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와인을 대표하는 브랜드 하디스 최초의 여성 수석 와인메이커, 헬렌 매카시가 하디스 17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와인메이킹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열정'이라는 그녀가 하디스의 새로운 10년을 잘 이끌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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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스(Hardys)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호주 와인의 살아있는 역사 하디스(Hardys) 창립 170주년을 맞아 총괄 와인메이커 헬렌 맥카시(Helen McCarthy)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하디스의 23대 와인메이커이자 최초의 여성 와인메이커다. 애들레이드 대학에서 양조학위를 취득하고 18세부터 와인 양조를 시작했으며, 린드만스(Lindemans), 윈스(Wynns), 세펠츠(Seppelts), 펜폴즈(Penpolfs) 등 호주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3년 클레어 밸리(Clare Valley)에 위치한 테일러스 와인스(Taylors Wines), 2011년 바로사(Barossa)로 옮겨 쏜 클락(Thorn-Clark)에서 일하다가 세인트 할렛(St. Hallett)의 수석 와인메이커가 됐다. 그리고 2022년, 하디스의 총괄 와인메이커이자 글로벌 와인 디렉터로 취임했다. 그는 호주 각지에서 23개 빈티지를 경험했으며 와인메이커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은 거의 다 수상했을 정도로 실력과 열정을 인정받았다.
하디스는 1853년 토마스 하디(Thomas Hardy)가 설립한 와이너리다. 무일푼으로 영국에서 호주로 이주한 토마스 하디는 악착같이 일해 남호주 애들레이드(Adelaide) 부근에 포도밭을 매입했다. 1857년 첫 와인을 생산했고 2년 후에는 영국으로 수출 길을 열었다. 현재까지도 영국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호주 와인이 바로 하디스다. 그리고 1876년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의 틴타라 빈야드 컴퍼니(Tintara Vineyards Company)를 매입하면서 와이너리의 기반을 다졌다. 이후 틴타라는 하디스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 과정에서 토마스 하디는 맥라렌 베일의 와인 산업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그의 사후 맥라렌 베일에는 호주 최초로 와인메이커에게 헌정하는 기념비가 세워졌다. 하디스는 설립자이자 와이너리의 토대를 닦은 그를 기념하기 위해 1989년 토마스 하디 카베르네 소비뇽(Thomas Hardy Cabernet Sauvignon 1989)을 출시했다.
하디스의 초석을 놓은 사람이 토마스 하디라면 중흥을 이끈 사람은 아일린 하디(Eileen Hardy)다. 토마스 하디의 조카 톰 메이필드 하디(Tom Mayfield Hardy)의 아내였던 아일린은 1938년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하디스를 이끌게 된다. 당시 와인 업계에는 여성이 거의 없었지만 그는 당차게 와이너리를 운영에 참여했고, 호주 와인 산업 전반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 공로로 1976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으며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아일린 숙모(Auntie Eileen)'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녀를 기리기 위해 1973년 아일린 하디 쉬라즈(Eileen Hardy Shiraz 1973)를, 1986년엔 아일린 하디 샤르도네(Eileen Hardy Chardonnay 1986)를 출시했다.
하디스가 호주 와인 산업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지역 블렌딩'이라고 할 수 있다. 1865년 토마스 하디가 처음으로 지역 블렌딩을 시도했고, 좋은 결과가 이어지자 다른 와이너리들도 지역 블렌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표적인 호주 와인 양조 전통의 하나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지역 블렌딩은 여러 지역에서 최적의 포도를 골라 사용하기 때문에 와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게다가 빈티지별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도 용이해 와이너리의 개성을 정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언제나 고객이 기대하는 맛과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하디스가 2020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확실성(Certainty)'이라는 슬로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디스 와인의 품질과 스타일, 품종별 특성을 꾸준하고 확실하게 전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역삼동에 위치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알렌에서 진행된 하디스 창립 170주년 기념 프레스 런치에서 헬렌 매카시 총괄 와인메이커는 호주의 와인 메이커를 '팔레트에 다양한 물감을 짜 놓고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에 비유했다. 호주 전역의 다양한 포도를 사용해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으니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호주에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에브리데이 와인부터 누구나 추앙하는 전설적인 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와인들이 폭넓게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는 '호주 와인은 그저 마시기 편한 와인 외에도 진지한 와인들이 많다'며 이 자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호주 와인의 앰버서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제공된 하디스의 와인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그러면서도 친근하게 곁을 내주는 아름다운 와인들이었다. 하디스의 다음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디스, HRB 샤르도네 Hardys, HRB Chardonnay 2021
구수한 바닐라와 너티 힌트, 신선한 허브 아로마 뒤로 열대 과일과 완숙 핵과 풍미가 화사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자두 사탕 같이 달콤한 풍미와 신선한 산미가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길게 이어진다. HRB는 'Heritage Reserve Bin'의 이니셜로, 품질 대비 가격이 출중하고 인기가 많은 와인이다. 출시되면 하디스의 와인메이커들조차 앞다투어 구매할 정도로 와이너리 내에서도 가성비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야라 밸리(Yarra Valley),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 펨버튼(Pembertom)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를 블렌딩 했다.
