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와인리스트와 훌륭한 음식, 무엇보다 훌륭한 소믈리에 분들이 계신 곳.
압구정/청담 한복판에 이런 편안하고 합리적인 바가 있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호기심 많은 일행들과 함께 간만에 방문.
일행이 다 모이는 동안 웰컴 샴페인 한 잔 마시며 천천히 메뉴 서칭.
한 피스 남았다는 석화를 운좋게 겟.
일반적으로 굴과 곁들이는 소스 외에 바질 페스토 빛깔의 소스가 한 가지 더 나왔는데
올리브유와 김을 넣어서 고소한 맛이 났다... 굴과 잘 어울렸음.
굴 상태가 너무 좋다... 깔끔한 바다 내음과 굴의 진한 풍미가 입안에 확 퍼짐.
웰컴 드링크였던 샴페인과도 잘 맞았지만
동혁 쏨님의 추천을 받아 오픈한 샤블리와는 진정 궁극의 조합을 보여 줌.
(그리고 감튀도 너무 맛있었음 ㅋㅋㅋㅋㅋ)
Louis Michel & Fils, Chablis 1er Cru Chablis 1er Cru Montee de Tonnerre 2010
루이 미쉘은 엔트리 샤블리부터 그랑 크뤼에 이르기까지 오크 숙성을 전혀 하지 않는 생산자로 유명한데
요 녀석은 오묘하게도 스모키 미네랄과 어우러져 딱 오크 풍미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금빛 컬러에 천천히 산화되어 미묘하게 드러나는 너티 산화 뉘앙스.
그러면서도 향긋한 꽃 향과 은은한 백도, 서양배 향 또한 살아있다는 게 경이롭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샤블리였음... 떼루아의 승리요, 생산자의 승리다.
다른 생산자이긴 하지만 09빈 그랑크뤼 샤블리를 한 병 가지고 있는데 어여 마셔야 할 듯.
사실 이날은 그냥 편하게 마시기로 작정했기에 후기는 남기지 않으려 했는데
첫 와인, 첫 음식부터 너무 인상적이라 간단히라도 남기려는 마음이 절로 생겼음... 그래야 안 까먹지.
루이 미셀의 샤블리에 이어 두 번째 와인은 자연파 보졸레.
동혁쏨이 첫 환원취가 강한 편이라며 디캔터에 담아 주셨다.
실제로 초기엔 황/구운달걀 같은 환원취가 매우 강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고 나자 매력적이고 깔끔한 풍미를 드러냈음.
Yvon Metras, Fleurie 2014
환원취 이후 드러나는 가벼운 콤콤함, 향긋한 바이올렛, 톡 쏘는 스파이스와 영롱한 미네랄.
입에서는 검붉은 자두 껍질과 검은 베리, 라즈베리 등 검붉은 베리 풍미가 생생한 산미와 함께 밀려 온다.
전반적으로 강건한 골격에 매끈하면서도 단단한 질감, 임팩트 있는 풍미를 보여주는 와인이다.
'
오랜 시간을 천천히 스월링하며 즐겼는데 마지막까지 퍼지는 느낌 없이 맛있게 마셨다.
보졸레의 터줏대감이라더니 그런 평가에는 이유가 있었군.
사실 이본 메트라의 플레리를 마시게 된 건 지난 주에 마신 줄리 발라니(Julie Balagny) 때문이다.
줄리 발라니의 정착을 도운 인물 중 하나가 이봉 메트라라는 얘길 보았는데 그 둘의 와인이 나란히 와인 리스트에 올라 있었음.
뭘 마실까 하다가 안 마셔본 생산자를 마시는 걸로.... 그러나 결국 줄리 발라니도 마시게 되었음 ㅋㅋㅋㅋ
제주 빠에야... 위에 올라 앉은 우니 컬러가 귀엽다.
요건 뭐였더라... 같이 나온 소스도 아주 맛있었음.
치즈 늘어나는 것 좀 보소.
어이쿠야~ 넘나 좋은 것.
쥘리 발라니의 플레리.
동혁쏨이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맛보라고 내어 주신.
Julie Balagny, Fleurie Chavot 2014
근데 이 녀석은 상태가 그닥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뭔가 톡 쏘는 냄새가 아로마를 다 덮어 버려서....
지난 주에 마셨던 그 사람의 와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음.
그래서 결국 마지막엔 줄리 발라니의 시몬느를 따게 되었지 ㅋ
요 와인도 참 특이한... 이탈리아의 내추럴 와인.
Collecapretta, Il Rosso da Tavola
특유의 꿈꿈함과 함께 염소 치즈 특유의 시원하고 신선한 내음이 감돌았다.
그래서 레이블에 염소 그림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요거 역시 구조감이 괜찮은 편이었고 맛 또한 괜찮았지만 정확한 기억이 잘...
2차로 까브 뒤 꼬숑을 갈까 했으나, 그냥 정식바에서 끝을 보기로 합의.
안주는 치즈 플레이트로.
일단 비주얼부터 아름다운.
플레이팅도 자연스러운 멋이 살아있는.
마지막으로 Julie Balagny, Simone...!를 오픈했으나,
내가 준비한 깜짝 블라인드 보틀을 여흥으로.
다들 이게 뭐지... 했는데 대단하신 양과자님이 국가를 덜컥 맞춰 버리셨음ㅎㅎㅎㅎ
난생 처음 마셔 보는 크로아티아 와인을.
Matusko, Dingac 2011
들큰한 캬라멜과 연유 같은 첫 향기 뒤로 정향 힌트와 시나몬 캔디.
(프렌치가 아닌) 새 오크를 상당히 진하게 쓴 듯 한 느낌.
풀 바디에 과일 풍미는 섬세하다기보다는 오크에 완전히 녹아 뭉툭하게 드러나며
바디도 강한 편이라 마시다 보면 밀크 초컬릿 드링크를 마시는 기분까지 들 정도.
어쨌거나 11빈인데 이렇게 싱싱한 느낌이 들 정도면 포텐셜은 있는 듯 하고
몇 년 더 있다가 마시면 더 흥미로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관광지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크로아티아에서는 제법 유명한 와이너리라고 하고
가격도 제법 비싼 와인이라던데... Plavac Mali라는 토착 품종은 저언혀 들어 본 적이 없음.
와인의 세계는 멀고도 험하여라~!
마신 와인들... 웰컴 샴페인과 쥘리 발라니 플레리 보틀은 어디에 있는가ㅋ
크로아티아 빼고 전반적으로 내추럴한 와인들 판.... 근데 진짜 마실 수록 매력있다.
사람도 와인도 음식도 분위기도... 유쾌한 저녁이었음.
사실 저 병 너머엔 엄청난 와인 관계자 및 애호가분들이 포진해 있었다능.
월요일부터 문전성시, 화기애애 정식바.
맨날 오고 싶다.
20161128 @ 정식바(청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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