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술 공부/와인21 기고

273. 주정강화와인: (8)모스카텔 드 세투발, 라타피아 드 샹파뉴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2. 18.

한창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쓴 글인데, 막상 글이 올라간 직후부터 기온이 날개 달린 듯 올라가더니, 날이 완전히 봄날처럼 풀려 버렸다. 와인21에서 골라 준 타이틀 사진이 산뜻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달까. 어쨌거나 주정강화와인 연재는 애정을 가지고 지속할 예정. 새로운 주정강화 와인이 또 눈에 띄어야 할 텐데.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주정강화와인: (8) 모스카텔 드 세투발, 라타피아 드 샹파뉴

[주정강화 연재 기사]

 

올해는 대한이가 소한이에게 눌려 왔던 한을 씻으려나 보다. 1월 20일 대한(大寒) 즈음부터 시작된 강추위가 2월인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이렇게 추운 계절엔 역시 주정 강화 와인(fortified wine)이 떠오른다. 특히 부드러운 질감과 고혹적인 풍미, 그리고 적절한 단맛을 가진 주정 강화 와인은 추위로 움츠러든 몸에 온기와 에너지를 불어넣기 안성맞춤이다. 달콤한 주정 강화 와인 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포트 와인. 영롱한 베리 풍미의 루비 포트(Ruby Port)나 구수한 견과 풍미와 산화 뉘앙스가 매력적인 에이지드 토니 포트(aged Tawny Port) 등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셰리 와인 중에는 디저트와 곁들여 마시기 좋은 페드로 히메네스(Pedro Ximenez)가 있다. 리브잘트(Rivesaltes), 바뉼스(Banyuls) 같은 뱅 뒤 나튀렐(Vins du Naturels)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주정 강화 와인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시중에서 흔히 보기는 어렵지만 한번 맛보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와인들이다. 이 와인들을 맛보고 나면 매년 겨울이 빨리 오길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호세 마리아 폰세카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모스카텔 드 세투발 와인들]

 

모스카텔 드 세투발 Moscatel de Setubal

세투발(Setúbal)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남쪽으로 50km 정도 거리의 반도에 있다. 이 지역에서 모스카텔 품종으로 만든 달콤한 주정 강화 와인이 바로 모스카텔 드 세투발(Moscatel de Setubal)이다. 모스카텔(Moscatel)이라고 하면 좀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모스카토(Moscato)와 유사한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Muscat of Alexandia)다. 이 품종의 매력은 화사한 향과 달콤한 풍미. 모스카텔 드 세투발은 모스카텔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특별한 양조 과정을 거친다. 발효 중 최소 67%의 알코올을 지닌 증류주를 넣고 발효를 중단시켜 잔당을 남기는 것은 유사하지만, 알코올 첨가 이후에도 포도 껍질과 함께 오랜 기간 침용해 풍미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이 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1년까지 지속된다. 이후 압착하여 껍질을 제거한 후에는 오크통에서 보통 3년에서 5년 정도, 혹은 그보다 훨씬 긴 숙성 과정을 거친다. 그리하여 향긋한 꽃 향기와 진한 말린 과일 풍미, 은은한 스파이스와 고혹적인 오크 뉘앙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와인을 완성한다. 

모스카텔 품종이 지역에 유입된 것은 그리스 시대로 추측되지만, 모스카텔 드 세투발이 언제부터 생산됐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모스카텔 드 세투발을 상업적으로 처음 출시한 것은 1849년 호세 마리아 다 폰세카(Jose Maria da Fonseca)다. 모스카텔 드 세투발의 초기 생산과 관련한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창립자인 호세 마리아 다 폰세카가 신대륙으로 가는 배에 실어 보낸 모스카텔 와인 몇 통이 팔리지 않고 남아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와인의 맛이 너무나 훌륭했다고 한다. 여행 기간 동안 배 밑에서 긴 시간을 보낸 와인이 숙성되어 오묘한 복합미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재도 모스카텔 드 세투발을 만들 때 긴 시간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이유다. 또한 호세 마리아 다 폰세카의 후손들은 7대에 걸쳐 가족 경영 와이너리를 운영하며 최고급 모스카텔 드 세투발을 만들고 있다.

모스카텔 드 세투발(Moscatel de Setubal)은 화사한 꽃향기, 오렌지 잼과 말린 살구 등 밀도 높은 과일 풍미가 드러나며 신맛과 단맛의 균형이 일품인 와인이다. 모스카텔 드 세투발 로쏘(Moscatel de Setubal Roxo)는 껍질이 붉은 모스카텔 로쏘(Moscatel Roxo) 품종을 사용해 조금 더 진한 호박색이 감돈다. 빈티지를 표시하거나 10년 이상 긴 시간을 숙성해 완성하는 와인들도 있다. 보통 살짝 차갑게 칠링해서 식전주나 디저트 와인으로 마신다. 하지만 은근히 타닌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고기나 버섯 등을 사용한 메인 디시와 함께 즐겨도 좋다. 국내에도 호세 마리아 다 폰세카가 만드는 모스카텔 드 세투발 와인이 수입돼 있으니 꼭 찾아서 맛보길 추천한다. 

 

[(왼쪽부터) 앙리 지로, 라타피아 솔레라, 바론 도베른, 라타피아 그랑 크뤼 엠마뉴엘 브로쉐 라타피아 09-14]

 

라타피아 드 샹파뉴(Ratafia de Champagne)

라타피아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 번째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지중해 부근 지역에서 생산하는 리큐르(liqueur)다. 보통 복숭아, 체리, 살구, 아몬드 등 다양한 향신료를 증류주나 와인 등으로 침출한 후 설탕을 더해 만든다. 두 번째는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 혹은 일부 발효된 포도즙에 주정을 섞어 만드는 주정 강화 와인이다. 이를 미스텔(Mistelle)이라고도 하는데, 라타피아 드 샹파뉴(Ratafia de Champagne) 또한 미스텔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라타피아 드 샹파뉴는 샹파뉴 지역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등의 포도를 압착한 포도즙에 마르(marc)나 핀(fine) 같은 와인 브랜디를 섞어 만든다. 재료가 같기 때문에 유명 샴페인 생산자 중에는 라타피아를 함께 생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라타피아 드 샹파뉴는 포도 주스를 연상시키는 명확한 과일 풍미에 말린 과일과 견과, 스위트 스파이스 등의 고혹적인 뉘앙스가 곁들여진다. 샴페인과 같은 신맛이 우아한 단맛과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20%에 이르는 높은 알코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러운 질감과 목 넘김 후의 긴 여운 또한 일품이다. 식전주로도 잘 어울리지만, 식전주 역할은 샴페인에게 양보하고 디저트 와인으로 사용하면 맛있는 식사의 훌륭한 수미쌍관을 완성할 수 있다. 과일과 견과류 등은 물론 각종 치즈, 진한 초콜릿을 사용한 디저트와 좋은 궁합을 보인다. 르네 조프루아(Rene Geoffroy), 앙리 지로(Henri Giraud), 기 샤를마뉴(Guy Charlemagne) 등 다양한 생산자의 라타피아가 수입돼 있으니 만난다면 놓치지 말기 바란다. 

 

 

주정강화와인: (8)모스카텔 드 세투발, 라타피아 드 샹파뉴 - 와인21닷컴

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주정 강화 와인, 그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주정 강화 와인 두 가지를 소개한다. 신맛과 단맛의 균형이 일품인 모스카텔 드 세투발(Moscatel de Setubal)과 명확한 과일 풍미에

www.wine21.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