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 스마트 오더보다 더 스마트한, '와인 온라인 판매'를 허용할 때

솔직히 현 상황에서 와인을 비롯한 주류 온라인 거래를 막을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상황에서 주류라고 안 될 이유가 뭐가 있나. 성인 인증 명확히 하고 탈법적 거래 행위에 대한 단속만 명확히 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고객들도 원하고, 업계도 원하는 걸 왜 막고 있는가? 주세도 선진국처럼 종량세로 바꿔야 한국 주류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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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오더보다 더 스마트한, '와인 온라인 판매'를 허용할 때

설 연휴가 시작하기 직전 흥미로운 뉴스가 떴다. 지난 16일 편의점 GS25의 와인 전문 MD가 보르도 와인 기사 작위 코망드리(commanderie)를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보르도 와인 기사 작위는 보르도 와인 협회에서 보르도 와인 발전에 기여했거나 소속 국가에서 와인에 대한 전문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은 인물에게 수여하는 것이니, 작위 수여를 통해 GS25의 와인 유통 파워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GS25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주류 스마트 오더 '와인25플러스'에 힘입은 바 크다.

 

[ GS25 주류 스마트 오더, 와인25플러스 ]

스마트 오더는 고객이 온라인, 모바일 등을 통해 주문 및 결제한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찾아가는 판매 방식이다. 초기에는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등 커피 전문점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2020년 4월 주류 스마트 오더가 허용되며 주류업계에서 대대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전통주 등 일부를 제외하고 주류 온라인 거래가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 오더를 대안으로 인식한 것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결제만 온라인에서 하고 결국 술을 받기 위해서는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스마트 오더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소문에 의하면, 처음 GS25의 담당자가 스마트오더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을 때 내부 반응 또한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편의점의 와인 매출도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돈 들여 스마트 오더를 만들어 봐야 얼마나 성과가 있겠냐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스마트 오더를 통한 주문량이 전년 대비 13배나 늘었고, 2022년에도 1.5배 가까이 늘어나는 급성장세를 보였다. 매출 또한 오프라인 매장의 42% 수준까지 늘어났다. 시작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오프라인 매출의 절반 가까이 달성한 것이다. 와인 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스마트 오더의 성장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어차피 매장에서 사는 건데 굳이 스마트 오더로 미리 주문하는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장점은 미리 제품 리스트를 살펴보고 무엇을 살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매장에 도착했는데 사려는 제품이 없어 당황하는 경우도 없다. 교환증만 보여주면 포장된 제품을 바로 받을 수 있어 줄을 서서 계산하고 제품을 포장하고 받는 등의 번거로움이나 걸리는 시간 또한 대폭 줄어든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혜택은 더욱 크다. 주변에 변변한 주류 판매점이나 백화점, 대형 마트가 없어도 원하는 술을 가까운 곳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 동네라도 편의점 하나 둘은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즘,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스마트 오더는 특히 큰 위력을 발휘한다. 단골 편의점으로 와인을 주문하고, 와인을 받으러 간 김에 필요한 생필품까지 몇 가지 사 오면 되니까. 

한때 고급 주류로 인식되던 와인은 이제 완전히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온 주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는 MZ세대들이 와인을 함께 구입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소주나 맥주 말고 색다른 주류, 양질의 주류에 대한 욕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와인과 함께 위스키가 스마트 오더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엔데믹으로 다시 외부 활동이 늘어난다지만, 한 번 확립된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편의점 스마토 오더를 비롯해 다양한 스마트 오더 앱들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와인 애호가들,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 데일리샷, 달리 같은 주류 스마트 오더 앱은 이미 유명하다. 온라인 와인 카페, 위스키 카페에는 어느 앱에 무슨 술이 특가로 떴다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금세 그 술이 매진될 정도다. 데일리샷을 사용하는 활성 이용자 수는 120만 명 이상이고, 달리 또한 20만 명을 넘었다. 이들은 대부분 그냥 술을 퍼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다. 취향에 맞는 술을 쉽게 구입하고, 편하게 즐기거나 오래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사람들이다. 

[ 데일리샷, 달리 앱 첫 화면 이미지 ]

그런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주류 스마트 오더도 사실 여러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고객 불편이다. 와인을 받으려면 어쨌거나 매장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받을 곳을 선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불편함은 줄어들지언정 사라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와인은 보통 유리병에 담겨 있다. 한 병이라도 제법 무겁고 파손 우려도 있으니 운반이 쉽지 않다. 여러 병을 구입할 경우엔 들고 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바일 앱에서 전날 저녁 주문한 제품이 다음날 아침 문 앞에 배달되는 시대에 굳이 이런 고생을 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고객에게 스마트 오더는 그저 어쩔 수 없는 대안일 뿐이다. 

주류 온라인 판매를 막는 이유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청소년 음주 확산을 비롯한 국민 건강 저해다. 하지만 스마트 오더를 허용한 지 3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스마트 오더 때문에 청소년의 주류 구입 문제가 심각해졌다거나, 사회적인 음주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그렇다면 온라인 거래를 허용한다고 그런 문제가 심해질 거라는 근거가 있을까? 게다가 이미 오랜 기간 온라인으로 판매해 온 전통주 및 지역 특산주만 봐도 특별히 국민 건강 문제를 만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다른 주류들도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게 형평에 맞을 것이다.

주류를 판매하는 업계 쪽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2020년 주류 스마트 오더 도입 당시 취지는 소규모 주류 판매점과 외식업소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해 이를 활용한 사업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가 도입되자 이미 유통망과 기술력, 자본을 가진 대기업 중심으로 서비스가 정착돼 버렸다. 중소 업체를 위한다고 시작한 정책이 대기업만 이득을 보는 형태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 업체들이 스마트 오더를 통해 사업 기회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먼저 스마트 오더를 통해 구매하더라도 배달을 허용하거나 제삼자가 대신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결국에는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중소기업에게도 살 길을 열어 주고 고객의 편익도 키우는 방향이 아닐까.

주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외식업계와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받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처음 온라인 쇼핑이 시작됐을 때, 골목 상권이 죽는다고 온라인 쇼핑을 금지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골목 상권과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입고 다 사라지지도 않았다. 설사 외식업계가 타격을 입는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고 지원할 일이지, 온라인 판매를 막음으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고객은 스마트 오더보다 더욱 스마트한 온라인 판매를 원한다.

 

스마트 오더보다 더 스마트한, '와인 온라인 판매'를 허용할 때 - 와인21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