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감자탕과 곁들일 와인으로 선택학 녀석, 랑그독 루시옹(Languedoc-Roussillon) 출신 레드.
이름이 레 떼루아(Les Terroirs)라는 게 인상적이다. 게다가 레이블에 일련번호도 있다. 와인앤모어에서 할인가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산 와인이지만 나름 신경써서 만든 와인이라는 반증.
레 테루아 시리즈는 랑그독-루시옹의 주요 지역 별 와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포제르(Faugeres)와 생 시니앙(Saint-Chinian)은 물론 미네르부아(Minervois), 코르비에르(Corbieres), 꼬뜨 뒤 루시옹 빌라주(Cotes du Roussillon Villages) 등 주요 AOC(AOP)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단 하나, 비유 카리냥(Vieux Carignan)은 꼬뜨 뒤 브리앙(Cotes du Brian IGP)인데, AOC는 아니지만 120년이 넘은 올드 바인 까리냥이 드러내는 떼루아를 표현하기 위해 까리냥 100%로 양조한 와인인 듯.
레 테루아 시리즈 위로 '레 크뤼(Les Crus)' 시리즈와 레 퀴베 레어(Les Cuvees Rares) 시리즈도 있다. 구입한 포도가 아닌 도멘에서 직접 양조하는 와인도 있고.
포제르는 동쪽으로 살짝 치우친 중북부 랑그독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고도가 높은 편으로 북부 지역은 500m 이상 700m 까지 올라가간다.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온화하며, 많지 않은 강수량은 겨울에 집중된다. 포도밭은 대체로 남향의 거친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부분 편암(Schistes) 토양이다.
지형과 지질, 기후만 봐도 응축된 풍미의 완숙 포도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일 것 같다. 물론, 포도 재배하는 농부들은 엄청 힘들 것 같지만...
칼멜 & 조셉(Calmel & Joseph)은 1995년 호텔업에 종사하던 제롬 조셉(Jerome Joseph)이 카르카손(Carcasonne) 부근에 설립한 와이너리&네고시앙이다. 2007년 로랑 칼멜(Laurent Calmel)을 만나 랑그독-루시옹 전체를 아우르는 와인들을 만들게 되었다. 그들은 각 지역별로 엄선한 포도밭/농가와 계약을 맺고 엄격한 관리 하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재배한 포도를 공급받고 있다. 수확부터 양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며, 모든 포도는 완숙할 때 까지 기다려 손으로 수확한다.
Calmel & Joseph, Les Terroirs Faugeres 2016 / 칼멜 & 조셉 레 떼루아 포제르 2016
제법 짙은 검붉은 루비 레드 컬러. 믹스 후추의 톡 쏘는 느낌과 시나몬 등의 스윗 스파이스, 향긋한 바이올렛, 시원하고 개운한 민트 허브 아로마가 공존한다. 블랙커런트, 라즈베리, 블랙 체리, 블루베리 등 다양한 검붉은 베리의 싱싱한 느낌은 코와 입 양쪽에서 잘 드러난다. 미디엄 탄닌, 미디엄풀 바디, 오크 풍미 없이 드러나는 크리미한 과일 풍미 이후 다크 초컬릿과 스모키한 피니시가 매력적으로 남겨진다. 14%라는 알코올에 비해 단정하고 가벼운 인상.
남불의 따뜻함이 느껴지며 온화하다. 오크를 쓰지 않는데도 상당히 복합적이고 흥미로운 와인으로, 부담스럽지 않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편암(Schistes) 토양에서 자란 시라(Syrah) 50%, 그르나슈(Grenache Noir) 30%, 카리냥(Carignan) 20%을 블렌딩한다. 양조 전 줄기를 모두 제거하며, 카리냥, 그리고 시라 중 50%는 파쇄와 압착 없이 발효한다(아마도 카르보닉 마세라시옹을 의미하는 듯). 그르나슈는 섭씨 30도에서 1달 정도 발효. 발효시에는 펌핑 오버를 하지 않는다. 유산 발효는 포도 찌꺼기(marc)와 함께 이루어진다. 이후 탱크(아마도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12개월 숙성하여 병입. 생산량은 20hl/ha 밖에 되지 않는다(기후와 토양, 지형 등의 영향일 듯).
상당히 즐겁고 유쾌한, 그리고 편안한 와인이다. 살짝만 칠링해서 섭씨 15도 정도로 여름날의 바비큐와 마셔도 좋을 듯. 함께 산 생 시니앙도 상당히 괜찮을 것 같은데, 조만간 마셔줘야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