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오급' 와인 한 병 오픈.
루 뒤몽 즈브레 샹베르탕 프르미에 크뤼 라보 생 자크 2009
(Lou Dumont, Gevrey-Chambertin 1er Cru Lavaux Saint-Jacques 2009).
즈브레 샹베르탕 마을의 1er 크뤼 중에서도 손꼽히는 밭인 라보 생 자크, 베스트 빈티지 중 하나인 2009년, 그리고 <신의 물방울>에 소개돼 유명해진 생산자 메종 루 뒤몽의 삼위일체다.
병목에 새겨진 잔 모양의 로고가 정감있다. 메종의 이니셜인 L과 D를 조합해서 만들었는데 오렌지색과도 잘 어울리는 듯.
그날 같이 마신 와인들. 샴페인과 미국 론 레인저 스타일 레드 와인 사이에 독야청청한 라보 생 자크.
루 뒤몽의 라보 생 자크만 백레이블이 없다. 왜냐면 2012년 3월 메종 루 뒤몽에 직접 방문했을 때 선물받은 녀석이니까.
메종 루 뒤몽 입구. 벌서 7년이 넘었지만 생생하게 기억난다.
입구부터 우리를 맞아 준 고양이도 잘 있나 모르겠네. 박재화 대표님이 이 집을 구매할 때 어린 새끼로 발견된 녀석인데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가 되었단다.
핥작핥작.
표정이 근접하지 못 할 것 같은 포스이지만,
사실은 사람을 아주 좋아한다.
와인 셀러도 아주 좋아해서 주인을 따라 자주 들어온단다.
배럴 테이스팅을 하러 루 뒤몽의 셀러에 함께 들어갔다.
숙성 중인 와인은 대부분 2010년 빈티지.
2010년 보통 좋았던 빈티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박재화 사장님은 추웠던 봄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30-50% 가량 감소했고 날씨의 변덕이 심해 쉽지 않은 해였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더욱 정성이 많이 들어갔고, 이런 요소들이 조합되어 클래식한 부르고뉴 와인을 만들어냈다고.
배럴 테이스팅은 언제나 엄숙하면서도 흥분되는 경험이다. 정성껏 만드신 와인을 곱게 따라주신다.
개인적으로 2010년은 딸의 탄생 빈티지. 그런 만큼 더욱 의미가 있었고 시음한 와인들 모두 주옥같았다.
시음 리스트
- Lou Dumont, Chambolle-Musigny 2010
- Lou Dumont, Morey-Saint-Denis 2010
- Lou Dumont, Gevrey-Chambertin 2010
- Lou Dumont, Corton Grand Cru 2010
- Lou Dumont, Gevrey-Chambertin 1er Cru Lavaux Saint-Jacques 2010
- Lou Dumont, Charmes-Chambertin Grand Cru 2010
- Lou Dumont, Burgogne Chardonnay 2010
- Lou Dumont, Meursault 2010
- Lou Dumont, Morey-Saint-Denis (Blanc) 2011
시음을 하던 중 와이프가 거제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하자, 자신도 거제 출신이라며 반가워하셨다.
그리고는 선물로 직접 쓰신 책과 와인을 선물로 주셨다. 왠지 모르게 애정이 가는 밭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 와인이 바로 이 포스팅의 주인공, 즈브레 샹베르탕 라보 생 자크(Gevrey-Chambertin Lavaux St. Jacques)다.
메종 루 뒤몽을 방문하고 썼던 아티클. 사진을 뒤적이고 기사를 읽다 보니 다시 부르고뉴에 가고싶어졌다. 박재화 대표님도 다시 만나고 싶고...
Lou Dumont, Gevrey-Chambertin 1er Cru Lavaux Saint Jacques 2009
루 뒤몽 즈브레 샹베르탕 프르미에 크뤼 라보 생 자크 2009
가넷과 오렌지 빛이 살짝 감도는 페일 루비 컬러. 가장자리에 투명한 림이 제법 생긴다. 코를 대면 제법 강한 오크 풍미. 향긋한 바닐라, 삼나무, 은은한 토스티 뉘앙스 등 오크 풍미가 진하게 감돌며 시원한 허브, 잘 익은 딸기, 향긋한 작은 붉은 베리, 블랙커런트 힌트 등 과일 풍미가 밸런스를 이룬다. 정향과 스윗 스파이스, 건초, 마른 소나무 장작 등 향긋하고 시원한 향에 명확한 미네랄리티로 생동감이 넘치는 와인.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생생하고 어린 느낌으로 10년 정도는 충분히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 즐기기도 OK. 프렌치 오크(새 오크 50%)에서 20개월 정도 숙성하며 병입 전 청징과 여과를 하지 않는다고.
한 병의 와인 덕분에 7년 전 프랑스 여행의 추억과 박재화 사장님과의 인연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인연. 최근에 세계일보에 루 뒤몽에 대한 기사가 실려서 더욱 반가웠다. 언젠가 다시 만나 뵐 날이 있겠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