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니 특집기사 1편. 베르티나는 그저 발판테나를 대표하는 생산자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클라시코 지역에서도 훌륭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그리고 아마로네와 리파소를 맛봤는데 과거의 묵직하고 진(득)한 스타일이 아니라 최근의 트렌드에 맞게 가볍고 섬세하면서도 밀도 높은 풍미를 지닌 스타일이었다. 역시 일류 생산자들은 계속 변화한다. 옛날 생각만 하면 안된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아마로네 그리고 발폴리첼라의 살아있는 역사, 베르타니
이탈리아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아마로네(Amarone)는 10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레치오토(Recioto)라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 존재했을 뿐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마로네는 1936년 운명적인 실수로 탄생했다. 원래 레치오토를 만들려면 건조를 통해 풍미와 당분을 농축시킨 포도를 발효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발효를 중단시켜 잔당을 충분히 남겨야 한다. 그런데 레치오토를 만들던 한 셀러에서 발효를 너무 오래 진행한 바람에 잔당이 거의 없는 드라이 와인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혹시나 싶어 와인의 맛을 본 셀러 마스터는 깔끔한 맛과 기분 좋게 쌉싸름한 여운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하여 폐기될 뻔한 와인은 시장에 출시됐고, 열렬한 인기를 얻으며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졌다. 작은 실수가 발폴리첼라 전체에 큰 선물을 준 셈이다. 출시 당시의 이름은 레치오토 아마로(Recioto Amaro), ‘씁쓸한 레치오토’라는 다소 모순적인 이름이었다. 베르타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마로네가 탄생한 테누타 노바레(Tenuta Novare)를 인수하고 1958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아마로네(Amarone)라는 이름을 명시한 와인을 출시하면서 아마로네 와인의 발전을 이끌어 나갔다.
베르타니의 역사는 아마로네의 탄생과 발전은 물론, 발폴리첼라 와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가는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통일 이탈리아가 건국되기 4년 전인 1857년 설립한 베르타니는 설립 초기부터 발폴리첼라 지역 와인 생산의 혁신을 이끌었다. 베르타니의 창립자인 지오반 바티스타와 가에타노 베르타니(Giovan Battista and Gaetano Bertani) 형제는 베로나 시 바로 북쪽 산악지역에 위치한 발판테나(Valpantena) 지역의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와이너리와 포도밭을 조성했다. 발판테나는 발폴리첼라 중에서도 배수가 우수하며 일조량이 충분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당시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었던 발판테나는 현재 발폴리첼라의 공식 하위 지역(subzone)으로 레이블에 표기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프랑스 거주 시절 습득한 프랑스의 앞선 농업 기술들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당시에는 포도를 다른 농장물과 함께 재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베르타니 형제는 발폴리첼라 지역 최초로 포도만을 재배하는 단일 포도원(monoculture vineyards)을 조성해 포도 재배의 전문성을 높였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프랑스에서 쥘 기요(Jules Guyot)와 함께 공부한 인연을 기반으로 선진적인 가지치기 방식인 기요 트레이닝(Guyot training)을 이탈리아 최초로 포도밭에 도입한 것이다. 기요 트레이닝은 생산량을 적절히 통제하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데 유리해 현재까지도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등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와인 산지에서 널리 사용하는 가지치기 방식이다. 이를 통해 베르타니 형제는 포도의 품질을 높이고, 포도밭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그들은 그들의 첫 와인 베르타니 세코(Bertani Secco)를 위해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시라(Syrah) 등을 도입해 국제적인 스타일을 발폴리첼라 와인에 성공적으로 접목했다.
이런 그들의 노력은 전반적인 와인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와인은 19세기 후반 여러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수상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1889년에는 베로나 농업 아카데미(Veronese Academy of Agriculture)로부터 놀라운 품질을 인정받아 금상을 수상했고, 그와 연계해 베르타니 세코 양조 방식에 대한 특별 심포지엄이 열렸을 정도였다. 베르타니는 빼어난 와인 품질을 확실히 보증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체 병입을 시작했고, 병입된 와인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수출됐다. 지금까지도 미국은 베르타니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남아 있다. 베르타니 와인 품질은 유럽의 여러 왕실로부터도 인정받았다. 1923년 이탈리아의 사보이(Savoia) 왕가는 베르타니에게 왕실 인증을 수여했으며, 1937년 영국의 조지 6세는 취임식 오찬에 베르타니의 와인을 사용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베르타니는 발폴리첼라 클라시코(Valpolicella Classico) 지역까지 그 영역을 확대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테누타 노바레와 부근의 최고급 포도밭을 사들여 아마로네와 리파소(Ripasso) 와인의 중흥을 이끌었고, 최근에는 오니산티(Ognisanti), 레 미니에레(Le Miniere) 등 빼어난 포도밭의 포도만 사용해 싱글 빈야드 와인을 생산하는 등 발폴리첼라의 빼어난 테루아를 드러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현재 베르타니는 키안티 클라시코와 발판테나를 포함해 서쪽의 가르다 호수(Lake Garda)부터 동쪽의 소아베(Soave) 지역에 이르는 넓은 지역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앞으로 베르타니가 이끌어 갈 역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술 공부 > 와인21 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1. 발폴리첼라의 역사를 담다! 베르타니 아마로네 & 리파소 (0) | 2021.12.14 |
---|---|
240. 전통과 혁신의 조화, 베르타니 스타일 (0) | 2021.12.12 |
238. 남호주의 위대한 그랑 크뤼, 히킨보탐(Hickinbotham) (0) | 2021.12.07 |
237. 부르고뉴 : (6)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0) | 2021.12.05 |
236. 샴페인의 본질을 담다, 볼레로(Vollereaux) (0) | 2021.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