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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우리술·한주

소줏고리 내리기 실습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1. 17.

전통적인 가정식 증류기, 소줏고리로 소주 내리기 실습.

 

일단 가마에 솥을 걸고, 

 

솥 안에는 증류용으로 빚은 양조주를 넣는다. 솥에 술을 넣지 않고 소줏고리를 올린 후 밀가루 반죽으로 틈새까지 다 메운 후에 '앗, 술 안 넣었다...'라고 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고 하니 주의 ㅋㅋㅋㅋㅋ

중요한 점은 바로 마시기 위해 양조하는 술과 증류주용으로 양조하는 술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일반 발효주는 쌀(혹은 밀, 보리 등 다른 곡물)과 물의 비율을 1:1로 해서 누룩을 쌀의 10% 정도 넣어 빚는데, 증류용은 쌀과 물의 비율을 1:2로 하고 누룩을 쌀의 40% 정도 넣어 일주일 안에 빠르게 발효한다. 음용 발효주를 증류용처럼 담그면 위 사진처럼 일단 컬러가 예쁘지 않은 데다 장향이 많이 나서 적당하지 않다.

증류용 술은 빠르게 발효해 빠르게 내리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 숙성한 술로 증류하면 더 부드러운 증류주가 나온다고 한다. 아직 데이터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그렇다는데, 증류용 술도 얼마나 숙성을 해서 증류를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소줏고리와 솥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소줏고리를 먼저 구매한 후 사이즈가 맞는 솥을 사야 한다. 보통 소줏고리를 주문 제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사야 편하다는 것. 물론 소줏고리를 커스터마이징 해서 만들 수 있다면 훨씬 좋을 것 같긴 하다.

 

가운데가 뻥 뚫린 소줏고리.

 

윗단에는 증류된 액체가 모일 수 있는 단이 삥 둘러져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본 모습. 저 단에 모인 증류주가 왼쪽 아래 꼭지를 따라 모이게 된다. 소줏고리를 설치할 때는 저 꼭지 쪽으로 약간 기울여 설치해야 증류된 술이 잘 나온다. 평평하게 놓으면 잘 안 떨어져서 증류 효율이 떨어지니 주의.

 

꼭지에는 저렇게 고무줄을 감아서, 

 

대나무 통을 끼워 술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만든다. 고무줄은 패킹 역할을 하는 셈.

 

작업하기 걸리적거리니까 일단 대나무통은 빼 두고, 이번엔 냉각수통이다.

 

구리로 만든 냉각수통의 밑면은 가운데가 오목하다. 

 

그래야 냉각수통에 닿은 기체가 뭉쳐 생기는 액체가 바깥쪽으로 흘러 소줏고리 윗단의 가장자리에 모여 꼭지로 흘러내리게 되니까.

 

냉각수는 주기적으로 교체해 줘야 하는데, 한국가양주연구소는 모터를 이용해 냉각수를 자동적으로 순환하게 해 줬다. 냉각수통도 빠지는 쪽으로 살짝 기울어지게 설치하는 게 좋다. 참고로, 과거에는 직접 냉각수를 갈아줘야 했는데, 냉각수를 자주 갈아줄수록 순한(알코올 함량이 낮은) 소주가 되고, 자주 갈지 않을수록 알코올이 높은 소주가 된다. 

소줏고리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냉각효율을 높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냉각수통 표면적을 넓히고, 냉각수를 쉽게 자주 교환하도록 설계하고 증기가 안 새도록 하는 등의 고려가 필요하다.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해 소줏고리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면, 소줏고리로도 제법 흥미로운 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소줏고리를 세팅하고 솥과 소줏고리, 소줏고리와 냉각수통 사이의 틈을 밀가루 반죽으로 탄탄하게 막았다. 그리고 남은 밀가루 반죽으로 소줏고리 겉을 장식(?)했다. 저건 그냥 재미일 수도 있지만, 저렇게 익힌 밀가루를 바로 소주 안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내린 소주를 바로 받아 마시머 저 밀가루를 떼어먹으면 술안주로 제격이라고.

