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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WINEY CD @프렙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8. 4. 19.



조금은 다르게 진행했던 4월의 와이니 벙개. 





5월이면 벌써 12주년, 한 다스이기도 해서 셀러에 묵혀 두던 와인들로 WINEY의 회장단 및 원로(?) 분들을 모시는 자리를 만들어 보았다. 사실 이런 식으로 라인업 구성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날은 좀 특별하게 만들어 보고 싶었음.




와인을 나누면서 와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혹은 개인적인 소회)를 카톡으로 함께 공유했다.



1. Champagne Jacquesson, Cuvee 736 Extra-Brut NV  (RP93/WS91)

 

2014년 나라셀라 시음회에서 만나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시음기를 제대로 남기지 못해 아쉬운 마음에 구입해 둔 녀석입니다. 736이라는 숫자는 자크송에서 생산하는 샴페인의 배치 넘버를 기록하기 시작한 1898년 이후 736번째 배치라는 뜻인데, 논빈티지임에도 단지 샴페인 하우스의 스타일이 아닌 각 퀴베의 성격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Cuvee 736 2008년 빈티지를 중심으로 2007 2006년 리저브 와인이 블렌딩되었으며 품종 구성은 샤르도네 53%, 피노 누아 29% 피노 뮈니에 18%입니다. 도자주(당분첨가)는 단 1.5g/l.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잘 표현된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라는 평입니다. 참고로 샴페인 마개를 감싸고 있는 뮤즐렛(muslets) 1844년 처음 도입한 곳이 바로 자크송입니다.






2. Livio Felluga, Pinot Grigio 2016

 

Terre Alte라는 특급 화이트, 그리고 보시는 아름다운 지도 레이블로 유명한 이태리 북부 Friuli 지역의 명가 리비오 펠루가의 엔트리급 와인입니다. 오늘 마시는 와인 중 유일하게 마셔 본 적이 없는 와인인데 사실 저도 레이블에 홀려서(?) 산 거에요. 엔트리급이라고는 하지만 JS/WS로부터 몇 년간 지속적으로 90+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2016빈은 아직 평가가 없어요.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과는 달리 압착 후 껍질 위에서 짧은 침용을 거쳐 복합미를 더했고 리(lees) 위에서 6개월 추가 숙성 후 병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뉴트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탈리아의 다른 피노 그리지오와는 좀 다른 성격의 와인이 아닐까 싶네요.






3. Weingut Loimer, Gruner Veltliner Langenlois Spiegel Kamptal Reserve 2009  (RP92/Falstatt95)

 

그뤼너 펠트리너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토착 품종으로 점유율과 중요도 양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청량한 미네랄과 은은한 과일, 가벼운 스파이스 힌트가 매력인데 스파클링부터 드라이와인, 디저트 와인까지 모두 만들 수 있는 팔방미인이죠. 리슬링과 유사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로이머는 캄프탈을 대표하는 생산자 중 하나로 2012년에 테이스팅 후 감동을 받아 구매했습니다. 당시에도 좋았지만 숙성 잠재력이 상당해 보여 묵혀 보고 싶었거든요. 당시에 제가 적었던 시음기(링크 맨 아래) 6년이 지난 지금의 풍미를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4. E. Guigal, Condrieu “La Doriane” 2014  (RP97/WS95)

 

명실상부한 론 지역의 맹주 중 하나, E.기갈의 아이콘급 꽁드리유입니다. 원래 기갈을 대표하는 와인은 La로 시작하는 세 가지 Cote Rotie인데 보통 줄여서 “La La La”라고 하죠. 혹자는 이 와인을 넣어서 “La La La La”라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꽁드리유를 생산하는 비오니에 품종은 살구, 열대과일 등 매력적인 과일향을 풍기지만 과숙하면 알코올이 높아지고 산미가 뚝 떨어져 밸런스가 깨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재배와 양조 모두 대단히 어렵다고 하죠. 노블 버라이어티 치고는 숙성 잠재력도 낮아 잘 만든 와인도 보통 5년 내에 마시는 것을 권장하는데, 이 와인의 경우는 7년 이상의 숙성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말이 필요 없습니다. 드셔 보시면 알게되죠.






