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첫날 저녁으로 가볍게 치킨.
맥주도 가볍게, 레이블은 산뜻하게.
덴마크의 집시 브루어리 투올(투욀, TO ØL)이 독일 라이프치히 부근에서 16세기부터 양조되어 왔던 로컬 비어인 고제 스타일로 만든 맥주다. 20세기에 세계대전과 동독 공산화의 영향 등으로 잠깐 명맥이 끊겼다가 1990년대 부활했고, 최근 세계적인 크래프트 비어 열풍으로 다시 주목받는 스타일이다. 양조는 벨기에의 브루어리에 위탁하지만 이걸 벨기에 맥주라고 해야 할 지는 아리까리.
고제는 4-5%정도의 가벼운 알코올에 새콤한 맛과 (원료가 되는 물이나 소금 첨가로 인한) 짭짤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 주로 여름용으로 소비되는 맥주로 밀맥아를 사용하여 부드럽고 온화하다. 지역 특산주로 인식되었기에 맥주순수령에도 불구하고 예외로 인정될 수 있었다고.
전통적인 고제는 밀맥아, 소금과 함께 코리앤더를 사용하는데 투올은 레몬그라스를 사용했다.
TO ØL, Lemongrass Gose / 투올 레몬그라스 고제
탁한 옐로 컬러에 성근 거품이 가벼운 헤드를 형성했다가 금새 사라진다. 사진은 거의 오렌지빛으로 보이는데 그보다는 좀더 옅은, 레몬 같이 그린 뉘앙스가 살짝 감도는 노란색이다. 처음 코를 대면 신기하게도 후추 같이 톡 쏘는 스파이스가 가장 먼저 드러난다. 마치 요리할 때 프라이판에 소금 후추만 뿌린 느낌이랄까. 뒤이어 상큼한 시트러스와 함께 약재 같은 허브와 스파이스 향이 오묘하게 엮인다. 약간 사우나에서 나는 냄새 같은... 아마도 레몬그라스의 영향인 듯. 전반적으로는 가볍고 산뜻한 인상. 새콤한 맛과 짭짤함이 입맛을 돋워 음식이랑 먹기도 좋다.
나 같은 새코미 러버에게는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스타일. 근데 이 녀석은 레몬그라스가 좀 오버스럽긴 하다. 좀 더 은근하게 보조적으로만 드러났으면 어땠을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맥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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