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음주/와인

와인들 @ 빠넬로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4. 6.




작심하고 만난 날.





먼저 미국 비오니에와 비오디나미 샴페인.





워싱턴주의 기인 찰스 스미스(Charles Smith)가 만드는 비오니에. 찰스 스미스는 9년 동안 락밴드를 하는 등 세계를 떠돌면서 와인과 미식을 익혔다. 1999년 워싱턴주에 작은 와인숍을 연 후 자동차 여행을 하다가 왈라왈라 밸리에서 프랑스인 와인메이커 크리스토프 바롱(Christophe Baron)을 만나 최고의 시라(Syrah)를 만들기로 의기 투합한다. 그렇게 설립된 와이너리가 케이빈트너스(K Vintners). 동일 지역 여러 밭에서 포도를 블렌딩해 만드는 시라 외에 몇 가지 싱글 빈야드 와인들을 생산한다. 이외에도 찰스 스미스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숙성 없이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하는 Charles Smith Wines, 피노 그리지오를 생산하는 ViNO, 친구인 찰스 비엘러(Charles Bieler)와 함께 만든 Charles & Charles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이 비오니에는 케이빈트너스의 와인. 





K Vintners, Charles Smith Viognier Lawrence Vineyard 2013 / 케이 빈트너스 찰스 스미스 비오니에 로렌스 빈야드 2013 

고소한 견과, 코코넛 같은 향이 가볍게 감돌며 열대과일과 살구, 자몽 껍질 같은 톡 쏘는 느낌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열대과일 사탕 같은 단향과 야쿠르트 같은 유산향도 드러난다. 약간의 유질감이 느껴지는 주질은 매끈하며 잡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풍미, 밸런스 또한 환상적이다. 화사한 아로마에 비교적 높은 알코올(14%)로 인한 hot한 인상과 영롱한 미네랄과 날선 구조로 인한 cool한 뉘앙스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와인이랄까. 2013년은 2003년 이후 가장 더웠지만 수확기에 서늘해서 완숙하지만 퍼지지 않은 포도를 얻을 수 있었다고.





처음 만나는 자크 셀로스(Jacques Selosse). 샹파뉴에서 가장 명성 높은 RM생산자로 꼽힌다. 현 소유주이자 와인메이커 안셀름(Anselme)은 최대한 늦수확하여 과일을 완숙시키고 말로락틱 발효를 하지 않으며 도자주를 최소화하는 등 자신만의 명확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부르고뉴적인 방법론과 유사하게 35개의 샤르도네 재배 플롯을 모두 개별 숙성하는데 도멘 르플레브(Domaine Leflaive)의 오크통만을 사용한다. 최근엔 아들인 기욤(Guillaume)이 양조에 참여하고 있다고. 


(불어를 읽기는 어렵지만 대략) 품종은 아비즈(Avize)의 샤르도네. 1986년부터 누적하여 솔레라(solera) 방식을 사용한다. 새로운 와인을 맨 윗단에 붇고 매년 일정량을 아랫단 오크통에서 빼서 병입하는 솔레라 방식은 빈티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해당 와인의 특징을 일관적으로 드러내기 용이하다. 연간 생산량은 3,000병. 검색해 보니 매년 솔레라에서 22% 정도를 뽑아 병입하며 5~6년 정도 리와 함께 숙성한다. 요 보틀은  2015년 4월 데고르주망했으니 대략 2010년 전후에 병입했을 듯. 

 




Jacques Selosse, Substance Chardonnay Grand Cru Blanc de Blancs Brut / 자크 셀로스 섭스땅스

꾸릿한 이스트, 자몽의 달콤새콤쌉싸래한 향, 레몬 제스트, 이스트 풍미. 입에 넣으면 친근한 산미가 가장 먼저 맞이한다. 핵과, 오렌지 풍미, 겹겹이 둘러쳐진 레이스를 연상시키는 오묘한 산화 뉘앙스. 피니시의 꿀 같이 달콤한 느낌과 입안을 가득 채우는 산미가 어우러져 대단히 긴 여운을 선사한다. 비교하는 게 적절하진 않겠지만 앞의 화이트가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다면 이 와인은 복합적이고 미묘하달까. 쉽게 표현하기 어렵다.






