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WSET LEVEL 4, Diploma 설명회에 다녀왔다. 현 상황에서 한국 거주자들이 디플로마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간략히 알려주는 클래스.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니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지엄한 현실의 벽 이랄까.
강사는 현재 디플로마 보유자인 박수진 WSA원장님. 신동와인 계실 때 처음 만났었다. 국내에서 세 번째로 디플로마를 취득하셨는데 아직 국내 디플로마 취득자가 열 명도 안된다고. 이왕이면 10위권 안에 드는 게 좋지 않겠냐며 뽐뿌를 하셨지만... ㅠㅠ
WSET 디플로마란 쉽게 말해 마스터 오브 와인에 응시할 수 있는 기본 인증이다. 즉, 마스터 오브 와인이 되고 싶으면 무조건 취득해야 하는 인증. 박수진 원장님은 이왕이면(특히 나이가 젊다면) 레벨4가 아닌 마스터 오브 와인을 목표료 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레벨 4는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라는 것. 경유지라도 좀 가 봤으면 좋겠...
당연히 WSET Level 3 교육을 수료하고 인증을 받은 사람만 자격이 있다. 레벨3 중에서도 자국어로 응시한 인터내셔널 하이어 인증서(WSET International Higher Certificate)로는 디플로마 교육을 받을 수 없다. 반드시 어드밴스드 인증서(WSET Advanced Certificate)가 있어야 한다. 단, 아래에 해당하는 경우 어드밴스드 인증 없이도 디플로마 교육을 받을 수 있다.
- 기타 다른 와인 교육 기관의 동등 수준 교육을 수료한 사람이 런던 본원에 해당 인증으로 수강이 가능한지 문의하여 OK를 받은 경우.
- 디플로마 엔트리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한 경우. 이 경우 Level 3 인증서는 나오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 디플로마 통과 시험은 레벨3와 마찬가지로 모두 영어로 보기 때문에 유창한 영어가 필수다. 레벨3때 보다 '훨씬 길고 상세하게 빨리' 적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한 내용이 바로 글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
WSET 교육 레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WSA 홈페이지 참고. 아래는 세미나에서 들은 내용을 쭉 정리했다.
WSET 디플로마 교육을 받으려면?
현재 한국에는 디플로마 과정이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을 받으려면 당연히 해외에서 받아야 한다. 영국에는 본원이 있는 런던을 비롯하여 주요 도시들에 교육기관이 개설되어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홍콩 등 주로 영어권 국가에 교육기관이 많이 개설되어 있으며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비영여권 국가에도 있다. 그리고 꼭 현지에 체류하지 않아도 각 기관에서 개설한 디스턴스 러닝(Distance Learning), 그러니까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다만, 온라인 강의를 들어도 시험과 최소한의 (테이스팅) 수업을 위해 최소 5번은 교육기관이 있는 도시를 방문해야 한다. 희소식이라면 작년에 한국에 방문한 런던 본원 담당자가 '3년 내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는 것. 3년이라, 섣불리 해외로 뜰 수 없는 나 같은 사람은 기다려 볼 만한 기간이다.
참고로 비영어권, 특히 유럽 등의 와인 업계에 취업을 하고 싶다면 해당 국가의 프로그램(대학 등)을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고민 후에 선택해야 한다.
어쨌거나 지금 바로 디플로마에 도전하려면 결국 해외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박수진 원장님은 런던 본원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셨다. 본인이 런던 본원 출신기이도 하거니와, 이왕 교육을 받을 거라면 런던 본원이 가장 좋다는 것. 런던 본원엔 저명한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들이 많아 그들과 함께 테이스팅 세션을 갖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짜피 교육 내용은 디테일하게 들어가지 않고, 트렌드에 대한 설명이나 토론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세부적인 공부는 알아서 해야 하니까.
교육 기간과 비용은?
일단 디플로마를 취득하는 데는 대략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가 소요된다. 교육기간은 1년 반이지만 6개의 시험을 모두 한번에 패스하지 못하면 재시험을 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마지막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 합격률이 매우 낮다!). 교육비는 3,660 파운드, 환율 1,500원 기준 550만원 정도다. 하지만 비자발급 비용과 생활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비자는 WSET 프로그램만으로는 수업시간 부족으로 학생 비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어학과정 등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더 들어야 한다. 물론 워킹 비자를 받을 수 있다면 최선. 수입사 등 업계 종사자들은 고려해 볼 만 하다. 생활비 또한 영국의 높은 물가를 생각하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왠만한 재력이 아니면 결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고.
교육형태는 크게 네 가지다. 네 과정 모두 교육비는 3,660파운드로 동일.