 그리고 소줏고리 안에 시루 같은 것을 넣어 허브나 약재 등의 향을 추가할 수도 있다. 황감주나 계단 주 등은 소줏고리 받는 곳에 지초, 치자, 계피 등을 두어 향과 색을 머금게 한다. 시루 안에 넣는 것과 받는 꼭지에 두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색이 우러나느냐 아니냐의 여부다. 시루 안에 넣으면 색이 배지 않아 투명하고 맑은 술을 얻을 수 있다.

 

나중에 양조장을 만들면 소줏고리를 가운데 두고 손님들을 모아 두고 바로 술과 음식(?)을 즐기는 모임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맛이야 숙성한 소주가 더 좋겠지만 이 또한 하나의 풍류요, 재미니까.

 

처음 나오는 1% 정도는 초류로 제거한다. 향을 맡으면 역시나 톡 쏘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과거에는 처음 가열을 할 때 냉각수통을 놓지 않고 그냥 증기를 날림으로써 초류를 제거했다고 한다.

 

증류주가 나오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조절해서 냉각이 되지 못해 새 나가는 증기가 없도록 해야 한다. 냉각 효율이 낮기 때문에 불이 너무 세면 냉각이 안된 증기가 꼭지를 통해 새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불 조절을 잘하는 게 중요한데, <음식디미방> 같은 문헌을 보면 과거에는 밤나무 뽕나무로 땜 불씨가 은근히 오래간다고 기록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술을 받으며 받는 중간에 계속 술의 맛을 봤다.

맨 처음 받은 술의 맛을 보면 코에서 톡 쏘는 향이 훅 들어오며, 입에서도 자극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 아래는 제법 프루티 한 향과 맛이 농축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맛을 보니 구수한 곡물향과 누룩 내음이 드러나며, 입에서는 자극이 조금 약해지고 묵직하고 진중하게 눌리는 맛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은 확연히 약해지고 맛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술술 넘어간다. 확실히 미감이 부드러워지고 자극이 누그러지는 느낌. 마시는 순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ㅎㅎㅎ

일정 시간 별로 따로 모아서 배치 별로 맛을 보고, 나중에 혼합해서 마시면 더욱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마지막에 완성된 것을 마셔 보니 가장 밸런스가 좋고 과일 향도 화사하게 도드라지는 듯.

 

안주로 밀가루도 좀 뜯어먹곸ㅋㅋㅋㅋㅋ

 

불쌍한 소줏고리 할아버지... 화내던 얼굴이 거의 사라졌.....

 

이제 할아버지 뇌수술-_-;; 과 장기 수술할 차례....

 

칼로 밀가루를 잘라 냉각수통을 들어내고, 

 

소줏고리 자체를 들어내면 솥에 증류 폐액이 남아있다. 굳이 냄새를 맡지 않아도 뭔가 군독내나 메주 같이 시큼하고 기분 안 좋은 장향 같은 게 상당히 많이 난다.

 

맛을 보면.... 시큼한 게 마시기 어려운 수준. 그런데 뒷맛은 의외로 깔끔한 게 오묘하긴 하다.

 

소줏고리를 내리면서, 남는 시간에 증류용 술을 담갔다. 네 개 조가 각기 다른 술을 담갔는데, 우리 조는 <소주다출방>이라는 문헌에 담기 이양주다.

밑술은 이미 가양주연구소에서 담아 두셨고, 이날은 덧술만 하면 되는 상황. 레시피는 밑술을 담글 때 멥쌀 0.5kg, 찹쌀 0.5kg에 물 20L를 붙고 누룩 2kg를 넣는다. 그리고 덧술을 할 때 쌀 5kg을 추가한다.

