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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55. 꾸준한 품질 그리고 개성, 울프 블라스(Wolf Blass)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6. 10. 3.

사실 예전엔 울프 블라스에 대해 그닥 큰 감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요 디너를 통해 명확히 깨달았음... 네임드는 괜히 네임드가 아니다.





꾸준한 품질 그리고 개성, 울프 블라스(Wolf Blass) 




[와인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울프 블라스의 와인메이커 크리스 해처 씨]

 

지난 4월 28일 서울 밀레니엄 호텔 레스토랑 시즌스에서 울프 블라스(Wolf Blass) 와인 갈라 디너가 열렸다. 디너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울프 블라스의 수석 와인메이커 크리스 해처(Chris Hatcher) 씨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행사장의 준비 상황을 확인하고 준비된 와인들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상태 체크를 위해 와인을 잔에 따르는 순간 내가 앉아있던 곳까지 향긋한 내음이 풍겨 왔다. 그것만으로도 와인의 상태와 품질은 능히 판단할 만 했다. 하지만 먼 곳까지 날아온 매력적인 와인 향기보다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와인에 대한 한결같은 정성과 고객에 대한 세심한 마음가짐이었다. 이런 사람이 만드는 와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품질, 개성 그리고 일관성(Quality, Charater & Consistency)

울프블라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첫 화면에서 세 개의 키워드가 제시된다. 품질, 개성, 일관성. 2년 전 내가 와인21에 ‘밸류 와인 리포트’를 연재하면서 내세웠던 키워드가 ‘개성’과 ‘품질의 일관성’이었기에 반가운 마음이 일었다. 동시에 이 키워드들이 담고 있는 울프 블라스의 철학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와인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합당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 이는 와인 라벨의 컬러로 레인지을 구분해 소비자들이 쉽게 와인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예컨대 옐로우 라벨은 에브리데이 와인으로 단일 품종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와인이다. 골드 라벨은 호주의 프리미엄 산지에서 나오는 대표 품종으로 양조해 산지의 특징을 표현한다. 그레이 라벨과 블랙 라벨은 프리미엄 레인지로 숙성 잠재력도 뛰어나다. 특별한 날을 위해서라면 그레이 라벨이나 블랙 라벨을 선택할 수 있다. 가벼운 홈 파티나 저녁 식탁에 곁들일 와인을 찾는다면 옐로우 라벨이나 골드 라벨이 적절하다. 고객들이 와인의 성격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와인메이커 크리스 해처 씨가 이야기 도중 가장 많이 언급했던 키워드는 바로 ‘일관성’이었다. 이는 매 빈티지를 관통함과 동시에 모든 레인지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는 ‘각 레인지의 모든 와인은 구매자에겐 그 순간 최선의 선택일 수 있기에 모든 레인지에서 최선의 품질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그 고객이 울프 블라스의 다른 와인, 더 높은 레인지에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눌 수록 크리스 해처 씨가 바라보는 것은 와인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와인을 음용하는 고객, 즉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울프 블라스는 그의 철학을 충실히 담고 있는 와인이었다. 디너 시작 전 크리스 해처 씨와 나눈 이야기, 그리고 디너에서 만난 울프 블라스 와인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한국에는 몇 번째 방문인가? 한국 음식과 와인을 곁들여 본 적이 있는지.

이번이 세 번째다. 조카가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살고있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 첫 방문이었다. 당연히 한국 음식도 여러 번 먹어보았다. 대체로 매운 요리가 많은데 울프 블라스 와인 중에는 부드러운 탄닌을 지닌 골드 라벨이나 옐로우 라벨 쉬라즈가 잘 어울린다. 물론 해산물에는 샤르도네(Chardonnay)나 리슬링(Riesling)을 추천한다. 특히 옐로우 라벨 샤르도네는 오크 풍미가 과하지 않아 다양한 해산물과 무난하게 매칭할 수 있다.

 

울프 블라스는 이미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와인 브랜드이다.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울프 블라스의 특징을 요약해서 소개한다면.

