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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37. 부르고뉴 : (6)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2. 5.

부르고뉴 전 지역을 개괄하는 연재의 마지막 편. 솔직히 부르고뉴 와인의 경험이 일천한데 이런 연재를 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수박 겉핥기로 2번 방문한 게 전부인데, 마셔보지도 못한 그랑 크뤼들을 언급하며 평가와 요약을 해도 되는지 걱정스러웠고. 결국 책과 미디어로 배운 내용에 약간의 경험을 덧대어 정리하는 형태밖에는 되지 못하니까. 하지만, 한국 천주교도 책으로 들어온 교리를 연구하면서 자생적으로 믿음의 꽃을 피우지 않았던가.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최소한의 경험이 누구에겐가는 도움이 될 거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새로운 것을 전달하지는 못해도 간결한 정리라도 될 수 있길 바랬고. 

나는 여전히 부르고뉴 신자다. 비싸서, 희소해서 자주 만나지 못할 지라도, 이제는 마시지 못할 와인이라고 투덜대면서도... 내 마음은 부르고뉴에 있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부르고뉴 : (6)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꼬뜨 드 본의 중심도시 본(Beaune)에서는 매년 11월 셋째 주말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영광의 3일(Les Trois Glorieuses)이라고 불리는 이 축제는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데, 하이라이트는 일요일에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에서 열리는 와인 자선 경매다.

 

[ 오스피스 드 본 ]

전 세계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와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모두 집중되는 이 와인 경매는 1859년 시작돼 벌써 16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경매의 목적은 향기로운 부르고뉴 와인만큼이나 아름답다. 본에 위치한 병원이라는 의미의 오스피스 드 본은 1443년 부르고뉴 공국의 재상 니콜라 롤랭(Nicolas Rolin)이 건립했다. ‘신의 저택’이라는 의미의 오텔 디외(Hôtel-Dieu)라고 불린 이 병원의 목적은 전쟁으로 다치거나 후유증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함이었다. 건립 당시는 백년전쟁이 끝날 무렵으로, 전국에 부상자와 빈민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는 많아지고 재정은 부족했던 탓에 운영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이 성금을 모았고 일부 재력가들은 주변의 포도밭을 기부했는데, 그렇게 모인 포도밭이 총 60 ha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 포도밭의 85%는 그랑 크뤼(Grand Cru) 혹은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다.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밭들이라는 이야기다. 이 밭에서 만들어지는 와인들을 팔아 병원 운영비에 보태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오스피스 드 본의 와인 자선 경매다. 현재는 병원 경비 외에도 다양한 공익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오스피스 드 본에서 보유한 포도밭 관리 및 운영, 와인 양조는 부르고뉴의 유명 생산자들에게 의뢰한다. 와인 레이블에는 오스피스 드 본의 문장과 함께 생산자, 그리고 기증자의 이름이 병기된다. 물론 경매 후 낙찰자가 원하면 낙찰자의 이름 또한 레이블에 넣을 수 있다. 낙찰된 와인은 일정 기간 숙성된 후 병입해 낙찰자에게 전달된다. 2005년부터 경매를 크리스티에서 주관하면서 일반 애호가들 또한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의 애호가들 중에도 이미 경매에 참여하는 분들이 있다. 훌륭한 와인도 사고 좋은 일에 기부도 할 수 있으니 즐거운 일인 것은 확실하다.

 

[ 꼬뜨 드 본 지도  (출처: winefolly.com) ]

꼬뜨 드 본은 라두와 세리니(Lodoix-Serrigny) 마을에서 시작해 마랑주(Maranges)에서 끝난다. 폭이 꼬뜨 드 뉘보다 넓고 길이도 더 길기 때문에 포함하는 마을 수가 2배 이상 많다. 꼬뜨 드 뉘에서부터 내려오는 동향 언덕이 여전히 동북쪽에서 남서쪽으로 비스듬히 이어지며 수많은 포도밭들을 품는다. 언덕 중간중간 협곡이나 골짜기 등이 연결되며 다양한 경치를 연출하는데, 이로 인해 주로 동향, 동남향 포도밭이 많은 꼬뜨 드 뉘에 비해 정남향, 혹은 남서향 포도밭도 다수 존재한다. 넓고 완만한 경사면에는 포도밭들이 빼곡하다. 토양은 꼬뜨 드 뉘와 마찬가지로 포도밭 별로 구별해야 할 만큼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회토에 석회암 부스러기들이 섞여 있어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 