① Day Release Semester: 8시간, 1~2주 1회 수업
② Friday or Saturday Release Course: 33회 × 4시간
③ Evening Course: 주 1회 2시간, 11~13주
위 과정들은 주1 회 이상 수업에 참석해야 하므로 현지에 거주할 수 밖에 없다. 현지에 거주하기 어려운 사람의 경우는 네 번째 방법이 있다.
④ Block Release Semester Course: 총 8회 방문
- semester 1. 5 days & 4 days + 시험 2회 방문 (4회 방문)
- semester 2. 5 days & 3 days + 시험 2회 방문 (4회 방문)
하지만 과정 중 8번이나 영국(혹은 다른 국가)를 방문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아무래도 온라인 강의다.
⑤ Online Study: 총 5회 방문
- semester 1. 2일 수업+Unit 2 시험, Unit 6 시험 (24주, 총 2회 방문)
- semester 2. 1일 수업, Unit 4 & 5 시험, Unit 3 시험 (28주, 총 3회 방문)
학비도 2,458파운드로 비교적 저렴하다. 문제는 온라인 강의라 해도 5번은 현지에 가야 한다는 것. 또 다른 문제는 테이스팅을 제공하는 자료(리스트)를 보고 알아서,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 시음은 물론 공부도 스터디 그룹을 구성해서 서로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강의로 디플로마에 도전한다 하더라도 홍콩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 실제로 최근 디플로마에 도전하는 분들은 홍콩(AWSEC)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홍콩에도 이브닝 프로그램과 블럭 릴리즈 등이 개설되어 있고 온라인 강의도 물론 수강할 수 있다. 한국에서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 기준 5번 정도의 왕복은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비교적 감당하기 용이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홍콩을 왔다갔다 하며 블럭 릴리즈 정도를 수강하는 게 어떨까 싶기도.
홍콩 AWSEC 디플로마 코스 소개 사이트: 클릭
디플로마 교육 과정
디플로마 과정은 총 6개의 Unit으로 구성되어 있다.
Unit 1. The Global Business of Alcoholic Beverage
Unit 2. Wine Production
Unit 3. Light Wines
Unit 4. Spirit
Unit 5. Sparkling Wine
Unit 6. fortified Wine
그중 가장 먼저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것은 와인생산(Unit 2. Wine Production)으로 객관식 100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합격율이 90% 이상일 정도로 쉽기 때문에 다들 이때까지는 의기양양하다고. 두번째 유닛인 글로벌 주류 비지니스(Unit 1. The Global Business of Alcoholic Beverage)도 미리 과제와 에세이의 주제를 알려주기 때문에 열심히 외워서 엄청 쓰면 아주 어렵지는 않다고 한다.
Unit 1. 에세이 과제 예시로 와인 브랜딩에 대한 에세이가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문법 및 구조 20%, 와인 브랜드의 정의 30%, 성공적인 와인 브랜딩 30%, 장단점 20% 채점 비중을 부여했다. A4 기준 10페이지 정도 써야 하는데 결국 준비의 문제라 아주 큰 어려움은 아니다. 엉프리머(En Primeur)에 대한 문제도 나온 적이 있다고. 참고로 디플로마 공부를 시작하면 기출문제들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 나왔던 문제 유형들을 확인할 수 있으니 시험 공부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 듯.
Unit 1. 시험 예시로는 부르고뉴의 네고시앙에 대한 문제가 나왔는데 3가지 정도의 세부 디렉션은 시험장에서 제시된다. 그러니 준비를 꼼꼼히 잘 해 가야 제시하는 디렉션에 맞춰 문제를 풀 수 있다. 어쨌거나 대주제는 알 수 있으므로, 준비만 많이 하면 어느 정도는 쓸 수 있을 듯.
WSET는 영국에 본원이 있는 교육기관 답게 양조나 재배보다는 마케팅과 현재 트렌드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교육 및 시험에도 이런 경향이 반영되어 있는 듯. 생산은 객관식으로 퉁쳐버리고 비즈니스는 그래도 과제와 에세이를 쓰니까. 따라서 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깊이로 가급적 넓게 아는 것이 중요하고, 와인 잡지 등을 많이 읽어 최신 이슈와 트렌드를 익혀야 한다.
3,4,5번째 유닛은 주요 주류 카테고리들에 대한 교육이다. 스피릿, 스파클링 와인, 그리고 주정강화 와인.
- Unit 4. Spirit
- Unit 5. Sparkling Wine
- Unit 6. fortified Wine
시험은 이론 3문제, 시음 3종이 출제된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다. 어마어마한 범위에서 딸랑 세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한 문제만 버벅대도 위험하다. 게다가 문제의 유형이 아래와 같이 딸랑 주제어 하나 제시하면 아는 거 다 써야 하고 촘촘히 쓸 수록 유리하다.
