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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324. 모던 클래식, 지공다스 라 까브(Gigondas La Cav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7. 18.

협동조합이지만 크지 않은 규모에, 프리미엄 와인을 추구하는 전통을 보유한 지공다스 라 까브. 대표이자 와인메이커 에스클랑공 씨는 포도 재배와 양조 걱정으로 위장병이 생겼을 정도라고. 실제 지공다스 라 까브의 와인은 올드 빈티지들조차 아직 생생하게 살아 있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식전주로 마신 바케이라스 블랑이 발군이었다.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해 준 씬 스틸러랄까. 마트에도 종종 나온다니 보이면 머스트 해브 추천.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모던 클래식, 지공다스 라 까브(Gigondas La Cave)

프랑스 남부 론(Northern Rhone)에서 샤토네프 뒤 파프(Chateauneuf-du-Pape)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크뤼인 지공다스(Gigondas). 강건한 레드 와인을 중심으로 로제 와인도 일부 생산하는 아펠라시옹(appellation)이다. 2023 빈티지부터는 화이트 와인도 생산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공다스를 대표하는 생산자 중 하나인 지공다스 라 까브(Gigondas La Cave)의  크리스토프 에스클랑공(Christophe Esclangon)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지공다스 라 까브는 1956년에 설립해 현재 73개의 생산자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다. 총 313헥타르의 포도밭 중 128헥타르에서 지공다스 와인을 만든다. 전통적인 노하우를 고수하면서도 최신 설비를 갖춰 일관성 있게 높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지공다스 라 까브의 대표, 크리스토프 에스클랑공]

에스클랑공 대표는 초지일관 “와인은 셀러가 아니라 포도밭에서 만드는 것”임을 강조했다. 테루아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환경 친화적인 농법을 지향하며 포도 수확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생리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포도를 얻기 위해 수확 시점을 세심하게 결정한다. 재배자들은 수확철 날씨가 안 좋으면 포도가 완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라도 빨리 수확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지만, 좋은 포도를 얻기 위해 수확 시기를 늦추도록 끝까지 설득한다고 한다. 또한 지공다스 라 까브는 정기적으로 생산자들을 방문해 테루아의 특성에 부합하면서도 양질의 포도를 얻을 수 있는 포도 재배법을 함께 고민하고 결정한다. 또한 포도 품종들은 포도밭 구획별로 개별 양조해 품질에 따라 어떤 와인에 사용할지 선택한다. 에스클랑공 대표는 “내 삶은 테이스팅의 연속”이라며 피곤하지만 흥미롭고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의 주제는 지공다스 라 까브의 최상급 와인 '시테르 드 보아 뇌프(Syterres de Bois Neuf)'의 숙성 잠재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제공된 빈티지는 1995년, 1998년, 2001년, 2005년, 2009년, 2011년 2018년 등 일곱 가지. 각 빈티지는 수입사 하이트진로의 요청에 따라 와이너리에서 심사숙고해 선정한 것들이다. 특히 1995년과 1998년 빈티지는 와이너리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없어 조합원들에게 수소문해 어렵게 구했다. 와인의 잠재력과 힘을 보여주기 위한 와이너리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두 와인 모두 20년을 훌쩍 넘겨 숙성한 와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생생하게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와인 이름인 시테르 드 보아 뇌프에서 시테르(Syterres)는 '여섯 개의 테루아'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해발 450m 정도의 높은 고도에 위치한 포도밭의 6개 구획에 식재된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높은 고도에서 자란 포도는 뛰어난 풍미와 신선한 신맛을 겸비하고 있다. 빼어난 풍미와 균형감을 갖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보아 뇌프(Bois-neuf)는 '새 나무'라는 뜻이다. 이름대로 미디엄으로 토스팅 한 보주(Vosges)산 새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했다. 사용한 품종은 그르나슈(Grenache) 75%를 중심으로 시라(Syrah) 15%, 무르베드르(Mourvedre)와 생소(Cinsault) 10%다.

시음한 와인들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오크는 완전히 녹아들어 튀지 않으면서도 풍미와 구조를 온전히 떠받치고 있었고, 완숙한 과일 풍미는 그 위에서 우아하게 드러났다. 빈티지의 특성 또한 명확히 반영하고 있었다. 각 빈티지 별 시음 노트를 간단히 소개한다.

 

지공다스 라 까브, 바케이라스 “라틀리에” 블랑  Gigondas La Cave, Vacqueyras “L'Atelier” Blanc 2022

스타터로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바케이라스 블랑을 맛봤다. 향긋한 꽃향기, 은은한 허브 아로마와 신선한 서양배, 핵과 풍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신선한 신맛과 미네랄리티가 입맛을 돋우며 깔끔한 미감을 선사한다. 매끈한 질감과 산뜻한 바디가 매력적인 와인으로, 다양한 음식에 곁들이기 좋다. 그르나슈 블랑 70%를 중심으로 끌레레뜨(Clairette)와 비오니에(Viognier)를 각각 15% 블렌딩했다. 에스클랑공 대표는 그르나슈 블랑이 만든 골격에 끌레레뜨가 신선함을, 비오니에가 향긋한 아로마를 더해 준다고 설명했다.

