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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락희옥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2. 15.

학교 후배/친구들과 락희옥 서초교대점.

 

5명이 7시 약속이었는데 7시에 모인 사람은 딱 2명.

 

그래서 일단 잘 숙성된 삼치회에 아페리티프 삼아 위스키 한 잔 마시며 기다리기로. 삼치회 퀄이 넘나 좋아서 술이 쭉쭉 들어가는 걸 참느라 고생했다 ㅎㅎㅎ

마신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글렌드로낙 12년(GlenDronach aged 12 years). 그런데 놀랍게도 이 녀석을 처음 마셔 본다. 18년, 21년은 사서 마셔봤는데, 정작 엔트리인 12년은 이상하게 만날 일이 없었다. 박스로 구매해서 데일리로 마시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흔한 위스키라 외려 더 만날 일이 없었는지도. 

 

마셔 보니 이 녀석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단박에 알겠다. 셰리 오크 숙성 특유의 풍미가 확실하게 드러나면서도 향긋한 플로럴 아로마가 은은하게 감도는 게 산뜻한 인상을 남긴다. 입에서도 지나친 들큼함 없이 깔끔하며 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밸런스가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마셔도 맛있고, 음미를 하면 다양한 디테일들을 즐길 수 있는 위스키일 것 같다.

엔간한 중급 싱글 몰트들은 그냥 발릴 듯.

 

사람들이 좀 모여서 일단 샴페인 오픈.

 

작년부터 본격 수입되기 시작한 카나 뒤센 브뤼 빈티지 2014(Champagne Canard-Duchene Brut Millesime 2014). 작년에 마셨을 때 좀 단단한 느낌이 있어서 몇 년 정도 숙성하려는 생각이었는데, 그냥 다시 한번 더 마셔보자는 생각에 오픈. 그런데 역시나 아직 좀 어린 느낌이다. 은은한 브리오슈 향과 핵과 풍미가 슬쩍 드러나지만, 입에서는 확실히 꽉 뭉쳐 있는 느낌. 참을성을 좀 길러야 한다.

 

 

러시아 왕실의 사랑을 받은 로맨틱 샴페인, 까나뒤센(Champagne Canard-Duchene) - 와인21닷컴

올해 9월 한국 시장에 소개된 샴페인 까나뒤센(Champagne Canard-Duchene). 한국 애호가들에겐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프랑스 현지에서는 큰 사랑을 받는 샴페인 하우스다. 1868년 몽타뉴 드 랭스(Montagr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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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나 뒤센에 대한 소개는 요 아티클 참고.

 

화이트를 들고 오는 친구가 늦어서 레드 와인 먼저. 

 

나파 카베르네의 전형, 케이머스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2020(Caymus Vineyards Cabernet Sauvignon 2020). 빈티지가 어려서 괜찮을까 했는데 웬걸, 넘나 보들보들한 타닌에 완숙했지만 신선한 검은 베리 풍미가 정말 예쁘게 드러난다. 이건 정말 누가 먹어도 맛없을 수 없는 와인. 예전보다 jammy 한 인상이 훨씬 줄어들었는데, 실키한 질감과 탄탄한 구조감, 촘촘한 풍미의 밀도는 여전하다. 어쩌네 저쩌네 해도 역시 대단한 와인.

 

백레이블엔 케이머스 빈야드의 역사가 간략히 적혀 있다. 케이머스 빈야드는 프랑스 알자스 이주민 출신 와그너 가문에서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1900년대 초반 나파 밸리에서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하다가 1972년 현재 소유주 척의 아버지 찰리 와그너가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척 와그너(Chuck Wagner)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와이너리 설립에 참여했는데, 진하고 풍부한 스타일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생산하는 데 재능이 있어 두 번째 빈티지인 1973년부터 바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지금은 두 자녀가 아버지를 돕고 있는 것 같다.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의 전형, 케이머스 빈야드 - 와인21닷컴

나파 밸리의 와인은 보르도를 비롯한 어느 지역과도 다른 고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케이머스 빈야드의 와인은 이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서려 있다. 케이머스 빈야드는 프랑스 알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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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쯤 그를 만나 함께 시음하며 취재해서 쓴 기사. 훨씬 잘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네;;;

 

드디어 등장한 화이트, 아리스토스 두케사 다(Aristos, Duquesa D'A 2014). 내가 친구를 꼬드겨서 사게 만든 와인인데, 모임에 들고 왔다. 작년에 와인메이커 프랑수아 마쏙 씨를 만나 함께 테이스팅 했을 때의 감격이 되살아나는 느낌. 처음의 깨 볶는 뉘앙스 뒤로 바닐라 오크, 향긋한 플로럴 아로마와 미네랄리티, 시트러스와 핵과 풍미, 가벼운 산화 뉘앙스까지 복합적인 풍미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샤르도네의 전형

 

 

완벽한 고귀함과 온화한 너그러움, 아리스토스(Aristos) - 와인21닷컴

정말 궁금했다. 마셔 본 사람마다 호평 일색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부르고뉴의 최상급 생산자 중 하나인 도멘 뒤 꼼뜨 리제-벨에어(Domaine du Comte Liger-Belair)의 루이-미셀 리제-벨에어(Louis-Mi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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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모든 와인들이 내가 취재했던 와인들로 채워졌다 ㅋㅋㅋㅋ 넘나 훌륭한 라인업.

 

밸런타인데이라고 초콜릿 케이크를 사 온 센스 있는 친구 덕에,

 

가벼운 디저트 와인 오픈. 브라이다 브라케토 다퀴(Braida, Brachetto d'Arqui). 향긋한 장미향과 머스크 뉘앙스, 산딸기와 라즈베리 같은 베리 풍미가 가벼운 탄산을 타고 발랄하게 피어난다. 케이크 위에 토핑 된 베리/초고와 함께 먹으면 대존맛. 

 

두케사만 빠진 떼샷. 이렇게 신나게 10시 반까지 먹고 마시다가, 락희옥 맞은편 해장국집에서 수육과 설렁탕을 안주 삼아 남은 위스키 반 병 다 비우고 11시 반에 헤어졌다. 2개월 후의 모임을 기약하면서... ㅋㅋㅋ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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