이번엔 레드. 부르고뉴(Bourgogne)와 보르도(Bordeaux)의 수준급 와인들이다.





2007년 프랑스 여행의 추억이 담긴,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직접 구매한 Ex-Cellar 와인이다. 베스트 빈티지에 엑스-셀러, 그리고 셀러에만 고이 모셔 둔 녀석이니 코르키만 아니면 상당히 좋은 상태일 거라 기대를 많이 했다. 그 결과는...



생산자인 그로 프레르 에 쉘(Gros Frere & Soeur)은 본 로마네의 유럭가문 그로 패밀리의 일원이다. 현재 그로 프레르 에 쉘을 이끌고 있는 베르나르(Bernard)는 장 그로(Jean Gros)의 아들로 도멘 미셀 그로(Domaine Michel Gros)를 운영하는 미셀의 친동생이며 도멘 안 그로(Domaine Anne Gros)의 안느와는 사촌 지간이다. 그로 패밀리에 대한 기사 참고.


요 와인은 클로 부조(Clos Vougeot) 그랑 크뤼인데 "뮈지니(Musigni)"라는 리외-디(lieu-dit) 명이 붙어 있다.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의 그랑크뤼 뮈지니(Musigny)와는 마지막 철자가 다르다. 알다시피 클로 부조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큰 그랑 크뤼이며 소유주만 8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끌로 부조 "뮈지니"는 샹볼 뮈지니 그랑크뤼 뮈지니와 도로를 경계로 인접한 구획으로 끌로 부조 상단의 좋은 끌리마(climat)로 알려져있다.  




끌로 부조 지도. ①로 표시된 곳이 그로 프레르 에 셀의 "뮈지니" 구획이다.





빠넬로 쉐프님께서 특별히 잘토 부르고뉴 잔을 준비해주셨고(감사합니다!) 변대인이 리델 소믈리에 블랙타이 잔을 준비해 와서 둘 간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둘의 장(단)점이 확연히 달랐는데 잘토는 향이 좀더 집중도있게 드러나는 대신 직선적으로 뿜어져나오는 느낌이고 리델은 처음부터 화사하면서도 섬세하고 복합적인 향이 표현되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리델 승. 하지만 잘토 잔 또한 시간이 가면서 미묘한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살아났다. 확실히 좋은 잔들이다.



Gros Frere & Soeur, Clos Vougeot "Musigni" 2005

제법 깊은 토양 내음과 버섯, 감초, 홍삼 등 숙성으로 유래된 부케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이에 더해지는 이탄 같은 스모키함과 정향, 민트 같은 화한 허브, 가벼운 스파이스, 삼나무, 토스티 오크. 입에 넣으면 체리, 라즈베리 풍미에 커런트 힌트 등 붉은 과일 풍미가 명확하며 시간이 지날 수록 예쁘게 살아난다. 미디엄풀 바디에 맑고 깨끗한 인상, 영롱한 미네랄, 피니시에서는 완숙 과일의 달콤함이 섬세하게 표현된다. 매우 맛있었지만 추가 숙성 여력 또한 충분하다. 


이제 07년 프랑스 여행 때 사온 와인은 Domaine Michel Gros, Vosne-Romanee 1er "Clos des Reas" 2005뿐이다. 언제쯤 마셔야 할까...


 



보르도 우안의 샤또 앙젤뤼스(Chateau Angelus). 앙젤뤼스라는 이름은 원형 극장처럼 생긴 지형의 한 가운데 위치한 포도밭에서 주변에 위치한 세 교회의 종소리가 증폭되어 들렸던 것에서 유래한다. 이름과 레이블의 종은 이를 상징하는 것이다. 