꼬뜨 드 본은 특히 최고급 화이트 산지로 유명하다. 이는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추앙받는 몽라셰(Montrachet)와 그 주변의 그랑 크뤼 포도밭들에 빚진 바가 크다. 코르통 샤를마뉴(Corton-Charlemagne) 그랑 크뤼도 한몫 거든다. 하지만 전체 생산량은 6:4 정도로 레드 와인이 더 많다. 여타 부르고뉴 지역과 마찬가지로 레드는 피노 누아, 화이트는 샤르도네 품종을 주로 사용한다.

 

[ 몽라셰 그랑 크뤼 포도밭 전경  (출처: www.bourgogne-wines.com)  ]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은 북쪽의 코르통(Corton) 언덕과 남쪽의 뫼르소(Meursault) 언덕이다. 외롭게 솟아 있는 코르통 언덕을 둘러싼 넓은 포도밭에서는 화이트 그랑 크뤼와 함께 꼬뜨 드 본 유일의 레드 그랑 크뤼가 나온다. 뫼르소(Meursault), 퓔리니 몽라셰(Pugliny-Montrachet), 샤샤뉴 몽라셰(Chassagne-Montrachet) 등 남쪽의 세 마을에 걸쳐 있는 뫼르소 언덕은 석회석 기반 위를 이회토가 덮고 있어 샤르도네 재배에 최적이다. 전반적인 화이트 와인의 품질이 우수한 이유다. 레드 와인 애호가라면 포마르(Pommard)와 볼네(Volnay) 마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강건하고 힘 있는 와인을 생산하는 포마르는 즈브레-샹베르탕(Gevrey-Chambertin)에,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을 생산하는 볼네는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에 비견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음용성 좋은 와인을 찾는다면 꼬뜨 드 본에서도 역시 '오뜨 꼬뜨(Hautes-Côtes)'를 주목해야 한다. 지역(regional) 급 와인인 오뜨 꼬뜨 드 본(Hautes-Côtes de Beaune)은 부르고뉴에서 보기 드문 가성비 와인으로, 서쪽으로 넓게 펼쳐진 고원 지대에서 부르고뉴 와인의 정체성을 잘 살린 밸류 와인이 나온다. 마을(Communal) 급 중에서는 최남단에 위치한 상뜨네(Santenay), 마랑주 등이 아직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덜 받았다. 하지만 '저렴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세 뒤레스(Auxey-Duresses)나 몽텔리(Monthélie) 등의 최근 상황을 보면 말이다. 

 

페르낭 베르즐레스(Pernand-Vergelesses), 라두와(Ladoix), 알록스 코르통(Aloxe-Corton)

마을 세 개를 한 챕터로 묶은 이유는 이 세 개의 마을이 그랑 크뤼 3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르통(Corton), 코르통 샤를마뉴, 샤를마뉴(Charlemagne)가 그 주인공인데, 현재 샤를 마뉴 그랑 크뤼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코트 도르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코르통 언덕을 세 마을이 나누어 점유하고 있는데, 이 언덕의 북쪽 경사면을 제외한 동, 남, 서쪽 경사면에 그랑 크뤼 포도밭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화이트 그랑 크뤼 코르통 샤를마뉴가 생산되는 포도밭은 언덕 높은 곳에서 쓸려 내려온 석회암 조각들이 갈색 이회토양과 섞여 있는 남쪽과 서쪽 경사면 상부다. 코르통 샤를마뉴에는 전설이 하나 얽혀 있다. 8세기경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는 이 지역의 레드 와인을 즐겨 마셨는데, 그의 수염이 레드 와인으로 붉게 물드는 것을 싫어한 왕비가 대제에게 화이트 와인을 마실 것을 권유한 데서 코르통 샤를마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샤르도네를 식재한 지는 불과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알리고테(Aligoté)와 피노 그리(Pinot Gris) 등 다른 품종이 심어져 있었다니, 그 시대부터 이어져 온 포도밭은 아닌 셈이다. 어쨌거나 중후한 멋을 갖춘 최고급 화이트 와인이 생산되는 것은 확실히다. 코르통 그랑 크뤼는 레드와 화이트를 모두 생산할 수 있지만 주력은 레드 와인이다. 타닌이 많고 구조감이 빼어나며 농밀하다. 워낙 넓기 때문에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 있으며, 구획 별로 품질의 편차가 큰 편이다. 각각의 구획 이름을 레이블에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레 브레싼드(les Bressandes), 레 르나르드(les Renardes), 르 끌로 뒤 루아(le Clos du Rois) 구획에서 생산된 와인의 품질이 특히 빼어나다. 

