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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326.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의 클래스, 칠레에서도 영원하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8. 25.

지난 6월 만났던 미구엘 토레스 칠레의 수석 와인메이커 에두아르도 조단. 처음엔 다소 딱딱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내가 토레스 와인의 빅 팬이라고 소개하고 이런저런 스몰 톡을 조금 하자 금세 분위기가 풀렸다. 그리고 토레스 칠레의 모든 정보를 전달하려는 듯 폭풍 설명을 시작... 하지만 그러면서도 먹고 마시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런치였음에도 취재 시간이 거의 디너 이상으로 늘어난 듯. 이번 취재에서도 내가 예전에 자주 하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뒤에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토레스는 배반을 하지 않는다. 칠레라 할지라도.'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의 클래스, 칠레에서도 영원하다!

토레스(Torres). 187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부근 페네데스(Penedes) 지역에서 시작해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그리고 스페인을 넘어 미국과 칠레에도 진출했다. 토레스는 그 이름 자체로 와인 애호가들에게 신뢰를 주는 와인 브랜드다. 토레스 와인은 에브리데이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어떤 것을 선택해도 결코 실망하는 법이 없다. 이는 미구엘 토레스 칠레(Miguel Torres Chile)도 마찬가지다. 

[미구엘 토레스 칠레의 수석 와인메이커 에두아르도 조단]

미구엘 토레스 칠레의 수석 와인메이커 에두아르도 조단(Eduardo Jordán)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24년 팀 앳킨(Tim Atkin)이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했을 정도로 훌륭한 와인메이커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태어나 양조학과 농경제학을 전공한 후 칠레의 데 마르티노(De Martino)와 미국의 샤토 생 미셀(Chateau Ste. Michelle) 등 유명 와이너리와 스페인의 프리미엄 와인산지 프리오랏(Priorat)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8년 미구엘 토레스 칠레에 합류한 그는 미구엘 토레스의 와인 스타일 확립과 품질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와 함께 미구엘 토레스 칠레의 와인을 함께 마시며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구엘 토레스 칠레는 1979년 토레스 가문의 4대손 미구엘 토레스(Miguel A. Torres)가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에 설립했다. 이는 해외 와이너리가 칠레에 투자해 와이너리를 설립한 첫 사례다. 미구엘 토레스 칠레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발효와 프렌치 오크 배럴 숙성을 칠레에 처음 도입하는 등 칠레 와인 산업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유기농과 같은 친환경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공정무역 인증을 취득하는 등 환경이나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유기농법에 대한 그들의 철학은 확고하다. 유기농법을 통해 환경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환경을 보호해 다음 세대로 물려주며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와인 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지는 것은 물론이다. 미구엘 토레스 칠레의 포도밭은 쟁기질을 하지 않아 식물들로 자연스럽게 덮여 있다. 이를 통해 토양의 수분이 보전되며,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지구 온난화를 촉발하는 이산화탄소가 흡수된다. 풀들이 적당히 자라면 와이너리에서 키우는 양을 풀어놓아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한다. 양들의 배설물은 자연스럽게 포도밭의 거름이 되고, 그 풀밭에 다양한 생물과 미생물들이 살게 됨으로써 생태계가 순환한다.    

 

처음 마신 와인은 에스텔라도 브뤼 로제(Estelado Brut Rose).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다. 사용하는 품종은 파이스(Pais). 500년 전쯤 스페인 선교사들이 칠레에 전파한 최초의 양조용 포도로 알려진 품종이다. 하지만 다른 품종들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었는데 미구엘 토레스 칠레에서 2007년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드 바인 파이스를 재배하는 농가들에게 시가의 3~4배에 이르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양질의 파이스를 생산하도록 독려했고, 파이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씁쓸한 맛을 제어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 결과 아름다운 로즈 골드 컬러에 섬세한 버블이 돋보이는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 탄생했다. 세계 유일 파이스 품종 100%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상큼한 시트러스와 레드 베리 풍미, 신선한 신맛과 부드러운 미감이 싱그럽다. 식전주로 입맛을 돋우거나 샐러드, 샤퀴테리 같이 가벼운 음식에 곁들이기 안성맞춤이다. 

 

두 번째는 안디카 소비뇽 블랑 리제르바(Andica Sauvignon Blanc Reserva 2023). 쿠리코 밸리에서 재배한 소비뇽 블랑 100%로 양조한 화이트 와인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유사한 스타일인데, 풋풋한 풀향기는 정제되고 잘 익은 과일 풍미가 풍성하게 드러나 마시기 편하다.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아 신선한 과일 풍미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밸런스가 좋아 한 모금이 다음 모금을 부른다. 해산물을 사용한 요리나 다양한 핑거 푸드, 스낵이나 과일 등 다양한 음식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세 번째는 에스칼레라스 데 엠페드라도 피노 누아(Escaleras De Empedrado Pinot Noir 2013). 가파른 점판암 토양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로 양조한 특별한 레드 와인이다. 1900년대 후반 점판암(slate) 토양을 찾던 미구엘 토레스가 4년의 조사 끝에 찾아낸 곳이 바로 '엠페드라도'이다. 에스칼레라스 데 엠페드라도는 '조약돌 계단'이라는 뜻인데, 아래 사진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가파른 경사에 촘촘하게 테라스를 만들어 지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메스칼레라스 데 엠페드라도를 생산하는 포도밭 (출처: 미구엘 토레스 칠레)]