1996년 그랑크뤼 클라세에서 그랑 크뤼 클라세 B(Premier Grand Cru Classe B)로 승격한 데 이어 2012년엔 드디어 그랑 크뤼 클라쎄 A에 올라 샤토 오존, 샤토 슈발 블랑 등과 어깨를 나란히하게 되었다. 오너인 위베르 드 부아르 드 라포레(Hubert de Bouard de Laforest)는 사토 발랑드로(Chateau Valandraud)의 장 뤽 뛰느뱅(Jean Luc Thunnevin), 르 팽(Le Pin)의 자크 티엔퐁(Jacques Thienpont) 등과 함께 보르도 우안의 기인 중 한명으로 꼽힌다. 보르도의 와인 집안에서 태어나 에밀 뻬노(Emile Peynaud) 등에게 수학했으며 1980년 가족이 사들인 샤토 안젤뤼스에 합류했다. 1980년대부터 미셀 롤랑(Michel Rolland)에게 컨설팅을 받기 시작한 후 품질이 급격히 상승했다. 1987년부터는 포도 수확량을 낮추고 고품질 포도를 철저히 선별했으며 2nd wine의 개념을 도입해 Grand Vin의 품질을 높였다.  또한 저명한 평론가 미셀 베땅(Michel Bettane)과 함께 부르고뉴 도멘들을 둘러보고 그 기법들을 양조에 적용했다. 파셀 별로 나누어 수확/양조하고 포도 줄기까지 발효에 이용하며 오픈 뱃(open vat)에서 발효한다. 보르도 최초로 작은 100% 새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유산 발효를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리 스티어링(lees stirring)과 장기간 리 숙성을 진행한다. 식재 면적은 39ha이며 메를로(Merlot) 5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47%, 나머지 3%에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심어져 있다.


앙젤뤼스는 대회 이미지 확립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1990년 이름을 L'Angelus에서 Angelus로 바꾼 이유도 알파벳 순 리스트에서 맨 첫번째로 올라가기 위해서라고. 1996년 그랑 크뤼 클라쎄 B 승급 때는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 와인 협회 회장이었기 때문에 구설수가 있었다. 앙젤뤼스 1982년 빈티지는 <007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의 작업주(!)로 나오기도 했다고.





Chateau Angelus 2006 Saint-Emilion / 샤토 안젤루스 2006

검보라빛 감도는 짙은 루비 레드. 말끔한 검은 베리와 프룬, 삼나무, 바닐라 오크, 가볍게 토핑되는 구운 고기 같은 힌트.  입에 넣으면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 완숙된 검은 베리 풍미의 발사믹한 풍미가 벨베티한 질감에 실려온다. 나이스한, 세련된 스타일에 엿기름 같이 친근한 달콤구수한 뉘앙스, 민트 허브와 초컬릿 피니시. 10년이나 지났는데 외관부터 향기, 풍미와 미감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젊고 생생한 느낌이다. 10년 이상 더 묵혀야 한다.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 와인으로는 디즈노코 토카이 아수 5 푸토뇨스 2006. 1732년에 1er Cru Classe 등급을 받았단다. 현재는 악사 밀레짐(AXA Millesimes) 소속인 듯. 앞의 와인들에 홀리고 취해서(?!) 대충 먹었음에도 맛있게 마셨다.





Disznoko Tokaju Aszu 5 Puttonyos 2006 / 디즈노코 토카이 아수 5 푸토뇨스 2006

호박엿, 마른 김, 민트 등의 허브, 말린 생강 같은 스윗 스파이스. 입에 넣으면 오렌지 잼과 오렌지 껍질 같이 달면서도 쌉쌀한 뉘앙스. 입에 넣으면 살구쨈, 보리수 음료, 파라핀 같은 미네랄. 오묘하게도 피니시에 드라이한 인상이 은근하게 남는다. 리터 당 잔당이 120g 수준이니 당연히 엄청 달콤한 스위트 와인이지만 아마도 깔끔한 산미와 똑 떨어지는 풍미 덕에 그렇게 느낀 듯. 풀 바디에 밸런스가 좋고 편안하다. 





너무나 맛있는 빠넬로의 음식들.




내 사랑 소시지. 빠넬로에서 직접 만드는 걸로 알고 있다.




족발로 만드는 코테키노.. 바닥에 깔린 렌틸콩이 신의 한 수다.





1kg 티본 스테이크... 두 말 하면 잔소리. 플레이팅이 독특하다^^;;






좋은 음식과 함께 와인의 감동을 흠뻑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빈말이 아니다.




20170328 @ 빠넬로 (상수)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