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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음식점

압구정 한복판에 콜키지 프리 음식점?! KFC 압구정로데오 점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2. 24.

세상에, 콜키지 프리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생겼다고 해서 찾아갔다. 바로 KFC 압구정로데오 점. 갑자기 시간 여유가 생겼는데 뭐 할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생각나서 와인 한 병 싸들고 낮술 & 혼술 하러 방문했달까.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 대로변에서 압구정역 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KFC 압구정로데오점은 2월 6일 오픈했다. '켄터키 버거 펍'을 지향하는데, 기네스 드래프트나 짐빔 하이볼 같은 주류를 판다. 그래서인지 오픈 기념으로 2월 말까지 하는 이벤트도 닭껍질 튀김, 치킨 텐더, 프렌치프라이 등 안주 삼기 딱 좋은 품목들로 갖춰 놓았다. 

 

 

[가봤어요] “와인 한 병 손에 들고 치킨 먹으러”... ‘콜키지 프리’ KFC 매장

가봤어요 와인 한 병 손에 들고 치킨 먹으러... 콜키지 프리 KFC 매장 KFC 압구정로데오점 콜키지 프리 매장 주종, 수량 상관 없이 술 들고 가서 먹을 수 있어 매장서도 주류 구입 가능...기네스 흑

biz.chosun.com

특히 KFC 압구정로데오 점이 주류 애호가들에게 입소문을 타게 된 건 '콜키지 프리 패스트푸드'점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주종 무관, 병 수 무관이다. 압구정 한가운데서 콜키지 프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니, 술꾼들에겐 최고의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단, 잔이나 아이스 버킷 등은 별도로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챙겨 와야 한다.

 

입구에서 커넬 대령님이 맞이해 주신다.

 

그런데 표정이 상당히 심각하다. 최근 장사가 잘 안되어서일까... 지못미;;;

 

가게를 둘러 보니 여느 KFC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입구를 들어서면 왼쪽에 하이 체어가 놓인 바/펍 같은 테이블이 있다. 맥주 한 잔 하기는 나쁘지 않은 분위기. 하지만 대낮부터 와인 병 꺼내 놓고 칠링 하며 마시기엔 적당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점심에는 아무래도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저녁에 술 마시는 손님이 좀 있다면 마실 만할 것 같다. 실제로 콜키지 제도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저녁에 온다고.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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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카운터 오른쪽으로 약간 구석진 느낌의 4인 테이블이 2개 있었다. 앞에 기둥이 하나 있어서 나름 가려지는 느낌이랄까. 때마침 테이블 하나에 자리가 나서 착석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준비해 온 장비들 세팅. 와인잔은 튜브형 케이스가 있는 그라슬(Grassl)을 챙겼다. 마실 와인이 샤르도네(Chardonnay)였기 때문에 칠링용 아크릴 백도 준비하고.

그런데 난관이 하나 있었다. 아크릴 백에 얼음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던 것. KFC는 음료를 셀프로 받을 수 있는 음료 벤딩 머신이 있어서 얼음을 얻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얼음이 나오는 입구는 좁은데, 아크릴 백 주둥이가 잘 벌어지지 않아서 담기가 매우 힘들었다-_-;;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로, 음료 자판기 옆에 있던 1회용 비닐장갑! 요걸로 얼음을 원하는 만큼 담을 수 있었다 ㅋㅋㅋ 하지만 칠링이 필요하다면 그냥 음료나 물을 하나 시켜서 컵을 받은 다음 그걸로 담는 게 편할 것 같다. 

추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키오스크의 음료 메뉴에서 '콜키지 프리'를 선택하면 탄산음료용 플라스틱 컵을 준다고 한다. 그러니 칠링이 필요하다면 꼭 해당 메뉴를 선택해서 플라스틱 컵을 받을 것.

 

준비한 와인은 Calera Chardonnay Central Coast 2021. 천조국 패스트푸드를 먹으니 미국 와인이 좋을 것 같아서ㅋ

 

칼레라(Calera)는 조쉬 젠슨(Josh Jensen)이 1975년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 (Central Coast)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2022년 6월 별세한 조쉬 젠슨은 미국 피노 누아의 위상을 정립한 선구자이자 센트럴 코스트를 유명 와인 산지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확대시키며 이 지역을 뉴 월드에서 가장 흥미롭고 전도 유망한 산지로 주목받게 만든 장본인이다.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는 칼레라를 ‘캘리포니아의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라고 표현했으며,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2013년 10월 커버스토리는 조쉬 젠슨을 ‘부르고뉴 와인의 비전을 캘리포니아에서 실현한 미국 피노의 선구자(Pinot Pioneer)’라고 소개했다. 

캘리포니아 남부 센트럴 코스트는 태평양에 인접한 서늘한 기후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재배에 최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칼레라 소유의 마운틴 할란 빈야드(Mt. Harlan Vineyards)는 해발 670m에 위치한 풍부한 석회질의 토양 포도밭으로, 세계적 수준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칼레라는 1860년경 이 지역의 풍부한 석회석을 구워 시멘트를 만들던 가마의 이름으로, 오늘날 테루아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로고로 사용되고 있다.

 

우짜도 와인 오픈.

 

와인 보틀은 왠지 민망해서(?) 테이블 구석에 숨겨두었다. 

 

안주는 치킨 텐더 바스켓, 프렌치프라이, 비스킷.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칼레라 샤르도네와 찰떡궁합이다. 특히 토스티 & 버터리 풍미가 일품인 따뜻한 비스킷은 한 조각으로 한 잔을 다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와인 자체도 아주 훌륭하다. 명확하게, 하지만 과하지 않게 드러나는 오크 뉘앙스 뒤로 완숙한 핵과, 열대 과일 풍미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상큼한 시트러스 산미가 농밀한 과일 풍미와 어우러지며 매끈한 질감을 타고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은은하게 감도는 노란 꽃향기 또한 매력적. 3만 원도 안 되는 구입가를 생각하면 혜자스러운 느낌까지 든다. 100% 프렌치 오크(10% new)에서 10개월 숙성했다.  

 

하지만 대낮에 KCF에서 와인을 대놓고 마시기가 부끄(?)러워서 보틀은 테이블 아래로 내려놓고 조금씩 따라 마셨다.

 

출처: 영화 <사이드웨이>

마치 이런 느낌... 이랄까 ㅋ

 

두 번째 안주는 닭껍질 튀김. 안주로써는 치킨 텐더보다는 이게 더 낫다. 바삭한 질감에 스파이시 해 입가심으로 좋고, 배도 부르지 않으니까. 요것과 함께 반 병 조금 덜 남아있던 와인을 완병했다. KFC에서 혼자 낮술로 와인 한 병을 완병하는 날이 올 줄이야.

어쨌거나 KFC 압구정로데오점은 낮술용으로는 애매하지만, 저녁에 가볍게 한 잔 하거나 근처에서 마시다가 마무리로 한 잔 마실 땐 좋을 것 같다. 조만간 또 갈 일이 있으려나.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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