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에 키안티를 마시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냉장고엔 훈제 오리밖에 없다, 아쉬운 대로 오리에 끼안띠를 마실까 하다가 셀러에 마실 만한 부르고뉴가 한 병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요 놈이 낫겠다. 얼마 전에 근처 이마트에서 딱 2만원에 집어 온 녀석. 6년 전 빈티지가 러닝으로 풀리다니 상태는 괜찮으려나.
데일리용으로는 잔이 좀 과한 것 같기도 하다. 집에선 빌라주 급도 잘 안 마시는데. 이러려고 리델 베리타스 시리즈를 샀나 자괴감이 들...
Louis Jadot, Couvent des Jacobins Bourgogne (Rouge) 2012 / 루이 자도 쿠벙 데 자코방 부르고뉴 (루즈) 2012
상당히 옅은 가넷 컬러에 갈색 벽돌색이 상당 부분 드러난다. 코를 대면 부엽토 뉘앙스에 감초, 시나몬, 그리고 익은 자두와 절인 체리 아로마. 입에 넣으면 새콤한 레드 베리의 풍미가 예쁘게 피어난다. 입안에 은근히 남는 탄닌감은 아직 늙지 않았다고, 지금이 한창이라고 어필하는 듯 하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은근히 드러나는 토스티 뉘앙스도 매력적. 조금 단순하고 풍미의 밀도도 높지는 않아 지역 단위의 한계는 보이지만 충분히 훌륭하다. 가격도 저렴해서 구매하면서도 거의 스러져가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2-3년은 더 두었다가 마셔도 될 것 같다. 내일 가서 몇 병 더 집어와야 하려나ㅎㅎㅎ
Couvent des Jacobins는 자코뱅 수도원이라는 의미.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양조장 부근에 수도원이 있나?). 검색해 보니 루이 자도 소유의 꼬뜨 도르와 꼬뜨 샬로네즈, 오세루아(Auxerrois)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블렌딩해 양조한다. 꼬뜨 도르의 포도는 주로 오뜨 꼬뜨(Hautes-Cotes), 꼬뜨 샬로네즈의 포도는 메르퀴레(Mercurey), 오세루아의 포도는 이랑시(Irancy)에서 오는 듯. 프렌치 오크에서 9-12개월 개별적으로 숙성한다. 초기엔 특징적인 레드 베리의 향이 두드러지며, 몇 년 간의 숙성 후에는 스파이스와 토양 뉘앙스가 드러난다고. 해당 설명에 120% 공감한다. 빈티지와 보관환경이 좋다면 5년까지도 숙성할 수 있다고 제법 자신있게 적혀 있는데 6년 지난 빈티지가 이런 정도라면 허언은 아닌 듯. 살 때는 너무 저렴해서 갸우뚱 했었는데 몇 병 더 살 걸 그랬다. ㅅㅅㄱ는 라인업 너무 넒히지 말고 계속 이런 대형 메이커들 와인이나 저렴하게 풀어 줬으면. 업계를 위해서나 자신들을 위해서 (최소한 초기에는) 딱 좋은 포지션인데.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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