 

지공다스 라 까브, 지공다스 “르 파비용 드 보미라이”  Gigondas La Cave, Gigondas “Le Pavillon de Beaumirail” 1995

처음에 드러나는 가벼운 환원취를 스월링으로 날리면 붉은 과일 풍미와 은은한 스파이스, 허브 뉘앙스가 가볍게 얼굴을 내민다. 입에 넣으면 드라이한 미감에 감초, 가죽, 버섯, 부엽토 뉘앙스가 은은하게 드러나며, 무엇보다 촘촘한 타닌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충분히 잘 익어 마시기 좋지만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아름답게 변화해 갈 것 같다. 서늘한 빈티지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와인. '르 파비용 드 보미라이'는 '시테르 드 보아 뇌프'로 바뀌기 전 이름으로 포도밭과 양조 방식은 동일하다.

 

지공다스 라 까브, 지공다스 “르 파비용 드 보미라이”  Gigondas La Cave, Gigondas “Le Pavillon de Beaumirail” 1998

1995년이 서늘한 빈티지라면 1998년은 비교적 더운 빈티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잔에 따를 때부터 화려한 숙성 부케와 함께 딸기, 검붉은 베리 등 완숙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하지만 삼나무, 허브 등 상쾌한 향기가 지나치게 퍼지는 느낌을 막아 주며, 입에서의 드라이한 미감과 시나몬, 정향 같은 스파이스가 그윽한 여운을 남긴다. 더운 빈티지라도 해발 450m에 위치한 포도밭 덕에 주변 지역의 와인에 비해 서늘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공다스 라 까브, 지공다스 “시테르 드 보아 뇌프”  Gigondas La Cave, Gigondas “Syterres de Bois Neuf” 2001

말린 장미 꽃잎 같은 고혹적인 붉은 꽃향기가 자두와 붉은 베리 풍미, 온화한 스파이스 뉘앙스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벨벳 같은 질감을 타고 싱그러운 신맛과 영롱한 과일 풍미가 매끄럽게 드러난다. 오크는 잔잔히 녹아들어 과일 풍미와 조화를 이루며, 복합적인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빈티지다. 

 

지공다스 라 까브, 지공다스 “시테르 드 보아 뇌프”  Gigondas La Cave, Gigondas “Syterres de Bois Neuf” 2005

의외로 2001년보다 좀 더 성숙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말린 토마토 같은 매콤한 스파이스와 붉은 과일의 코어가 단단하게 느껴지며, 타닌과 신맛의 구조 또한 견고하다. 앞으로도 10~2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공다스 라 까브, 지공다스 “시테르 드 보아 뇌프”  Gigondas La Cave, Gigondas “Syterres de Bois Neuf” 2009

가벼운 스파이스, 토스티 오크 힌트와 함께 검은 베리 아로마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쫀쫀한 타닌에 완숙 과일 풍미가 발사믹 뉘앙스와 함께 편안하게 드러난다. 역시 견고한 구조와 좋은 밸런스를 지닌 와인. 2005년보다 좀 더 유연한 느낌이다. 

 

지공다스 라 까브, 지공다스 “시테르 드 보아 뇌프”  Gigondas La Cave, Gigondas “Syterres de Bois Neuf” 2011

구수한 오크 힌트와 잘 익은 과일 풍미, 이국적인 허브와 졸인 소스 같은 뉘앙스가 어우러져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2000년대 빈티지는 전반적으로 1990년대 빈티지에 비해 과일 풍미가 도드라지며 드라이한 미감이 살짝 누그러진 느낌이다. 하지만 클래식한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공다스 라 까브, 지공다스 “시테르 드 보아 뇌프”  Gigondas La Cave, Gigondas “Syterres de Bois Neuf” 2018

현재 판매되고 있는 빈티지다. 향긋한 꽃향기, 신선한 허브와 삼나무 향기, 검붉은 베리 아로마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입에 넣으면 매끈한 질감을 타고 붉은 과일과 보리수 같은 풍미가 친근하게 드러나며, 흑연 같은 미네랄이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 모던 클래식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와인으로, 한 박스 사서 매년 변화하는 모습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모던 클래식, 지공다스 라 까브(Gigondas La Cave) - 와인21닷컴

이날의 주제는 지공다스 라 까브의 최상급 와인 '시테르 드 보아 뇌프(Syterres de Bois Neuf)'의 숙성 잠재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제공된 빈티지는 1995년, 1998년, 2001년, 2005년, 2009년, 2011년 2018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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