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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52. 꼬르나스에 우아함을 더하다, 장-뤽 콜롬보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6. 3. 5.

코르나스의 맹주, 장-뤽 콜롬보의 외동딸 로르 콜롬보의 내한.

그녀는 2010년부터 와이너리에 참여하여 포도밭 관리와 양조는 물론 마케팅까지 책임지고 있다.

명실상부한 2대의 등장인 셈... 조만간 그녀가 전권을 물려받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상당히 수줍어하는 인상이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사진발은 제법 잘 받는 스타일... 사진사만 좀 좋았다면-_-;;

수줍어하는 모습 뒤로 재기발랄함과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었다.

얼마 전 만난 가이아 가야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매력을 지닌 와인 메이커.



다시 론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코르나스의 콜롬보 가문에 들르고 싶다.

개들도, 닭들도 그녀 아버지의 풍성하다는 식탁도 궁금하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꼬르나스에 우아함을 더하다, 장-뤽 콜롬보


꼬르나스(Cornas). 프랑스 북부 론(Northern Rhône) 남쪽에 위치한 조그만 와인 산지다. 면적은 131ha로 에르미타주(Hermitage, 136ha)나 꼬뜨 로띠(Côte-Rôtie, 276ha)보다도 작다. 오직 시라(Syrah) 품종으로 레드 와인만 생산한다. 로마 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했으며 힘있고 강건한 와인이 나오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꼬르나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쇠퇴의 길을 걸었다. 전쟁의 여파로 험준한 꼬르나스 골짜기의 가파른 포도밭에서 일할 남자들이 적어진 까닭이었다. 이렇게 어려웠던 시기 꼬르나스의 중흥을 이끈 와인메이커가 바로 장-뤽 콜롬보(Jean-Luc Colombo)다.

 

장-뤽 콜롬보의 가장 큰 기여는 와인 세계의 관심을 꼬르나스에 불러 모은 것이다. 뉴욕 타임즈의 기자 프랭크 프라이얼(Frank J. Prial)은 ‘꼬르나스는 관심을 불러 모을 미디어 스타 혹은 성공한 괴짜가 필요했는데 이제 그런 사람을 얻었다’고 평했다. 실제 그는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와의 인터뷰 중 ‘론에서 가장 미움받는 동시에 가장 사랑받는 와인메이커(the most hated and loved winemaker in the Rhône)’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논쟁적인 인물이었다. 마르세이유(Marseilles) 출신인 그는 1984년 아내 안느(Anne)와 함께 꼬르나스로 이주해 양조 실험실을 세웠고, 1986년에는 첫 포도밭 레 뤼세(Les Ruchets)를 구입했다. 이후 청결한 양조 환경에 대한 집착, 완숙 전 포도 솎기(green harvest), 양조용 포도의 완벽한 줄기 제거(destemming), 새 오크통 사용 등으로 혁신을 일으켰다. 이런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1987년 레 뤼세의 첫 빈티지가 전량 수출되는 대박을 쳤다. 이후 출시한 와인들 또한 꾸준히 좋은 평가를 얻으며 꼬르나스를 세계 수준의 와인 산지 반열에 올려놓았다. 또한 론과 프로방스 지역의 여러 와이너리를 컨설팅하며 전반적인 품질 향상에도 이바지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콜롬보 부부는 2008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 훈장을 수상했다.

 

콜롬보 가족. 좌로부터 로르, 안느, 장-뤽 콜롬보. (출처: 홈페이지)

 

2010년부터는 부부의 외동딸인 로르 콜롬보(Laure Colombo)가 와이너리에 합류했다. 그녀는 와이너리 홍보는 물론 포도 재배와 양조에 이르기까지 콜롬보 와인의 거의 모든 영역에 관여하고 있다. 꼬르나스에서 태어나 전 세계를 여행하며 기고가, 소믈리에, 와인 마케팅과 양조학 석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력을 쌓은 그녀는 이미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 한남동의 힙(hip)한 레스토랑 마렘마(Maremma)에서 한국을 찾은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녀는 사랑스럽고 에너지 넘치는 스타일. 약간 수줍은 듯한 표정 뒤에 숨겨진 무한한 호기심과 달변이 금새 표면으로 드러났다. ‘에르미타쥬가 강남이라면 꼬르나스는 한남’, ‘관개(灌漑)한 포도와 안 한 포도의 차이는 양식 광어와 자연산 광어의 차이’같은 기발한 비유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왔다. 마렘마의 음식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 그녀는 할머니가 이태리 출신이라며 집에서도 파스타를 자주 먹는다고 했다. 론 지역을 포함한 프랑스 남부는 북부 이탈리아와 교류가 깊어 음식문화 또한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쉐프였던 할머니와 증조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아버지 장-뤽 콜롬보 또한 음식과 와인의 연계를 강조한다. ‘론 지역은 보르도(Bordeaux)보다 다섯 배 정도 작지만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훨씬 많다’며 와인 또한 그에 맞게 음식과 더욱 잘 어울리는 밸런스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콜롬보의 와인은 과일 본연의 풍미를 잘 드러내며 부드러운 질감을 지녀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소위 퀴진 와인(cuisine wines)이다.

