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청담동 가디록(GADIROC)에서.
늦었더니 이미 화이트 와인이 한 병 디캔터에 담겨져 있었다(사진을 못 찍었네...). 이날의 컨셉은 '블라인드'였으나 흐지부지되었는데 몇몇 와인만 눈 먼 상태가 유지되어 재미를 더했달까.
Recaredo, Cava Brut de Brut Finca Serral del Vell Brut Nature Gran Reserva 2006
레카레도 까바 브뤼 드 브뤼 핀카 세랄 델 벨 브뤼 나뛰르 그랑 레제르바 2006
헐, 스페인... 그것도 까바였음;;; 기포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스파클러일지는 생각도 못 했는데. 원래 기포가 적은 스타일인 데다 디캔팅해서 잔에 따라 놓으니 기포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음(게다가 화이트라고 단정한 선입견이 강했겠지...). 완전히 속았음 ㅋㅋㅋㅋ
까바를 만드는 대표적 토착품종 셋 중 자렐로(Xarel-lo) 53%, 마카베오(Macabeo) 47%를 블렌딩했다. 숙성기간은 105개월(8년 9개월). 데고르주망은 16년 3월 4일. 알트 페니데스(Alt Penedes) 지역 빼어난 석회질 토양(Calcareous) 의 단일 포도원의 포도를 손수확하여 양조의 전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리들링도 손으로, 데고르주망도 프리징 없이 손으로 진행했다고.
사실 지난 주에도 와인북카페에서 레카레도 까바를 마셨더랬다.
바로 요거... 이날 마신 까바의 윗급이라고.
두 번째 와인은 평범한 부르고뉴....... 가 아니었다.
상단의 명확한 모노뽈(MonoPole) 표기. 그리고 부르고뉴 아래 "꼬또 드 디종(Coteaux de Dijon)".
꼬또 드 디종은 와인 생산지로서의 디종을 재발견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일종의 프로젝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르고뉴 와인의 수도처럼 인식되는 곳이 디종이지만, 실제 디종에서 나오는 와인은 없다. 하지만 1~2세기 전만 해도 디종에서도 빼어난 와인이 나왔었다고. 꼬또 드 디종은 와인 생산지로서 디종의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그랑크뤼 길(La Route des Grands Crus)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듯. 현재는 독자적 AOC를 취득하지 못해 AOC Bourgogne Coteaux de Dijon이지만 10년 내에 AOC Cote de Dijon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수입사 배리와인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와인이 나오는 곳은 2013년 디종 시가 매입한 8ha의 포도밭으로 마르사네(Marsannay) 언덕 너머 Dijon과 Plombieres-les-Dijon, Corcelles-les-Monts에 걸쳐 있다. 400~450m의 고도에 위치한 5ha의 피노 누아(Pinot Noir)는 1983년에 식재되었고. 3ha의 샤르도네(Chardonnay)는 1985년에 식재된 것으로 모두 진흙석회질에 자갈이 깔려있는 싱글 빈야드.
와인메이커인 마크 소야르(Marc Soyard) 또한 이 프로젝트를 위해 영입된 사람으로 디종시는 지원 자격으로 아래와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1. 유기농으로 재배할 것,
2. 가족 경영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것
3. 교육적, 문화적 목적으로 도멘을 대중에게 공개할 용의가 있을 것
4. 대지와 와이너리등의 시설비에 대한 대가로 매년 Dijon시에 2,000병의 와인을 공급할 것 등
자신 소유의 포도밭을 소유하지 않은 젊은 메이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인데 이렇게 선정된 사람이 바로 마끄 소야르. 장-이브 비조(Jean Yves Bizot)와 함께 6년을 일한 신예다.
보르도 주머니에 담긴 보르도 형태로 보이는 보틀. 섬세하게 주둥이까지 가려와서 '병믈리에(?!)' 짓은 못하겠....
결과는,
팔레오(Paleo)... 품종은 까베르네... 프랑 100%.
응? 이렇게 매끈하게 다듬어진 까베르네 프랑이라니... 까프는 원래 좀 그리니하고 캠시컴하고 그렇지 않나효;;
이렇게 세련되고 우아하게 만들기 있기 없기? 좋은 와인 만들어도, 먹여줘도 GR인가...
