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프렙.
정겹다... 장소도 만나는 사람들도.
정갈하게 준비된 테이블.
세팅만으로도 기대감이 물씬 피어오른다.
쉐프 코스.
내년 2월까지.. 한 번 더 먹고 싶다.
모인 와인들... 누가 무슨 급을 가져오네 이런 얘기 안해도 인지상정이다.
맨 오른쪽 말바시아 스파클링 와인 먼저 오픈... 순서대로는 아니고ㅎㅎㅎ
Medici Ermete, Daphne Malvasia Secco NV
톡 쏘는 듯한 멘솔 같은 허브에 오묘한 플로럴 허브의 조화, 진저 스파이스 힌트.
풋풋한 사과와 감귤 풍미에 가벼운 핵과 뉘앙스가 곁들여지며 뉴트럴한 미네랄이 느껴진다.
미디엄라이트 바디에 알코올도 낮은 편이고 풍미의 밀도도 높은 편은 아니라 편하게 술술 넘어간다.
원래 ㄱㅈ에서 수입하다가 단종된 녀석인데
이날 일행 분이 너무 맛있어서 개인적으로 10케이스 수입하셨단다.
이미 절반 정도는 드셨다고... 판매용이 아니라 음주용이라는데......
통밀 깜빠뉴와 에쉬레 버터.
따뜻한 빵이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버림.
업무 과다로 늦으시는 한 분을 기다리며 아뮤즈 부슈.
David Leclapart, L'Amateur Blanc de Blancs Extra Brut NV
골드 컬러에서 섬세하게 피어오르는 기포를 타고 올라오는 진한 이스트 향과 산화 뉘앙스.
입에 넣으면 쨍한 산미에 석고 같은 미네랄, 뻥튀긴 강냉이 껍질 같이 달콤쌉쌀구수한 풍미도 느껴진다.
과일 풍미는 핵과 베이스인 듯 하지만 오묘하니 쉽게 형용하기 어려우며
잘 익은 느낌과는 별개로 드라이한 미감이 산미와 함께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빈 잔에서 피어오르는 고소하고 달콤한 브리오슈 향도 매력적이다.
솔직히 이런 스타일은 경험이 일천하여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뭔가 더 알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은 확실하다ㅋㅋ
이날 만난 와랑 멤버들의 초창기를 떠올리며 내가 골라 온 와인.
다들 만족스러워 해서 더욱 기분이 좋았음.
태안감자, 만송이 버섯, 베이비 루꼴라와 토석잠을 곁들인 에멘탈 치즈 소스의 꼬막 퐁듀.
토석잠 덕분에 식감이 아쥬 좋다.
Tardieu-Laurent, Cornas 2012
명확한 가죽 향, 철분 미네랄, 진한 바이올렛 꽃잎과 후추후추, 토스티 뉘앙스.
탑 노트부터 시음자의 기를 죽이려는 듯 밀도 높고 진한 향들이 만개한다.
스월링을 하면 정향 허브와 진저, 시나몬 등 스윗 스파이스들도 피어나기 시작하며
영롱한 붉은 베리와 체리, 커런트와 블루베리 등 다양한 (검)붉은 베리 풍미들 또한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미디엄풀 바디에 적절한 타닌과 산미, 그리고 나무향과 함께 피니시에서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오렌지 풍미.
길게 이어지는 오렌지 풍미가 독특해서 언급했더니 이 와인의 수입사 담당자였던 동행이
.숙성을 위해 올드 배럴을 사용하던 따르띠유-로렁이 추구하던 풍미가 바로 '오렌지필' 이란다.
그 얘기 듣는 순간 왠지 몸이 부르르 떨리고 어깨가 으쓱으쓱...ㅋㅋㅋㅋ
요 꼬르나스는 100년 이상 수령의 고대 시라 클론으로 만들어지며
수입되는 따르띠유-로렁 와인 중 가장 먼저 소진된다고.
동행은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스타일임을 강조했는데
사실 난 완연한 시라 스타일이라고 느낀 듯 하다.
그런데 예전 발레 뒤 론 미니 엑스포 포스팅을 보면
같은 빈티지에 피노적 섬세함을 강하게 느꼈음을 적어 놓았음 ㅋㅋㅋㅋ
역시 기분과 환경, 몸상태 등에 따라(혹은 보틀 컨디션에 따라) 감흥이 달라질 수 있다.
수비드한 치킨, 수삼, 차이브와 조개 콩소메로 맛을 낸 치킨 뽀또푸.
차이브는 양파나 파와 비슷한 향미를 내는 다년생 풀이라고.
왠지 국물이 삼계탕 같은 느낌... 마시면서 해장ㅋㅋㅋ
그나저나 핑크빛이 돌 정도로 가볍게 익힌 치킨은 보들보들하니 너무 맛있었음.
상수역 쿠시무라의 닭안심 사시미도 떠오르고 막 그러네ㅎㅎㅎ
Giuseppe Rinaldi, Barolo 2001
먹을 때가 된 베스트 빈티지의 바롤로... 게다가 리날디.