Unit 6. Fortified Wine 시험 예시
1) Symington Family Estate
2) Touriga Nacional
3) Sanlucar de Barrameda
한마디로 주제어에 관련된 걸 통으로 다 외워야 한다. 게다가 품종, 지역 뿐 아니라 주요 생산자까지 나온다. 범위가 어마어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테이스팅과 합산하여 채점하므로, 테이스팅만 적절히 잘 하면 합격률을 올릴 수 있다. 그나마 다음 유닛보다 쉬운 이유. 하지만 그러려면 자체적으로 테이스팅 세션을 열심히 해야겠지.
대망의 마지막 유닛, 라이트 와인(Unit 3. Light Wines)이다. 전 세계 모든 와인들을 총 망라하는 과목으로 당연히 문제의 범위가 대단히 넓다. 단순히 이론 뿐 아니라 최근의 이슈, 문제점, 트렌드 등 모든 지식을 총망라해야 한다. 이론은 총 7문제가 주어지는 데 그 중 1문제는 필수이고 4문제를 선택해서 총 5문제를 풀어야 한다. 테이스팅은 총 12종으로 이 역시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 유닛은 이론과 시음을 별도로 채점하기 때문에 하나를 매우 잘 봐도 다른 하나에서 패스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런 경우 패스하지 못한 이론 혹은 시음은 추가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간은 각각 3시간이 주어지는데 상당히 모자란다고.
이 유닛은 공부할 것도, 시음할 와인도 많기 때문에 스터디 그룹을 구성하는 것이 거의 필수에 가깝다. 공부도 공부지만 혼자 그 많은 와인을 다 구매해서 마시긴 어려울 테니. 그리고 잰시스 로빈슨의 <The Oxford Companion to Wine>이 대단히 큰 도움이 된다. 거의 사전처럼 옆구리에 끼고 살아야 한다고. 요건 디플로마 수강신청을 하면 부교재격으로 제공하니까 디플로마 교육 예정자는 따로 살 필요는 없다. 물론 미리 공부하려면 사 두는 것도 좋겠지만.
교육을 시작하고 3년 이내에 모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수강을 해야 하니 시간과 비용이 배 가까이 들게 된다. 역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유닛 3. 살짝 나왔는데 다른 유닛들은 모두 50% 이상, 높게는 90%대의 합격율을 보이지만 '유닛 3 이론 시험'은 30% 언저리에서 깔딱대고 있다. 아마 비영어권 학생들에게는 더욱 어려울 듯.
디플로마도 레벨 3과 같이 통과자에게 등급을 준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Pass다. 높은 점수로 통과하면 더욱 좋겠지만...
- 75% 이상 Distinction
- 65% 이상 Merit
- 55점 이상 Pass
마지막으로 Q&A 세션. 이미 강의 내용에 포함된 내용이 많았으므로 많이 받았던 질문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주셨다.
일단 한국 도입 시기는 앞에 언급된 것처럼 3년 이내에 도입을 검토중이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들어올 것은 확실하니 해외에 나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기다려 보는 것도 좋겠다.
- 디플로마 취득 후에는 주로 교육, 언론 쪽으로 많이 진출한다. 와인업계 경력이 뒷받침되면 승진이나 좋은 처우에 플러스 요소가 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수입사 등 유통업계에 취직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경력이 전무한 경우에는 등용문의 요소가 될 수 있고 해외 취업에는 없는 것 보다는 확실히 유리하다. 런던 등 유럽에는 디플로마 보유자가 많지만, 아직 아시아에는 디플로마 보유자가 부족하기 때문. 그리고 WSET 레벨3 강의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디플로마가 있어야 한다.
- 디플로마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레벨3에 준하는 인증이 있어야 하며 이는 영국 본원에서 판단한다. 소펙사(SOPEXA) 수상 경력 등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으며 교육 방향도 많이 달라 보인다.
- 디플로마를 등록하면 기존 출제 문제들을 검색할 수 있다. 당연히 공부할 때 참고하는 것이 좋다.
- 온라인과 참석수업을 병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온라인 절반-참석수업 절반은 안된다는 얘기.
- WSET가 통용되는 나라에서는 디플로마가 제법 유용해 보인다. 다만 해당 국가에 눌러앉고 싶으면 해당국의 학사 학위가 더 나을 수 있으니 근무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위에 언급한 대로 교육 시작 후 3년 이내에 모든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재등록을 해야 하는데 비용은 확인이 필요하다. 조금 더 저렴할 수는 있겠지만... 거의 다 받는다고 봐야겠지ㅠㅠ
- 재배나 양조는 중점을 두지 않으므로 그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프랑스 등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 '공부를 할때는 트렌드 트렌드 트렌드!! 정말 중요하다. 단순히 원론적인 이론만의 이슈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고 강조하셨다.
일단 설명회에 참석하고 나니 대충 의문이 풀렸다. 이제 결심하고 준비할 일만 남았다.
각자의 처지에서, 각자에 맞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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