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쓰기 몇 달 전에 몬테제몰로의 몬팔레토 와인을 먼저 맛본 적이 있었는데, 과일 풍미와 적절한 오크 뉘앙스가 상당히 조화로워서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기사 작성을 위해 다시 시음해 보니 역시나 같은 인상. 런닝 빈티지를 마셔도 바로 예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편하게 선택할 만한 바롤로다. 반면 갓테라 크뤼는 단단하고 꽉 닫힌 모습이기 때문에 포텐셜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의미있는 빈티지가 있다면 둘을 한번에 사서 몬팔레토는 빠르게 즐기고 갓테라는 나중을 위해 셀러링하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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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을 이어 온 바롤로의 명가,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Cordero di Montezemolo)
바롤로를 생산하는 11개 마을(comune) 중 가장 넓은 라 모라(La Morra). 빼어난 포도밭들이 즐비하며 향긋하고 우아한 바롤로를 생산하는 마을이다. 라 모라 서쪽에 위치한 몬팔레토(Monfalletto) 포도원의 가장 높은 언덕에는 너무나 거대해 눈길을 잡아 끄는 레바논 삼나무(백향목)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다. 멀리서 이 나무를 바라보면 주변의 모자이크처럼 짜인 포도밭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삼나무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롤로 지역 전체 풍광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롤로 최고의 뷰 포인트라고 할 만하다. 이 나무를 심은 사람이 바로 몬팔레토 포도원을 보유한 코스탄조 팔레티 디 로델로(Constanzo Falletti di Rodello) 부부였다. 그들은 1857년 결혼을 기념해 이 나무를 심었고, 이는 그대로 바롤로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가 되었다.
몬팔레토는 1340년 팔레티 가문이 라 모라 마을의 영주가 되면서부터 소유한 오랜 영지였다. 레바논 삼나무가 식재되기 훨씬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셈이다. 이는 이름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원래 이곳의 옛 이름은 몬스 팔레토룸(Mons Fallettorum)이었는데, 팔레티 가문의 산이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몬트 팔레트(Mont Falet)로 변했다가 몬팔레토가 되었다. 팔레티 가문은 1941년 루이자 팔레티 디 로델로(Luigia Falletti di Rodello)를 마지막으로 계보가 끊겼지만, 그녀의 딸이 스페인 출신 귀족인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가문과 혼인해 낳은 파올로(Paolo Cordero di Montezemolo)가 영지를 상속해 대를 이었다. 1988년 파올로가 세상을 떠나며 그의 아들 지오바니(Giovanni)와 엔리코(Enrico)에게 그대로 물려주었고, 2000년대부터는 지오바니의 자녀 엘레나(Elena)와 알베르토 (Alberto)가 경영에 참여했다. 팔레티 가문에서 코르데로 가문에 이르기까지, 7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9대를 이어 온 것이다.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는 보유하고 있거나 직접 관리하는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생산한다. 2013년부터는 모든 포도원에 유기농 인증을 받아 환경을 보호하면서 테루아를 드러내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와인의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현재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가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은 총 56ha에 이른다. 알바(Alba) 지역과 라 모라 마을의 일부 포도밭에서는 토착 품종인 아르네이스(Arneis)와 돌체토(Dolcetto), 바르베라(Barbera), 네비올로(Nebbiolo) 등으로 어릴 때도 즐겁게 마실 수 있는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만든다. 인접한 카스틸리오네 팔레토(Castiglione Falletto) 마을의 빌레로(Villero) 크뤼 2ha에서는 최고급 바롤로인 엔리코 6(Enrico VI)을 생산한다.