 

그녀는 첫 와인 ‘꼬뜨 뒤 론 레 자베이 블랑(Jean-Luc Colombo Côtes du Rhône Les Abeilles Blanc 2013)’을 마시면서도 신선한 산미를 강조했다. 산미가 있어야 음식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것. 이를 위해 부드러운 산미를 지닌 끌레레뜨(Clairette) 품종을 메인으로 사용하며 약간의 루산느(Roussanne) 품종을 블렌딩한다. 확실히 일반적인 론 화이트에 비해 산미가 뛰어나고 은은한 흰 꽃 아로마가 인상적이었다. 와인 이름인‘레 자베이(꿀벌)’가 의미하듯 귀엽고 친근한 맛이랄까. 그러고 보니 콜롬보 와이너리는 꿀벌과도 연관이 깊다. 처음 구입할 당시부터 꼬르나스의 레 뤼세 포도밭에는 꿀벌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 포도 등 다양한 과일을 수분시키는 꿀벌의 중요성을 인식한 콜롬보 부부는 양조와 함께 양봉을 병행했다. 포도밭의 이름인 ‘레 뤼세’ 또한 벌집라는 의미이며 와인의 레이블에도 여왕벌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그 자체가 꿀벌에 대한 헌정인 셈이다. 이외에도 매년 수익금의 일부를 꿀벌 보호 기관에 기부하고 있다. 말 뿐이 아닌 행동하는 양심이랄까.

 

콜롬보 가족의 꼬르나스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하다. 그들은 꼬르나스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유기농법과 새로운 양조기술을 도입했다. 청결한 양조환경에 대한 극단적 강조 등으로 와인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정착 초기에는 지역민들에게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많은 지역 생산자들이 그들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초기부터 우호적인 생산자도 있었다. 일례로 아직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알랭 보쥬(Alain Voge)는 부지 선택에 대한 조언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두 생산자는 양조 시 포도 줄기 사용 여부 등 양조방식과 와인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 그에 대해 물었더니 품질 향상을 위한 견해의 차이일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꼬르나스 와인의 본질은 떼루아(Terroir)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역시 기-승-전-떼루아’다.

 


한남동 마렘마 레스토랑에서 꼬르나스 레 뤼세와 함께, 로르 콜롬보.

 

콜롬보는 종종 남성적이고 육중한 스타일로 평가되는 꼬르나스에 밝고 신선한 풍미와 우아함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과일 본연의 풍미다. 로르 콜롬보 씨는 특별히 마련된 리델 베리타스 올드 월드 시라 글라스로 ‘꼬르나스 레 뤼세(Jean-Luc Colombo Cornas Les Ruchets 2009)’를 시음하며 ‘수확 시기 포도밭에서 느껴지는 과일 맛 그대로를 와인에 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국적인 허브와 스파이스, 꽃 향기, 미티(meaty)한 뉘앙스가 곁들여지는 꼬르나스 레 뤼세의 중심엔 여지없이 명확한 과일 풍미가 자리잡고 있다. 평균 수령 90년이 넘는 고목에서 생산된 시라 100%로 양조하여 복합미가 고스란히 담긴 이 와인은 10년 이상의 장기 숙성이 가능함은 물론 지금 마셔도 그 우아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2009년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수확량이 적으며 농축적인 와인이 생산되었다. 레 뤼세 2009년은 빈티지의 농밀한 특징과 함께 신선한 산미와 날렵한 살집 또한 겸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는 코카콜라를 만드는 게 아니’라며 빈티지의 특징을 반영하는 특별한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앞서 관개한 포도를 양식 광어와 비교한 것과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다.

 

로르 콜롬보 씨는 북부 론의 시라는 세계 어느 나라의 시라와도 다르며 심지어 남부 론의 시라와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찐득(jammy)하지 않으며 섬세한 산미와 풍부한 과일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 북부 론의 또 다른 명가 이브 뀌에롱(Yves Cuilleron)을 인터뷰하며 들었던 이야기와도 일맥 상통한다. 이날 추가로 시음한 ‘꼬뜨 뒤 론 레 포로 루즈(Jean-Luc Colombo Côtes du Rhône Les Forots 2010)’와 ‘생 조셉 레 로브(Jean-Luc Colombo Saint-Joseph Les Lauves) 또한 북부 론에서 재배한 시라를 사용해 양조한 와인들이다. 북부 론에서 재배한 시라 49%에 남부 론에서 재배한 그르나슈(Grenache) 51%를 블렌딩해 양조한 꼬뜨 뒤 론 레 포로는 완숙 과일 풍미와 매끈한 질감에 편안한 볼륨감이 더해져 친근한 매력을 선사한다. 생 조셉 레 로브는 남북으로 좁고 길게 뻗은 생 조셉 지역 중에서도 꼬르나스와 가까운 남쪽 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했다. 은근한 스파이스, 모카 뉘앙스와 함께 온화한 타닌의 우아한 터치가 인상적이다. 콜롬보 와이너리는 섬세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저온에서 장기간 침용(maceration)을 거치며 펀칭 다운(punching down)을 실시한다. 로르 콜롬보 씨는‘매일 펀칭 다운을 해서 팔뚝이 두꺼워진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그녀의 가장 큰 관심사는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그래서 홍보를 위한 여행은 주로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에 마치는 경우가 많다. 아직 보수적인 분위기가 짙은 북부 론 지역의 특성 상 여성 와인메이커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와인메이커가 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물론 ‘아들이 있었다면 나는 마케팅을 하거나 와인 레이블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라는 농담을 잊진 않았지만. 섬세하고 우아하면서도 친근하고 활기찬 그녀. 아버지 장-뤽 콜롬보가 꼬르나스에 이식한 섬세하고 우아한 DNA가 그녀로 인해 더욱 확산될 것만 같다.


김윤석 기자  wineys@w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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