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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322. 가심비 넘치는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 샤토 바따이(Chateau Batailley)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6. 26.

샤토 오바타이는 만나봤어도 샤토 바타이는 처음이었는데,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로서는 이례적으로 독점 수입사를 통해 와인을 공급하기 때문이었다.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네고시앙의 소유라 와인의 성격과 전략에 맞게 마케팅과 유통을 진행하는 듯. 어쨌거나 그랑 크뤼 클라쎄 치고는 가성비(?)가 좋은 편이고, 특히 세컨드 와인의 품질이 뛰어나다. 또한 2018년 이후 변화된 보르도 와인의 스타일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는데, 과연 10년 이상 숙성 후에도 예전 보르도와 같이 고혹적인 부케를 드러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18년 이후 출시 보르도를 좀 사서 셀러링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하긴, 최근 보르도 와인 가격이 하향세라서 10년 후에 숙성된 녀석을 사 마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보르도를 대표하는 그랑 크뤼 클라쎄(Grand Cru Classé)들은 일반적으로 직접 와인을 판매하지 않는다. 중개상인 네고시앙(Négociant)들을 통해 와인을 판매한다. 다수의 네고시앙을 통해 다수의 수입사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그런데 샤토 바따이(Château Batailley)는 네고시앙을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한다. 또한 한국에는 2018년부터 하이트진로를 통해서만 독점 공급하고 있다. 더 많은 유통채널에서 손쉽게 판매할 수 있는 길을 두고 굳이 독점 채널을 고집하는 이유는 유통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책임감 있는 수입사를 통해 샤토 바따이을 더 잘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 일환으로 샤토 바따이를 보유한 보리 마누(Borie-Manoux)의 아시아 담당자 베렝저 르 부르시코(Berenger Le Boursicot)가 한국을 찾았다. 그와 함께한 런치를 통해 샤토 바따이의 현행 빈티지부터 올드 빈티지까지 다양하게 시음하며 세월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었다.

[ 샤토 바따이 아시아 담당자, 베렝저 르 부르시코 ]

뽀이약(Pauillac) 남서쪽에 위치한 샤토 바따이는 1855년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 5등급으로 지정됐다. 생 쥘리앙(Saint-Julien)과 인접해 뽀이약의 강건함과 생 쥘리앙의 우아함을 겸비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바따이는 프랑스어로 '전투'라는 뜻인데, 1453년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벌어진 100년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만큼 보르도에서 큰 의미를 지닌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17세기 포도원이 조성되어 유지되다가 1924년 프란시스와 마르셀 보리(Francis & Marcel Borie) 형제의 소유가 되었다. 1945년에는 마르셀 보리가 형제의 지분을 매입해 단독 소유주가 되었고, 1961년 그의 사위 에밀 카스테자(Emile Casteja)에게 상속했다. 2001년부터는 에밀의 아들 필립(Philippe Casteja)이 운영에 참여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샤토 바따이의 포도밭 규모는 62헥타르인데 뽀이약의 전형적인 모래와 자갈이 섞인 토양에 규토와 부싯돌 등이 섞여 있다. 필립 카스테자는 이 최상의 테루아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보르도 최고의 와인 컨설턴트 드니 뒤부르디유(Denis Dubourdieu)를 기용하고 양조 시설을 개선했다. 또한 토양과 포도 품종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 구획별로 적절한 재배 방법을 적용했다. 이로써 2006년부터는 구획별로 와인을 양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양조한 와인은 3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제일 높은 A등급만 샤토 바따이에 사용한다. 2015년엔 세컨드 와인 리옹 드 바따이(Lions de Batailley), 2019년엔 써드 와인 뽀이약 드 바따이(Pauillac de Batailley)를 출시함으로써 샤토 바따이에는 더욱 엄선한 포도만을 사용해 품질을 높여가고 있다. 

포도밭에 식재된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70%로 가장 많다. 메를로(Merlot) 25%,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3%,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2%로 뒤를 따른다. 최근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카베르네 소비뇽의 식재 비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40년으로 테루아를 표현하기 충분하다. 8월에는 그린 하비스트를 통해 병충해의 영향을 받지 않은 완숙한 포도를 확보한다. 또한 5헥타르의 면적에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실험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확대 예정이라고 한다. 양조는 드니 뒤부르디외 별세 후에도 그의 양조팀 및 제자인 악셀 마르샬(Axel Marchal), 보르도 양조대학 교수 발레리 라비뉴(Valerie Lavigne)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양조는 클래식 보르도 스타일을 지향한다. 다만 오크 풍미는 절제하고 완숙한 과일 풍미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포도를 섬세하게 선별해 줄기를 제거하고 부드럽게 압착하며, 온도 조절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 및 젖산 발효를 진행한다. 3주 정도의 양조 기간 동안엔 정기적으로 펌핑 오버(pumping over)를 진행하며 타닌과 풍미 요소를 부드럽게 추출한다. 이후 가볍게 그을린 프렌치 오크 배럴(60% new)에서 12개월 숙성한다. 테이스팅을 통해 배럴들의 등급을 구분하고 A등급 배럴들만 블렌딩하여 6개월 정도 안정화를 거쳐 병입 후 출시한다.

이날 시음한 와인들은 샤토 바따이 소유주가 프라이빗 셀러에서 직접 선정했다고 한다. 와인들은 3주 전 한국에 들어와 안정화를 거쳤다. 그래서인지 하나같이 자신의 매력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가심비 넘치는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의 화려한 모습이었다.

