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국내 수입이 중단되는 와인. 더욱 아쉬운 점은 시음회 때 맛본 것 말고 제대로 마시는 건 처음이라는 것.
De Stefani, Refosco KREDA 2009 Veneto IGT / 데 스테파니 레포스코 크레다 2009
짙은 가넷 컬러에 붉은 벽돌색 림. 처음 코를 대면 숙성한 하드 치즈 같은 향에 매콤한 스파이스와 고혹적인 버섯 힌트가 버무려진다. 강렬한 커런트 향에 붉은 자두, 체리, 라즈베리 풍미는 아직도 싱싱한 편이며 마른 허브와 부엽토 뉘앙스가 감돈다. 미디엄풀 바디에 밀도 높은 풍미, 좋은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 알코올(14%)의 균형감도 좋다. 다년 이상의 추가 숙성 여력도 충분해 보이는 훌륭한 와인. 비교적 서늘한 지역의 와인이 덴시티까지 갖춰 버리면 정말 할 말이 없다.
백레이블의 설명이 제법 자세하다. 크레다 빈야드에서 재배하는 25년 수령의 토착 품종 레포스코(Refosco)로 양조되는 와인이다. 크레다는 찰흙(clay)라는 의미로 크레다 빈야드의 주요 토양을 구성하고 있다. 포도밭은 아드리아해에서 10km, 돌로미티 산맥에서 40km, 피아베(Piave) 강에서 1km 떨어전 포살타 디 피아베(Fossalta di Piave)에 위치한다. 재배 시 화학비료나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으며, 양조 시에도 (배양 효모를 쓰지 않고) 토착 효모를 사용하며 여타 첨가물(보존료)를 쓰지 않는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레포스코(Refosco)는 이태리 북부 베네치아 부근의 토착 품종으로 대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가 언급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품종이다. 짙은 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커런트와 와일드 베리, 플럼(자두) 풍미가 특징으로 플로럴한 뉘앙스도 있다고. 주로 이태리 북부 지역에서 재배하는데 마이클 슈스터의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에는 그리스 펠레폰네소스에서도 농밀하고 감미롭게 익는 부드럽고 스파이시한 와인을 생산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데 스테파니(De stefani)는 1800년대 후반 베니스 북쪽 레프론톨로(Refrontolo) 마을에 설립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현재 4대를 이어 오고 있다. 3대 티치아노(Tiziano)가 피아베 밸리의 포도밭을 구매하면서 본격 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방식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풍미의 밀도 높고 균형과 구조가 훌륭한 수준급 와인을 만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술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