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히 참석하게 된 클리프 레이디(Cliff Lede Vineyards) 시음회.

클리프 레이디 빈야드는 2002년 클리프 레이디가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Stags Leap District)에 설립한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다. 짧은 기간에 와인 애호가, 평론가 양쪽으로부터 상당히 높은 평을 얻고 있는데, 특히 그들의 아이콘 와인 포에트리(Poetry)가 2013년, 2018년, 2019년, 2021년 4번이나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으로부터 100점을 받았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와인들이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젭 더넉(Jeb Dunnuck),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안토니오 갈로니(Antonio Galloni) 등 여러 평론들로부터도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고급진 리플릿에 그들의 이야기가 간략히 소개돼 있다. 클리프 레이디의 아들 제이슨 레이디(Jason Lede)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듯. 와인메이커 크리스토퍼 타이난(Christopher Tynan)은 콜긴(Colgin)에서 5년 동안 와인메이커로 일했으며, 빈야드 매니저 데이비드 아브루(David Abreu)는 잉글눅(Inglenook)과 케이머스(Caymus)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자다. 게다가 미셀 롤랑(Michel Rolland)나 필립 멜카(Philippe Melka) 같은 최정상급 양조 컨설턴트들의 도움도 받았다.
핵심 근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명성 높은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 이곳의 21 헥타르 남짓한 포도밭에서 보르도의 레드, 화이트 품종들을 중심으로 와인을 만든다. 이외에 나파에서 비교적 서늘한 카르네로스(Carneros)에 35헥타르, 나파 북쪽의 칼리스토가(Calistoga)에 8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와인메이커와 포도밭 관리자부터 포도밭 위치까지 좋은 와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조건. 개인적으로 나파 밸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택스 립 빈야드라서 더욱 관심이 갔다. 개인 일정상 조금 무리였음에도 요 시음회에 참석한 이유.

지도를 보니 추가적인 호기심이 생겼다. 포도밭 구획들의 이름이 모두 유명한 노래 제목이다.

Born to be Wild, Whole Lotta Love,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몇 곡 빼고 다 아는 노래다.

오래된 노래만 있는 것도 아니고 Smelld Like Teen Spirit, Intergalactic 같은 비교적 최근(?) 노래도 있다.

지도 뒷면에 친절하게 노래를 부른 뮤지션 리스트까지 정리해 두셨다. 진짜 절반 이상 취저 노래들. 실제 클리프 레이디는 상당한 록 음악 마니아라고. 스포티파이에 가면 그의 플레이 리스트도 확인할 수 있다고.

내가 본 공지에는 간단히 포에트리의 비교 시음을 한다는 얘기만 있어서, 와인 테이스팅 중심의 간단한 행사일 줄 알았는데, 곁들일 음식도 상당히 푸짐하게 제공해 주셨다.

먹고 싶었지만 혹시나(?) 싶어 참은 석화,

카프레제,

연어와 아보카도까지..

레드 와인이 메인인데, 너무 화이트 중심 안주가 아닐까 싶었는데,

기우였다... 위 파스타 외에도 포모도로 파스타 한 종이 더 나왔고,

특수부위로 보이는 돼지고기구이와,

스테이크까지 제공... 맛도 상당히 좋아서 이후 일정이 없었다면 충분히 먹고 마셨을 텐데ㅠㅠ

하지만 역시 메인은 와인. 좋은 기회를 주셨으니 공들여 시음해야지.

와인은 총 다섯 종. 위 사진의 레드 와인 4종에 화이트 1종이 더 있다. 모두 보르도 품종 블렌딩. 클리프 레이디와 그의 아버지 모두 보르도 와인 마니아라서 자연스럽게 최고의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아버지 생신 파티에서는 3L짜리 샤토 라투르 1945(Chateau Latour 1945)를 오픈했다고;;;
클리프 레이디가 추구하는 와인은 우아함(elegance)과 힘(power)을 겸비한 와인. 한마디로 아름다운(beauty) 와인이다.

처음 마신 와인은 Cliff Lede, Napa Valley Sauvignon Blanc 2021.
처음에는 (스모키한) 미네랄이 강하다 싶었는데 금세 사라지고 나니 향긋한 노란 꽃과 후지 사과, 완숙 핵과, 레몬 크림 같이 향긋하고 달콤하면서도 우아한 풍미가 화사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밀도 높은 과일 풍미에 세이버리한 미감, 산뜻한 신맛이 무겁지 않은 첫인상을 선사한다. 기분 좋은 오크 뉘앙스가 과하지 않게 더해지며 시나몬 캔디, 소금을 곁들인 라임 같은 여운이 조약돌 미네랄과 함께 긴 여운을 선사한다. 큰 기대 없이 마신 화이트가 이렇게 훌륭하다니... 레드 와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91%, 세미용(Semillon) 8%, 소비뇽 베르(Sauvignon Vert) 1% 블렌딩. 서늘한 밤에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새벽에 와이너리로 운송해 저산소와 저온의 통제된 환경에서 보관한 후 부드럽게 전송이 압착한다. 발효는 프렌치 오크 92%,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6%, 콘크리트 에그 2%에서 저온 발효한 후 발효 전까지 효모 잔여물 위에서 숙성한다. 일부는 가끔 바토나주(batonnage)를 진행한다.