샤토 삐끄 까이유 페삭 레오냥 Chateau Picque Caillou  Pessac-Leognan 2021

영롱한 미네랄리티와 노란 꽃술 같은 플로럴 뉘앙스, 산뜻한 시트러스 힌트. 입에 넣으면 레몬 같은 신맛이 길게 이어지며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 보르도 블랑의 매력을 완연히 보여주는 와인으로 가성비 또한 훌륭하다. 이날의 주인공인 샤토 바따이를 보유한 보리 마누의 네고시앙을 통해 하이트 진로에서 수입하는 와인으로, 점심 식사의 시작을 위해 특별히 준비됐다.

 

뽀이약 드 바따이 Pauillac de Batailley 2018

완숙한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등 진한 과일 풍미 주변을 매콤한 스파이스와 향긋한 민트 뉘앙스가 향긋하게 감돈다. 입에서 넣으면 드라이한 탄닌을 풍성한 과일 풍미가 부드럽게 감싸안는 듯하다. 흑연, 삼나무, 다크 초콜릿 피니시. 풀바디임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와인으로 오픈 직후부터 확실한 표현력을 보여주었다. 샤토 바따이의 써드 와인이지만 웬만한 그랑 뱅(grand vin) 못지않은 맛과 품질을 보여준다. 2018년은 뽀이약 드 바따이의 첫 빈티지인데, 출시하자마자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완판되는 바람에 정규 라인업이 되었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55%, 메를로 39%, 쁘띠 베르도 6%. 샤토 바따이에 비해 메를로 사용 비율이 높아 더욱 둥글고 풍만한 느낌을 준다. 

 

샤토 바따이 Chateau Batailley 2018

향긋한 바이올렛, 잘 익은 블루베리, 블랙베리 아로마에 곁들여지는 가벼운 토양 내음과 막 발현되기 시작한 가죽 같은 뉘앙스가 보르도 와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타닌과 깔끔한 신맛이 편안한 미감을 선사하며, 풍성한 과일 풍미 아래로 흑연과 삼나무 뉘앙스가 은은하게 깔린다. 이른 시기에도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변화하고 있는 보르도 와인의 트렌드가 반영된 와인. 보르도의 그랑 크뤼급 레드 와인은 최소 10년 이상 숙성해야 마실 만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 보르도 와인은 숙성 잠재력은 유지한 채로 출시 직후에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가 본격화된 것이 바로 2018년 즈음이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74%, 메를로 23%, 쁘띠 베르도 3%. 

 

샤토 바따이 Chateau Batailley 2016

갓 볶은 커피 원두 같은 뉘앙스, 토스티 오크, 화려한 민트와 붉은 꽃향기. 입에 넣으면 확연한 드라이 미감 아래로 검붉은 베리와 붉은 자두 풍미가 잔잔하게 드러난다. 타닌은 2018 빈티지에 비해 확실히 촘촘하고 구조감 또한 견고하지만 바디는 묵직하지 않은 편이다. 처음에는 절제된 느낌이었다가 1시간 이상 지나고 나서야 고혹적인 아로마를 피워 내기 시작한다. 2018년 빈티지와 명확히 구분되는 클래식 스타일 보르도 와인. 10년 후에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와인이다. 2016년 또한 2018년과 함께 빼어난 품질의 빈티지로 꼽힌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85%, 메를로 12%, 쁘띠 베르도 3%. 

 

샤토 바따이 Chateau Batailley 1998

처음부터 드러나는 감초 등 복합적인 약재 향, 표고버섯, 말린 민트, 시가, 가죽 등 숙성 부케. 입에 넣으면 둥글둥글한 타닌이 잔잔한 산미와 함께 편안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는 순간 시음 적기에 올라왔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 드라이한 미감에 복합적인 풍미의 여운이 가볍게 남는다. 보르도의 1998년은 어려웠던 해로 기록돼 있지만 이 와인은 아직 정점에 있다. 샤토 바따이의 소유주가 이 와인을 테이스팅용으로 선택한 이유가 오프 빈티지도 이렇게 아름답게 숙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70%, 메를로 26%, 카베르네 프랑 3%, 쁘띠 베르도 1%. 블렌딩 비율과 식재 비율이 유사한데, 모든 품종의 포도를 큰 문제없이 수확해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샤토 바따이 Chateau Batailley 1989

영롱한 붉은 베리와 검은 체리 풍미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뒤이어 가볍게 스치는 스모키 미네랄과 스파이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농익은 타닌과 깔끔한 신맛, 드라이한 미감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 큰 스케일과 깊이감을 지닌, 고혹적인 부케부터 부드럽고 온화한 피니시까지 큰 감동을 주는 와인이다. 1989년은 일조량이 충분하고 건조한 해로 보르도 최고 빈티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수확시기까지 완벽한 날씨를 보여 이른 시기에 수확했고 생산량도 많았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76%, 메를로 22%, 쁘띠 베르도 2%. 

 

 

가심비 넘치는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 샤토 바따이(Chateau Batailley) - 와인21닷컴

샤토 바따이(Château Batailley)는 네고시앙을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한다. 또한 한국에는 2018년부터 하이트진로를 통해서만 독점 공급하고 있다. 더 많은 유통채널에서 손쉽게 판매할 수 있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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