이 포도밭은 스페인 프리오랏과 상당히 유사한 지형과 토질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기후가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프리오랏과 유사한 품종을 바로 재배하기보다는 다양한 품종을 실험적으로 재배하며 적합한 품종을 찾았다. 그 결과 선택된 품종이 바로 피노 누아다. 부르고뉴 등 유명 피노 누아 산지는 보통 석회질 토양인 경우가 많다. 점판암 토양에서 재배하는 피노 누아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그만큼 독특하고 개성 있는 피노 누아인 셈이다. 해당 지역은 원래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던 숲이었다. 하지만 지역민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원래 자라던 나무들을 베어내고 소나무를 재배했다. 하지만 미구엘 토레스 칠레에서 포도밭을 조성한 후, 포도밭 주변의 소나무를 뽑고 다시 원래의 수목들을 심었다. 이 또한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순환을 위한 미구엘 토레스 칠레의 작은 배려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피노 누아를 재배한 후 2012년 첫 와인을 생산했다. 포도는 모두 손으로 수확하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 후 3회 이상 사용한 중성적인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9개월 정도 짧게 숙성한다. 에스칼레라스 데 엠페드라도 피노 누아 2013은 잘 익은 피노 누아의 우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테루아의 영향 때문인지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한 여운을 남긴다. 피노 누아 애호가라면 꼭 한 번 경험해 볼만한 와인으로 강력 추천한다. 곁들인 쇠고기 카르파쵸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였으며, 스테이크 등 전반적인 육류 요리와 두루 잘 어울릴 것 같다.

 

네 번째 와인은 알마도(Almado 2018). 미구엘 토레스가 마울레 벨리(Maule Valley)에 보유한 포도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 양조한 프리미엄 레드 와인이다. 메인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60%, 메를로(Merlot) 20% 등 보르도 품종. 하지만 스페인 품종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 12%와 포르투갈 품종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8%를 사용해 개성을 더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해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2개월 숙성했다. 새 오크 비율이 18% 정도로 낮은데 테루아의 특성과 잘 익은 과일 풍미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함이다. 블렌딩 비율과 새 오크 비율은 빈티지 특성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벨벳 같이 부드러운 타닌과 신선한 신맛의 탄탄한 구조감 위로 완숙한 베리 풍미와 향긋한 붉은 꽃향기가 우아하게 감도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메인 디시에 곁들일 와인으로 손색이 없다. 

마지막으로 마신 와인은 만소 데 벨라스코(Manso de Velasco 2019). 미구엘 토레스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만소 데 벨라스코는 쿠리코 밸리에 최초로 식재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밭 중 하나를 1984년 미구엘 토레스가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름은 쿠리코 시티의 건립자 호세 만소 데 벨라스코(José Manso de Velasco)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았다. 10헥타르의 포도밭은 다양한 크기의 자갈이 섞인 모래질 양토로, 따뜻한 기후를 보이면서도 일교차가 커 양질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얻기에 최적이다. 100년 이상 수령의 카베르네 소비뇽 고목에는 테루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양질의 포도가 소량만 열린다.

 

[만소 데 벨라스코 포도밭. 구획마다 다른 기후를 보이기 때문에 생산되는 포도의 풍미 또한 다르다 (출처: 미구엘 토레스 칠레)]

만소 데 벨라스코의 품질은 예나 지금이나 훌륭하다. 하지만 그 스타일은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20년 전쯤 경험했던 만소 데 벨라스코는 묵직한 바디와 탄탄한 구조, 힘 있게 드러나는 풍미가 인상적인 와인이었다. 당시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의 영향력이 막강하던 시절이었기에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등 기후가 변화하고 와인 애호가들의 취향 또한 변화하며 만소 데 벨라스코의 스타일 또한 바뀌었다. 오랜 기간 수행한 포도밭의 지질 연구와 미세기후 연구도 이런 변화에 일조했다.

그 결과 만소 데 벨라스코 2019는 견고한 구조와 날렵한 바디를 겸비한 와인으로 변모했다. 향긋한 꽃향기와 밀도 높은 과일 풍미는 우아하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오크 숙성 비율도 바뀌었다. 10년 전엔 프렌치 오크 배럴만 사용했고 새 오크 비율이 50%에 육박했다. 하지만 최근엔 프렌치 오크 배럴 사용을 절반 정도로 줄였고, 새 오크 비율은 10% 초반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커다란 오스트리아산 오크 푸드르(Austrian oak foudres)를 사용한다. 그 결과 완숙한 과일맛에 오크 뉘앙스가 부드럽게 녹아드는 복합적인 와인이 되었다. 어릴 때 즐겨도 즉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15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갖췄다.

 

[미구엘 토레스 칠레의 수석 와인메이커 에두아르도 조단(좌) & 수출 이사 가브리엘 페르난데즈(우)]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에두아르도 조단 수석 와인메이커는 역동적인 한국 시장에 큰 감명을 받았으며 미구엘 토레스의 와인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마 그의 바람대로 될 것이다. 미구엘 토레스의 클래스는 칠레에서도 영원할 테니까.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의 클래스, 칠레에서도 영원하다! - 와인21닷컴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에두아르도 조단 수석 와인메이커는 역동적인 한국 시장에 큰 감명을 받았으며 미구엘 토레스의 와인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마 그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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