최종 재료 비율을 따지면 쌀 : 물 : 누룩 = 3:10:1 정도 된다. 앞에서 말했던 1:2:0.4(5:10:2) 하고는 차이가 있다. 최종 알코올 도수도 이양주는 11.4%, 위의 단양주는 14.8% 정도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복잡한 이양주로 담그는 게 어떤 이점이 있을까? 역시 풍미일까? 쌀과 누룩을 적게 쓰기 때문에 누룩취가 좀 덜 할 것 같긴 한데.. 줄어든 양에 비하면 뽑아낸 알코올의 총량은 더 많으니 효율도 더 좋은 셈이고. 

 

씻어 놓은 찹쌀 5kg. 나중에 직접 술을 담근다면 이 쌀을 어느 정도 씻고 불려야 하는지도 중요하겠지. 씹어 보니 상당히 쉽게 부스러졌다.

 

밀 5kg. 컬러가 제법 짙은 고동색(?)이다. 요거 튀기면 죠리퐁 될 것 같은 느낌 ㅋㅋㅋㅋ 씹어보니 껍질 부분이 단단해서 거칠고 부스러지는 느낌이 있다.

 

보리 5kg. 이건 딱 보리밥 같다. 씹어 보니 맛과 질감도 보리밥과 비슷하다. 그냥 씻어서 불려서 그냥 먹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찜기에 시루천을 깔고 씻은 쌀을 고르게 편다. 전통주 수업을 들은 분이 있어서 이미 알아서 잘 펴고 계셨음.

 

그리고 천의 남은 부분을 덮어서 찜기로. 몇 분을 찌는지 물어보지 않았는데 양과 찜기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쌀을 다 찌고 나면 싸리 돗자리(?)를 깔고, 시루천의 밥을 그대로 옮겨서

 

시루천의 밥을 그대로 옮겨서 역시 고르게 편다. 고르게 펼 때는 쌀이 뭉치지 않도록 최대한 편편하게 펴야 하며, 잘 식도록 위아래로 뒤집어가며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옆 조를 보니 안 뭉치게 펴고 뒤집는 게 상당히 어려운 것인 듯. 

나는 옆에서 부채질만 했는데, 양조장 중에는 팬이나 부채로 말리지 않는 곳도 많다고 한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곳은 젖은 천을 덮어서 식히기도 하고, 어떤 곳은 그냥 식히지 않은 쌀을 그대로 찬물에 넣어 물의 온도를 맞추고 발효를 한다고. 각자의 노하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밀... 찌기 전이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점도도 거의 없고.

 

그냥 펴면 쭉쭉 펴진다. 식감은 좀 더 부드러워진 듯.

 

보리. 아, 이게 진짜 보리밥이구나^^;;; 쌀과 밀의 중간 정도 점도에 그래도 또이또이 한 편이다.

 

이미 만들어 놓은 밑술. 

 

아래쪽을 저어 보니 건더기(?)가 올라온다.

 

내용물을 보니 누룩과 함께 쌀이 슬쩍 보이는데, 쌀은 쌀가루 형태, 그러니까 죽으로 한 것 같다. 전날 만든 밑술이므로 빠른 효모 증식을 위해 생쌀이 아닌 죽 형태로 만든 듯. 레시피를 보니 실제로 끓는 물에 쌀가루를 넣어 쌀죽을 만들었다.

 

밑술에 찹쌀 5kg을 넣어서 섞고 있는 모습. 그냥 휘휘 저어주면 되는 게 아니라, 손을 집어넣어 덩어리를 일일이 잘게 부수어야 한다. 그래야 발효가 잘 되는 듯.

 

우리는 누룩이 필요 없지만, 다른 조에서는 누룩을 1.6kg씩 계량해서 넣고 있었다.

 

밀로 술을 만드는 조에서 밀과 함께 누룩을 넣은 모습.

 

역시 손으로 잘 섞어준다. 나중에 발효가 다 되면 각 재료 별 양조주의 알코올 함량 등을 측정하고 특징을 비교할 예정이다.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내 술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강해지고.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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