하지만 역시 핵심은 몬팔레토 포도원이다. 고도 250~300m의 언덕에 남동향과 남서향으로 펼쳐진 점토 석회질 포도밭에서 우아하고 복합적인 풍미의 빼어난 바롤로를 생산한다. 2017 빈티지는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97점을 받으며 '2021년 TOP 100 이탈리아 와인'에 선정되었을 정도다.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94점,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93점 등 여러 매체로부터도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몬팔레토 포도원의 테루아가 얼마나 훌륭한지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몬팔레토 포도밭 바로 위쪽에 인접한 갓테라(Gattera) 포도밭 또한 주목할 만하다. 갓테라는 2010년 뛰어난 포도밭을 공식화한 MGA(Menzione Geografica Aggiuntiva)로 지정된 181개 바롤로 크뤼 중 하나다. 총면적 11ha의 갓테라 크뤼 중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가 보유한 것은 1ha로, 레바논 삼나무 바로 아래 남서쪽 경사면에 자리 잡은 구획이다. 이 구획은 갓테라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석회질 이회토로 구성된 토르토니안(Tortonian) 토양과 좀 더 척박한 모래와 사암으로 구성된 헬베티안(Helvetian) 토양이 뒤섞여 나타난다. 바롤로의 대표적인 두 토양이 어우러져 향긋하고 섬세하면서도 힘과 구조감을 겸비한 바롤로 와인을 만든다. 우아하고 복합적이며 장기 숙성 잠재력을 갖춘 최고급 와인이다.
이미 국내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바롤로 지역의 역사와 테루아의 정수가 담긴 그들의 와인을 만나보자.
'탄탄한 구조와 풍만한 볼륨감을 갖춘 화이트 와인'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랑게 아르네이스 Cordero di Montezemolo, Langhe Arneis 2019
진한 옐로 골드 컬러. 유채꽃 같은 노란 꽃향기와 카모마일 등 플로럴 허브 뉘앙스가 아름답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상큼한 사과와 잘 익은 자두 풍미, 레몬 같은 신맛과 영롱한 미네랄, 피니시의 가벼운 쌉쌀함이 깔끔한 인상을 남긴다. 탄탄한 구조와 신선함과 둥글둥글한 볼륨감을 겸비해 친근한 느낌을 주는 화이트 와인.
줄기를 제거하고 가볍게 압착한 포도즙을 13~15°C 스테인레스 스틸 발효조에서 1개월 동안 천천히 발효한다. 이후 효모 잔여물(lees)와 함께 3개월 숙성한 다음 병입해 2개월 추가 숙성한다.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가 단독 소유한 싱글 빈야드 바롤로'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몬팔레토 Cordero di Montezemolo, Monfalletto 2017
옅은 루비 레드 컬러에 다홍빛 감도는 오렌지 림. 정제된 토양 같은 같은 오묘한 미네랄 뉘앙스 아래로 밝고 향긋한 바이올렛, 영롱한 붉은 베리와 체리 리큐르, 스위트 스파이스 등 복합적인 풍미가 더해진다. 촘촘한 타닌은 부드럽게 녹아들고 신선한 산미가 균형을 이루어 넉넉하고 포근한 인상. 완숙 과일 풍미와 함께 가벼운 동물성 힌트, 담뱃잎, 정향 같은 허브 뉘앙스가 고급스럽게 더해지며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다.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바로 즐겨도 좋은 바롤로다.
포도를 구획 특성에 따라 분리 수확해 개별 양조한다. 스테인레스 스틸 발효조에서 4~5일간 침용, 10~12일간 발효한 다음 각각 다른 사이즈의 나무 통에서 젖산 발효한다. 이후 프렌치 오크와 슬라보니안 오크 배럴에서 18~24개월 숙성해 블렌딩하여 병입한 후 1년 동안 추가 숙성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상의 싱글 빈야드 바롤로'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갓테라 Cordero di Montezemolo, Gattera 2017
옅은 루비 컬러에 오렌지 림. 고혹적인 꽃 향기와 함께 진한 붉은 자두, 라즈베리, 완숙 체리 풍미에 은은한 바닐라, 정향, 가벼운 토양 뉘앙스가 감돈다. 입에 넣으면 촘촘한 타닌과 정교한 신맛이 견고한 구조를 형성한다. 아직 추가 숙성이 필요한 듯 초반에는 살짝 닫힌 모습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며 농익은 붉은 베리와 딸기 같은 붉은 과일 풍미가 순수하고 아름답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숙성을 통해 그 진가를 더욱 잘 드러낼 싱글 빈야드 바롤로.
평균 50년 수령의 포도밭를 8개 구획으로 나누어 특성에 따라 분리 수확해 개별 양조한다. 스테인레스 스틸 발효조에서 6~8일간 침용, 10~12일간 발효한다. 이후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젖산 발효를 진행하며, 19~21개월 간 천천히 숙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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