울프 블라스는 부드럽고 우아하며 중용의 미를 지닌 세련된 와인을 만든다.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구하며 총 8천 회 이상의 수상 경력을 통해 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옐로우, 골드, 블랙 등 라벨 컬러를 통해 와인의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일 시음하는 울프 블라스의 각 라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옐로우 라벨은 품질, 개성, 일관성이 잘 표현된 울프 블라스의 가장 중요한 레인지이다. 남호주의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를 블렌딩하여 매년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며 개별 품종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골드 라벨은 바로싸 밸리(Barossa Valley), 이든 밸리(Eden Valley) 등 호주 주요 지역의 대표 품종으로 만든다. 그레이 라벨은 블랙 라벨과 유사한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레드 와인으로 ‘베이비 블랙 라벨’로도 불린다. 블랙 라벨은 그 해 각 지역의 가장 뛰어난 포도만을 사용하여 양조하는 아이콘 와인이다.

 

현재 울프 블라스의 생산량은 연 5천만 병 수준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로 많은 양을 생산하면서 일관적인 품질을 유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생산량이 많다고 품질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울프 블라스는 적은 양의 와인을 생산할 때 활용되는 양조 프로세스를 사이즈만 키워서 적용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포도의 품질 유지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 울프 블라스에서 사용하는 포도는 대부분 자가 소유 포도밭에서 수급한다. 포도 수확 시기에는 매주 포도의 상태를 데이타화하여 체크하며, 단순히 데이터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매일 포도밭에 나가 직접 맛을 보고 포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한다. 수확 적기가 되면 즉시 수확하여 양조가 이루어진다. 레드 와인은 수확 후 최대 4시간 이내, 화이트 와인은 1시간 이내에 양조가 시작된다. 신선한 상태의 포도에서만이 양질의 와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포도를 구매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등급을 확인하여 구매하며 다른 와이너리처럼 벌크 와인을 사는 일은 절대로 없다. 포도에서부터 병입에 이르기까지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통제한다.

 

한국 시장에는 많은 호주 와인들이 소개되어 있다. 울프 블라스가 그들과 비교해 가지는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울프 블라스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가격 레인지에서 최고의 품질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3년 마다 경쟁 제품을 모아 놓고 비교 테이스팅을 진행한다. 또한 이미 언급한 대로 레인지 별로 일관적 스타일을 구축하고 이를 라벨 컬러로 구분한다. 때문에 소비자는 본인의 입맛, 용도, 구매예산 등에 따라 적절한 라벨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다. 50년 역사를 지닌 울프 블라스는 그 기간 동안 확실한 전통을 만들어 왔다. 창립자인 울프 블라스의 이름이 그대로 와인 이름으로 사용되기에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 매년 모든 레인지에서 품질의 일관성을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울프블라스의 수석 와인 메이커 크리스 해처]

 

 

87년부터 29년 동안 울프 블라스의 와인메이커로 일해 왔다. 울프 블라스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 궁금하다.

화이트 와인의 품질을 높이고 와인 메이킹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개선한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90년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좋은 포도밭을 구입하고 양질의 오크를 도입했다. 그러나 와인 업계는 매우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과거에 기여한 것 보다는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매 년 병입되는 와인을 지켜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고객들이 울프 블라스 와인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생각을 하면 흐뭇하다.

 

본인이 와인 애호가로서 즐겨 마시는 와인은 무엇인가?

울프 블라스 골드 라벨이다. 리슬링, 샤르도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쉬라즈(Shiraz) 가릴 것 없이 거의 매일 마신다.

 

최근 호주 와인들은 과거의 농축되고 힘있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섬세함과 균형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모하는 듯 하다. 울프 블라스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어떤지 궁금하다.

창립자인 울프 블라스 씨는 독일 출신이며 태생적으로 유럽 스타일의 와인을 추구해 왔다. 당연히 울프 블라스는 창립 초기부터 과일이 지나치게 과숙된(overripe) 스타일을 지양했다. 묵직하고 부담스러운 와인보다는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지향한다. 울프 블라스가 소유한 포도밭의 품질은 시간이 지날 수록 좋아지고 있다. 때문에 양조에서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오크 또한 과도하게 쓸 필요가 없다. 과일 풍미가 잘 드러나는 우아하고 스타일리시한 와인을 꾸준히 만들어 갈 것이다.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있어 또 하나의 추세는 오가닉(organic),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의 유행이다. 와인메이커로서 그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또한 울프 블라스에 적용할 계획은 없는지?