첫 레드 와인, Cliff Lede Cabernet Sauvignon Stags Leap District 2019. 자신을 댄(Dan)이라고 소개한 클리프 레이디의 관계자 대니얼 드폴로(Daniel Depolo) 씨는 클리프 레이디가 신생 와이너리인 만큼 제대로 스타일을 적립하고 좋은 와인을 만들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고 했지만, 사실 10여 년 전에 시음한 2008년 빈티지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유산향과 오크 바닐라가 더해진 첫인상은 블루베리, 프룬, 블랙커런트 등 완숙 과일 풍미와 매콤한 스파이스, 민트, 가벼운 토양 힌트가 더해진 복합적인 풍미로 변해간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타닌의 매끈한 질감, 신선한 산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구조감을 느끼게 한다. 드라이한 미감에 무겁지 않은 바디감 또한 플러스 포인트. 기본급 카베르네 소비뇽의 품질도 역시 상당하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 좋은 가격을 발견한다면 구매 의사 확실하다.
카베르네 소비뇽 82%, 메를로(Merlot) 8%,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7%,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3% 블렌딩. 60%는 자가 포도밭에서, 나머지 40%는 이웃의 포도밭에서 수급했다. 이른 새벽 수확한 포도를 최첨단 광학 선별기를 포함해 세 번에 걸쳐 엄격히 선별하며, 중력을 이용해 탱크로 조심스럽게 운반한다. 7일간 저온 침용(cold soak)을 거친 후 4~5주에 걸쳐 장기간 침용 및 발효한다. 그 과정에서 델레스타주(delestage), 펌핑 오버(pumping over), 펀칭 다운(punching down)을 적절히 진행해 부드러운 질감과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낸다. 프렌치 오크(38% new)에서 21개월 숙성한다.

Cliff Lede, Magic Nights Cabernet Sauvignon 2018. 포에트리 빈야드의 The Who의 노래 Magic Bus의 이름을 붙인 블록과 트윈 픽스 빈야드의 Moody Blues의 노래 Nights in White Satin의 이름을 붙인 블록의 포도를 사용해 양조한 와인이다. 매직 버스 블록에서는 얕은 화산토에 식재한 카베르네 소비뇽을 수급했는데 구조감, 농축미 등 고전적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의 특징을 보인다고. 나이츠 인 화이트 새틴은 메를로 블록인데, 고급스러운 아로마와 잘 익은 검은 과일 풍미, 부드러운 질감을 더한다고.
확실히 기본급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블랙커런트, 민트 같은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이 도드라지며, 매콤한 스파이스 또한 확연하다. 입에서도 촘촘한 타닌의 벨벳 같은 질감과 강건한 바디감이 강하게 어필하는 듯. 하지만 바이올렛 같이 향긋한 꽃향기와 섬세한 미감 또한 여전하다. 좀 더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클리프 레이디의 우아한 스타일은 잃지 않았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 92%, 쁘띠 베르도 5%, 메를로 3% 블렌딩. 서늘한 밤에 으깨짐을 최소화하기 위한 11kg 바스켓에 손 수확한 포도를 이른 아침 최첨단 광학 선별기와 손으로 포도알을 선별하는 핸드 선별 등 3단계로 엄격하게 선별해 중력을 활용해 작은 탱크로 부드럽게 운반한다. 5~8일까지 저온 침지 과정을 거쳐 펌핑 오버, 델레스타주를 적절히 병행하며 6주간 침용 및 발효한다. 이후 프렌치 오크(80%)에서 21개월간 숙성한다.