그랑 크뤼를 제외하면 세 마을의 위상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을 대표하는 생산자들을 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코르통 언덕 남동쪽의 알록스 코르통(Aloxe-Corton)은 화이트 와인은 거의 생산하지 않으며 타닌이 많고 단단한 레드 와인이 주를 이룬다. 서쪽에 위치한 페르낭 베르즐레스(Pernand-Vergelesses)는 비교적 서늘한 편으로, 레드 와인과 함께 양질의 화이트 와인도 생산한다. 라두와(Ladoix)는 비교적 규모가 작다. 레드와 화이트 모두 생산하며, 코르통 그랑 크뤼에 인접한 일부 프르미에 크뤼는 알록스 코르통 마을의 이름을 달고 출시된다.  

 

사비니 레 본(Savigny-lès-Beaune), 쇼레 레 본(Chorey-lès-Beaune)

페르낭 베르즐레스 남서쪽으로 넓게 자리한 사비니 레 본은 다른 유명 산지에 치이는 경향이 있지만, 특급 생산자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고품질 와인을 만든다. 특히 동향/동남향 언덕의 경사면에 자리 잡은 프르미에 크뤼에서는 여운이 긴 훌륭한 와인들이 나온다. 레드 와인은 밸런스가 좋으며 신맛이 강하지 않은 편이다. 화이트 와인은 향긋한 꽃 향기에 신선한 레몬 같은 신맛과 미네랄 여운이 도드라진다. 대가들의 와인은 이미 가격이 상당하지만, 그래도 적당한 가격에 양질의 와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마을이다. 사비니 레 본 동쪽에 있는 쇼레 레 본은 사비니 레 본에 비해 소박하다. 화이트 와인은 거의 없으며 평지에서 재배하는 피노 누아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한국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본(Beaune)

본 시가지 서쪽에 펼쳐진 포도밭들은 대부분 프르미에 크뤼다. 일반 마을 급 포도밭보다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의 비율이 훨씬 높다. 좋은 밭들은 대부분 루이 자도(Louis Jadot), 부샤르 페레 에 피스(Bouchard Père & Fils), 조셉 드루앙(Joseph Drouhin) 등 대형 네고시앙(Négociant)들이 점유하고 있는데, 그들의 본거지가 본 시내에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랑 크뤼 포도밭은 없다. 피노 누아로 만드는 레드 와인은 대체로 온화한 편인데, 잘 숙성하면 작은 베리 풍미와 함께 매혹적인 동물성 뉘앙스가 드러난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화이트에서도 종종 깜짝 놀랄 만한 품질의 와인을 발견할 수 있으니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좋다. 

 

포마르(Pommard)

본 남쪽에 인접한 포마르는 레드 와인만 생산한다. 크랑 크뤼는 없지만 북쪽의 레 제프노(les Epenots), 남쪽의 레 뤼지앵(les Rugiens) 등 빼어난 프르미에 크뤼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레드 와인으로 명성이 높다. 물론 마을 급 와인의 품질 또한 뛰어나다. 포마르 지역의 토양은 철분이 풍부해 불그스름한 빛이 감도는데, 이 토양에서 꼬뜨 드 본에서 가장 힘이 좋고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레드 와인이 나온다. 컬러가 짙고 타닌 또한 풍부한 편이라 약간 거칠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상급 생산자의 와인을 맛보면 그런 평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볼네(Volnay)

볼네 역시 레드 와인만 생산한다. 그런데 포마르 남쪽에 인접한 마을임에도 토양도, 와인의 성격도 완전히 다르다. 와인의 컬러도, 무게감도 훨씬 가볍고 타닌 또한 부드러운 편이다. 향긋한 꽃과 붉은 과일 풍미, 우아한 질감을 타고 길게 이어지는 피니시는 볼네 만의 확실한 개성을 부여한다. 그랑 크뤼 포도밭은 없지만 끌로 데 뒥(Clos des Ducs), 끌로 데 쉔(Le Clos des Chênes), 르 까이예레(les Caillerets) 등 훌륭한 프르미에 크뤼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대가의 손길이 더해진 와인들의 인기는 폭등하고 있으며, 가격은 이미 대기권을 벗어나는 중이다.