저 멀리 미국에서 날아온 의료인 동행이 들고 온 와인.
장기 산화 숙성한 주정강화와인처럼 짙은 나무 향과 산화 뉘앙스가 강하게 드러나며
거기에 매콤한 스파이스와 철분 같은 미네랄 느낌이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미디엄풀 바디, 자두 풍미에 연시 같은 감칠맛이 이색적이며
목넘김 후 비강을 타고 역류하는 아몬드 같은 견과 뉘앙스는 역시나 독특하다.
15년 세월에도 아직 쫀쫀하고 존재감 넘치는 탄닌, 여운을 남기는 긴 피니시.
올드 스쿨다운 스타일... 그런데 리날디가 올드 보이는 맞나 ㅋ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양 안심.
이렇게 탱탱한 양고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맛있어.
역시 새로운 경험은 몸에 에너지를 준다.
늦은 동행인이 가져온 와인... 셀러링 중 백레이블이 침수되셨다고ㅋㅋㅋ
그것과는 하등 상관없이 와인은 매우 정상, 매우 쌩쌩.
San Giusto a Rentennano, La Ricolma Merlot di Toscana 2004
발사믹한 뉘앙스가 탑 노트부터 진하게 그리고 스모키&토스티.
검은 베리와 프룬의 농밀한 풍미에 화한 민트 허브와 플로럴 힌트가 살짝 곁들여진다.
매끈한 질감에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풀 바디,
강건한 구조는 다소간 추가 숙성을 해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듯 싶다.
외려 숙성되면 단단한 와인에 미묘한 복합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
컬러를 제대로 못 봤는데 왠지 림 디벨롭도 많이 안 되고 컬러도 진할 듯 싶다.
메를로 100%로 만드는 슈퍼 투스칸 와인... 생산자 이름은 어렵지만 특징적인 천칭 문장 덕에 기억하기 좋다.
같은 생산자의 Percarlo도 상당히 궁금한데 다음 모임에 가져오신다고♥
소꼬리 나바랭.
나바랭은 일종의 프랑스 (양고기) 스튜.
쇠꼬리와 병아리콩, 그리고 질좋은 쌀밥의 조화가 식감부터 맛까지 너무나 훌륭했다.
와인과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메뉴... 이런 거 회사 근처에서 팔면 매주 먹을텐데.
단품으로 한가득 먹고 싶은 맛이었음... 조만간 찾아가서 부탁해 볼까ㅎㅎㅎ
Dominus Napa Valley 2004
신기하게도 코에서부터 드라이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리고 먼지 미네랄, 매콤한 스파이스... 이건 나파 cab에서 흔히 느끼던 스타일은 아닌데.
입에 넣으면 '영롱한' 붉은 베리와 체리 풍미가 맑고 섬세하게 다가온다.
쫀쫀하지만 은은한 탄닌, 실제로 드라이한 맛, 산미와 알콜 밸런스는 완벽하다.
미디엄 풀 바디, 실키한 질감, 은근하면서도 길게 여운을 남기는 피니시.
나파라고 하기엔 너무도 보르도적으로 프루티함의 스윗한 여운을 싸악 말렸다.
와... 단순하면서도 미묘하고, 힘이 있으면서도 우아한, 대척점들을 함께 소유한 와인이라는 생각.
검색해 보니 실제로 파커로부터 97점, 잰시스 로빈슨으로부터 19점(/20)을 받았다.
양쪽 진영 모두로부터 극찬을 받은 셈... 이해가 간다.
카베르네 소비뇽 85%를 중심으로 프랑 8%, 쁘띠 베르도 7% 블렌딩.
이런 와인은 몇 병 사두고 오래오래 즐겨야 하는데 (돈이 없다).
아르마냑 다크 초컬릿 퐁당과 에스프레소로 마무리.
마시쪙~
이 사진은 왜 찍혔는지...
그런데 마음에 들어?!
산 쥬스토 아 렌텐나노가 혹시 이상이 있을까봐 챙겨오셨다는 또다른 한 병.
이미 각일병을 했으므로 안 딸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기어이 오픈ㅋㅋㅋ
Cloudy Bay, TE KOKO Marlborough Sauvignon Blanc 2012
달콤하고 화사하며 상큼한 열대 과일과 그레이프 프루츠, 풋풋한 샐러리와 연기 미네랄.
엄청난 산미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요소들이 오크 뉘앙스 속에 적절히 녹아들어 있다.
화려한 아로마와 풍미가 밀도 높게 피어나는 매력적인 와인.
역시 클라우디 베이... 개인적으로는 오크 숙성을 안한 기본형보다 테 코코가 더 좋다.
완성된 스파클링 & 레드 라인업.
하아... 아름답구나.
와랑도 이처럼 아름답게 지속되길... 신년에도 꼬옥^^
메리 크리스마스~~~
20161221 @ Prep(부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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