Le Macchiole, Paleo 2007 Toscana / 르 마키올레 팔레오 2007
2000년까지는 보르도 블렌딩으로 생산되다가 2001년부터 까베르네 프랑 100%로 변경되었다고. 2012년 빈티지의 테크니컬 노트를 보니 그루 당 포도 생산량은 800g으로 극단적으로 낮으며 프렌치 오크(새 오크 75%)에서 20개월 숙성했다. 2007년도 아마 유사한 스펙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볼게리 지역을 대표하는 카베르네 프랑. 참고로 르 마키올레에서는 메를로(Merlot) 100% 와인도 만드는데 투아 리타 레디가피(Tua Rita Redigaffi), 오르넬라이아에서 만드는 마세토(Masseto) 등과 함께 대표적인 (엄청 비싼) 토스카나 메를로로 손꼽힌다.
이번엔 샴페인.
그런데 왠 월드컵 트로피가 병목에...
Champagne Taittinger Brut Reserve NV / 샴페인 떼땅져 브뤼 레제르브 NV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에디션으로 만들어진 '떼땅져 브뤼 리저브'다' 레이블을 자세히 보면 축구공들이 홀로그램처럼 둥둥 떠다닌다. 뭐, 그렇다고 내용물이 다른 것 같지는 않고.... ㅋㅋㅋ 평상시보다 구운 빵 같은 토스티한 뉘앙스가 조금 강하게 드러났고 약간의 커피 힌트도 느껴졌다. 시트러스의 섬세한 향과 산미, 핵과 뉘앙스에 버블도 부드럽고 미감 또한 둥글게 다듬어진 느낌. 입에 촥촥 붙어 마시기 좋았다.
35종 이상의 와인이 블렌딩되었으며 샤르도네 비중이 40%로 논 빈티지 샴페인 치고는 높은 편이라고.
마지막 와인이자 세 번째 블라인드.
디캔터에 담겨져서 나왔다. 음, 그런데 색상만 보아도 상당히 오래된 화이트, 혹은 내추럴 계열의 와인, 혹은 주정 강화.
요건 메모를 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산화된 뉘앙스가 강한 화이트 와인이었다. 알코올의 느낌이나 스타일로 보아 주정 강화는 아닌 듯 했고 다만 오래 되었거나 보관상의 이슈로 인해 산화된 와인이다. 처음엔 그닥 마시고 싶지 않은 풍미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 뉘앙스와 약간의 말린 과일 풍미, 이스트와 너티 뉘앙스가 오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뭔가 자꾸 땡기는 매력을 드러냈다. 음... 역시 난....
Leeuwin Estate, Prelude Vineyards Margaret River Chardonnay 2000 / 르윈 에스테이트 프렐루드 빈야즈 마가렛 리버 샤르도네 2000
그 유명한 아트 시리즈의 아랫급 와인이다. 아무래도 숙성 잠재력이 아트 시리즈 샤르도네에 비해 적기 때문에 이미 시음 적정기를 완전히 지났지만 그럼에도 제법 마실 만은 했다. 마치 일부러 과숙성 시킨 것 처럼.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 ㅇㅅㅎ님께 감사~ 역시 이상한 와인 모임. 와인이 이상하거나 사람이 이상하거나? ㅋㅋㅋ
특히 꽁떼(Comte) 치즈와 함께 하니 진짜 좋았다는. (ㅅㅈ누님 생유~)
아래는 가디록에서 먹은 음식들.
빵과 버터.
아뮤즈 부쉐.
샐러드. 흑미를 튀겨 올린 게 신의 한 수.
요거 이름이 뭐더라...
관자와 새조개.
당근인데 당근 같지 않았던 크리미한 슾.
볼로네제 생면 파스타.
양갈비.
맛뵈기로 주신 오리.
디저트.
만족스러운 저녁이었음. 와인도, 늘 만나던 분들도, 새로 만난 분도 모두.
다음에 또.
20170412 @ GADIROC(청담)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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