5. Benanti, Etna Rosso 2014  (WE94)

 

시칠리아섬 동쪽의 활화산인 에트나에서 재배하는 포도로 만든 와인입니다. 당연히 가파른 경사에 척박한 화산토양이고, 그런 만큼 와인은 섬세하면서도 날카롭습니다. 혹자는 부르고뉴 혹은 바롤로와 비교하기도 하죠. 저는 딱 둘의 중간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착 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 85%와 네렐로 카푸치오 15%를 블렌딩했습니다. 베난티는 에트나를 대표하는 생산자 중 하나인데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그닥 선전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에트나 와인은 파소피시아로(Pasopisciaro)가 있죠. 저랑 친하게(?) 지내면 숙성된 파소피시아로(+@)의 상급 퀴베를 맛보실 기회가 있을 겁니다. 한국에 에트나 와인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네요. 예전보다는 그나마 다양해졌지만.




6. Domaine Anne Gros et Jean-Paul Tollot, Les Carretals Minervois 2010

 

부르고뉴의 여걸이자 Post-Leroy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안 그로의 와인입니다. 와인병에 그녀의 친필 사인이 있죠. 작년 그녀가 서울에 왔을 때 프라이빗하게 진행된 디너에서 선물받은 녀석입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부르고뉴 와인이 아니라 랑그독(미네르부아)의 와인입니다. 규제가 심하고 땅값이 비싼 부르고뉴의 외부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 거죠.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더니...) 그녀의 남편인 장-뽈 똘로와 함께 설립한 이 도멘에는 현재 아들이 상주하고 있답니다. 디너에서 2011빈을 마셔봤는데 까리냥 품종 100%인데도 부르고뉴 출신 답게 품종 특유의 거친 느낌을 상당히 잘 제어한 느낌이었어요(사실은 그르나슈가 일부 필드 블렌딩 되어 있다고...). 베스트 빈티지인 2010은 어떨까요?




7. Domaine Michel Gros, Vosne Romanee 1er Cru "Clos des Reas" Monopole 2005  (WS92)

 

이번에는 미셀 그로입니다. 안 그로의 사촌오빠죠. 이 와인은 2007년에 상우형 포함 다섯이 같이 떠났던 프랑스 여행 때 구매한 녀석입니다. 오늘 나온 와인 중에 두 병의 ex-cellar, 그러니까 생산자 직구 와인이 있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어쨌거나 이 밭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모노뽈이기 때문입니다. 미셀 그로가 독점하고 있는 밭이란 얘기죠. 그로 가문에서 이 밭을 소유한 지 이미 160년이 되었습니다. 미셀 그로의 이 밭에 대한 애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죠.

 

밭은 본 로마네 마을 광장 바로 앞에 있는데 2헥타아르 남짓 삼각형 모양으로 주변에 제법 높은 담이 둘러처져 있습니다. 생산되는 와인의 평가(=가격)은 날이 갈 수록 오르는 추세이고 만약 부르고뉴 포도밭 등급을 재조정한다면 그랑 크뤼 승급 1순위 중 하나일 것이라는 얘기도 많습니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참 애정하는 와인 중 하나입니다만 이제는 도멘에 가지 않는 이상 살 수 없는 와인이 되고 말았죠. 엉엉엉. 사실은 2012년 프랑스 여행 때 도멘에 들러서 끌로 드 헤아 150주년 기념 레이블이 사용된 2009년 빈티지를 사오긴 했습니다. (그건 대체 언제 마셔야 할 지...)



8. Produttori del Barbaresco, Barbaresco “Rabaja” Riserva 2005  (RP94)

 

명성 높은 바르바레스코의 크뤼들 중에서도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 크뤼 중 하나인 라바야입니다. 이 포도밭의 매력은 젊을 때도 매력적이면서 숙성 잠재력 또한 폭발적인 와인이 나온다는 데 있어요. 와이니에도 이 와인의 팬들이 몇 분 계시죠. (홍부장님 지못미...) 프로두토리 델 바르바레스코는 일종의 협동조합인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당히 높은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사실 말이 저렴이지...) 다른 생산자들이 만든 라바야도 몇 종 맛본 적이 있습니다만 항상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접근성과 가격을 고려하면 역시 추천은 프로두토리 델 바르바레스코네요.






9. Chateau Nenin Pomerol 2011  (JS91/WS89)

 

보르도 우안 뽀므롤 지역의 샤토 네넹입니다. 오늘 와인 중 제가 마셔 보지 2개 중 나머지 하나인데요, 사실 뽀므롤은 생산량도 수입량도 적어 가격도 비싸고 쉽게 보기도 어렵죠. 메를로 80%, 카베르네 프랑 20% 블렌딩입니다. 현재 보르도 좌완의 그랑 크뤼 클라세 2등급 레오빌 라스카스를 소유하고 있는 들롱(Delon) 가문 소유로 미셀 롤랑이 컨설팅을 했습니다. 사실은 이 와인보다 레오빌 라스카스를 마시고 싶...


