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발표한 생테밀리옹의 새로운 그랑 크뤼 클라쎄. 오존, 슈발 블랑 같은 최고 샤토들은 모두 등급 참여를 거부했고, 문제가 있었던 앙젤뤼스도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샤토 피작은 드디어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에 오르며 숙원을 풀었다. 그들로써는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그리고 오존, 슈발 블랑, 앙젤뤼스, 라 가플리에르 등은 참여를 포기했으나, 참여 열기는 여느때 못지 않게, 아니 더 높았다고 하니 보르도의 네임드 샤토들조차 생존을 위해서는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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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쎄(Saint-Emilion Grands Crus Classes) 등급 발표
2022년 9월 8일 새로운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쎄(Saint-Émilion Grand Cru Classé) 등급이 발표됐다. 등급에 포함된 샤토는 총 85개이며, 그중 2개 샤토는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Premier Grand Cru Classé A), 12개 샤토는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로 선정됐다. 전체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쎄 샤토 리스트는 맨 아래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등급 선정은 샤토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품질과 일관성, 포도를 재배하는 테루아, 포도 재배법 및 양조 방식, 명성 등을 종합해 이루어졌다. 특히 평가 비중의 50%를 차지하는 와인 테이스팅의 경우 4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1343종의 와인 샘플을 시음했다. 12명이 한 조를 구성해 세션 별로 같은 빈티지의 다른 샤토 와인끼리 비교하는 수평 시음(horizontal tasting)을 진행했으며, 빈티지마다 최소 10회 이상 시음을 거쳤다. 그랑 크뤼 클라쎄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개 빈티지,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개의 빈티지가 평가 대상이다. 50%의 테이스팅 점수에 더해 명성 20%, 테루아 20%, 재배법 및 양조법 10%를 더해 20점 만점에 14점 이상을 받아야 그랑 크뤼 클라쎄로 선정된다.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는 이미 그랑 크뤼 클라쎄에 선정된 샤토만 지원할 수 있다. 평가는 50%의 테이스팅 점수가 반영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명성 점수의 비율이 35%로 올라가며 테루아와 재배법 및 양조법의 비중은 각각 10%와 5%로 낮아진다. 20점 만점에 16점 이상을 받아야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가 될 수 있다.
이번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쎄 등급 발표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두 가지다. 먼저 샤토 피작(Château Figeac)이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로 승급됐다. 두 번째는 샤토 오존(Château Ausone),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 샤토 앙젤뤼스(Château Angélus) 등 기존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 등급 샤토들이 등급 참여를 포기한 것이다.
샤토 피작, 드디어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 등극
1892년부터 마농쿠르(Manoncourt) 가문이 소유해 온 샤토 피작은 오랫동안 높은 명성을 유지해 왔으나 등급은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에 머물러 왔다. 티에리 마농쿠르(Thierry Manoncourt)는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에 오르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010년 92세의 나이로 작고했으며, 그의 부인 마리-프랑스(Marie-France Manoncourt)와 그의 후손들이 유지를 이어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2012년에도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가 되지 못하자, 샤토 피작은 그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다음 등급 선정에 대비해 혁신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세계적 양조가 미셀 롤랑(Michel Rolland)을 컨설턴트 와인메이커로 전격 기용한 것이다. 또한 세컨드 와인(2nd wine) 양조 방식을 변경함으로써 와인 품질을 전반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2011 빈티지까지 라 그랑지 뇌브 드 피작(La Grange Neuve de Figeac) 레이블로 출시하던 세컨드 와인의 이름을 쁘띠-피작(Petit-Figeac)으로 바꾸고, 샤토 피작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해 샤토 피작과 같은 방식으로 양조한 것이다. 이는 단지 세컨드 와인 품질만을 향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샤토 피작 와인의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향과 연결돼 있다. 제법 높은 품질의 포도조차 세컨드 와인 생산에 사용하고, 샤토 피작에는 그만큼 엄격하게 선별한 최상급 포도만 사용한 것이다. 이렇듯 샤토 피작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고급 와인 거래 시장인 리브-엑스(Liv-ex) 기준 가격은 최근 3년 동안 47%가량 올랐고, 거래량 또한 기존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 샤토들과 버금가는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2022년, 드디어 염원하던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에 오르게 된 것이다.
티에리의 딸이자 샤토 피작의 대표인 오르탕스 이두앙-마농쿠르(Hortense Idoine-Manoncourt)는 '이번 등급 상승은 우리 가족과 샤토 피작 구성원들의 수십 년 노력과 성취에 대한 인정이며, 이는 앞으로 우리가 탁월함과 엄격함으로 우리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샤토들의 등급 불참, 그라나 참여 샤토 수는 증가
반면 샤토 오존, 샤토 슈발 블랑, 샤토 앙젤뤼스 등 기존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 샤토들은 등급 참여를 포기했다. A등급에 남은 기존 샤토는 파비(Château Pavie) 뿐이다. 이외에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등급의 샤토 라 가플리에르(Château La Gaffelière) 또한 등급에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하지 않은 샤토들은 이구동성으로 SNS나 매체 등을 통한 광고·홍보나 유명 건축가를 동원한 셀러 같은 기반 시설 등이 등급 평가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피력했다. 법적인 공방도 있었다. 샤토 앙젤뤼스의 공동 소유주 위베르 드 부아르(Hubert de Boüard)는 2012년 등급 산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6만 유로를 부과받았는데, 이 판결이 부당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네 개의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샤토가 이번 2022년 등급 참여를 포기했지만, 전체 참여 샤토의 수는 예전보다 늘었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등급에 새롭게 선정되거나 등급이 상승한 경우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막대한 경제적 효과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테밀리옹은 1936년 AOC가 탄생한 이래 1955년 처음으로 12개의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와 63개의 그랑 크뤼 클라쎄를 선정했다. 1969년 두 번째, 1986년 세 번째 등급이 발표됐고 이후 10년 단위로 등급 재산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다섯 번째인 2006년 등급 산정에 포함되지 못한 샤토들의 반발로 법정 다툼이 일어났고, 여섯 번째 등급 산정은 6년 후인 2012년에 진행됐다. 이번 2022년 등급 산정 및 발표는 일곱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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