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맛 나는 프리미엄 한주, 백웅재 지음
처음 이 책 제목을 보고 '한주'의 의미를 '일주일'이라고 오해했다. 하필 병을 사이에 두고 띄어쓰기까지 되어 있어서 일주일 내내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우리술... 뭐 이런 의미인가 싶었달까.
개인적으로는 전통주, 가양주, 크래프트 주류 등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술들에 대해 '우리술'이라는 표현을 선호했었다. 전통주나 토속주, 가양주 등은 너무 범위가 좁아지는 것 같았기 때문인데, 해외까지 커버하려면 '우리술'이라는 것도 역시 한정적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한주'는 처음 보았을 때는 조금 어색했는데, 보다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혹은 우리술은 사케나 바이주, 황주처럼 전형적인 스타일 하나가 아니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K-리커' 같은 형태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요즘은 한류보다는 K-Pop이라는 표현이 대세니까^^
어쨌거나 <술맛나는 프리미엄 한주>는 세발자전거라는 한주 전문점을 기반으로 필드에서 뛰고 있는 저자가 한주 부흥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담아 쓴 책이다. 찬양 일색이 아니라 비판과 비평을 담아서 좋고, 읽는 글도 제법 있어서 좋다. 소개된 술들은 절반 이상이 아는 술들이지만, 저자의 비평이 담긴 테이스팅 노트와 생산자와의 만남을 통해 확인한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좋다.
일단 한주를 프리미엄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모든 술을 프리미엄화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이 있어야 전체의 위상도 올라가고, 위상이 올라야 시장이 커지고, 시장이 커져야 평균 품질이 올라간다고 보는 것이다. 솔직히 10여 년 전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이 있었다. 와인이나 위스키 한 병에 몇천 원, 몇억 원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같고, 대다수의 없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것 같아 불편했던 것. 하지만 어떤 분야가 발전하려면 단순하게 생각해도 높은 품질을 추구함과 동시에 그를 뒷받침할 기본적인 자본이 유입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데, 그러려면 결국 프리미엄 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고, 나와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한 병에 천 원짜리 플라스틱 통 생막걸리를 해외 수출의 주력 상품으로 세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 또한 유사하다. 약간 결이 갈라지는 것은 탁주를 대표 상품으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막걸리와 탁주는 다르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막 걸러서 거친 막걸리와 부드럽게 걸러 부드러운 질감과 우아한 맛을 내는 탁주는 다를 수 있다는 것. 또한 한주는 살균주가 아닌 생주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냉장 유통이 어려웠던 과거에는 생주가 확산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가치만 충분하다면 수출도 냉장으로 할 수 있으니까.
최근의 내추럴 와인 붐이 이를 입증한다.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은 보르도 그랑 크뤼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내추럴 와인도 망설임 없이 구매하니까. 복합적이고 순수한 맛을 찾는 사람은 컬러가 탁해도, 인지도가 낮고 네임 밸류가 떨어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한국 탁주도, 약주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책에 소개된 생산자들 외에도 품질이 높으면서도 대중성을 겸비한 제품들을 출시하는 양조장/증류소가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마신 유자가09를 만든 구름아 양조장이나 경성과하주 외에도 젊은 감성의 술이 많은 술아원, 청명주가 일품인 중원당, 고소리술도 좋지만 오메기술 또한 일품인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 그리고 결은 좀 다르지만 오미자, 사과 등 문경 특산물로 경쟁력 있는 술을 만드는 오미나라 등 전국 각지에 좋은 생산자들이 널려 있다.
저자와 함께 한주의 선전을 응원한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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