하디스, 에일린 하디 샤르도네 Hardys, Eileen Hardy Chardonnay 2022
은은한 흰 꽃 아로마와 신선한 백도, 달콤한 흰 자두 풍미가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신선하고 깔끔한 첫인상 뒤로 레이스 같이 부드럽고 우아한 질감이 꿈결 같은 미감을 선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레몬 산미와 미네랄 뉘앙스가 명확히 드러나며, 굽지 않은 너트 힌트가 가볍게 곁들여진다. 긴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와인으로 아직 많이 어리지만 음식과 곁들여 마시기엔 충분히 훌륭하다. 5~7년 정도 숙성 후의 변화가 기대되는 와인이다. 태즈메이니아(Tasmania), 애들레이드 힐즈(Adelaide Hills)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를 블렌딩했다.
하디스, 에일린 하디 쉬라즈 Hardys, Eileen Hardy Shiraz 2020
새로 산 가죽 같은 뉘앙스에 통후추와 매콤한 스파이스, 블랙베리, 블루베리,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베리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타닌과 산미의 탄탄한 구조, 실키한 질감, 농익은 과일 풍미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2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지닌 와인으로 아직 많이 어리지만 더블 디캔팅을 통해 그 풍미를 충분히 이끌어냈다. 맥라렌 베일에서 재배한 쉬라즈 99%에 마가렛 리버에서 재배한 쉬라즈 1%를 블렌딩해 포인트를 주었다. 프렌치 오크 바리크(25% new) 및 펀천(puncheons), 2800리터 푸드르(foudres)에서 17개월 숙성했다. 2005년부터 레드 와인 발효조를 왁싱한 콘크리트 탱크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변경해 더욱 프루티한 와인이 생산된다.
하디스, 에일린 하디 쉬라즈 Hardys, Eileen Hardy Shiraz 1999
가벼운 환원취가 스친 후 고혹적인 숙성 뉘앙스와 장미 같은 붉은 꽃향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벨벳 같이 부드러운 타닌과 함께 검붉은 과일 풍미가 진하게 드러나며, 가죽, 시나몬 힌트가 곁들여져 잔잔한 여운을 선사한다. 시음 적기에 들어선 와인으로 생생한 과일 풍미와 복합적인 숙성 향이 적절히 어우러진다. 맥라렌 베일, 클레어 밸리, 패서웨이(Padthaway), 프랭크랜드 리버(Frankland River)에서 재배한 쉬라즈로 양조해 새 프렌치 오크 바리크, 혹은 1회 사용한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18개월 숙성했다.
하디스, 토마스 하디 카베르네 소비뇽 Hardys, Thomas Hardy Cabernet Sauvignon 2020
상쾌한 민트와 파프리카, 블랙 올리브, 톡 쏘는 후추, 토스티 오크와 먼지 같은 미네랄 아래로 신선한 블랙베리, 블루베리 풍미가 절묘하게 피어난다. 입에 넣으면 매끈한 질감을 타고 드러나는 명확한 블랙커런트 풍미가 카베르네 소비뇽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아직 어린데도 상당한 매력을 뿜어내는 와인이다. 마가렛 리버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95%에 맥라렌 베일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5%를 블렌딩해 우아함에 농밀함을 더했다. 토마스 하디 카베르네 소비뇽은 마가렛 리버와 쿠나와라(Coonawarra) 포도를 중심으로 빈티지마다 번갈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마가렛 리버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고 한다.
하디스, 토마스 하디 카베르네 소비뇽 Hardys, Thomas Hardy Cabernet Sauvignon 1999
20년을 훌쩍 넘긴 와인인데도 화단에 핀 붉은 꽃 같이 화사한 플로럴 아로마가 드러난다. 라즈베리, 블랙베리 같은 과일 아로마 또한 생생하다. 알코올은 13.4%로 비교적 낮은 편이며, 적절한 신맛과 실키한 타닌이 탄탄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섬세하고 우아한 터치, 생동감과 은근한 힘을 겸비한 와인이다. 아직도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가렛 리버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만 100% 사용했다. 1999년은 헬렌 매카시 총괄 와인메이커가 처음 와인 양조를 시작한 해라 그런지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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