참고로 뫼르소(Meursault) 마을에 포함되지만 볼네에 인접한 상트노(Santenots)의 프르미에 크뤼 구획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의 경우 볼네 상트노(Volnay-Santenots) 프르미에 크뤼, 혹은 그냥 볼네 프르미에 크뤼 명칭으로 출시할 수 있다. 이 구획에서는 샤르도네도 일부 재배하는데, 이 포도로 생산하는 와인들의 이름 또한 뫼르소 상트노(Meursault-Santenots) 프르미에 크뤼, 혹은 뫼르소 프르미에 크뤼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몽텔리(Monthélie), 오세 뒤레스(Auxey-Duresses), 생 로맹(Saint-Romain)

세 마을은 뫼르소 마을 서쪽으로 뻗은 골짜기를 따라 툭 튀어나와 있다. 볼네와 뫼르소를 접하고 있는 작은 마을 몽텔리는 주로 매력적인 과일 향을 내는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가파른 경사지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양질의 와인이 나온다. 몽텔리와 뫼르소 서쪽에 위치한 오세 뒤레스는 조금 더 서늘한 기후로, 고도가 높고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을 중심으로 신선함과 탄탄한 구조를 겸비한 와인을 생산한다. 세 마을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생 로맹은 대부분의 포도밭이 해발 3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한다. 그랑 크뤼나 프르미에 크뤼는 없지만 높은 고도와 서늘한 기후 덕분에 가볍고 산뜻한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생산량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화이트 와인은 깔끔한 신맛과 영롱한 미네랄이 매력적이다. 

세 마을 모두 유명한 마을에 비해 아직까지는 와인 가격이 높지 않다. 때문에 좋은 빈티지를 만나면 뛰어난 생산자들의 탁월한 와인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지역이다. 물론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흔히 보기는 어려우며, 부르고뉴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조언 또한 어김없이 적용된다. 

 

 

뫼르소(Meursalut)

뫼르소는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이다. 그렇다 보니 화이트 와인만 생산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질 좋은 레드 와인 또한 일부 생산된다. 다만 화이트 와인 생산량과 명성이 워낙 압도적일 뿐이다. 그랑 크뤼는 없지만 그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는 프르미에 크뤼가 많으며, 일반적인 마을 급 포도밭조차 평균적으로 높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게다가 코셰 뒤리(Coche-Dury), 콤트 라퐁(Comtes Lafon) 등 최상급 생산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마을 급 와인조차 그랑 크뤼를 능가하는 가격으로 팔린다. 뫼르소의 화이트 와인은 농밀한 과일 풍미, 견과류와 바닐라 힌트, 버터리한 뉘앙스로 유명하다. 좋은 신맛이 밸런스를 잡아주어 바로 마셔도 10년 이상의 숙성 후에 마셔도 훌륭하다.

 

블라니(Blagny)

뫼르소와 퓔리니 몽라셰 마을에 인접한 작은 마을 블라니는 와인 족보가 조금 복잡하다. 블라니의 포도밭은 거의 대부분은 7개의 프르미에 크뤼에 속하며, 레드 와인만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샤르도네도 재배한다는 것. 여기서 만들어지는 화이트 와인은 밭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 뫼르소에 가까운 4개의 프르미에 크뤼의 화이트 와인은 뫼르소, 혹은 뫼르소 블라니(Meursault-Blany) 프르미에 크뤼 명칭으로 출시한다. 나머지 3개 크뤼의 화이트 와인은 플리니 몽라셰 프르미에 크뤼를 사용할 수 있다. 