드디어 대망의 와인 로버트 파커 100점 와인, Cliff Lede Poetry Cabernet Sauvignon 2019. 포이트리 빈야드는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 서향의 가파른 언덕에 자리 잡고 가장 높은 고도에서 계곡 바닥까지 뻗어 있다. 갈라진 셰일 위의 얕은 화산 토양에 밀도 높게 식재한 나무에서 매우 적은 양만 수확해 풍미의 밀도를 높인다.
코를 대는 순간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러블리한 첫인상. 향긋한 붉은 꽃향기와 완숙한 붉은 베리, 체리, 블랙커런트의 은은한 풍미, 가벼운 정향 허브 힌트. 입에 넣으면 실크처럼 부드러운 질감에 산뜻한 산미, 가벼우면서도 존재감이 있는 섬세한 붉은 과일 풍미. 뭐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무엇도 거스르지 않는 맑고 순수한 기운이 우아하고 격조 높게 느껴지며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나파 카소 중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 충분히 100점 만점을 받을 가치가 있는 와인이다.
2019년 나파 밸리는 상당히 괜찮은 빈티지였다고(WA & WS 96). 서리 없이 균일하게 싹이 텄고 봄 내내 따뜻하고 화창했다. 여름은 온화하여 포도가 천천히 꾸준히 숙성되기에 이상적이었다. 초가을에는 따뜻하지만 덥지는 않은 날씨가 지속되어 포도가 숙성하기 적절했다.
카베르네 소비뇽 89%, 카베르네 프랑과 쁘띠 베르도 각 4%, 메를로 3% 블렌딩. 서늘한 밤에 으깨짐을 최소화하기 위한 11kg 바스켓에 손 수확한 포도를 이른 아침 최첨단 광학 선별기와 손으로 포도알을 선별하는 핸드 선별 등 3단계로 엄격하게 선별해 중력을 활용해 작은 탱크로 부드럽게 운반한다. 5~8일까지 저온 침지 과정을 거쳐 펌핑 오버, 델레스타주를 적절히 병행하며 6주간 침용 및 발효한다. 이후 포에트리 빈야드의 최고급 프렌치 오크(80%)에서 21개월간 숙성한다. 설명만 보면 양조 방법은 매직 나이트와 거의 유사한데 좀 더 고급 오크통을 사용하는 듯.

5년 더 숙성한 Cliff Lede Poetry Cabernet Sauvignon 2014. 의외로 잘 익은 씨간장 같은 숙성 뉘앙스와 함께 프룬, 절인 검은 체리, 완숙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등 검(붉)은 과일 향이 짙게 드러난다. 스월링을 하니 장미 같이 향긋한 플로럴 아로마도 피어나는 듯. 입에 넣으면 촘촘하지만 부드러운 타닌이 벨벳 같은 질감을 입 안에 코팅하며, 약간은 두툼한 바디와 구조감이 느껴진다. 2019 빈티지와는 다르게 완숙 검은 베리 중심에 발사믹 뉘앙스가 느껴지며, 이제 막 숙성 부케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의 느낌. 10년은 더 셀러링 해도 될 것 같다. 요것도 맛있었지만, 완성도를 떠나 내 취향은 확연히 2019 빈.
카베르네 소비뇽 87%,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 각 6%, 쁘띠 베르도 1%. 생산 방법은 2019 빈티지와 거의 유사한데, 새 오크 비율만 72%로 다소 낮다. 2014년 빈티지는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 덕에 싹이 일찍 돋아나고, 봄과 여름에도 온화한 날씨가 지속돼 기록적인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고. 다소 건조해서 열매가 작게 열려서 농축된 포도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장점. 수확기의 날씨도 좋았다고. 빈티지 평가 WA 93R, WS 95.

모두 인상적인 와인들이었다. 화이트 진짜 좋았고, 레드 중에서는 가격을 고려하면 기본급, 가격 상관없으면 포에트리 2019가 마이 픽. 근데 매직 나이츠가 전반적으로 인상적이었고 2014 빈도 나쁘지 않았다.
나파는 정말... 원래 빼어난 지역이지만 취향까지 맞아버리면 장난 없다. 또 좋은 와인을 알게 되었네.
그리고,

시음 장소였던 탭샵바 청계점.
종각역과 종로3가역, 을지로입구역, 을지로3가역에서 거의 엇비슷한 거리다. 결론은 버스나 택시를 타세요(?).

요렇게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입구가 보인다.

와인을 탭으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라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내부에는 안 들어가 봤는데 제법 다양한 와인들이 있는 듯. 보틀로 구매해서 마셔도 콜키지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주변 직장인들이 저녁에 간단하게 와인 한 잔 마시기 좋을 것 같다.

와인 값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콜키지 없이 매장에서 마실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

굴은 시즈널 메뉴인 것 같은데,

제법 실하다. 못 먹은 굴이 새삼 아쉽게 느껴지는...

메뉴도 다양하다.

가격대도 양도 다채로워서 괜찮은 듯. 2차로 오기도 좋을 것 같고.

한쪽에서는 Jacob's Creek 이벤트 부스가 차려져 있었다. 노랑노랑한 것이 커엽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일상의 음주 >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와인 & 사케 (0) | 2025.11.29 |
|---|---|
| 도멘 데 콰트르 세종, 부르고뉴 에피뇌유 2020((Domaine des Quatre Saisons, Bourgogne Epineuil 2020) (0) | 2025.11.24 |
| Alexandre Burgaud, Brouilly 2020 / 알렉산드르 뷔고, 브루이 2020 (1) | 2025.10.28 |
| Idlewild, Cortese 2018 / 아이들와일드, 코르테제 2018 (1) | 2025.10.20 |
| 2025 조지아 와인 페스티벌 후기 (2) | 2025.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