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t-Try 칠레' 시리즈의 일환으로 작성한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 소개 기사. 제법 마음에 드는 칠레 와이너리인데, 시중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다양한 샵에서 만날 수 있다면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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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루아에 대한 존중과 가족 경영의 전통,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Luis Felipe Edwards)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는 한국 와인시장에서 비교적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칠레에서 TOP 5 안에 드는 대형 와인 생산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를 비롯해 레이다 밸리(Leyda Valley), 마울레 밸리(Maule Valley) 등 칠레 각지에 보유한 2,000 헥타르(ha) 이상의 포도밭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와인부터 가성비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그들은 100여 국에 와인을 수출할 정도로 국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76년 설립한 이래 대를 이어 가족 경영의 전통을 지켜 왔다는 점이다. 칠레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족 경영 생산자다. 그저 생산량을 늘리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칠레의 토양과 기후, 지역의 양조 전통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칠레 각지의 테루아를 드러내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기에 이룬 결과다.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의 역사는 푼도 산 호세 데 푸퀼라이(Fundo San Jose de Puquillay)라는 포도원에서 시작한다. 콜차구아 밸리 동쪽 안데스 산맥 산자락에 자리 잡은 이 포도원은 오래된 시골 저택과 함께 60ha의 포도밭이 딸려 있었는데, 말발굽 모양의 작은 골짜기로 둘러싸여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유럽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 부부는 이 포도원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고, 심사숙고 끝에 포도원을 매입했다. 내친김에 부부는 30ha의 포도밭이 딸린 푼도 산타 베르나르디타 데 푸필라(Fundo Santa Bernardita de Pupilla)를 추가로 매입해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바로 자신들의 와인을 출시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10년 이상 천천히 포도 재배 노하우를 쌓았다. 동시에 콜차구아 밸리 각지에서 서서히 포도밭을 늘려나가며 지역 별 테루아를 연구하고 생산되는 와인의 특징들을 파악했다. 그 기간 동안 생산한 와인은 벌크로 팔았다. 1990년대에 이르러 소유한 포도밭의 빼어난 테루아와 생산되는 와인의 잠재력을 확신한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 부부는 그제야 자신의 와인을 만들 결심을 했다. 품질에 자신이 있었던 그들은 와인에 스스로의 이름을 붙였고, 1995년 마침내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샤르도네(Chardonnay)로 만든 한 쌍의 와인을 세상에 선보였다.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 와이너리는 2000년대 부부의 아들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아들의 이름 또한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로, 아버지는 시니어(Sr.), 아들은 주니어(Jr.)로 통한다. 어쨌거나 처음부터 칠레의 아름다운 테루아에 마음을 빼앗겼던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들 또한 품질과 개성을 갖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훌륭한 포도밭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가 관심을 가진 곳은 해안 지역과 고도가 높은 산악 지역으로 서늘한 기후를 보이는 지역들이다. 설립 초기 그들이 조성했던 포도밭의 고도 또한 해발 900m였다. 요즘은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섬세한 와인이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과숙한 포도로 만드는 묵직하고 진한 와인이 인기를 얻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2006년 서늘한 기후의 해안 지역인 레이다 밸리로 진출해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피노 누아(Pinot Noir)와 같은 서늘한 기후에 어울리는 품종을 심었다. 특히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의 포도밭은 레이다에서 태평양과 가장 가까운 위치의 포도밭으로, 한류의 영향을 제대로 받는다. 뒤이어 2011년엔 스페인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14세기부터 시작된 포도 재배 및 양조 전통이 남아 있는 마울레 밸리의 포도밭을 매입했다. 칠레 남부에 위치한 마울레 밸리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보이며, 비옥한 화산토양과 다양한 미세기후가 조화를 이루어 레드 품종과 화이트 품종 모두를 재배하기에 적당하다. 