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꽃 레이블.
GD바이라(G.D. Vajra)는 2006년 이태리 여행 때 처음 만났다. 당시엔 한국엔 수입되지 않던 생산자였는데 로마의 한 와인샵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바롤로'를 추천해 달랬더니 보여준 게 '브리코 델레 비올레(G. D. Vajra Barolo Bricco delle Viole)' 였다. 한국에 와서 친구들과 함께 마셨는데 꽤 괜찮아서 기억하고 있었던 생산자. 이제 신세계L&B에서 수입해 이마트/와인앤모어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이 되었다. 좋군.
GD바이라는 1972년 알도 바이라(Aldo Vajra)와 그의 아내 밀레나(Milena)가 바롤로 지역 중에서도 서쪽 가운데 있는 바롤로 마을에 세운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와이너리의 위치는 그들의 아이콘 와인을 생산하는 '브리코 비올레(Bricco Viole) 포도밭 바로 옆. 브리코 비올레는 바롤로 훌륭한 크뤼 중 하나로 거론된다. 바이라는 전통과 최신기술을 접목하는 생산자로 분류되는데 신세계L&B홈피에 따르면 피에몬테 최초로 리슬링 품종을 재배한 생산자이며, 피에몬테 전통 품종에도 관심이 많아 바롤로(Barolo)와 바르베라 달바(Barbera d'Alba)외에도 랑게 프레이자(Freisa)가 그들의 대표 와인 중 하나이다.
이 와인 또한 피에몬테의 다양한 품종들이 포함되어 있다. 네비올로(Nebbiolo), 바르베라(Barbera), 돌체토(Dolcetto)를 중심으로 약간의 프레이자, 알바로사(Albarossa) 피노 누아(Pinot Noir)를 블렌딩했다. 양조는 신세계L&B 홈페이지와 GD바이라 홈페이지의 설명이 살짝 다르다. 각각의 품종을 완숙했을 때 손 수확하여 개별적으로 발효 및 숙성하는데, 주로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하며 필요시 재사용 오크통을 사용하는 것 까지는 동일하다. 그런데 숙성 기간을 신세계 홈피는 14-16개월, GD바이라 홈페이지는 18-24개월로 소개하고 있다. 제법 큰 차이인데 어떤 게 맞는 걸까.
수입사 레이블의 병입년월일을 보니 2015년 6월로 되어 있다. 네? '15빈인데 '15년 6월에 병입했다고요? 포도가 익기도 전에?? 아마도 예전 레이블을 업데이트 없이 사용한 듯 싶다. 그렇다면 2013년 빈티지를 2015년 6월에 병입했다는 이야기니 대략 수확 후 18개월 경에 병입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GD바이라 홈페이지의 설명이 맞는 듯.
백 레이블은 아주 간략하게 요약된 문장만 제시하고 있다. 그나마 1/3은 수입사 레이블이 가렸네;;;
이런 걸 보면 별 거 아닌 문장이라도 꼭 뜯어서 보고 싶은 심리....
G. D. Vajra, Langhe Rosso 2015 / GD 바이라 랑게 로쏘 2015
체리 교자상 같은 검붉은 가넷/루비 컬러. 코를 대면 바이올렛과 가벼운 토스티, 스파이스 힌트가 먼저. 뒤이어 달콤한 자두와 데코레이션 체리, 딸기, 커런트 힌트가 드러난다. 과일의 느낌은 신선하다기보다는 물렁하고 풍미의 밀도도 낮은 편이지만, 그런 만큼 완숙 과일의 달콤함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느낌이기도 하다. 술술 넘어가는 막걸리 같은 와인이랄까. 미디엄 바디, 산미는 낮은 편이며 탄닌감도 많지 않고 부드럽다. 피니시의 초컬릿 뉘앙스가 마지막까지 재미를 더한다.
마트에 풀리는 가격대에도, 레이블의 이미지에도 걸맞다. 늘어지고 싶은 저녁, 반주용으로 추천.
돼지 목살에 가지, 호박, 파프리카, 버섯을 구웠다. 목살이 너무 얇게 커팅되었고 기름기도 너무 없어서 아쉬웠지만 나름 맛있게 먹었음.
개인 척한 고냥이의 [술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