와인은 언제나 포도밭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포도밭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론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오가닉이나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의 경우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인증을 위한 규제 때문에 질병 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오가닉이나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제초제나 살충제 등은 포도의 품질 유지에 필요한 만큼만 최소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내추럴 와인의 경우는 메인 스트림 와인에 반하는 카운터컬처(counterculture, 대항문화)의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마치 60년대 히피 문화가 당시 주류 문화의 카운터컬처였던 것과 같다. 경험해 본 많은 내추럴 와인들은 과도한 산화 뉘앙스를 드러냈고 과일 풍미를 잃은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오히려 떼루아(terroir)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과일(포도)를 지키지 위해 최소한의 개입은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울프 블라스는 싱가폴과 홍콩에서 시장점유율 1위이며 중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떠오르는 시장인 아시아에서는 앞으로도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젊은이, 특히 젊은 여성들이 와인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단기간의 성장 보다는 고객 인식에 높은 품질을 지닌 와인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한국 와인 시장 전체의 규모가 성장하길 바란다.

 

[울프블라스의 와인들]

 

 

**울프블라스 와인 갈라 디너에 소개된 와인

 

Wolf Blass Yellow Label Chardonnay 2014 South Australia

갓 구운 빵처럼 향긋하고 구수한 향기에 부드러운 미감이 인상적인 샤르도네. 음식과 함께하면 입안에 상쾌하고 개운한 느낌을 불어넣어 준다. 옐로우 라벨 샤르도네는 울프블라스의 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와인으로 묵직함을 덜어낸 호주 모던 스타일 샤르도네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Wolf Blass Yellow Label Cabernet Sauvignon 2013 South Australia

매콤한 스파이스가 잘 익은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아로마에 가볍게 토핑된다. 미디엄 바디에 부드러운 탄닌, 부담스럽지 않은 미감이 매력적인 스타일리시한 카베르네 소비뇽.

 

Wolf Blass Gold Label Shiraz 2013 Barossa Valley

농익은 블랙베리, 프룬 등 검은 과일의 폭발적인 아로마, 부드러운 오크 바닐라 뉘앙스. 입에서는 후추와 매콤한 스파이스, 은은한 나무향이 풍부한 과일 풍미에 더해진다. 꽉 차는 풀 바디 와인이지만 진득(jammy)하지 않고 밸런스가 좋다. 해처 씨는 골드 라벨 시라즈를 모던 바로사 쉬라즈의 전형이라고 표현했다.

 

Wolf Blass Grey Label Shiraz 2011 McLaren Vale

블랙베리, 블루베리, 블랙커런트 등 검은 과일 아로마에 토양의 뉘앙스가 복합미를 더한다. 입안에서는 편안한 붉은 베리와 자두 풍미가 더해지며 후추와 매콤한 스파이스가 가볍게 감돈다.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차분한, 레이블에 어울리는 품격을 지닌 와인. 골드 라벨과는 스타일이 다른 우아한 와인으로 ‘베이비 블랙 라벨’로 불리기도 한다.

 

Wolf Blass Black Label Cabernet Shiraz Malbec 2008 Langhorne Creek Barossa McLaren Vale

달콤한 사과의 첫 향에 방순한 블루베리, 블랙베리, 커런트 아로마. 스월링을 하면 오크 풍미와 함께 매콤한 스파이스가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완숙한 과일의 발사믹한 뉘앙스. 검은 과일이 순수하면서도 농축적으로 표현됐다. 매끈한 탄닌이 한없이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하는, 아이러니하게도 묵직한데 묵직하지 않은 풀 바디 레드 와인. 2008년은 블랙 라벨의 37번째 빈티지. 블랙 라벨은 매 빈티지마다 각종 대회에서 골드 메달을 7회 이상 수상했다. 호주 와인의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지미 왓슨 트로피(Jimmy Watson Trophy)를 4회 수상한 유일한 와인으로 호주를 대표하는 클래식 와인이다.

 

Wolf Blass Gold Label Riesling 2015 Eden Valley

화사한 꽃, 상큼한 레몬 제스트, 완숙한 살구 등 향긋한 아로마가 어린 와인의 미덕을 명쾌하게 드러낸다. 미감은 드라이하나 생생한 과일 풍미 덕에 달콤한 인상을 풍긴다. 가벼운 미네랄과 비교적 풍만한 살집이 매력적인 리슬링. 

 


김윤석 기자  wineys@w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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