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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44. 주정강화와인: (7) 베르무트(Vermouth)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2. 22.

애정하는 주정 강화 와인 연재. 최근 칵테일에 관심이 많다 보니 베르무트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사실 그냥 즐기기보다는 칵테일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름 IGP/AOP로 지정된 고품질 베르무트들도 있다. 이런 것들은 베르무트만 마시거나, 얼음과 탄산수 정도만 더해서 마셔도 제법 즐길 만한 수준. 술의 세계는 들어갈수록 넓고도 깊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주정강화와인: (7) 베르무트(Vermouth)

 

베르무트는 와인에 중성적인 주정(spirit)으로 알코올을 강화한 후 허브나 향신료 등 다양한 식물성 재료로 맛을 낸 주정강화 와인이다. 영미식으로는 '버무스'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알코올 함량은 16~20% 사이가 일반적이며, 그윽한 와인의 풍미와 함께 다양한 재료의 풍미가 화사하게 드러난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식전주로 가볍게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와인 애호가라 하더라도 베르무트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실 베르무트는 소믈리에보다 바텐더에게 더욱 친근한 와인이다. 마티니(Martini), 네그로니(Negroni), 맨해튼(Manhattan) 등 유명 칵테일의 핵심 재료이기 때문이다. 최근 팬데믹으로 인한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홈바의 필수품 중 하나로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기원과 스타일

베르무트의 어원은 향쑥(wormwood)의 독일어인 베르무트(wermut)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유해성 논란을 겪은 후 최근에는 향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원래는 약용으로 사용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주류들처럼 음주용으로 더욱 사랑받기 시작했다. 16세기에 이미 베르무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존재하지만, 현대적인 형태의 베르무트가 등장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이었다. 특히 모던 베르무트의 원조로 언급되는 것은 1786년 안토니오 베네데토 카르파노(Antonio Benedetto Carpano)가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Torino)에서 처음 개발한 안티카 포뮬라(Antica Formula)다. 특징적인 스위트 스파이스와 바닐라 향, 말린 과일 풍미와 은은하게 남는 단맛이 특징인 안티카 포뮬라는 당시 유럽 왕실과 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누렸고, 현재까지도 초기의 레시피를 그대로 유지하며 대표적인 베르무트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토리노 일대에서 이런 스타일의 베르무트가 널리 생산되며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1993년엔 베르무트 디 토리노(Vermouth di Torino)가 IGP로 지정되며 하나의 카테고리로 공인되었다.

[ 드라이 베르무트의 원조 노일리 프랏(좌), 스위트 베르무트의 원조 안티카 포뮬라(우) ]

한편 19세기 초반 프랑스에서는 다른 스타일의 베르무트가 탄생했다. 이탈리아의 베르무트가 붉은 컬러에 달콤한 맛을 지녔다면, 프랑스의 것은 비교적 맑고 투명한 컬러에 드라이한 풍미가 특징이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리옹 출신의 조셉 노일리(Joseph Noilly)가 1813년 개발한 베르무트인데, 이 또한 현재까지 노일리 프랏(Noilly Prat)이라는 브랜드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캐모마일과 고수, 엘더플라워 등의 향긋한 꽃 향기와 오렌지 필, 용담 뿌리 등 상쾌하면서도 쌉쌀한 풍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깔끔한 맛의 베르무트다. AOC로 지정된 베르무트도 있다. 사부아(Savoir) 지방의 베르무트 드 샹베리(Vermouth de Chambéry)가 그 주인공. 이는 토리노의 베르무트에 영감을 얻은 조셉 샤바스(Joseph Chavasse)가 1821년 개발한 베르무트 레시피를 돌린(Dolin) 가문으로 출가한 딸에게 물려주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돌린은 베르무트 드 샹베리의 유일한 생산자로, 그들의 드라이 베르무트는 향쑥과 함께 알프스 산맥의 다양한 허브를 사용해 향긋하고 상쾌한 풍미를 드러낸다. 