그들은 2012년 근거지인 콜차구아 밸리 해안 지역에 700ha의 포도밭을 조성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화강암에 기반한 척박하고 복잡한 토양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이 지역은 여름에도 비교적 선선한 날씨가 이어져 포도의 생육기간이 길다. 때문에 생리적으로 완숙해 맛과 향이 풍부하면서도 깔끔한 신맛을 지니고 있으며 색상 또한 아름다운 최적의 포도를 얻을 수 있다.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는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단위 면적 당 생산량을 엄격히 제한한다. 때문에 앞으로 늘어날 생산량을 대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포도밭을 확충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은 새로운 포도밭을 조성할 때 국제 전문가들에게 포도밭의 고도와 위치, 토양, 일조량, 바람의 방향과 강도 등 테루아에 대한 세밀한 자문을 받았다. 당시 포도밭에 대한 이 정도의 대대적인 투자는 칠레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한다. 동시에 지역의 개성과 품종의 특성을 제대로 드러내는 양질의 포도를 제대로 양조하고 숙성하기 위해 와이너리에 최신 시설을 갖추고 셀러를 확충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포도밭은 오래전부터 재배 전문가인 에우제니오 콕스(Eugenio Cox)가 관리하며 지역적 특성을 완벽히 구현하고 있다. 양조를 맡은 수석 와인메이커 니콜라스 비자리(Nicolas Bizzarri)는 테루아의 개성이 듬뿍 담긴 포도에 특유의 감성을 더해 와인을 만든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필립 멜카(Philippe Melka)와 맷 톰슨(Matt Thompson)의 손길은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 와인의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높여 준다.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는 다양한 지역에 넓은 포도밭을 보유한 만큼 다양한 와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그중 한국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는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 패밀리 와인즈(LFE FAMILY WINES)’로 설립 초기부터 만들어 온 그들의 대표적인 와인이다. 카르미네르(Carmenere),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등 칠레를 대표하는 레드와 화이트 품종들을 기반으로 클래식, 레제르바(Reserva), 그랑 레제르바(Gran Reserva) 등 여러 등급의 와인을 생산한다. 때문에 자신의 취향과 상황, 곁들일 음식 등에 맞는 와인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로사 블랑카(Rosa Blanca)는 에코서트(ECOCERT) 인증을 받은 유기농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다. 포도밭을 둘러싼 아름다운 흰 장미에서 와인 이름을 따왔다. 씨엔(CIEN)과 마레아(MAREA)는 테루아 와인이다. 씨엔은 마울레 밸리의 100년 수령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카리냥으로 테루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마레아는 레이다 밸리의 서늘한 포도밭에서 엄선한 포도만을 사용해 개별 품종과 테루아를 명확히 표현했다. 특히 마레아 소비뇽 블랑은 소비뇽 블랑를 선호하는 한국의 애호가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수작이다. LFE360º은 지역적 제약을 두지 않고 안데스 산맥에서 해안가에 이르기까지 품종 별 최적의 포도밭을 찾아 만든 특별한 와인이다. 최적의 포도밭을 찾기 위해 칠레 곳곳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와인 이름이 360º가 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LFE900은 콜차구아 밸리 푸퀼라이의 해발 900m 이상 높은 고도에 위치한 포도밭의 포도로 만들었다. 생리적으로 완숙한 포도를 사용해 풍미의 밀도가 높으면서도 신선함과 우아함을 갖췄다.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의 최고급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도나 베르나다(Dona Bernarda)를 주목하자. 설립자의 아내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은 이 와인은 산악 지역에서 재배한 최고급 카베르네 소비뇽을 기반으로 매년 가장 좋은 레드 품종들을 블렌딩해 완성한다. 때문에 해마다 블렌딩 비율이 바뀌는 유니크한 와인이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경의를 담은 파터(Pater) 또한 푸퀼라이에서 재배한 최상급 카베르네 소비뇽만으로 만드는 루이스 펠리페의 아이콘 와인이지만,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아 아쉽다.
한 병의 와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테루아, 그러니까 포도밭이다. 이런 점을 일찌감치 깨닫고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최고의 포도밭을 찾아 와인을 만들어 온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즈. 그들의 어떤 와인을 선택하더라도 당신이 원하는 칠레 와인의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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