청량감을 선사하며, 신맛과 풍미의 밸런스 또한 좋다. 살짝 느껴지는 마른 허브 향과 꿀 뉘앙스가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는 젝트. 프레첼 같은 독일식 빵이나 샌드위치는 물론 치킨이나 피자, 아시안 푸드 등 다양한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 샤르도네를 포함해 다양한 품종들을 블렌딩해 만든다. 헨켈은 1856년부터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 온 명실상부 독일의 넘버 원 젝트 브랜드다. 현재까지 독일과 프랑스 셀러마스터들의 장인 정신과 최신 기술을 결합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가성비 와인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와인이며, 특히 피콜로(Piccolo)라고 불리는 200ml 용량의 작고 귀여운 병의 인기가 높다.
오스트리아 젝트
일반적으로 젝트 하면 독일 스파클링 와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또한 양질의 젝트를 생산한다. 한국에 수입되는 오스트리아 젝트는 대부분 오스트리아 대표 생산자들의 우수한 젝트들이다. 때문에 어떤 것이든 부담 없이 골라도 된다. 2014년 오스트리아 젝트 위원회(Austrian Sekt Committee)는 그 품질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10월 22일을 '젝트의 날(Sekt Day)'로 지정했다. 이어 2016년에는 젝트 등급 규정(Sekt Tree-Tier System)을 새롭게 발표했다. 이 젝트 등급은 클래식(Klassik), 리저브(Reserve), 그로세스 리저브(Grosses Reserve)의 3단계로 구성된다.
가장 기본이 되는 클래식은 단일 지방의 포도로 양조해 효모 잔여물과 함께 최소 9개월 이상 숙성한다. 전통 방식과 탱크 방식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리저브 등급부터는 전통 방식만 허용된다. 단일 지방의 포도로 양조해 병입 후 효모 잔여물과 함께 최소 18개월 이상 숙성한다. 그로세스 리저브는 단일 마을 혹은 단일 포도원의 포도로 양조해 병입 후 효모 잔여물과 최소 30개월 이상 숙성한다. 리저브 혹은 그로세스 리저브 등급의 젝트는 당도가 브뤼(Brut) 이하인 드라이 와인만 생산할 수 있다. 양조 방식이나 숙성 기간을 고려하면 리저브 및 그로세스 리제브 등급의 오스트리아 젝트는 샴페인 이상의 품질을 지향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 젝트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포도 품종은 35종이다. 대표적인 것은 그뤼너 벨트리너(Grüner Veltliner)를 비롯해 벨쉬리슬링(Welschriesling), 리슬링, 샤르도네, 피노 블랑 등 화이트 품종과 블라우프랜키쉬(Blaufränkisch), 츠바이겔트(Zweigelt), 상크트 라우렌트(Sankt Laurent), 피노 누아 등 레드 품종이다. 주요 생산 지역은 오스트리아 북동부 니더외스터라이히(Niederösterreich)다.
하르캄프 제로 도자주 젝트 Harkamp, Zero Dosage Sekt
잘 익은 배와 사과, 열대 과일 풍미에 갓 구운 빵 같은 토스티함이 은은하게 감돈다. 입에 넣으면 다양한 과일 풍미와 함께 붉은 베리류의 힌트가 오묘하게 드러나며, 시트러스의 신맛과 꿀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진다. 섬세한 버블과 짭조름한 미네랄, 드라이한 미감이 깔끔한 여운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젝트. 와인 자체만 즐기기도 좋으며, 닭고기나 오리 고기, 각종 해산물 요리에 곁들이기 좋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해 선별 손 수확한 피노 누아 70%, 샤르도네 20%, 피노 블랑 10%를 사용한다. 줄기 제거 없이 압착해 커다란 나무통에서 효모 첨가 없이 발효 및 숙성하며, 15%의 리저브 와인을 블렌딩해 병입한 후 24개월 이상 숙성한다. 효모 잔여물을 제거하는 데고르주망(dégorgement) 작업 후 당분을 추가하는 도자주(dosage) 없이 출시한다. 하르캄프는 오스트리아 남부 스티리아 지역의 와이너리로 2010년부터 젝트를 생산하고 있다. 최고의 와인은 최고의 포도밭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최고의 포도밭만을 선별해 보유하고 있다. 2015년부터 유기농, 2017년부터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해 지역성을 드러내는 고품질 포도를 생산해 젝트를 만들고 있다.
슐럼베르거, 퀴베 클림트 '데어 쿠스' 젝트 브뤼 Schlumberger, Cuvee Klimt 'Der Kuss' Sekt Brut
구수한 이스트 뉘앙스가 가볍게 스친 후 청사과, 복숭아, 레몬 커스터드 풍미와 서양배 힌트가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잔잔하고 섬세한 버블, 새콤한 신맛이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 새우, 게 등을 사용한 요리나 샤퀴테리, 모둠 치즈 등과 잘 어울린다. 샤르도네, 피노 블랑, 벨쉬리슬링 등으로 양조해 병입 후 18개월 숙성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탄생 150주년 기념으로 출시한 젝트다.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Der Kuss)'를 레이블로 사용해 선물로도 인기가 높다. 슐럼베르거는 오스트리아 최초로 전통 방식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로 1842년에 설립했다. 창립자 로베르트 슐럼베르거(Robert Schlumberger)는 샴페인 뤼나르(Champagne Ruinart)에서 양조 총책임자(Chef de Caves)의 지위에 오를 정도의 능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현재 슐럼베르거는 오스트리아 최고(最古)이자 최대 젝트 생산자다.
로이머, 젝트 엑스트라 브뤼 Loimer, Sekt Extra Brut
잘 익은 후지 사과, 완숙한 복숭아 향과 함께 방금 구운 브리오슈 뉘앙스가 명확하게 감돈다. 입에 넣으면 완숙 과일 풍미 덕분에 드라이한 스타일임에도 편안한 미감을 선사한다. 신선한 신맛과 드라이한 맛 덕분에 자꾸 다음 모금을 부르는 젝트. 샐러드, 핑거 푸드, 딤섬이나 군만두 같은 스몰 디시와 잘 어울린다. 유기농 혹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츠바이겔트, 상크트 라우렌트, 피노 누아, 샤르도네, 피노 그리, 피노 블랑 등으로 양조해 병입 후 최소 24개월 숙성한다. 로이머는 마시기 편하면서도 지역적 특성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와인을 만든다. 젝트 외에 화이트와 레드 와인 또한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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