이렇게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유사한 시기에 탄생한 베르무트는 각각의 스타일로 굳어졌다. 이탈리아에서 기원한 베르무트는 보통 붉은빛을 띠며 맛이 달콤하기 때문에 보통 베르무트 로쏘(vermouth rosso), 혹은 스위트 베르무트(sweet vermouth)라고 부른다. 반면 프랑스에서 유래한 베르무트는 투명하고 드라이한 베르무트의 원조가 되었다. 하지만 화이트 베르무트라고 해서 반드시 드라이 베르무트는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화이트 베르무트 중에는 달콤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이트 베르무트 중 드라이한 것은 드라이(Dry), 혹은 익스트라 드라이(Extra Dry)라는 별도의 표시가 붙는 경우가 많다. 보통 스위트 베르무트의 당분 함량은 리터 당 100g 정도이며, 드라이 베르무트는 리터 당 50g을 넘지 않는다. 드라이 베르무트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단맛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로제, 골드/앰버 컬러의 베르무트도 출시되었는데, 흔히 보이지는 않는다. 

 

양조 방법

베르무트의 주원료는 보통 낮은 알코올의 화이트 와인이나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이다. 여기에 중성적인 주정을 첨가해 알코올을 강화하고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들로 풍미를 더한다. 포도 품종은 주로 트레비아노(Trebbiano), 카타라토(Catarratto), 픽풀(Piquepoul), 클레레트 블랑슈(Clairette Blanche) 등으로,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에서 흔히 재배되는 품종들이다. 사용하는 허브나 향신료는 향쑥을 비롯해 바닐라, 정향, 캐모마일, 장미 꽃잎, 시나몬, 생강, 감초, 카다몸, 퀴닌, 고수, 시트러스 껍질 등 다양하다. 사용하는 재료의 종류와 비율 등 레시피는 각 베르무트 생산자들의 일급비밀이므로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스위트 베르무트의 경우 설탕이나 포도즙을 통해 단맛을 낸다. 베르무트 로쏘가 붉은빛을 띠는 이유는 다양한데, 붉은색의 향신료에서 침출하거나 레드 와인이나 캐러멜을 블렌딩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즐길까 

베르무트는 가볍게 칠링하거나 온 더 락으로 서빙해서 식전주로 마신다. 혹은 탄산수나 토닉 워터, 진저에일, 스파클링 와인 등과 섞어서 즐기기도 한다. 스위트 베르무트의 경우 디저트와 함께 가볍게 마시기도 좋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음용 형태는 역시 칵테일에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진(Gin)과 궁합이 좋은데, 사용하는 허브와 향신료 중 겹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진에 약간의 드라이 베르무트를 더해 만드는 것이 '칵테일의 왕'이라는 별명을 지닌 마티니다. 진에 베르무트 로쏘와 캄파리(Campari)를 더해 온 더 록으로 내면 네그로니가 된다. 이외에도 스카치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 코냑, 보드카, 각종 리큐르나 스파클링 와인, 심지어는 증류식 소주와도 제법 잘 어울린다. 칵테일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로, 베르무트 한 병이면 집에서 즐기는 술에 다양한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단, 너무 대중적인 제품보다는 위에 언급된 베르무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베르무트 로쏘라면 안티카 포뮬라, 혹은 베르무트 디 토리노가 레이블에 명시된 제품을 추천한다. 드라이 베르무트는 노일리 프랏 오리지널 드라이(Noilly Prat Original Dry), 혹은 돌린 베르무트 드 샹베리 드라이(Dolin Vermouth de Chambéry Dry)가 좋다. 

[ 스위트 베르무트를 사용한 칵테일 네그로니(좌), 드라이 베르무트를 사용한 칵테일 마티니(우) ]

보관 방법은 다른 주정강화 와인과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세워서 보관하면 된다. 개봉 후에는 냉장 보관하면 석 달 정도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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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무트는 와인에 중성적인 주정(spirit)으로 알코올을 강화한 후 허브나 향신료 등 다양한 식물성 재료로 맛을 낸 주정강화 와인이다. 영미식으로는 '버무스'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알코올 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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