 

퓔리니 몽라셰(Pugliny-Montrachet)

뫼르소와 인접한 퓔리니 몽라셰 마을 역시 화이트 와인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몽라셰, 바타르 몽라셰(Bâtard-Montrachet), 슈발리에 몽라셰(Chevalier-Montrachet), 비엥브뉘 바타르 몽라셰(Bienvenue-Bâtard-Montrachet) 등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네 그랑 크뤼의 엄청난 후광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을 이름 뒤에 하이픈으로 연결된 몽라셰라는 표현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몽라셰 그랑 크뤼는 진한 황금빛에서 뿜어 나오는 농밀한 과일 풍미와 영롱한 미네랄이 길게 지속되는 최고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해발 255-275m의 언덕 중턱에 남북으로 길게 자리 잡은 몽라셰는 주라기에 형성된 석회암 위를 칼슘이 풍부한 이회토 층과 얇은 갈색 토양이 덮고 있어 샤르도네 재배에 최적이다. 몽라셰 그랑 크뤼의 남쪽 절반은 샤샤뉴 몽라셰 마을이 점유하고 있는데, 생산되는 와인의 성격이 매우 다르다. 두 마을의 경계 부분에서 언덕이 서쪽으로 급격하게 휘어지기 때문이다. 퓔리니 몽라셰 마을의 구획은 동향 또는 동남향으로, 주로 시트러스 같은 신맛과 미네랄이 도드라지는 와인을 만든다. 샤샤뉴 몽라셰 마을 쪽의 구획은 정남향으로, 여기서 생산하는 와인은 종종 꿀과 같은 농밀함을 드러낸다. 몽라셰 서쪽에 인접한 바타르 몽라셰 그랑 크뤼 또한 두 마을이 나누어 점유하고 있으며, 몽라셰에 비해 표토가 깊어 조금 더 묵직한 와인을 생산한다. 

반면 동쪽에 인접한 슈발리에 몽라셰는 해발 고도가 높아 좀 더 서늘하며 얇은 표토에는 돌이 많이 섞여 있다. 때문에 좀서 섬세하고 가벼운 와인이 나온다. 바타르 몽라셰 북동쪽 끝에 붙어 있는 비엥브뉘 바타르 몽라셰는 바타르 몽라셰보다는 덜 묵직하고, 몽라셰보다는 밀도가 낮으며, 슈발리에 몽라셰보다는 덜 생생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여전히 엄청난 와인임은 부정할 수 없다. 레 퓌셀(les Pucelles)을 비롯한 17개의 프르미에 크뤼에서도 빼어난 와인들이 생산된다. 마을 급 와인들은 뫼르소에 비하면 오크 풍미가 절제되고 섬세한 신맛과 영롱한 미네랄이 도드라지는 스타일이다.

 

샤사뉴 몽라셰(Chassagne-Montrachet)

샤샤뉴 몽라셰 마을에는 퓔리니 몽라셰 마을과 분할 점유하고 있는 두 그랑 크뤼와 크리오 바타르 몽라셰(Bienvenue-Bâtard-Montrachet)까지 3개의 그랑 크뤼가 있다. 바타르 몽라셰 남쪽에 인접한 크리오 바타르 몽라셰는 인근의 다섯 그랑 크뤼 중 규모가 가장 작다. 토양에 점토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석회질 자갈 또한 많이 섞여 있어 밸런스를 잡아 준다. 때문에 진한 풍미와 신선함이 균형을 이루는 와인이 나온다. 샤샤뉴 몽라셰 마을에 속한 몽라셰 그랑 크뤼의 경우, 스타일뿐만 아니라 소유자의 성격도 퓔리니 몽라셰 쪽과 다른 편이다. 퓔리니 몽라셰 마을의 구획은 대규모 메종 소유가 많은데 반해, 샤샤뉴 몽라셰 마을 쪽은 대체로 도멘(domaine)들이 소유하고 있다. 해당 도멘들은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ée Conti), 도멘 르플레브(Domaine Leflaive), 도멘 콤트 라퐁 등을 비롯해 모두 최상급 생산자임은 말할 나위 없다. 