 




10. Heitz Cellar, “Martha's Vineyard”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03

 

나파 밸리의 명가 하이츠 셀러의 아이콘 와인 마타스 빈야드입니다. 1976년 파리의 심판 테이스팅에 출전한 와인으로 유명하죠. 사실 1976년 당시에는 10개 와인 중 7위에 그쳤지만, 10년 후에 벌어진 같은 빈티지 재대결에서는 당당히 1위에 오릅니다. 그만큼 숙성력이 좋다는 게 입증된 거죠. 사실 등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캘리포니아 와인을 단숨에 국제적 레벨로 올려놓았다는 데 의의가 있는 테이스팅이었습니다. 당시 파리의 심판 테이스팅을 취재했던 타임즈 기자가 쓴 책도 번역돼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어요. 마타스 빈야드는 나파밸리 최초로 싱글 빈야드 개념을 도입한 와인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일반적이지만 당시 미국 와인업계에서는 파격적인 개념이었죠. 그만큼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밭이라는 얘기고요.

 

요것 또한 2008년 나파 밸리 여행 때 와이너리에서 직접 사온 와인입니다. 평가가 더 좋은 빈티지도 있었는데 굳이 이 와인을 산 이유는 제 입사 빈티지이기 때문이에요. 그땐 막연하게 퇴사할 때 열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오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ㅋㅋㅋ

 

참고로 나파의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시음비를 받는데 하이츠 셀러는 드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시음비를 받지 않아요. (현재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나파에 가실 일이 있다면 한번쯤 들러 보시길. , 이집 주정강화 와인도 엄청납니다. 강추... 지만 한국엔 수입되지 않아요ㅠㅠ






11. Vina Ventisquero, enclave Cabernet Sauvignon Maipo Valley 2010  (WS92)

 

비냐 벤티스케로를 수입하는 국순당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벤티스케로 와인에 최고점을 준 덕에 받았던 경품입니다. 그래서 레이블에 수석 와인메이커와 소유주의 싸인이 들어있죠. 칠레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생산하는 마이포 밸리의 카베르네를 중심으로 까르미네르 7%, 쁘띠베르도 5%, 까베르네 프랑 2%를 블렌딩했습니다. 펜폴즈 그랜지의 와인메이커 존 두발이 컨설턴트로 참여했구요. 칠레 와인 중에는 과하지 않고 정제된 인상이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와인이지만 왠지 지금이 제일 맛있을 것 같네요.






12. Chateau Rieussec 2005 Sauternes Grand Cru Classe  (RP96/WS96)

 

2008 WSET 수업을 들을 때 처음 접했던 소테른 그랑 크뤼 클라쎄(1998년 빈티지)이자 소테른의 매력을 알게 해 주었던 와인입니다. 소테른은 너무 달기만 하고 산미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리외섹이 그 편견을 단번에 깨 주었죠. 귀부와인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와인입니다. 소테른의 유일한 특1등급인 샤토 디껨과는 다소 큰 격차가 있다고 하지만 2위군에서는 제법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와인이죠. 최근 ㅅㅅㄱ에서 수입하면서 가격까지 제법 좋아졌습니다. 2005년 빈티지는 레드 뿐만 아니라 화이트/스위트 와인도 베스트로 평가받습니다. 파커와 스펙테이터가 이 와인에 매긴 점수만 봐도 알 수 있죠. 너무 빨리 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에요.

 

참고로 이 정도로 단 (귀부)와인은 10년 이상 숙성할 때 단맛이 산미와 조화를 이루며 복합미가 깨어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스위트한 와인이 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숙성된 와인을 드셔 보세요. 아마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6시 반쯤 시작했는데 11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끝났네. 





전망 좋은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음.






레드비트 스프링롤.





대저토마토 부르스케타와 허머스





샤프란 부야베스





치킨과 따블레





채끝 스테이크.






추가 주문한 치즈 플래터. 능이버섯 또르뗄리니는 사진이 사라졌네.





너무나 행복했음. 우리 오래오래 만나요.





아마 입사해서 내가 가장 잘 한 일은 아마 와이니를 만든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도, 멤버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회사를 위해서도. 와이니 덕분에 와인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힘든 일도 견딜 수 있었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사랑해 와이니♥ 내 마음은 언제나 와이니에 있을 거야.




20180411 @ 프렙(부암동)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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