프르미에 크뤼는 50개로 꼬뜨 도르 마을 중에 가장 많으며, 대부분 해발 240m 이상 경사지에 몰려 있다. 샤샤뉴 몽라셰는 레드 와인도 비교적 많이 생산하는데, 주로 남쪽에 있는 포도밭들이다. 전체 생산량의 1/3 정도가 레드 와인이며 인지도나 품질 면에서 화이트 와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부르고뉴 내에서라면 가성비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레드와 화이트 모두 비교적 수수하고 소박한 스타일이며, 중장기 숙성을 통해 그 매력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

 

생 토뱅(Saint-Aubin)

퓔리니 몽라셰와 샤샤뉴 몽라셰 서쪽으로 사슴뿔처럼 삐죽 나와 있는 생 토뱅은 그 면적과 지명도에 비해 와인 생산량이 많은 편이다. 프르미에 크뤼의 비중이 전체 포도밭의 3/4에 육박하며, 생산하는 와인의 품질 또한 빼어나다. 특히 생생한 산미와 서늘한 인상이 매력적인 화이트 와인은 진정 가성비가 높다. 종종 퓔리니와 샤샤뉴 몽라셰 화이트 와인의 좋은 대안으로 언급된다. 반면 조금 거친 스타일의 레드 와인은 꼬뜨 드 본 빌라주(Côte-de-Beaune-Villages)로 판매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트네(Santenay)

샤샤뉴 몽라셰 남쪽에 있는 상뜨네는 온천이 있는 작은 휴양지다. 화이트 와인이 일부 생산되지만 주력은 역시 타닌이 많고 단단한 구조를 갖춘 레드 와인이다. 상트네 마을 부근의 언덕은 복합 단층으로 이루어져 지역 별 토양의 편차가 크며 일반적으로 볼 때 전형적인 꼬뜨 도르의 지질이라기보다는 남쪽의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와 더 유사하다. 이런 토양에서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와인을 생산한다. 하지만 일부 지역, 특히 샤샤뉴 몽라셰와 인접한 부근의 프르미에 크뤼에서는 풍미가 깊고 숙성 잠재력을 갖춘 와인이 나온다. 레 그라비에르(la Gravières), 라 콤(la Comme) 등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샤르도네로 만드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은 비교적 신선할 때 마시는 것이 좋다.

 

마랑주(Maranges)

마랑주는 꼬뜨 드 본의 가장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AOC다. 1989년 셰이(Cheilly-lès-Maranges), 샹피니(Sampigny-lès-Maranges), 드지즈(Dezize-lès-Maranges) 세 마을을 통합해 AOC로 지정됐다. 마랑주는 행정구역 상 꼬뜨 도르가 아닌 손 에 루아르(Saône et Loire)에 속한다. 하지만 와인 스타일이 꼬뜨 드 본과 유사하기 때문인지 와인 산지로서는 꼬뜨 도르에 포함된다.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모두 생산하지만, 레드 와인이 생산량과 품질 모두 월등히 앞선다. 레드 와인은 어릴 때는 영롱한 붉은 베리 풍미, 숙성 후에는 고혹적인 동물성 뉘앙스를 드러낸다. 빼어난 포도밭은 주로 상트네와 경계 지역의 석회질 이회토양에 있다. 프르미에 크뤼 라 퓌시에르(la Fussières)가 대표적이다. 

 

꼬뜨 드 본 빌라주(Côte de Beaune-Villages), 그리고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이름이 비슷해 보이는 두 AOC는 큰 차이가 있다. '꼬뜨 드 본 빌라주'는 본을 비롯해 알록스 코르통, 포마르, 볼네 등 네 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마을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에 사용할 수 있는 명칭이다. 예컨대 쇼레 레 본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이라면 쇼레 레 본으로 출시해도 되지만 꼬뜨 드 본 빌라주로 출시할 수도 있다. 혹은 14개 마을 중 여러 마을에서 생산한 레드 와인을 블렌딩해 만들 수도 있다. 다만 화이트 와인에는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지역 전체의 명칭과 동일한 '꼬뜨 드 본' AOC는 본 마을 서쪽 프르미에 크뤼 위쪽 경사면에 있는 포도밭에서 나온다. 다른 마을에서 생산한 와인에는 사용할 수 없다. 화이트와 레드 와인 모두 생산하며, 생산량의 비율은 1:2 정도다. 

 

 

 

부르고뉴 : (6)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 와인21닷컴

꼬뜨 드 본은 특히 최고급 화이트 산지로 유명하다. 이는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추앙받는 몽라셰와 그 주변의 그랑 크뤼 포도밭들에 빚진 바가 크다. 코르통 샤를마뉴 그랑 크뤼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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